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안받아줄꺼에요."네?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그는 열손가락을 쫙 펴고 잔인하게도 하나씩 야무지게 접기 시작했다."십초에요. 빨리 뭐라구요?"얼굴은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우리..우리 좀 사람들 없는데로 가요, 네? 제발... 내 간절한 애원은 이초동안 이루어졌다."이제 오초 남았다. 진짜 말 안할꺼에요? 가고나서 후회하지 말고. 참 답답하네. 할말 다 하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그의 표정은 한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웠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하나하나 접는데. 헐. 삼초."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삼. 이.""아, 알았어요! 그만! 말할께요."나는 거의 반쯤 울고있었다. 그를 놓칠까봐도 무섭고 긴박한 상황에서 고백은 정말 고문이나 다름없었다."말해요."그는 하나 남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간을 봤다.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한마디 한마디씩 입밖으로 내뱉었다."좋아해요..""뭐라구요? 오, 사, 삼.""아아아아!"나는 다급하게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어어, 위태롭게 당겨진 그의 귀에 대고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좋아한다고! 좋아한다구요! 진짜아.."씩씩거리며 옷깃을 놓아버린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창피하다. 화끈화끈한 얼굴을 묻자 서러움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귀청 떨어지겠네."그의 목소리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고개를 확 치켜들며 책임지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그는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내가 진작 닥달 안했으면 평생 끙끙거렸을것 같아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건 어찌나 콩닥거렸는지 나는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정말 얼굴 터질것 같아요. 내가 조용히 투덜대자 그는 불난집에 부채질하듯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나를 일으켰다."빨리 갑시다. 여기서 울면 두고 갈꺼니까."억지로 아빠손에 이끌리는 아이같은 꼴이었을것 같다. 나는 터덜터덜 그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도착했다. 신발장에서 그는 내 신발을 손수 벗겨 들여보냈다. 내가 눈만 데구르르 구르고 있자 그는 들어와서 나를 끌어안았다."놔뒀으면 정말 울었겠네요. 이제 얼굴 안터져요?"끌려오는동안 싹 가라앉은 줄 알았던 얼굴은 다시 슬몃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만 좀 놀려요..""아니 귀여워서 그랬지."여전히 그는 놀리는 톤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부러 짜증을 냈지만 마음 한구석이 간지러운건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막."나도 좋아해요."서로의 사소한 말한마디에도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그러니까, 그러니까."나도 나도 정말 좋아해요."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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