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퍼포먼스팀 리더 권순영 X 신인 걸그룹 권순영 덕후 너봉
06. 好事多魔
24.
1 PM 1 : 57 [ 어디에요? ]
1 PM 1 : 57 [ 나 지금 너봉씨 보고싶어요 ]
1 PM 1 : 57 [ 괜찮으면 비상구 쪽으로 와줄 수 있어요? ]
보낸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 숫자에 순영은 너봉이 지금 폰을 가지고 있지 않나보다 생각하고는 자켓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어.
그리고 벽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선 비상구 문을 열어제꼈지.
문을 열자 곧장 보이는 고은의 모습에 순영은 혹여나 부딪혔을까 싶어 예의상 사과를 내뱉었어.
아, 죄송해요. 거기 계신지 몰랐는데 어디 안 다치셨어요?
순영의 물음에 고은은 부딪힌 곳은 없다며 괜찮다고 대답했어.
고은의 상태를 확인한 순영이 가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고은은 잠시만요, 하며 그런 순영을 불러세웠어.
순영은 저와 접점이라곤 전혀 없어보이는 사람이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신을 불러세우니 조금 어리둥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
"너봉이랑 사귀시죠?"
거두절미하고 요지만 담긴 고은의 말에 순영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어.
아..., 고은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순영이 계속해서 뜸을 들이자 고은은 순영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을 너봉과 같은 그룹이라고 소개했어.
그러자 순영은 굳은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죄송하다고 사과했어.
"몰라서 죄송해요. 제가 눈썰미가 없는 편이라서."
"아녜요, 죄송하실 필요까진 없어요."
사실 너봉이가 얘기하는 거 들어서 알게 됐거든요. 선배랑 너봉이, 요즘 만나는 거.
뒷말에 은근히 강세를 두는 고은에 순영은 묘한 경계심이 들었어.
고은은 순영이 제 의도를 조금씩 눈치채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지.
"너봉이한테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로 좋아서 만나는 건데 감사할 게 뭐 있나요."
계속해서 너봉을 언급하며 관심을 끌으려는 고은의 모습에 순영의 경계심은 더욱 증폭되어 갔어.
일부러 딱 잘라 말하자 눈에 띄게 흔들리는 고은의 동공이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
"평소에 너봉이가 얼마나 선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제 얘기요?"
"..."
"뭐라고 하는데요, 너봉씨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순영은 고은의 입에서 튀어나온 너봉이의 이야기에 금방 무너져버렸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순영의 질문에 고은은 순간 당황하면서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분이라고 그러더라고요. 항상 좋은 말만 해요."
"아, 정말요?"
고은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면서까지도 순영에게 말을 붙이려했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순영을 빼앗으려면 안면 정도는 터야 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순영의 뒤를 쫓아 이곳까지 따라왔고 우연히 마주친 척 너봉이의 이야기를 꺼낸 거였어.
"너봉이가 선배 많이 좋아해요."
고은의 입에서 뱉어진 말은 주어만 없으면 충분히 오해를 살만 했어.
모호한 뉘앙스와 순영을 수줍게 바라보는 고은, 그리고 멋쩍게 웃는 순영까지.
대화의 화두가 너봉임을 모른다면 누구나 쉬이 착각할만한 상황이었어.
"이제 리허설 준비하러 가봐야겠네요. 다음에 기회 된다면 또 뵈요."
"네, 들어가세요."
이만 가봐야겠다며 꾸벅 인사를 한 고은은 순영의 얼굴을 슬쩍 흘겨보고는 이내 방향을 틀어 대기실로 발걸음을 향했어.
쟨 왜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 거짓말인 거 안 들켰으려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비교적 차가운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걷던 고은은 복도 한가운데 멀찍이 혼자 서있는 너봉을 보았어.
당황함이 역력한 얼굴에서 너봉이 모든 걸 지켜봤음을 알아챈 고은이 미소를 지었어. 어느 그 누구보다 여유롭고 고고하게.
너의 것을 빼앗기는 소감이 어때.
고은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어.
25.
화장실에 들어간 너봉이는 제일 구석 칸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시간에 잠겼어.
요즘 들어 너봉에게 유독 까칠했던 고은의 태도와 방금 전 순영과 함께 웃던 고은의 모습이 오버랩되자 너봉이는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닐까. 정작 고은 언니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만 이러면 너무 웃기잖아.
너봉이는 괜한 오해를 털어내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어.
세면대로 가 수도꼭지를 비틀어 흘러나오는 물살을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제 고민도 차라리 저 물살에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너봉이었어.
얼마 있지 않아 곧 리허설이 시작됐고 무대에 선 너봉이는 아무탈없이 노래를 부르는 듯 하다가 별안간 가사를 까먹어버렸어.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 렌즈를 보자 머리가 백지처럼 하얘진 너봉이는 리허설이 끝나고 멤버들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지.
주연은 그런 너봉이 안쓰러웠지만 리더로서 해야하는 쓴 말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어.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 너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 보는지 알아?"
주연이 언성을 높여서 호통치자 너봉이는 주변을 둘러보았어.
애꿎은 마이크만 만지는 멤버들과, 그리고 차디찬 시선으로 너봉을 바라보는 스탭들.
너봉이는 그들 모두에게 허리를 굽히며 죄송하다고 사과했어.
머리가 바닥에 닿게끔 죄송합니다, 이 한 마디만을 마치 기계처럼 반복하는 너봉에 오히려 지켜보는 주연이 더 울컥했지.
평소 실수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던 너봉이 실수를 한다는 건 괜한 문제가 아니란건데.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고 지금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 너봉을 생각하니 절로 속이 상하는 주연이었어.
"됐어, 그만해."
"...정말 죄송합니다."
그만하라는 주연의 말에도 너봉이는 사과를 그칠 줄 몰랐어.
마인드 컨트롤 하나 못한 건 온전히 제 탓인데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까지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못해서였어.
그만하라고, 주연이 더욱 단호하게 말하자 너봉이는 그제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었어.
그런 너봉이의 모습을 잇따라 계속 응시하던 고은은 처음 보는 너봉이의 약한 태도에 불쌍한 감정이 절로 들었어.
뒤늦게 자신이 너봉을 동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은은 연민을 억눌러 잠재웠어.
왜 저런 애한테 감정 소비를 해. 내가 미쳤다고.
하지만 고은은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어. 헛된 것에 익숙해져 정작 자기 감정마저도 속이고 있다는 걸.
26.
우여곡절 끝에 리허설을 마친 너봉이는 사전녹화가 끝나자마자 숙소로 돌아갔어.
이유를 묻는 매니저 오빠의 질문에 그저 몸이 안 좋다며 둘러대자 매니저 오빠는 별말없이 너봉을 숙소로 데려다주었어.
1위 발표식에서 보이지 않는 너봉이의 모습에 팬들은 무슨 일이 있냐며 너봉의 SNS에 댓글을 달았고, 너봉이는 자신의 셀카와 함께 몸이 안 좋을 뿐이니 걱정 말아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어.
때마침, 뒤늦게 순영의 카톡이 도착하자 너봉이는 축 처져있던 몸을 일으켰어.
[ 어디에요? ] PM 1 : 57
[ 나 지금 너봉씨 보고싶어요 ] PM 1 : 57
[ 괜찮으면 비상구 쪽으로 와줄 수 있어요? ] PM 1 : 57
몇 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이걸 보다니. 김너봉 바보.
자책하던 너봉이는 답장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늦었어도 답장은 해야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어.
PM 7 : 44 [ 헐 선배 미안해요 ㅠㅠ 폰을 차에 두고 내려서 방금 봤어요 (이모티콘) ]
PM 7 : 45 [ 전 엔딩 안 서고 일찍 왔어요 몸이 조금 안 좋아서 ]
톡을 하나 더 보내자마자 시간 옆에 붙어있던 노란색 숫자가 사라졌어.
숫자가 없어진지 몇 분이 지나서야 순영에게서 답장이 왔어.
아, 맞다. 선배 타자 속도 느리지.
[ 어디가 아파요? ] PM 7 : 49
PM 7 : 49 [ 그냥 두통이 있어서 ㅜㅜ... ]
PM 7 : 49 [ 심각한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ㅎㅎ ]
[ 세상 걱정 다 들게 해놓고선 안 해도 되는 건 뭐에요 나 속상하게 ] PM 7 : 52
순영의 실제 말투와 너무나도 닮은 답장에 너봉이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
정신 없이 웃는 와중에 순영에게서 톡이 하나 더 도착했지.
[ 지금 영상통화 돼요? ] PM 7 : 54
너봉이는 영상통화란 말에 소스라치며 벌떡 일어섰어.
너봉이 급하게 타자를 두드리며 답장을 보내려는 순간 순영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어.
3, 2, 1... 3초 카운팅을 한 너봉이 전화를 받았어.
- 너네 이상한 소리할 생각 하지마.
- 어, 안녕하세요!
화면 건너편에서 보이는 세븐틴은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시끌벅적했어.
석민이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자 순영은 금세 고개를 돌리고는 멤버들을 밀어냈어.
- 미안해요. 얘네가 마음대로 영상통화 걸어버렸네. 불편하면 끊을게요.
"아니에요, 안 불편해요!"
- 형수님! 사실 아까 순영이 형이 전화 걸까 말까 고민하길래 저희가 확 걸어버렸어요-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어. 너봉과 순영의 대화에 느닷없이 끼어든 승관이 사실대로 토로하자 순영은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뗐어.
- 아, 다 조용히 해. 너봉씨 아픈 건 좀 괜찮아요?
"쉬니까 다 나았어요. 이젠 정말 걱정 안 해도 돼요!"
- 다행이네요. 엔딩 때 없는 너봉씨 찾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맞아, 이 형이 얼마나 두리번거리던지 다람쥔줄 알았다니까. 석민이 우스갯소리로 말하자 너봉이는 참았던 웃음이 터져버렸어.
입을 가리는 너봉이 눈에 들어온 승관은 어, 웃으신다! 하고 소리쳤고, 그 말에 순영은 석민과 승관에게 향했던 제 시선을 다시 너봉이에게 돌렸어.
- 누구 애인인지 웃는 게 참 예쁘네.
"누구 애인인지 정말 몰라요?"
- 에이, 설마.
가슴 깊은 곳을 간지럽히는 순영의 말에 너봉이는 베시시 웃었어.
순영도 그런 너봉을 따라 함께 미소를 짓다 이내 연습할 시간이 되었는지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너봉도 하는 수 없이 손을 내흔들었지.
통화가 종료되고 너봉이는 다시 적적함에 잠겼어.
이럴 줄 알았다면 고은 언니 대해서 선배한테 뭐라도 물어볼걸.
고은을 떠올리자 다시 갑갑해져오는 가슴에 너봉이는 참았던 한숨을 터뜨렸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은 너봉이는 제 다리를 감싸안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어.
선배가 말하기 전까진 아무 것도 믿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사담 |
안녕하세요, 권순영 덕후입니다 >ㅁ< 오늘도 역시 급하게 쓰느라 내용이 엉망진창이네요 ㅠㅠ 치환 오류나 오타 있으면 편하게 댓글 주세요! 오늘 6화는 혼자서 오해하며 끙끙 앓는 토끼와 고은을 서서히 의심하는 순영이, 그리고 막내를 속이면서 죄책감이 들기 시작한 고은. 인물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생각하면서 봐주셨음 좋겠어요! 이렇게 굳이 말씀 드리는 건 제 필력이 부족해서 글로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까봐... ;ㅅ;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ㅎㅁㅎ |
♥순영이의 토끼들♥ |
Dly 천사영 메리 밍구밍구 예찬 낭낭 오메 백일몽 고라파덕 세대주 한솥 뿌뿌젤라 유레베 만보네감귤 슬곰 DEL 호시시해 7월17일 요를레히 뿌뿌까까 애정 세븐틴틴틴 코코몽 필소 김녕 치즈쨘 아장이 방울방울해 배고파 크림빵 으갹갹 전늘보 눠예쁘다 칠백 우지별 밍구찡 검은콩 몰몽 넉zzㅏ 순영 공듓님 디노로운 쑤하진 1472 플라워 9월의겨울 햄찌 베리소스윗 설탕모찌 피치 조히 필소 아움 둡돌고래 잠시 세봉쓰 감자오빠 달달 뀰 햇살 뀨지훈 10시10분 도리도리 흥권호시 빼빼빼 호시탐탐 새벽 최순 민쵸 잠만보 워누야 딸기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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