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랑 짝을 한다는 개념이 조금 불안하고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도경수 때문인지 학교생활도 꽤 재밌어졌다. 처음엔 짜증내고 툴툴 거리는 게 마냥 비웃어주고 싶었는데 그게 점점 귀엽고 보고 있으면 웃음이 마구 비집고 나왔다.
김종인, 놀자!
도찐, 자는데?
걔는 맨날 자는 애니까 그냥 냅둬, 가자, 어?
너네끼리 놀아, 그냥. 나 일어나면 얘, 깨.
아, 진짜. 김종인 도찐 덕후! 사귀지, 그냥? 에휴, 진짜. 변백! 우리끼리 가자!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린 채 의자를 이어 허리와 다리까지 편하게 올려 누운 상태로 자는 도경수가 점점 익숙해졌고 찬열이 그런 나를 보고 계속해서 도찐 덕후라고 놀렸다.
도경수가 뒤척거리다 의자가 흔들려 틈이 생겨 결국 떨어졌다.
아! 김종인, 으아, 아파! 나, 아파. 으힝. 아, 시발. 진짜!
도경수는 아무리 익숙해져도 도경수였다.
뭘 보고 쳐 웃어, 씨! 큰 소리에 반 애들이 쳐다보고 큭큭 거리자 도경수가 빽 소리를 질렀다.
지가 잘 못해서 넘어져놓고 성질이야.
김조니니, 시끄러. 나 아프다고, 으어.
아 진짜, 쪼그매서 찡찡거리고. 으까, 으까하자, 우리 경수.
으까 같은 소리하네.
계속 바닥에 누워 있을래, 일어나. 더러워진다.
야, 바닥 진짜 시원해. 너도 누워봐.
엉뚱한 대답에 쪼그리고 앉았던 다리를 펴고 도경수 옆에 앉았다.
그에 도경수가 흐히, 웃어 보이는데 바닥보다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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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 우리 도찐. 오늘도 하루 종일 자다왔네.
준면이 형!
아, 형. 얘 오늘 자다가 바닥에 떨어져놓고 성질부리고, 와.
아, 귀여워. 큭큭 거리는 소리가 섞여 나오는 형의 말에 창피해져서 김종인의 등을 퍽퍽, 두어 번 때렸다.
도찐이 여자애들보다 귀여운 거 같지 않냐.
아, 형! 소리 지르자 선배들이 어어, 하고 얘기를 멈춘다.
백현이가 더 예쁘지 않아요? 구석에서 튀어나온 찬열의 목소리에 형들이 혀를 끌끌 찼다.
저 새끼는 진짜, 변백현 없으면 어떡하냐.
아, 형. 근데 김종인이 도찐 덕후, 진짜 최강. 도찐 무릎베개 해줘놓고 도찐 깰까봐 움직이지도 않고, 이게 진짜 덕후.
찬열의 말에 멈칫했다.
김종인도 계속 자는 줄 알았더니 내가 깰까봐 가만히 있었다는 소리에 넘실넘실 또 바보처럼 웃음이 흘려졌다.
어, 도찐도 웃는다! 헐, 너네 사귀냐?
내가 언제 웃었는데!
순간 김종인이 웃음을 막 터트렸다.
전부터 느꼈지만 안 웃을 것 같이 생겨서는 나보다 더 잘 웃는다.
도찐, 좋았쪄여? 하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김종인을 밀어내고 일어섰다.
난 튕길 줄 아는 이시대의 진정한 차가운 남자니까.
빵 사먹으러 갈사람?
나, 초코 빵! 하는 소리에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는데 김종인이 웃으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귀여워 죽겠다, 진짜. 김종인이 툭 던진 발언에 형들이 오오-, 하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떠들던 형들은 이내 사귀어라, 사귀어라, 하고 리듬을 맞춰 소리를 질렀다.
김종인은 무슨 생각인지 박수까지 쳐가며 그 리듬에 동조했다.
혼자 일어서 있는 나만 괜히 다 벗고 있는 느낌이었다.
김종인이 박수를 멈추고 일어났다.
아싸! 도찐 이랑 나랑 오늘부터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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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1 끝이에여 허무하져 ㅇ허헣허
작은 에피들 여러개 묶여서 에피 4까지 쓸예정이에요 길어지면 5?
에피 2에 뵈여 안늉!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