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넓게 어지럽혀진 나무책상 위 앳된 소년을 닮은 딱딱한 나무인형이 앉혀져 있다. 이미 오래전 그려넣은 인형의 눈과 코와 입은 이미 다 말라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가 그린 나무 인형의 입은 웃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눈은 눈웃음을 치듯 접혀 있는 듯 보였다.
그래도 뭔가 부족해 이름까지 지어주기로 생각했고, 그렇게 장난스럽게 지어진 나무인형의 이름은 정말 인간의 이름처럼 지어진 남우현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이 나무인형에는 인간들처럼 따뜻한 피부와 뛰는 심장이 없었다.
고양이 피가로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 뒤 낡은 창문 뒤로 보이는 첫 별, 첫 번째로 뜬 별을 향해 기도와 오늘 하루의 죄를 고하고는 용서를 보낸다.
"제가 깨어났을 때는 저 딱딱한 나무인형이 보드라운 피부를 가진 소년이 되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깜빡 잊은 촛불을 후, 하고 꺼뜨리고 다시 편안한 자세를 취하자 피가로가 폴짝하고, 내 침대 위에 올라와 내 옆구리 쪽에 자리를 잡는다. 팔을 펴기 불편한 자세였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반쯤 눈이 감긴 피가로를 깨울 수 없어 피가로에게 잘자라는 인사말을 남기고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현성] 나무인형 Ep.1
풀벌레들이 울부짖는 까만 밤, 한없이 고요한 마을, 그 마을 어귀 모퉁이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위로 영롱한 푸른 빛깔의 원형이 내려와 지붕을 가볍게 스며들어 통과한다. 그 빛은 잠든 성규와 피가로를 향했다가 금방 무언가를 찾는듯하다 성규가 완성해 놓은 나무인형 앞에 멈췄다.
그 순간 푸른 불빛은 확 퍼지더니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요술 지팡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그 불빛이 바로 소원을 빌었던 첫 별…요정이었던 것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던 그녀는 그 짧은 지팡이로 그림이라도 그리듯 허공에 유연한 곡선을 긋자 지팡이가 자신이 지나간 흔적이라도 남기는 듯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푸른 곡선들이 어지럽게 수 놓여간다. 그러고는 갑자기 그 선들이 빛을 뿜어내며 나무인형을 감싸 안았고, 그녀는 자신이 쥐고 있던 지팡이를 나무인형의 머리로 톡, 하고 앉혔다 떼어낸다.
그러자 나무인형을 감싸던 푸른빛은 순식간에 나무인형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녀는 살며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우현군, 이제 눈을 떠 봐요."
그녀가 온화한 미소로 말했고, 그때 나무인형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고개를 숙여 제 손과 다리를 확인했고 우현은 믿기지 않는지 몇 번을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항상 앉아있던 나무책상 위에서 내려와 한쪽 다리만 들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했다.
아직 걷는 게 어색해 뛰다가 한번 넘어져 우당탕하고 큰 소리가 나는 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는 성규가 혹시나 깰까 눈치를 보던 우현은 약간의 뒤척임만 보이는 성규를 향해 미소를 띠었다.
우현은 모든 게 신기했지만, 아직 딱딱한 나무로 되어있는 자신의 몸이 이상했다.
"제가 사람이 된 건가요… 그런데 왜 아직 몸이…."
우현은 자신이 움직일 수 있고 표정을 마음대로 지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지만, 아직 딱딱하기만 한 자신의 몸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현이 계속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며 의아해 하고 있자, 드디어 그녀가 말을 꺼낸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현 군의 양심에 달려 있어요."
우현은 한참 생각한다. 내 양심에 달려있다라….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자신은 성규의 소원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데, 성규의 소원은 지금 이루어진 것과 너무 다른 결과였다.
짧아서 죄송합니다ㅠㅠ
다음편에 길게 쓸 수 있을거 같아요ㅠㅠ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