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몸을 바짝 붙이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입에 문 파이프담배의 불꽃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웠다. 기차가 서서히 멈추었다. 창 밖의 사람들이 기차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일제히 고개를 움직이는 것을 보며 기차에서 내렸다.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분주히 누군가를 찾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역에서 빠져나온 후 그저 발걸음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으며 마을을 구경했다.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거리의 상인들, 고상한 드레스 차림으로 마치 한마리의 백조처럼 걷는 여인,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듯 뛰어다니는 아이들. 내가 마을에서 본 것들이였다. 그렇게 걷기를 몇시간, 으리으리한 집 한채를 발견한 나는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담배를 손에 걸치고 달려가 정신사납게 초인종을 눌렀다. 곧 대문이 열리고 잘 꾸며진 커다란 정원이 보였다. 고개만 빼꼼이 내밀고 안을 훔쳐보듯 살핀 후 병정처럼 정원사이에 난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2층의 살짝 열려진 커튼 너머 부인은 아마 나의 이런 바보같은 행동을 전부 보고 있었을 것이다.
현관이 열리고 집사차림을 한 늙은이가 신사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시죠?”
“오세훈입니다.”
“아, 시인 오세훈씨?“
정중한 말투로 물어오는 그를 가볍게 무시하고 까치발을 들어 집 안을 구경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내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안내해 드리죠. 따라오세요.”
나는 기분좋은 얼굴로 한번 웃어보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복도를 지나 다다른 방의 문에서 여인들의 수다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내용까지 엿들을 수는 없었다. 집사가 노크하기 위해 손을 뻗었고 나는 그보다 한발 앞서 문을 벌컥 열었다. 화장대에 앉아있던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여자가 토끼눈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신사처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부인.”
“아, 네.. 혹시 오세훈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부인.”
나는 두 여인 앞에서 젠틀하고 예의바른 신사인 양 굴었다.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여자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젊은 여자는 그제야 아주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나 또한 미소로 화답했다.
“마틸다라고 해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만찬이 차려진 식탁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중년여자는 내게 제법 상냥하게 굴었다. 그녀는 내게 친절한 질문을 건넸고, 나는 무례한 대답을 했다. 반면, 마틸다는 내게 아주 경계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잠금쇠가 없는 창살 속 미친개를 보듯이. 나는 보란 듯이 접시를 들고 수프가 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비워진 접시를 다시 식탁에 내려놓았다. 입가에 수프가 지저분하게 묻어있는것이 느껴졌다. 마틸다의 눈동자가 못 볼 것이라도 봤다는 듯 새카맣게 변하는 순간 현관이 열리고 웬 남자가 들어왔다. 보슬비가 내리는 지 그의 옷에는 약간의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문득 기차역에서 눈이 마주쳤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남자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였다. 그의 눈이 우스꽝스러울 만큼 크게 뜨여져 있었으니까.
“다, 당신은..?”
“당신이 초대한 손님이예요.”
마틸다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카이라고 하네.”
나는 대답을 하지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로 주어진 접시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마틸다는 아마 못마땅한 눈빛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녀의 표정에 아무 변화가 없을 지라도. 집사가 한 사람 몫의 식사를 내오고 카이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왜 역에서 나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았나?”
“얼굴을 몰랐으니까요.”
“.. 하하, 그렇지.”
카이는 멋쩍은 얼굴로 다시 나이프를 쥔 손을 움직였다.
“시 쓴 걸 보니 실력이 뛰어난 것 같던데, 스무 살이라고?”
“아뇨, 열 여섯 살이요.”
“열 여섯?”
되묻는 그의 표정이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뒤섞여있었다. 나는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 여섯 살인 걸 알면 읽어주지도 않았을테니까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로 거절당하기는 싫었거든요.”
“스무 살이 썼다고 해도 믿기지 않을 솜씨인데 열 여섯 이라니...”
나는 역시 웃어보였다. 그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마틸다 역시 조금 놀란 표정이였다. 나는 잠시 내가 보낸 8편의 시를 읽은 카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 상상해보았다.
“식사가 끝난 다음에 자네 시를 낭송해 줄 수 있겠나?”
“싫은데요.”
고개를 숙이고 고기를 썰던 중년여자와 마틸다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집사도 나를 보았다.
“전 시낭송 같은 거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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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네요.... 오늘 새벽에 별똥별 떨어진다고 해서 밤새다가 수습도 못할 글을..ㅠㅠㅠㅠㅠㅠ 영화보신분은 아시겠지만 그냥 영화를 주인공만 엑소로 바꾼겁니다ㅠㅠㅠㅠ 랭보세훈이가 보고싶어서 이런 짓을 저질렀어요ㅠㅠㅠㅠㅠ사죄드립니다ㅠㅠ 오늘 토탈이클립스를 봤더니.. 수습도 못할 막장글이라서 끊긴것도 이상하게 끊겼네요 사실 피곤해서 다음내용이 기억이 안나요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아 생각해보니까 랭보가 탑이였어요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럴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