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01
"쿠키야, 와서 밥 먹어요." "쿠키 맘마 싫어. 안 머거. 주잉 마니 머거." "자꾸 그러면 오늘 쿠키가 좋아하는 인형 세탁해야겠다." 쿠키가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들고 식탁에서 흔들자 결국 꼬리를 내리고 입을 앙 다문 채 내게 걸어오는 쿠키였다. 식탁에 앉아 내가 건네주는 아기용 숟가락을 들고서야 쿠키에게 토끼 인형을 건네주었다. 그제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계란죽을 한입 떠먹는다. 그런 쿠키를 바라보면 정말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먹기 싫다면서 주먹을 쥐고 있던 쿠키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면 금방 먹어치운다. 쿠키에게는 미안하지만 태태, 그러니깐 토끼 인형을 인질로 잡고 식탁까지 불러야 된다. 내가 쿠키를 키우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깨달은 꿀 팁이랄까. 사실 동물을 멀리서 보는 건 좋지만 직접 만지고 키우는 건 싫어하던 나였는데 의도치 않게 쿠키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쿠키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말을 한다. 그 말이 "야옹 "이 아닌 사람의 말을 하고 지낸다. 물론 매일 하는 건 아니다. 쿠키가 사람의 모습일 적에는 이야기를 하지만 고양이로 돌아가면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도 답답한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 나오면 앙칼지게 야옹 소리를 지른다. 그때마다 나도 답답해서 괜히 쿠키를 째려보지만 그 귀여운 눈망울로 애교를 부릴 때면 나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박하사탕을 먹은 듯 뚫리곤 한다. 아, 그래서 내가 쿠키를 키우게 된 이유는 굉장히 간단했다. /과거 (약 한 달 전) 쓰레기를 들고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항상 내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은 날씨가 우중충하다지. 대충 옷을 걸치고 우산을 들고 뛰어가는데 누가 이미 버린 쓰레기통 앞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렸다. 동물을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도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는 울음을 뱉으며 쓰레기통을 찢고 있었다. 그런 고양이를 데리고 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가 안 데리고 오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아 집으로 일단 들어가려고 했다. 맨손으로 만지면 고양이가 싫어할 것 같아 두꺼운 담요를 챙기려는데 몇 발자국 걷다 보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종이가 있었다. 대충 읽어보니 고양이 이야기가 있기에 버려진 것 같아 그 종이도 들고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하필 집에 있던 담요를 세탁 중이라 내가 자주 입던 약간 큰 후드집업을 들고 문을 여는데 소리를 지를뻔했다. 그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우리 집 앞에서 식빵 자세를 하고 있었다.물론 귀여워서 소리를 지를뻔하기도 했으나 나도 모르게 쫓아온 고양이가 놀라웠다. 도망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부끄러워질 만큼.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지체 없이 집업에 고양이를 감싸 안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혼자 사는 집이라 보일러도 잘 안 틀고 있는데 추위에 떨고 있는 고양이를 보니 안 틀 수가 없었다. "고양아,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해질 거야. 기다릴 수 있지?" 내 말을 알아듣는 듯 눈은 감았지만 아주 작게 소리를 냈다.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고양이를 데리고 욕실로 가는데 내게서 미친 듯이 벗어나려고 했다. 하긴. 어디서 읽었는데 고양이들은 목욕을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젖어있기에 강제로, 아니 달콤한 말로 고양이를 데리고 목욕을 시켰다. 도중에 몇 번이나 밖으로 나가려는 고양이에게 내가 예전에 만든 토끼 인형을 보여주면서 간신히 달랬다.
덕분에 내 손목에는 작은 생채기들이 생겼지만. 그래도 목욕을 시켜놓고 보니 꽤나 예쁜 고양이같이 보였다. 자기도 험난한 목욕을 끝내고, 방도 따뜻하겠다 말도 없이 내 후드집업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도 예상치 못한 만남과 일들에 피곤이 몰려와 고양이 옆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무슨 일이 생기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편하게 침대에서 잔 것도 아니지만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대충 스트레칭을 하곤 어제 데리고 왔던 고양이를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맨몸에 후드집업만을 걸친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이름 모르는 그 사람도 나를 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동일까!
안녕하세요, 아띠랑스입니다. ^0 ^ 암호닉 받습니다! 혹시 고양이 사진이랑 정국이 사진 둘 중에 어떤 사진이 자주 등장하면 좋을지 의견도 적어주시면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