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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긋지긋한 가뭄 사이에 드디어 단비가 내렸댄다. 궁에 갇힌 나는 비가 내린 줄도 몰랐다. 황제께서 비가 온 것을 축하하는 연회를 여신다 하셨을 때 그제서야 알았다. 소하를 불러 바깥 일을 묻자 들뜬 목소리로 답하길, 공주님. 비가 왔어요! 폐하께서 부르셔요.
 대궐로 가는 길은 축축했다. 온갖 풀들이 젖어 다채로운 향을 냈다. 옆에서 소하가 비막이를 들었다. 소하는 말이 많은 아이였다. 몇 걸음 안되는 그 거리를 걸으며 내내 떠들어댔다.

 "당에서 사신이 왔는데, 그렇게 인물 좋은 사내는 처음인 걸요. 궁녀들이 뭐라더라, 서… 뭐라고 하던데… 서역인이었나… 여튼. 얼굴도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것마냥 허얘요. 곧 사신접대연을 하니 꼭 보셔요. 말이라도 섞어봤음 좋으련만…"


 나는 대꾸없이 먼저 대궐 안으로 들어갔다. 소하가 뒤를 졸졸 쫓아오며 내 눈치를 보았다. 궁녀 하나가 내가 왔음을 알리자 문이 양 옆으로 시원히 열렸다. 폐하, 나의 외조부께서 용상에 근엄히 앉아계셨다. 그 앞엔 연로한 신하가 스물 넘게 엎드려 있었고, 비단 당복을 곱게 입은 한 사내가 용상 바로 아래에 뒤돌아 서있었다. 그 자태가 어려보였으므로 홀로 서있는 꼴이 건방져 보이기도 했다. 먼저 예를 갖춘 후 시선을 아래에 두자, 황제께서 입을 떼셨다.

 "접대연을 하려 했으나 마침 비가 오니 경사가 아닐 수가 없다. 당장에 악공과 음식을 장만하여라. 또한 비가 거세니 사신이 머물 거처를 궁 안으로 마련해 주어라."

 꼴이 서역인 같다던 소하의 말이 생각나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머리칼이 뿌리부터 누르스름한 것이 아비를 역관으로 둔 궁녀의 묘사를 연상케했다. 서역 사람들은 머리가 생노란 데다가, 눈알도 가지각색이옵니다… 게다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공주는 황후를 대신하여 연을 참석하라."
 "예."

 소하가 재빠르게 답했다. 내가 목소리를 잃어버린 까닭이다.
 당사신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표정엔 흥미로운 것들이 담겨있었다. 그가 옆에 둔 역관에게 귓속말을 해댔다. 그러자 역관이 잠자코 있다가 곤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무어라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사실 말을 않은 것이었다. 왜냐 물으면, 피비린내 나는 궁에서 하루라도 일찍 쫓겨나고 싶어서.

 

 

 

 

 

 

 

[방탄소년단/김태형] 소낙비 (驟雨) prologue | 인스티즈

 

소낙비 (驟雨)

미래에서 온 김태형 X 목소리 잃은 인어공주

 

 

 


 

 

 그가 얻은 거처는 내 처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그의 이야길 들어보고 싶었다. 당나라 말을 하려나. 서역에서 왔다면 오랑캐 말을 쓰지 않을까. 오랑캐 말은 어떨까. 돌궐 놈들처럼 말이 빠른가.
 소하는 종일 그의 얘기 뿐이었다. 잠깐 보았는데 그 외모가 서진 때의 반악을 뺨칠 정도란다. 반악이라면 중국역사상 가장 음탕하기로 소문난 가남풍 황후를 모셨던 사내가 아닌가. 나는 속으로 웃으며 산책 채비를 하였다. 본디 아녀자가 밤에 산책을 하는 것을 폐하께선 못마땅해 하셨지만 폐하의 침전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소하도 마침 나가고 싶었는 듯 말로는 아니되옵니다 하면서 나를 그다지 구슬리진 않았다. 춘분이 언제 지났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 밤공기가 참 따뜻해져있었다.
 처소의 바로 앞엔 조그만 연못이 있었다. 연꽃이 필 자리가 결코 되지 못하는데 연꽃이 핀다하여 궁녀들이 간혹 무언가를 기도하러 오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연못가에서 한발 한발 내딛었다. 달을 찾았으나 이전에 비가 왔기 때문인지 보이질 않았다.

 "경치가 참 아름답사옵니다. 공주마마."

 …아.
 낯선 목소리에 심장이 저릿했다. 그것엔 까닭이 없었다. 있었다 해도 나는 모른 척을 하고자 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달도 별도 뜨지 않은 밤에 빛이라곤 고작 반딧불 뿐이었으나 나는 그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신라말은 어려서부터 유모에게 배웠습니다. 소신 취우라 합니다."
 "……."
 "제 이름이 신라말로 하면 소낙비라 하던데."

 나름 유희로 던진 말이었는지 그가 조그맣게 웃었다.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이 꼭 그것 같긴 하다. 내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으니 소하가 나섰다.

 "저… 공주마마께선…"

 그러나 소하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가 입을 다시 떼었다.

 "공주께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주위를 물러주시겠습니까?"

 나는 아무 대꾸도 않고 한참 그의 얼굴 위를 응시했다. 생각을 읽어보고자 함이었지만 도리어 내 머릿속이 읽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내 시선을 여유로운 눈웃음으로써 응대했다. 나는 오른팔을 살짝 들어 소하에게 손짓했다. 소하가 아쉽다는 듯 예… 짧은 대답을 남긴 채 홀연히 뒷걸음질쳤다.
 무슨 배짱일까. 당나라는 지금 토번 놈들 탓에 위태롭다. 이 시국에 일개 사신이 공주와 긴밀히 밀담을 청한다는 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사고로 목소리를 잃었다 들었습니다."

 그가 비단자락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곳에서 작게 불꽃이 일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저것은 무엇인가. 그는 그것을 동그란 모양으로 길게 뻗은 흰 종잇자락 같은 것에 붙였다. 그리고 입에다 대더니 깊게 빨아들였다.

 "담배란 것입니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서역에서 들여왔습니다. 아주 먼 후에."

 결코 티내고자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놀란 표정이 조금은 드러났는지 그가 내 쪽을 보더니 살풋 웃었다.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매캐한 냄새가 이윽고 찾아왔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감정에 휩싸였다. 괴상망측한 새로운 문물 앞에, 저 새로운 사내 앞에 심장이 마구 두근대었다.

 "서역의 물건들이 궁금하시다면 더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혹 왜의 견당사 중 하나가 쓴 책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당은 마치 다른 세계와 같습니다."

 내 머리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한 손으로 가벼이 잡더니 그대로 땅바닥 위에 던졌다. 그리고선 살아있는 불씨를 발로 마구 비벼댔다. 불이 붙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는 곧 불이 다 꺼져버린 그 흰 것을 다시 주웠다. 비에 젖은 흙으로 더러워진 채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소매 속에 넣더니만 내게 조용히 물었다.

 "공주마마, 저와 가시겠습니까? 그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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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7.23
와..처음보는글인데 굉장히재밌네요... 내용도되게신선해요..! 보통여주가 타임슬립하는경우가 많은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암호닉 받으시면 밈밈 신청해요
7년 전
비회원196.74
옛날 풍 글인가요?? 엄청나게 재미있을거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태형이와 여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네요!!
7년 전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한가요?? 오오옹 완전 사극?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좋네요!! 앞으로 어떤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네요!!
7년 전
독자1
과거에서현재로타임슬립은처음이예요!!다음편도기대됩니다!!잘읽고가요♡♡♡
7년 전
비회원70.173
헉 이런 분위기 좋아요ㅠㅜㅠㅜ [진진이]로 신청할게요
7년 전
독자2
[제니]로 암호닉 신청해요
7년 전
독자3
잘보고가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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