세븐틴 퍼포먼스팀 리더 권순영 X 신인 걸그룹 권순영 덕후 너봉
02. 첫 만남, 그리고 재회
Red Velvet (레드벨벳) - Oh Boy
5.
너봉이는 불쑥 튀어나온 순영의 얼굴에 움찔하며 뒤걸음칠쳤어.
"어색해요?"
"...."
"언제는 내 팬이라면서."
직구로 던져진 순영의 말에 너봉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어버버거렸어. 보고싶다고 속으로 수백번은 생각했던 사람을 막상 만나니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던 거지.
"죄송해요, 지금은."
"...."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허리를 숙여 인사한 너봉이 뒤를 돌아 걸어갔고, 순영은 복도에 혼자 남겨졌어.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방송 나와서 수없이 내 이름 언급하고, 내 사진 보면서 웃었으면서 이렇게 가는 건 또 뭐야. 순영은 알다가도 모를 너봉이의 태도에 웃음이 나왔어. 그러다가 방금 전 보았던 너봉이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봐.
생각보다 예쁘네. 목소리도, 얼굴도.
어쩌면 우리 오래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봉아.
6.
무작저 순영을 지나쳐 리허설 무대에 오른 너봉이는 생전 하지도 않던 안무 실수를 했어. 주연은 실수가 순영 때문임을 눈치채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너봉을 붙잡고 말을 걸었어.
"선배가 뭐라든?"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너봉을 보자 주연은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졌어.
"선배가 너 보고 욕했어?"
주연의 말에 너봉이는 더욱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어.
"순영선배가 내 이름 알고 있더라..."
"고작 그거 가지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것만이 아니야. 내가 놀라서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선배가-"
표정이 바뀐 너봉이 순영의 행동을 재연하려는 듯 자세를 바꿨어.
"어색해요? 언제는 내 팬이라면서."
"헐."
"이러는데 아, 그떄부터 미치겠는 거 있지. 누구 하나 붙잡고 막 울고 싶더라."
주연은 금세 너봉에 빙의해서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머머거렸어. 언니, 근데 내가 바보인 게 뭔지 알아? 선배가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뭐라고 대답했게?
"죄송해요,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야, 너 진짜 미쳤다."
"어, 아무리 봐도 나 미친 듯..."
주연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던 대리설렘이 너봉이의 한 마디에 화르륵 식어버렸어. 나 어떡해, 이제 매일 선배 얼굴 볼텐데 미안해서 얼굴 어떻게 봐. 너봉이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자, 주연은 너봉이의 등을 토닥였어. 설마 선배가 네 말 한마디로 마음을 접겠냐.
"아니..."
"그래, 당연히 아,"
"애초에 선배는 나한테 마음 없을 수도 있어..."
나름 너봉이에게 위로를 해주고자 건넨 말이었는데, 너봉이는 이미 세상 모든 우울을 다 가진 상태라 그런 주연의 의도가 보일리가 없었지.
"선배한테 난, 자기 좋아하는 일개 신인일뿐이잖아."
"..."
"아까 인사해주신 것도 나한테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야기 들려오니까 한번쯤 얼굴 보고싶어서 호기심에 그런 걸거야."
내가 그 말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을거야. 그러니까-
"신경 안 쓸래."
"야, 너-"
"나 괜찮아. 이제 방송 나가서 선배 얘기도 안 할래."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선배 보고싶다고 징징대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변하다니. 달라진 너봉이의 태도에 오히려 당황하는 건 주연이었어.
무릎을 굽혀 앉아있던 몸을 일으킨 너봉이 기지개를 쭈욱 펴고는 주연의 손을 맞잡고 대기실로 이끌었어. 얼른 가자, 언니.
7.
너봉이는 대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어. 주연을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제 할 일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너봉이의 눈치를 보고 있었어. 다들 모르는 척 했지만 너봉과 순영이 만났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거든.
"아- 진짜!"
게임에서 진 너봉이 핸드폰을 옆으로 툭 던지며 말하자, 멤버들은 미어캣처럼 움찔거렸어.
멤버들이 일제히 너봉을 바라보자 너봉이는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어.
"다들 왜 그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너봉이의 물음에 멤버들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제 할일을 했어. 오늘따라 언니들이 이상하네. 너봉이는 눈치 없이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어 그저 게임에만 열중했어.
8.
월요일 이른 아침, 너봉과 멤버들은 사옥에 도착했어. 아이돌에게 월요일은 유일하게 음악방송이 없는 날이야.
매니저 오빠에게서 일주일의 스케줄을 전달 받기도 하고, 부족한 연습을 하는 날이기도 하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너봉과 멤버들은 곧장 회의실로 향했어.
회의실엔 스케줄을 담당하는 매니저 오빠가 앉아있었어. 왔니? 얼른 앉아. 매니저 오빠의 말에 너봉과 멤버들이 회의실 의자에 조르르 앉았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평소처럼 음악방송 진행할거고, 너희 조금 있으면 연말 시상식 시즌인 거 알지? 편곡 준비해놨으니까 음방 끝나면 회사 와서 연습하자."
"와, 벌써 연말이래. 실감 안 나."
너봉이 입을 벌리며 감탄하자 주연과 멤버들이 꺄르르 웃었어.
아닌 것 같아도 너봉이는 그룹 내에서 막내를 맡고 있어. 갓 스무살 된 막내의 리액션은 멤버들에게 마냥 귀엽기만 하겠지.
"참, 그리고 너봉이는 가요대전에서 스페셜 무대 있을 거야."
"누구랑요?"
스페셜 무대라고 해봤자, 다른 걸그룹 멤버들과 춤추는 것밖에 더 되겠어. 너봉이의 물음에 매니저 오빠는 종이를 여러 장 넘기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어.
"세븐틴 호시라는데?"
"...쿨럭, 네?"
네가 하도 방송에서 호시, 호시 거리니까 방송국 측에서도 그거 알고 호시랑 무대 짠 것 같네. 열심히 해봐.
너봉이는 물을 마시다 매니저 오빠의 입에서 튀어나온 호시라는 단어에 사레에 제대로 들려버렸어.
너봉이는 연신 기침을 하다 현실 자각에 빠져버렸어. 다시는 엮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함께 무대를 해야한다니.
"근데 좀 이상하네. 원래 보통 연습은 따로 하고 리허설만 같이 하는 거 아닌가?"
"...왜요?"
"플레디스 측에서 전체 연습 일정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더라."
너봉아, 너 호시한테 뭐 잘못한 거 있니? 매니저 오빠의 일침에 너봉이는 손사레를 치며 절대 아니라고 부정했어.
매니저 오빠의 말처럼 일반적으로 콜라보 무대에서 개인 연습은 각자 하는 게 대다수야. 함께하는 무대는 직전에 한 번 맞춰보는 리허설과 본무대가 다이고.
그런데 순영 쪽에서 먼저 함께하자고 제의가 왔다니. 말도 안 돼.
"서로 스케줄이 빡빡해서 되는 대로 당장 오늘 연습 잡았는데 괜찮지, 너봉아?"
"아... 네."
"대답이 왜 이렇게 떨떠름해. 호시랑 무대하니까 좋아서 그래?"
"열심히 해볼게요!"
매니저 오빠의 물음에 너봉이 활기차게 주먹을 쥐어보이며 대답하자 매니저 오빠는 호탕하게 웃었어.
"그래, 조금 있으면 차 하나 올거야. 그거 타고 플레디스 가면 되고-"
매니저 오빠의 일 처리 속도는 정말 빨랐어. 아니, 그래도 저한테는 미리 얘기해주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빠...
차마 너봉이는 말은 못하고 그저 네네, 거릴 수 밖에 없었어.
그렇게 회의가 끝날 때까지 우울모드에 빠져있던 너봉이었어. 터덜터덜한 걸음으로 사옥을 나가려는 너봉을 주연이 붙잡았지.
"너무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지마."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선배, 더 많이 널 알고 있을 지도 몰라."
무슨 말이지. 너봉이 주연을 올려다보자 주연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다가 너봉이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줬어.
"너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잘 할 거고, 잘 해낼 거야."
"...고마워."
"고맙긴 무슨. 얼른 가, 저기 차 왔네."
주연이 너봉이의 엉덩이를 두어번 토닥이자 너봉이는 베시시 웃으며 주연을 향해 손을 흔들며 사옥을 나갔어. 우리 막내 파이팅.
9.
너봉이는 총총 걸음으로 밴을 향해 달려갔어. 어, 이상하다. 우리 차는 검은 색 아닌데. 일말의 의심이 들었지만 너봉이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차 문을 벌컥 열었어.
"오랜만이네요."
불쑥 튀어나온 순영의 모습에 너봉이는 몇 초 동안 얼음이 되어서는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문을 닫았어.
뭐야, 저게- 순영은 갑자기 문을 닫는 너봉 때문에 멍하게 있다가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웃었어.
차 밖에 서있던 너봉이 그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말이야. 너봉이는 그 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화끈해져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다시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어.
너봉이 제 옆자리에 앉자 순영은 웃음을 겨우 참고 말을 붙였어.
"우린 어떻게 매번 이런 식으로 만나죠?"
"...,"
"내가 인사하면 너봉씨는 매번 도망치고."
계속되는 팩트 폭행에 너봉이는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어.
"봐봐, 또 피하잖아."
"...."
"그러면서 방송 나와서는 내 얘기 하고, 난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네,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왜 이러는지... 너봉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하자 순영은 소리 없이 웃더니 다시금 말했어.
"우리 연습 같이 할 사인데 얼굴 안 볼거에요?"
"아뇨..."
"나 쳐다봐요."
순영의 말에 조심스레 고개를 돌린 너봉이는 자신에게 닿는 순영의 시선이 민망해서 눈을 피했어.
"왜 자꾸 피하지."
"...부끄러워서요."
그럼 좋은 거에요? 순영의 물음에 너봉이는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답했어.
"아, 다행이다. 너봉 씨가 나 싫어할까봐 걱정했네."
"...."
"싫은 건 아니잖아요, 그쵸?"
"싫진 않아요. 그냥, 이렇게 보니까 부끄럽고 막 신기해서..."
그래서 그런 건데...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를 하고서도 순영의 질문에 제깍제깍 대답하는 너봉이었어.
순영은 아무 말 않고 가만히 너봉을 바라보더니 이내 빙긋 웃었어.
"내가 부탁했어요. 우리 연습 같이 하자고."
"굳이 왜 하필 저랑,"
"네, 굳이 너봉씨랑 하고 싶었어요."
관심이 생겨서요, 그쪽한테.
사담 |
초록글 오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제가 오르다니 ;ㅅ; 별 거 아닌 글인데도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 얼른 2화 가져왔어요 (헐레벌떡) ㅋㅋㅋㅋㅋㅋㅋ 2화부터는 10 포인트로 구독료가 있으니 예쁜 댓글 다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 (ง ˙ω˙)ว ⁾⁾
+) 암호닉 받냐는 질문 있어서 답변 드려요. 가장 최근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글 쓸 때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오늘도 예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