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짘경] Love, really
written by. 맥
Why did you choose the death?
― 아, 됐다…잘 들려요?……지익……그……어떻게 인사말을 건네야 될지 모르겠네요. 지금 이걸 듣고 있는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 분명할 테니까, 음……일단은 고맙다고 할게요. 전혀 의도치 않았을 게 분명하지만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들어준 첫 번째 사람이에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해서 결국 내 속에서 암으로 자라버린 그 지독하고 암울한 이야기를, 그 이야기가 당신이 봤을 나의 마지막의 이유에요. 헛구역질이 나도 끝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우지호고 음악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제가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ZICO의 음악을 한 번쯤 음악 재생 목록에 넣어봤을 거에요. 자랑은 아니지만 음악계에선 꽤 알아주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저의 오래된 친구이자 애인인…친구이자 애인……하, 아니요. 다 아니에요. 저는, 그 애를 뭐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몇 년이 지났지만 그 일 이후론 계속 이런 고민뿐이었고 그 고민은 항상 저에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선사해요. 두통약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아요.
저는 항상 그 애를 보며 저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랑을 느꼈고 온몸에 염산을 뿌린 듯한 미칠 것 같은 죄책감도 느꼈으며 눈이 뒤집히는 황홀감, 지독한 자기혐오도 느꼈어요. 제가 그 애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표현했지만 아직도 모자래요. 제가 표현한 것보다 더 깊고 어둡고 곰팡내가 나고…미친 거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알아요, 저도 정상 아닌 거. 정상인처럼 살려고 노력한 결과에요. 씨발. ……아무튼 그 애의 이름은 박경이에요. 저랑 동갑인 24살이고 고졸이에요. 직업은 없어요. ……눈이 되게 예뻐요. 크고 반짝이고. 귀엽게 생긴 편이에요. 체구도 작아서 제 품에 쏙 들어오고. …흐흐.
어? 벌써 5분이 넘었어요? 생각보다 많이 떠들었나 보네요. 5분 전만 해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랐는데……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어디서 시작되고 어떻게 끝이 날지는 알고 있죠. 이제야 이야기 시작해서 죄송해요. 딱 6년 전 이야기에요.
경이랑 저는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게다가 고아원에서도 몇 없는 동갑 친구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서로가 서로의 분신인 것처럼 함께 지내왔죠. 고아원은 물론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저희를 말 그대로 '둘도 없는 친구' 라고 생각하셨겠지만 그게 어떻게 변질된 건지 저희 둘은 고2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어요. 딱히 큰 사건이 있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도 아니었고 서로가 게이라는 자각도 없는 상태였으니까 말 그대로 물 흘러가듯, 장난처럼 시작했던거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벼웠던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안 알아도 될 것까지 다 아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니 새롭더라고요. 신선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외로 빨리 깊어졌어요. 생각보다 심하게 깊어지기도 했죠. ……으레 그러듯 피 끓는 청소년의 호기심과 반항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어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저희가 그 희생양입니다. ……후회해요, 미친 듯이. 그 날을…저의 호기심이 조금만 덜 강했더라면…. 혹시 지금 이 이야기를 듣는 당신이 아들이 있다면, 아들이 생긴다면 오토바이만은 멀리하게 하세요.
우리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고등학교 와서도 매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밑거름이 돼주며 항상 틀의 박힌 교실을 벗어날 생각과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생기는 알 수 없는 열망을 풀어줄 재미난 것과 공간이 필요해 방황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바이를 한 선배한테 빌려 타게 됐습니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날카로운 촉감과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엔진 소리, 시야를 어지럽히는 자동차들의 백라이트.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하다 보면 내가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우주를 돌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궤도를 잃어버린 행성이 되어 우주를 벗어나는 기분도 들었죠. 한 몇 개월을 그렇게 오토바이에 한창 정신팔려 있는데 때마침 광복절이 왔고 광복절에 빠질 수 없는 폭주족 놀이가 열릴 예정이라고 오토바이를 빌려줬던 형이 저보고 같이 나가자고 했습니다. 네가 혼자 타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침이 마르게 자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형이 그렇게 간절하게 꼬드기지 않았어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해 망설임 없이 동참하겠다고 했고 형은 저에게 낡은 오토바이를 빌려줬습니다. 광복절 날, 여기저기서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났고 경찰 호루라기 소리도 났으며 자동차의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귓구멍을 가득 메웠습니다. 도로 위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지만 우리에겐 더 없는 무대였습니다. 경찰의 오토바이를 따돌릴 때마다, 경찰의 손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갈 때마다 지금껏 했던 어떤 게임보다도 더 재밌었죠. 저의 등 뒤로 경이가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보고 같이 타고 싶다고 징징거리던 참에 제가 선물차원으로 태웠던 거죠. ……다음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지금까지 수백 번을 제 꿈에 나왔고 강제로 재생됐던 기억이지만 그 언제나처럼 괴롭습니다. 죽고 싶어요. …저는 그 신물 나는 광경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겠죠. 하얀 선…지금 제 눈앞에 보이는 저것이 저를 출구로 인도해줄 것이 분명하겠죠? 저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도할 거에요. 하느님이 언제부터 제 기도를 안 들어주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기도해야죠. 마지막 기도를 무시할 만큼 하느님은 냉담한 분이 아니실 테니까.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순간순간만. 잊지 못할 장면들만 낙인처럼 뇌 속에 담아두고 있으니까요. …앞에선 귀가 아플 정도로 파열음이 났고 아주 커다랗고 긴 트럭이 보였습니다. 그 앞에 전복된 승용차가 보였고 그것들과 저희는 가까워졌습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벌벌 떨렸어요. 뒤늦게, 거의 부딪치기 전이 돼서야 저는 핸들을 꺾었습니다. 그 이후론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앞뿐만 아니라 뒤에서도 엄청난 충격이 왔고 시야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부딪치고 튕겨 나가고 그런지 몰라요. 하지만 아픔, 고통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도 모자란 지독한 것이 온몸에서 느껴졌고 비릿한 피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그냥 바로 병원에서 눈 떴으면 좋았을걸. 저는 죽고 싶지 않다는 강한 생존본능에 의해 눈을 떴고 저 멀리서……경이의 갈색 머리통과 제가 사준 귀여운, 피에 물들어가는 노란색 후드티를 봤습니다. 그 순간 제가 맡고 있는 저의 피가 분명할 비릿한 피 냄새가 경이의 것만 같았습니다. 시야가 흐려졌어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렸습니다. 그대로 저는 기절을 했고 병원에서 눈떴습니다.
3년 전, 원장실에서 경이와 저에게 8만 원을 쥐여주시며 우리를 밖으로 내보내셨던 고아원 원장 선생님이 눈 뜨자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는데 그때야 제가 그동안 좋은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다른 고아원 원장이라면 이런 곳까지 찾아오시지도 않았을 거니까요. 원장쌤은 마지막 배려랍시고 그 비싼 병원비를 다 대주셨고 저는 5중 추돌사고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그저 오랫동안 병원에 있으면 되는 골절과 간단한 근육 손상일뿐이었습니다. 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의사쌤은 말씀하셨고 우습게도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 차렸던 그 날 저녁, 저는 뒤늦게 경이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제 자신은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에 미쳐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물을 따라주던 원장 선생님의 몸짓이 일순간에 굳었고 선생님 얼굴 위로 갑작스러운 절망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 느낌 알아요?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고 온몸이 차게 식는 느낌? ……원장 선생님과 저는 서로 그렇게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제 머릿속을 섬광처럼 치고 지나간 영상들은 가히 말할 수도 없이 끔찍했죠. 어디선가 강한 피 냄새가 났습니다. 기절하기 전에 맡았던 저의 피 냄새이자 경이의 피 냄새가. 저는 그대로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먹은 게 없어 쓰디쓴 위액만 넘어왔습니다.
저는 얼른 대답해달라며 큰소리로 선생님을 다그쳤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 못 하셨습니다. 굳게 다물어진 주름진 입술이 그렇게 증오스러웠던 적이 없었죠. 속에서 열불이 나고 딱 눈 뒤집히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저는 막무가내로 손목에 꽂아진 링거을 뽑았고 으스러진 뼈에 힘을 주며 일어나려고 애썼습니다. 온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어서 삽시간에 저의 몸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선생님은 제 몸을 누르며 애원했습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가 경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계속 죽을 각오로 몸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몇 분을 그렇게 지옥의 시간을 견뎌냈을까요.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진정제를 저에게 투여하셨습니다.
……원장 선생님의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경이가 시력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저의 잘못된 유혹에 넘어가 오토바이를 고작 한 번, 그날에 탔던 경이인데 정말 의아하게도 하느님은 저에게 주어야 할 모든 벌을 경이에게 준 듯했습니다. 믿기지도 않았지만 아무도 제게 거짓말이라고 해주지 않아서 저는 강제로 그 말도 안 되는 사실을 꾸역꾸역 받아들였습니다.
병원에 있은 지 한 달이 지나고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해진 저는 곧바로 경이의 병실을 찾아갔습니다. 병실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몇 번이나 했는지 셀 수 없었습니다. 경이의 크고 예쁜 눈을 유독 좋아했던 저는 그저 경이가 시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만으로도 참을 수 없이 괴로웠고 문을 열자 보일 현실은 상상보다 더 지독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문을 열었고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경이가 보였습니다.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던 건지 저의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장쌤의 말을 그 순간만큼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어서 일어나길 바라서 헛소리를 지껄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휠체어를 끌어 경이의 앞에 선 순간, 미묘하게 저를 빗겨나간 햇빛을 받은 갈색의 눈동자의 초점이 불안으로 쪼그라들었던 저의 심장을 가루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저를 보지 않은 시선이 그렇게 슬픈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 장면은 단연코 제 생의 가장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참을 새도 없이 꺽꺽거리는 울음소리가 나왔고 경이는 제 울음소리를 듣고 삽시간에 몸을 굳히더니 같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경이는 소리를 지르고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간호사들은 저희를 떼어놓았습니다. 삼류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정말 좆같고 더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서러웠습니다. 이렇게 돼버린 우리가 너무나 가엽고 그것이 너무 서러워서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울었습니다.
경이를 만나러 갔던 그 날 며칠 후, 경이는 자살기도를 했고 저도 경이를 따라 자살기도를 했습니다. 경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저의 탓이기 때문에 그 커다란 죄책감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도망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가 그러더라고요, 경이가 저의 자살기도를 말려달라고 그 간호사분에게 온갖 애원과 협박과 떼를 썼다고. 불행한 건지 다행인지 저희는 정말로 서로가 필요한 것 같았고 미련스럽게도 아직도 사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살기로 했습니다. 평생 죗값을 치루며 살아가도 그것마저 저에겐 아주 가벼운 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경이도 다행히 저를 따라 살아주었습니다.
저는 퇴원을 하자마자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음악 쪽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 공부를 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경이를 먹여 살려야 했고 경이를 편하게 해줘야 했습니다. 그게 죄책감의 작은 덩어리 하나를 덜어줄 것 같았기 때문에 들을 소리 못 들을 소리를 다 들으며 음악 프로듀서으로써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 쳤고 저는 다행히 나름 성공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경이에게 좋은 집을 사주고 좋은 재활치료를 받게 했으며 좋은 활동과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죄책감은 저를 더 깊은 구렁이 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끈질기고 악착같이 저에게 달라붙어 저의 숨통을 집어삼켰습니다. 경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 하든 자신의 시력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아 체념한 건지 약간의 증세를 보였던 우울증과 조울증에서 벗어났고 저는 경이의 밝은 모습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내가 그때 경이를 태우지만 않았어도 더 밝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 날의 장면은 언제나 꿈에 나와 저를 몇 번이나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경이가 눈만 다치지 않았더라면, 하는 희망고문은 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경이가 행복할수록 저는 불행했고 그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해져 결국 저를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이를 한 때 증오도 했습니다. 왜 눈병신이 돼서 저를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 정말 나쁜 놈이 되어버리고자 다른 여자, 남자와 바람을 펴보려 했지만 번번이 경이가 저를 붙잡더라고요. 매번 눈앞에 아른거렸던 경이는 숨 막히게도 울지도 못한 채 웃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경이가 자기가 괴로워하면 제가 그것의 곱절로 괴로워할 것을 알기에 마음껏 괴로워하지도 못하고 애써 밝은 척 연기를 하는걸. 어쩌면 경이는 저보다 더 깊은 죄책감과 절망의 구덩이에 이미 질식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저의 이 마지막 선택에 모두가 행복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정말로 경이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칠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린 채 잘 살아가는 사람이 몇일까요. 경이를 너무 사랑해서 괴롭습니다.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제게 없을 내일도 그러겠죠. 이렇게 기형적으로 자라버린 감정이 차라리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더는 죄책감의 구덩이에서 헤엄칠 힘도, 순환되는 악몽에서 버틸 힘도 없습니다. 무책임한 거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과연 제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누구에게 행복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이를 위해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이제 6년이 돼가는데, 저는 요즘 자꾸만 의구심이 듭니다. 경이는 빌어먹을 애인 놈 때문에 자기가 시력을 잃었는데 애인은 너무나 멀쩡해서 과연 행복할까요? 증오스럽고 복수하고 싶지 않을까요? ……경이는 요즘 약을 먹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약을. 경이는 또 자살기도를 하려는 걸까요? 저는 경이를 위해 그 약을 버려야 할지 아니면 모른 척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경이도 저처럼 죽음이 마지막 행복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하지만 오기 전에 다 숨겨놨습니다. 저의 마지막은 경이의 새로운 출발이 될 테니까요. ……저희는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됐습니다. 그저 서로 안고만 있지요. 경이의 품은 따뜻한 동시에 저를 난도질하는 듯 날카로운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경이를 위한 최선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미친놈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생각 없이 써내려가는 말도 안 되는 연애 소설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제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슬프냐고요? 아니요, 전혀. 마지막 비상계단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저는 경이를 너무 사랑해서 죽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될 형별의 악순환을 죽음으로써 벗어날 것입니다. 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할 테니 제 눈은 경이에게 주세요. 마지막 부탁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행복과 희망의 조각입니다. 그리고 경이에게 제 책상의 첫 번째 서랍을 뒤져 저의 마지막 편지를 읽게 해주세요. 나는 그거면 됩니다.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고 미련도 보이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제가 저지른 죄를 제가 거두어가면 됩니다. 후련합니다. ……사랑해, 경아. ……안녕히 계십쇼……지익…직!…….
"헐 대박……."
"왜, 뭔 일 났냐?"
"시발……이거 미친 거 아냐? 대박. 진짜 와……."
"아, 뭔데."
"미친……너 그 사건 알지? 어떤 게이가 자기 때문에 애인이 시력 잃어서, 죄책감에 허덕이다가 애인한테 눈 기부하려고 눈 가리고 운전해서 몇 톤하는 트럭과 부딪쳐 사망한 거."
"어! 나 그거 팬픽으로 써진 거 봤는데 시발, 존나 개슬퍼. 그저께 읽고 오열함."
"아……야, 근데 방금 그거 기사가 또 떴거든?"
"그게 왜 또 떠?"
"입에 담기도 싫다, 진짜. 와……그 눈멀었던 애인, 경찰서에 잡혀갔대."
"응? 왜?"
"그 애인이 정신착란과 우울증, 불면증 막 그런 거 일으키는 약을 꾸준히 그 자살한 남자한테 먹였대. 다량으로 발견 됏다더라. 기사보니까 적어도 2달은 먹인 것 같대. 미친 새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자기를 그렇게 사랑해서 죽었는데. ……정말 불쌍해, 그 자살한 남자."
Love, really.
@.
저는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섹피물 던져놓고 무려 한달만이네요. 기말고사 끝내고 왔어여....망할....성적 보니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저번편 올리고 느꼈던 건 정말 글잡에 눈팅 많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불맠이 눈팅 많다고 해도 그렇게 많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ㅜㅡㅜ 다들 주간아 보느라 기분이 좋을텐데...우울한 이 글을...진정된 다음에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당. 아 족발머거서 배불렁. 아 며칠 전에 어굴뮤 다시 봐봤는데....인티 탈퇴해버리고 싶었어요 증마류........하........이 글 복선 넣으느라 참으로 힘들엇어요...마지막에 독자분들 소름이 쫙 돋았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 없을 듯. 망했다, 이 글. dfalkdjf;laekjfa l이글 망했어!! 맘에 안들어!!! 찡ㅉㅇㅇ근데 난 애 이걸 거의 4일동안 쓰고 있었지. 겨울방학이네요. 달릴 예정....아님 말고.....나 왜 이렇게 침착한 거 같지? 헣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쏠크니까 이렇게 어두운 글을 들고 왔을 뿐이야....미안해 짘경아 너네 꽁냥질로 내가 대리만족을 해야하는데...참을 수가 없었어...우리 집이 나 빼고 다 커플이거든 하하하하하하핳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