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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요, 학생 하나."
"예, 학생증 제시해주시겠어요?"
"....없는데."
부득부득 말도안되는 금액의 현금을 쥐어주려는 민혁을 가까스로 말려 최소한만을 받았다. 대충 주머니에 넣어 온 돈으로 고속버스 표를 끊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푹 눌러쓴 모자를 잡아당겨 더 내렸다.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너에게서 도망 칠 이유가 없어.
내가 되려는 것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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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
"그럼 이제 꺼져. 당신 할 일은 끝났으니까."
내 눈앞에서 사라져. 어릴때부터 단 한순간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씨발, 그새끼 이름 입에 담지 말고 꺼지라고."
"팔 하나 눈감아줬다. 더이상 건드리면 몸 성히 못살줄 알아."
"의사 선생님께서, 날 어떻게 좀 해보시겠다고? 힘으로?"
"의사가 살리기만 잘하는 줄 알지."
어릴적이었음에도 생생하다.
나를 괴물보듯 봤잖아. 나를 경멸하며 내려다 봤잖아.
"...맞아. 옛날에도 사람하나 죽여서 우리 집 온거였지?"
당신이 어떤 꼴이었는데. 당신이 뭐 그리 잘났는데?
"....뭐?"
"의료사고든 뭐든, 죽은건 죽은거지. 이미 한명 죽인거 너 하나 더한다고 달라질 거 없어."
"........"
"너같은 새끼라면 죄책감 따위도 없을거다."
진심이야. 그러니까, 지호한테 손대려면 제대로 각오하고 일벌여.
냉기가 뚝뚝 흐르고 분노가 느껴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화를 돋군다.
"........"
"당신 지금 더러워보여. 무슨 생각 하는거야?"
".....이래서 네가 미쳤다는거야, 우태운."
맥이 일정치 않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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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온몸이 욱신거린다.
잠들면 안된다, 잠들면...
자꾸 초조해 입안이 마른다.
괜찮아. 지금 그놈은 곁에 없어. 안심해도 돼.
강박증처럼 다리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고개를 휘젓는다. 다른 생각을 해, 다른 생각.
엉망으로 작게 구겨진 종이를 조심조심 펼치면 급하게 휘갈겨 쓴 메모가 보인다.
'언제든 괜찮으니까 오기만 해. 필요하면 아무때나 전화하고'
그냥 주소만 적어줘도 될걸, 꼭 쓸데없는 말을 덧붙인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것 같은 어투가 묘하기까지 하다.
넌 왜 그렇게 나를 챙기지 못해 안달이야?
말해봐, 김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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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무렵이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우태운에게 혹사당하고 꼬박 열두시간 가까이를 잤다.
우지호,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해.
고개를 들어 도착한 콘도를 올려다 보는데, 막막하다. 핸드폰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자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 하나가 눈에 띈다.
들었던 전화를 힘없이 내려놓고 부스를 나왔다.
뭣도 모르고 친구네 뭐네 나와 붙어있으려는 네가 불쌍해졌다. 그리고 나도.
전부 우태운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뒤틀려있었다. 그 어두침침한 지하에서 단 한명만이 나와 이어져 있었고, 그 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시작부터 잘못된 내가 어떻게 정상이길 바래.
나는 메마르다 못해 정상이 아니다.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한 나를, 어떻게 내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까.
냉소적이고 우울해진다. 벤치에 앉아 점점 차가워지는 손 끝을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몇분째.
왜 너는,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먼저 와버리는지 모르겠다.
당황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김유권을 마주하자마자 깨달았다. 너 하나 뿐이야.
"......"
"...너 팔이 왜그래."
얼굴이 잔뜩 굳어져서 묻는다.
"김유권."
"........"
"도와줘, 김유권."
무덤덤하게 말하려 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내 입은 처절한 심정 그대로를 반영한다. 너의 얼굴은 멍하니, 여태껏 그래왔듯 나만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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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씹어뱉듯 욕을 해도 긴 도로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창문을 열어 심호흡을 하면서 금방이라도 부서뜨릴듯 핸들을 꽉 쥐었다.
더 빨리, 더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또 사라져 버릴것이다. 위태위태 잡힐 듯 말듯, 희미해졌다 선명해졌다 속을 썩히는 우지호를 아예 묶어두었으면 싶다.
당신은 몰라.
제 3자인 주제에 남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양 행동하는것이 열받는다.
당신이 뭘 알아.
이게 그렇게 단순해?
그 입에 우지호와 나를 담지 말란말이야.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우지호를 생각하지 마.
"....아아아악!!!!"
쾅, 분에 못이겨 핸들을 내리 쳤다.
웃기지 마.
느즈막하게 도착한 콘도는 적당히 어수선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적막하지는 않았다.
"우지호, 어딨냐고 묻잖아..!"
"태..태운아, 네가 무슨일로.."
"....동생 찾으러 왔습니다."
집에 일이 생겨서요. 지금 바로 데려가야겠습니다.
서글서글하고 모범적인 학생회장 우태운만을 봐 왔던 그녀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차갑게 말하는 모습에 우물쭈물하던 입이 드디어 열린다.
"...지호 걔, 안왔는데...."
"아니야, 안왔어.. 태운아, 지호랑 연락 안되니?"
급한 일이야? 애들한테 알아보라고 좀 할까?
같은반이라도 우지호와 연락이 가능한 새끼가 있을 리 없다.
그때,
몰려있던 2학년 무리 중, 나를 쏘아보고 있던 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속에서 불길이 치솟듯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저 놈이다.
놀란 교사는 벌벌 떨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말해, 어디다 숨겼어!!"
"....형, 왜이래요? 뭘 숨겨요 내가."
"씨발, 당장말해. 우지호 어딨어!!"
정신이 나가버린것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놈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도 녀석은 미동이 없다.
"...내가 묻고싶은 건데."
"뭐?"
"우지호 어디 숨겼어요."
..뭐라는거야 지금.
"애를 어디다 가둬놨길래 콧빼기도 안보여?"
"........"
"묶어놓기라도 했어요? 그랬다가 도망쳐서 찾으러 온건가?"
씨발, 가둬 키우는 개도 아니고.
놈이 중얼거리는 말에 머릿속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
"형 말대로 내가 데려가서 숨겨버리고 싶게 하지 마요."
김유권의 멱살을 틀어쥔 손에 힘을 풀었다.
놓친건가?
우지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우지호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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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요일엔가... 쓰던 텍스트파일을 날려먹어가지고.....ㅠㅠ 처음부터 다시썼어요 씨퐁!!!!! 그래서 늦었음 헿
2. 우형제를 자꾸 불쌍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내가 변태가 맞긴 맞나봄
3. 젠장 우리학교 고2때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갔음.... 옆학교들 다 제주도 갈때!^^ 그때 한맺힌것이 여기서 표출되네 하긴 우지호가 뒤늦게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가는건 좀 말이 안되잖아요
4. 연기천재 김뉴권ㅋㅋㅋㅋ 박수를 드려요 (안왔는데여???????여깅 ㅓㅄ는데여???????????)
5. 내가 사랑하는 자들 자몽 병닭 건망증 홍홍 뀨 지메 잉여 후뢍 차녀리 꺄욱 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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