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03 문을 조심스레 열고 눈만 빼꼼 내밀었는데 문 앞에 아까 그 아이가 두 팔을 뒤로한 채 고민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한테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고민을 하는 건지 내가 나온 것도 모르는 눈치다. 괜히 놀래주고 싶은 마음에 문을 벌컥 열었다. "냐아아옹..." 그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사이에 남자아이는 고양이로 변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 데리고 들어온 그 귀여운 고양이로 말이다. 놀란 마음에 마치 말을 잊은 아이처럼 어버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왜 사람들이 너무 놀라거나 당황스러우면 그렇게 말 잘하던 사람도 입이 얼어버린다는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내 멍청한 모습에 고양이는 회색 후드집업과 까만 바지에서 벗어나와 거실 탁자에 쉽게 올라가 입에 종이를 물고 내게 다가왔다. 이 순간에도 난 얼음빔에 맞은 사람처럼 눈동자로 고양이의 행동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모습이 답답한지 다시 한 번더 소리를 내었고, 얼음 땡 하는 것처럼 정신도 번쩍 들었다. 고양이가 물고 온 종이를 들어 올려 읽어보니 어제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서 가져온 종이였다. 비에 젖어서 대부분의 글자는 읽히지 않았고 정말 듬성듬성 읽혔다. 고양이도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않았기에 소파에 앉아 글자들을 읽었다. 왜 글자라고 하는지는 방금도 말했다시피 문장이 아니었다.대부분의 글씨가 지워졌기 때문에 읽히는 글자만 보았다. 반, 수, 실험, 양이, 약, 등등 알 수 없는 글자만 가득했다. 고양이는 무언가 설명이라도 하고 싶은지 양손으로 내 팔을 끌어당겼다. 아직 아기 고양이인지 손톱이 날카로워서 내 팔은 또다시 생채기가 생겼다. "고양아, 나 팔 상처..." "냐아옹... 야옹." 내 말에 고양이는 알아듣는다는 듯이 손을 내렸고 그저 옆에 앉아 식빵 굽는 자세를 취했다. 귀엽긴 귀엽다. 가만히 고양이를 보다가 다시 손에 들린 종이를 찬찬히 읽었다. 지금 이 상태로 경찰서에 간다면 나는 아마 하얀 병원에 잡혀가겠지? 사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기분이다. 늦은 밤에 쓰레기를 버리다가 만난 고양이와 하루를 자고 일어나자 그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꽤나 잘생긴 남자가 민망한 모습으로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고양이로 변했고. 내가 많이 피곤한가... 어지럽다. 아무 미동도 없이 종이를 읽고 있으니 어느 정도 보이는 문장이 생겼다. 반인반수, 실험을 통해서 태어났다는 의미 같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내가 잘못 해석한 건가 싶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앞뒤 문장들을 다시 읽어도 반인반수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숨을 뱉고 옆을 바라보는데 미동도 없던 나 때문에 곤히 자고 있는 고양이였다.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에 있던 노트북으로 검색을 했다. 우리의 천재 친구, 초록 창의 반인반수를 검색했으나 뜨는 건 없었다. 오히려 잘못 검색했다면서 추천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종이를 들고 읽는데 아까는 보지 못한 문장이 읽혔다. 약을 복용해야 한다니. 설마 나사 같은 곳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던 실험인가. 이거 진짜 문제가 심각하네. 그렇다고 당장 이 아이를 데리고 갈 곳도 없었다. 경찰서? 정신병원? 아니. 아무 곳도 없었다. 더군다나 고양이가 언제 사람으로 변하는지도 모른다. 오... 어머니, 아버지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신 겁니까... 머리를 쥐어뜯는데 고양이는 언제 일어났는지 꽤나 좋은 점프력으로 내 다리에 올라와 앉아 시선을 맞춘다. 마치 그 행동을 하지 말라는듯한 시선이라 머쓱하게 손을 내려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좋은지 하품까지 하고 그대로 눕는다. 일단 다시 사람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까 분명히 고양이의 행방을 물으면서 대화를 시도했더니 뭔가 아는 눈빛이었다. 지금은 내 말을 알아듣는다고 해도 고양이니깐 따로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다시 사람으로 변하는 방법을 떠올려야겠다. 이럴 때 내가 천재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이것저것 많은 상상이 될 텐데 지금의 나는 수능을 말아먹은 아이의 머릿속과 똑같이 느껴진다. 백지상태. 하하. 일단 고양이가 일어날 때까지 인터넷 검색을 계속했다. 중간중간 고양이가 깨어났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까 허리가 아파서 기지개를 폈고 고양이도 그 소리에 깼는지 내 다리에서 내려와 바닥으로 갔다. 내 다리가 아팠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나? 괜한 생각이지만 뭐든 좋게 생각하면 좋지,라는 마인드로 고양이에게 줄 물을 찾으러 갔고 내 뒤를 졸졸 쫓아와 내가 건넨 물을 마신다. 언제 사람으로 변할지 모르니 일단 애완용품점에 가서 고양이 밥과 장난감을 몇 가지 사 왔다. 고양이가 참 귀여운 게 자기도 데려가라는지 후드집업 위에 앉아있다가 신발장까지 따라나왔다. 솔직히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혹시나 밖에서 사람으로 변하면 큰일 나니깐 집에 놓고 갔었다. 집으로 뛰어오니 고양이는 내가 나갔을 때 보여준 자세와 똑같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주는 애교까지 보여준다. "고양아, 이건 네 장난감." 꽤나 비싼 돈을 들여서 사온 장난감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앞발로 장난감을 툭 밀었다. 이게 가장 인기 있다고 했는데 뭐지... 지금 상술에 넘어간 건가? 대신에 내가 대학교 과제로 만들었던 토끼 인형을 언제 물어왔는지 그걸 입에 물고 달려온다. 저거 2년도 더 지난 건데... 뺏으려고 하자 우는소리를 낸다. 결국 그 인형을 고양이에게 줬고 혹시 배가 고플까 봐 새로 사온 밥그릇에 사료를 적당히 담아놓았는데 허겁지겁 먹는다. 분명히 사람일 때도 밥 많이 먹었는데... 혹시 아예 다른 생명체인가. 고양이는 고양이고, 사람은 사람이라서 사람일 때 먹은 밥이 기억이 안 나는 건가? 고양이가 밥을 먹는 동안 작은 노트에 기록을 했다. 혹시 나중에 이상한 일이 생길까 봐 상세하게 적었다. 그리고 노트를 닫고 고양이와 아슬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잉, 해가 반겨주고 이써. 얼릉 이러나."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비몽사몽한 채로 눈을 떠보니 코앞에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그 남자도 낮게 헉, 하는 소리를 냈고 금세 웃음을 지어 보인다. "주잉, 나 오늘은 주잉이가 안 놀라며는 조케써서 옷도 이러케 벌써 이버써. 자래찌? 그러니까 주잉이가 꾸기 맘마죠. 배에서 꼬르륵하고 우러."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자랑스럽게 웃어 보이는 그 남자는 고양이의 탈을 쓴 사람이다. 고양이가 아니라 오늘은 또 사람이네. 당장 그를 잡아서 물었다. 왜 사람이냐고. 어떻게 해야 변하냐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내 질문에 남자는 입술을 쭉 내밀고 발장난을 쳤다. "꾸기가 궁그만게 아니라 주잉이 나 버리려고 무러보는 거지? 꾸기 배 많이 고픈데... 꾸기 맘마 먼저 주면 참 좋은 주잉이일 거 가타." 말을 돌리는 탓에 옅은 미소를 보이곤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어제의 고양이처럼 내 뒤를 따라와 수저를 놓았다. 안 해도 된다는 말에도 꿋꿋하게 놓는 건 변하지 않았네. 이제 양치를 시켜주려고 욕실로 데려가는데 발버둥 친다. 다 큰 어른의 모습으로 저러니깐... 사실 귀엽다. 반강제로 손에 칫솔을 올려놓고 가르쳐주는데 언제 또 칫솔을 주웠는지 두 개를 들고 장난친다. "주잉, 이르게 두 개 하면은 1분만 해도 갠찬치? 꾸기 너므 똑또캐."
못살아. 오늘은! 구독료! 없는 날! 많이 보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면 꿈에 우리의 꾸기가 등장을!!! ㅎㅎ [암호닉] 언제나 받습니다. 사랑함다. [암호닉] 설탕모찌, 꾹피치, 쿠크바사삭, 망개침침, 뿜뿜이, 땅위, 난나누우, 흥탄, 갤3, 물망초, 요랑이, 꾸꾸까까, 대구미남, 깡태콩, 애블바디댄스 예아, 뉸기찌, 윤기네설탕, 오빠아니자나여, 뉸뉴냔냐냔,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