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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퍼포먼스팀 리더 권순영 X 신인 걸그룹 권순영 덕후 너봉
1.
너봉이는 2016년도 늦여름에 데뷔한 걸그룹의 메인댄서야. 중소 기획사 소속이라 엄청난 관심을 받고 데뷔한 건 아니었지만, 타이틀곡이 예상 외로 대박을 치는 바람에 음악 프로그램 1위는 너봉네 그룹이 싹쓸이를 했어. 회사에서는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신곡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얼마 있지 않아 컴백을 하게 되었어.
“요즘 인터넷상에서 너봉 양의 직캠이 뜨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네, 그럼요! 저희가 스케줄 끝나고 숙소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 반응 살펴보는 거에요.”
인터뷰를 하던 리포터는 너봉이의 당찬 대답에 하하호호, 웃더니 다시 질문을 던졌어.
"너봉 양이 연습생 때부터 춤 실력이 어마무시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혹시 춤 조금만 보여줄 수 있어요?”
뭐야, 이건 대본에 없었는데. 딱봐도 리포터가 즉흥적으로 만든 질문인 게 분명했어. 아이돌 사이에서 인터뷰하기 무서운 리포터로 꼽히는사람 중 하나라더니만,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던거야. 너봉이는 속으로 분을 삭히며 억지웃음을 지었어. 그럼요, 당연히 되죠.
“자아- 노래 틀어주세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너봉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어. 너봉이 춤을 출 때마다 멤버들과 리포터는 리액션을 넣어가며 환호성을 질렀지.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나자 카메라에 대고 90도로 인사를 한 너봉이 자리에 돌아와 앉았어. 리포터는 연신 박수를 치며 감탄을 뱉었어.
“정말 멋있네요. 왜 갓너봉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네요.”
“와아, 부끄럽네요....”
너봉이 화끈해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어.
“아!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요.”
“네네.”
"너봉 양의 롤모델이 세븐틴 호시라고-“
이럴 줄 알았다.
“어… 말을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는데, 제가 연습생 때부터 호시 선배님의 굉장한 팬이었어요. 근데, 그걸 팬분들이 아시고서는 팬싸인회에 오실 때마다 호시 선배님 굿즈를 사오시는 거에요.”
“아, 정말요?”
“네, 제가 그걸 들고 웃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더라구요….”
너봉이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자신 없게 말하자 리포터는 뒤로 넘어갈 듯 깔깔 웃었어.
“자, 그럼 호시 씨에게 영상편지 한 번 해봅시다!”
“네… 네!?”
너봉이 놀라서는 다시 되묻자 리포터는 말을 못 들은 체하며 영상편지를 찍을 카메라를 가리켰어. 자포자기한 너봉이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지.
“호시 선배님,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무대 위에서의 선배님 모습 보면서 선배님처럼 멋진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요새 날씨 많이 추우니까 조심하시구요! 지나가다 만나뵙게 된다면 인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찍은 영상편지는 인터넷에서 수없이 공유되며 인기를 탔고, 너봉이의 연관검색어에는 순영이 제일 먼저 따라붙게 되었어.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너봉이는 고민이 많았어.
혹시나 열애설이라도 나서 순영의 이미지에 타격이라도 생긴다면…. 온갖 걱정이 너봉이의 머릿속을 덮쳤어.
2.
순영은 자신의 이름을 포털 검색창에 두드리자 제일 먼저 뜨는 너봉이라는 글자에 어깨를 으쓱였어.
너봉이라면 작년에 데뷔한 걸그룹 멤버 아닌가하고 생각하며 그 글자를 누르지.
“….아,”
연관 검색어를 누르고 들어가자 너봉이 순영의 열렬한 팬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계속해서 떴어.
순영도 빛나는 분들의 팬인 입장에서 너봉이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어. 오히려 너봉이 자신의 팬들에게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 들었지. 혹시나하는 마음에 기사 댓글창을 열자 나쁘지 않은 반응에 순영은 저도 모르게 안심했어.
[둘이 잘 어울리는데 언제 한 번 콜라보 무대 했으면 좋겠다 ㅠㅠㅠ]
[순영너봉 활동 언제 겹치나요ㅠㅠㅠㅠㅠ 만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콜라보레이션도 나쁘지 않지.”
사실 순영은 너봉이 춤을 잘 춘다는 건 진작에 들어서 알고 있었어. 걸그룹엔 관심 없지만 춤을 잘 춘다면 얘기는 달라지거든. 순영은 한참 동안 너봉이의 포털 프로필 사진을 쳐다보더니 유튜브에 들어가 너봉이의 직캠을 보기 시작해. 이건 관심이 아니라…. 그래, 비즈니스야. 순영은 혼자서 합리화를 했어.
3.
그러던 어느날, 세븐틴과 너봉네 그룹이 활동시기가 겹치게 되었어. 너봉이는 그 소식을 듣고 드디어 순영의 실물을 영접하는구나, 하고 들떠있었어.
“언니, 만약에 선배가 나 못생겨서 막 실망하면 어떡해? 춤 못 춰서 실망하면? 나한테 욕하는 거 아니야?"
너봉네 그룹 리더인 주연의 팔을 붙잡은 너봉이 말을 속사포로 뱉어냈어. 울상이 된 너봉이의 얼굴은 툭 건드리면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지. 주연은 너봉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끌어안았어. 그럴 일 없어. 너 충분히 예쁘고, 춤 잘 춰. 걱정하지 말고 푹 자. 주연의 말에 너봉이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더니 제 방으로 들어갔어.
너봉이의 방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주연은 푸흐흐 웃었어. 그래, 나 같아도 떨리겠다.
4.
너봉네 그룹 대기실은 리허설 준비로 시끌벅적했어. 그 와중에 너봉이는 혹시나 순영이 지나갈까 대기실 문 틈새로 복도를 지켜봤지.
“선배님 안 보여?”
“응, 아직 안 오신 건가….”
주연의 물음에 너봉이는 금세 침울해졌어. 드디어 보는구나, 생각했는데 순영은 커녕 세븐틴 멤버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야.
“리허설 들어갈게요!”
스탭이 대기실 문을 열고 크게 소리치자, 멤버들은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대기실을 나섰어. 너봉이는 오늘은 순영을 보기 글렀다고 생각하며 멤버들의 뒤를 졸졸 따라갔지.
그때, 갑자기 멤버들이 멈춰서서 인사를 하는거야. 너봉이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얼떨결에 꾸벅 인사를 했어. 까치발을 들어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멤버들이 워낙에 키가 커서 그런지 너봉이는 평균 정도의 키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 얼굴 확인하기를 포기한 너봉이는 다시 멤버들의 뒤꽁무니를 총총 따라갔어.
"어, 너봉씨네."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제 이름에 너봉이는 뒤를 돌아봤고,
"안녕하세요, 너봉씨."
그렇게 기다리던 순영을 드디어 만났어.
글잡에 글 쓰는 건 처음이라 신기방기하네요 >3<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소재가 생각나서 마구 쓴 거라 구성도 이상하고 뜬금 없을 수도 있어요.... ㅎㅎ 다음화 대충 구상하고 있긴 한데 원하신다면 계속 연재할게요 ㅎㅅㅎ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