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보다 많이 어릴 때, 처음으로 아저씨께서 나를 세상으로 내보내셨다. 아마 그 때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익힐 수 있었다. 그 전의 나는 사실상 많이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엔 없었다. 동물과 용을 구분도 못 할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난생 처음 용을 직접 보았다. 정말 컸다. 표현할 법이 그것밖엔 없었다. 지금 본다면 눈이 어떻고 머리가 어떻고 색이 어떻고 주구장창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자세하게 말할 나이가 못 됐었다.
산책을 하던 도중에 쓰러진 용 한마리를 발견했다. 거대한 몸집을 저 스스로 가동하지 못한 채로 쓰러진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웠던지 그때의 나는 단박에 아저씨에게로 뛰어가 그 사실을 고했다.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나를 따라 그곳으로 오셨다. 용을 보신 아저씨는 그 용을 쓰다듬어 기운을 내게 하셨다. 아저씨는 아직 어린 용이라고 하셨다.
"어려요?"
"그래, 어리네. 인간으로 따지면……영재보다 서너살 쯤 많은것같아."
"정말요?"
그 나이때에는 한 두 살 차이도 컸는데 서너살 차이라니, 아저씨가 계산을 잘 못하시는 줄 알았다. 나에게는 어른의 나이와도 다름없었으니까. 아저씨는 그 용이 눈을 뜨자 눈을 마주하시고는 잠시 서 계셨다. 그게 아마 교감이라는 것 같은데, 그 용은 몸을 일으키고는 날개를 곧게 펴 하늘로 날았다. 그 덕분에 인근에 있던 나무의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신이 나서 아저씨에게 열매를 주워 가자고 말했고, 아저씨는 웃으면서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나는 말씀을 다 듣기도 전에 열매를 하나둘씩 주웠고, 아저씨는 손에 물들지 않게 조심하라셨다. 열매를 줍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나는 그 때에 처음으로 살기라는 것을 느꼈는데, 누군가가 나를 굉장히 증오하는 듯한 감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아저씨도 역시 그것을 느끼셨지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두려움에 엉엉 울었고, 그런 나를 아저씨는 당황하시며 달래주시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느낌이 왜 느껴졌는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겠지만, 사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의 말로는 자신에게 물들어 살기를 느끼신 거라고 하셨는데, 당시의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 추측해 보자면 신의 기운이 물들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열 여섯이다. 그때보다도 여섯 살 더 들었고, 그때보다도 훨씬 자연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졌다. 이제는 6년 전과 같은 용과도 교감이 가능하다. 아직 직접 만나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들과 교감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외부로 나를 내보내시지 않으려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몰래 숲을 나가기로 했다. 물론 아주 잠시만, 딱 한시간만 나갔다 들어오는 거다. 단순한 산책이다. 마을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단지 이 숲을 잠시동안 나갈 생각이었다. 아저씨가 마침 일이 있으셔서 어딘가로 다녀 오신다고 하셨고, 나는 그 틈을 타 집을 도망쳐 나왔다. 집을 지나 숲에서 내려오는데, 나는 나와 같은 인간을 처음 보았다. 그 아이는 나보다도 어려 보였고, 나는 그 아이에게 이상이 있음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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