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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성윤 전체글ll조회 45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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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적당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마무리 될 무렵이었다. 괜히 학창 시절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러한 자신의 상황을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고등학교 동창들은 서둘러 모임을 꾸려나갔다. 연락되는 동창들이 얼마 되지 않는지 아예 37회 졸업생들을 다 모아놨다. 그런 동창 모임이 오늘 저녁이었고. 고등학교 때라면 아무거나 주섬주섬 입고 나갔겠지만 오늘은 왠지 형식을 차려 입어야 될 것 같은 날이었다. 그냥, 뭔가 그랬다. 정장을 입기에는 너무 과하고, 그렇다고 늘 입던 니트를 입기에는 검소했다. 옷 하나에 신경을 너무 썼더니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나 답지 않았다. 생각 하는 것을 포기하고 손에 잡히는 옷을 입고 그 위에 다시 코트를 걸쳤다. 꽤나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학창시절부터 사용한 르헤브라는 이름을 가진 향수를 들어 제 몸을 향해 두어번 뿌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고등학교를 서울에 밀접한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있지만, 원래 경기도에서 태어난 경기도 토박이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보는 고향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치닫게 했다. 나쁘지 않아 조용히 웃어 보았다. 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시내는 변한 것이 꽤 많았다. 원래 안경집이 크게 있었던 곳에는 큰 팬시점이, 항상 가던 노래방은 아예 건물이 허물어져 큰 패스트푸드점으로. 변화된 공간에서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이제는 이곳이 나와는 관련된 것이 없는. 


차를 술집 근처에 주차했다. 외관이 넓고 고급스러웠으나 주차장이 없는게 흠이었다. 누가 이곳을 모임 장소로 잡았는지 궁금했지만 따질 마음은 없었다. 주위를 몇 번 두리번 거리자 금세 동창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친구 한 명이 손을 열심히 흔들어 보인다. 그 친구 옆으로 가 반갑다. 오랜만이다, 야.라며 인사를 했다. 근데, 얘 누구더라. 정말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름 못 외우는 건 똑같다. 이걸 매일 지적해준 사람도 있었는데.


너 민규 맞지?
응. 맞아 넌…
야! 넌 어쩜 변한 게 없냐! 이름두, 잘 까먹고. 권순영. 기억 안 나냐?
아, 맞다. 권순영.
아무 말도 하지 말구, 그냥 한 잔 받어. 벌이야.


1학년 때와 3학년 때 총 두 번 같은 반이었던 애였다. 가물거리는 어릴 때의 순영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순영이를 바라보니 그때보다 웃음꽃이 더 핀 것 같았다. 어릴 때 반장 일을 곧장 잘 하여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그런 야무진 순영이었다. 성적도 우리 반에서 상위권을 맡기도 했고. 술잔에 담긴 일렁이는 소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순영이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원샷을 했다. 차가운 소주가 오늘따라 더 쓰다. 인상을 찌푸리며 테이블 중간에 있는 안주를 집어 먹었다. 더 이상은 술을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순영이가 어느 새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창들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사춘기가 끝나는 무렵의 순영이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모든게 똑같을 지도 모른다. 어느새 동창들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찾아 헤맨다. 굳이 노력해야되나 싶어 여태 앉았던 자리를 계속 지켰다. 순영이가 같이 이동하자고 했지만, 거절을 하고 순영이만 보냈다. 혼자 남은 것이 조금은 쓸쓸해 근처에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도, 애타게 찾았지만 내색 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근처에 혼자 앉아 있었다. 외모는 학생때나 지금이나 순영이보다 똑같았다. 어쩜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희망을 품게 만들까. 열심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나무라며 원우 앞에 앉았다. 원우가 내 얼굴을 보고 멈칫 했다가 눈웃음을 지어준다. 똑같다.


민규, 맞지?
응, 전원우. 보고 싶었어.
내 이름 기억하고 있네. 옛날에는 맨날 물어봤으면서.
그건 완전 옛날 일이잖어, 뭐하러 그런 얘기를 꺼내…
“에이, 옛날 얘기 완전 좋지 뭐.


옛날 이야기 좋다는 원우의 말을 들으니 심장이 두근대다 못 해 터질 것 같다. 어쩌면 이제는 좋다고, 내게 문을 열어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 말도 못 한 채로 근처에 있는 소주를 원우의 잔과 내 잔에 따랐다. 원우와 이야기를 하려면 취기가 돌아야 될 것 같았다. 술의 도움이 있으면 좀 긴장이 덜 되지 않을까 하여.


요즘 뭐 하고 살아? 수학으로는 너 이길 애 없었지?
에이, 그정도는 아니였지.
그래두… 너 화학과 가고 싶어했잖아. 맞나?
응. 그래서 지금 조향사 하고 있는데, 때려칠까봐. 너는?
노래 만들면서 그냥 살지 뭐. 옛날에는 가수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어느새부터 그냥, 무섭더라고. 그냥. 머리가 너무 커버린거지.
어렵네. 뭐, 그 외에는 없어?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내가 없는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없는지. 절대로 진지하게 생각하며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정말. 소주잔을 괜히 흔들어 보며 원우의 대답을 기다릴 때쯤 원우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괜히 호기심이 생겨 원우가 꺼낼 물건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명함인 걸까? 그건 아닐거다. 명함이라면 진작에 교환했겠지.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을 함께한 원우인데 그렇게 형식적으로 자신에게 건네주지는 않을 거다.


깊은 생각속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뜻밖의 종이였다. 흰색의 머메이드 용지의 질감이 나는 종이.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원우를 바라보자 이 카드를 열어봐도 좋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식은땀이 났다. 이것을 열어도, 정말, 괜찮을까? 이걸 열어볼 자신이 도무지 나지 않는데 어떡하지? 그래도 너무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그 종이를 펼쳤다. 


예상대로 그 종이는 청첩장이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우리 결혼합니다가 적힌. 중간에는 한 여성과 원우를 캐릭터로 그린 것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에 담긴 원우는 실물처럼 귀엽고 귀여웠다. 장소, 날짜같은 것이 가지런히 적혀져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신랑 전원우' 뿐이었다. 신랑 전원우, 새 신랑 전원우, 곧 결혼 하는, 집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나서 아내가 부족한 솜씨로 차린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울 원우. 우리가 고등학생 때에 비해 나이를 많이 먹긴 했지만 이 나이에서 결혼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마 동창들 사이에서 일등으로 결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느린 원우가, 타인보다 이르게 하는 것이 생겼다.


와, 전원우. 벌써 결혼해? 같이 결혼하자고 해놓고…"
어쩔 수 없었어… 사실 속도 위반이거든.


원우는 내가 없는 사이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청첩장을 보니 내가 끙끙 앓아 죽기 일보 전일 때 원우는 잘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괜히 공허해서 청첩장의 재질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촉감을 예민하게 했다. 혼자서 신랑 김민규 그리고, 신랑 전원우. 이렇게 생각해 보면서. 근데 이 생각은 금방 접어야 했다. 예비 신랑, 예비 아빠가 될 전원우를 대상으로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할 만큼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술을 여러번 마시니 어느새 취기는 올라있었다. 테이블에 청첩장이 계속 있는 꼴을 못 보겠어서 자켓에 대충 쳐박아두었다. 이제야 약간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청첩장 때문에 모든 할 말을 다 잊어버려서, 원우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한 후 최대한 활발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시끌시끌한 곳에 있어야지 아까의 순간을 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까와 똑같이, 아니 더 많은 청첩장을 꺼내며 여기 있는 동창들에게 건넸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원우의 결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덤으로 나와 원우에 관한 이야기도. 여간 친한 사이라서 그런지 쌍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원우와 친해진 내가 잘못일 지도 모른다.


이야― 전원우 진짜 많이 컸네. 일 학년때 우리 학교에서 노래 제일 잘 부르는 애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다 전원우라고 했지?
맞아. 일 학년 축제때 부른 노래가 뭐였더라. 그 노래 진짜 좋았는데.
사랑앓이. 맞지? 그 노래.
내가 맨날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잖어.


원우가 노래의 제목을 알려주자 모든 동창들이 아 맞다, 그랬었지. 라며 반응을 보인다. 혼자만 묵묵부답으로 하기에는 좀 그래서 적당히 어울렸다. 내 바로 옆에 앉은 지훈이가 오늘따라 더 신나 보였다. 나는 머릿속이 광활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지훈이도 원우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대화 코드가 잘 맞던 둘이었다. 이들과 나는 부랄친구였고.

늦게나마 지훈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지훈이가 대형 입시 보컬 학원의 사장이 되어 여러 지점을 갖게 된 것이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엊그제 차였다는 것이나. 이런 이야기들. 이런 현재의 이야기를 하니 나와 관련된 것이 지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같이 대화를 할 연결고리가 없었다. 이렇게 항상 붙어다니던 친구와도 할 얘기가 떨어져 가는구나. 괜히 씁쓸했다. 그래서 과거 얘기만을 계속 맴돌았다. 우리의 집합점은 과거 학창 시절 뿐이었으니까.


같은 중학교 출신이 너밖에 없어서 반가웠었지.
이지훈, 맨날 너가 나 팼잖아.
내가? 널 어떻게 패냐. 덩치 차이도 심하구만.
야! 기억 안 나?


고등학교에서의 첫 하루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지도 몰랐지만, 나는 꽤나 친화력 있는 사람이라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주위에 친구들이 없던 적도 없고. 중학교 졸업 선물로 산 핸드폰의 폴더를 괜히 열었다 닫았다 할 때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누군지는 자세히 알 지는 못하지만,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일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었다. 이름을 생각해보려고 애써도 도통 생각나지 않아 그 아이의 보이는 특징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야! 난쟁이!! 여기 앉아!
뭐, 시발? 난쟁이?


난쟁이라고 부르고 그 아이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하지만 여느 남학생들처럼 곧바로 친해졌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친해진 친구가 지훈이었다. 귀엽게 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말이 조금 험악하고 무서운 아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담임이 교실에 들어와 가벼운 안내를 할 때 괜히 따분해져 지훈이와 놀았다. 중학교때부터 모범생이라는 단어와는 멀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실이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 그냥 적당한 학생이었다. 지훈이와 핸드폰 번호를 주고 받은 후 각자의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


지훈이의 핸드폰 게임은 강아지를 키우는 게임이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자신의 핸드폰에는 이 게임이 없어서 속상했었는데, 내심 부러웠다. 지훈이에게 허락을 받고 강아지 이름을 바꿨다. 무슨 이름으로 할지 생각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자신의 별명이었던 밍구로 이름을 바꾸어 나갔다. 괜히 만족스러워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이모의 집에서 임시로 잠깐 돌봐주던 말티즈랑 비슷하게 생겼었다. 밍구에게 프리미엄 사료를 챙겨준 후, 현재 시각을 보니 10시 30분이었다. 시간이 드럽게 안 간다. 어느 새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은 바뀌어 있었다.


아, 시간 왜 이렇게 안 가냐?
내가 알아? 이따가 노래방 갈래? 오늘 일찍 끝나잖아.


노래방. 나쁘지 않았다. 노래 부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았다. 그래도 심심해져 주위에 있는 반 친구들에게 한 번씩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소심하게 반응을 보여주는 친구, 리액션이 남다른 친구. 모두가 다 다른 친구들이었지만, 이 공간 속에서는 친해지기 쉬운 애들이었다. 갑자기 오늘 몇 시에 수업이 끝나는지 궁금해져 뒤에 앉은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쌍꺼풀 없는 눈매는 날카로웠지만 조금은 순한 면이 보이기도 했다. 이중성을 띄는 아이였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태여서 이름을 모르니 마땅히 이목을 집중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저 그 아이의 교과서를 세 번정도 툭툭 쳤다. 


그제야 나를 보는 아이는 작은 입모양으로 왜?라고 말했다. 왜 인지 나도 조용히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몇 시에 끝나는지 알아?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 아이도 모르는 것 같았다. 추후에 안 그의 이름은 순영이었지만, 그 아이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 했다. 솔직히 공부를 별로 안 해도 중상위권의 성적을 갖고 있지만, 그것과 이 기억력은 별개였다. 한 아이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학기가 지나서도 반 친구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 하곤 했다. 그렇다고 무관심하지는 않았다. 얼굴을 보면 우리 반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아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잠기자 12시였다. 입학식도 대충 티비 화면으로 진행하고, 기대 이하였다. 그렇다고 강당에서 하는 입학식은 질색이었지만. 종례까지 끝나니 아이들이 시끌벅적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적응이 고된지라 각자의 경험담을 늘어놓느라 바쁜 것 같았다. 나 또한 지훈이와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훈이가 다른 반 친구를 불러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성격상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해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훗날에 후회할 걸 모르고. 학교 앞에 시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일 정말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공부만 해야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전학을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지훈이의 친구는 꽤나 조용한 편으로 보였다. 내가 아직 많이 낯설어서 낯가림을 하는 건지 아니면 본인의 성격인지는 몰라도 그래보였다. 예의상 이름이라도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어 물어보자 약간의 부끄러움을 담은 목소리로 전원우.라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어린이처럼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는 점이 귀여웠다. 그래서 좋았다. 나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니까. 노래방에 들어가 일단 2시간이요.라고 말하며 말해주는 번호가 적힌 방으로 들어섰다. 누구 먼저 부를거야?라고 말하자 나 먼저 부를래.라고 말하는 지훈이었다.


이지훈 다음에 나 부를래.
상관 없어.


지훈이는 노래방 리모컨으로 초성 ㄱㅈㅁ을 치더니 이윽고 거짓말의 반주가 들려왔다. 지훈이의 목소리와 제법 어울리는 곡이었다. 지훈이가 보컬로 입시 준비 중인게 티가 났다. 기분이 좋아져 같이 흥얼거리자 금방 노래가 끝났다. 탬버린을 이용해 박수를 연신 치며 바로 원우의 곡으로 넘어갔다. 원우의 애창곡이라고 하며 지훈이가 소개해준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한 호응을 보여주었다.


원우가 첫 소절을 부를 때의 감정을 감히 쉽게 표현하지 못 한다. 처음에는 벙찐 채로 원우를 쳐다보는 게 다였지만 끝으로 가면서 원우의 노래에 집중했다. 원우의 음색은 남들보다 달랐다. 중저음을 뽐내는 것 같지만 고음도 탁월하게 한다. 후에 들은 것이었는데, 지훈이와 같은 보컬 학원을 다니는 학원 친구라고 한다. 어쩐지 일반인의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실력이었다. 노래를 여러 차례 부르고, 서비스 시간까지 두둑하게 받으니 배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핸드폰 폴더를 열어 시간을 확인하니 3시였다.


무엇보다 점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 나와 원우, 지훈은 곧장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을 들어갔다. 런치 세트 메뉴를 먹고 싶었지만 아슬하게 빗겨나가 아쉬웠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불고기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차례대로 지훈과 원우도 주문을 했다. 지훈은 치킨을 시켰고 원우는 치킨 버거를 주문했다. 왠지 나도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참고 자리에 앉아 햄버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햄버거를 기다리면서 하는 대화는 영양가 없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빨리 먹고싶다, 노래방 또 가고싶다, 아 정말 배고파. 이런 것들. 여기서 그나마 영양가 있는 대화를 고르자면 원우와 나의 핸드폰 기종이 똑같다는 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핸드폰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것 같다. 같은 반 아이들과도 아직 다 주고 받지 못 했는데. 하지만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고 나 또한 원우의 핸드폰으로 내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이름을 밍구라고 저장했다. 나만의 별명. 그런 것이었다.


배고픔이 극심했는지 역대 최고로 빠른 시간 내에 햄버거를 해치웠다. 지훈은 먹는 속도가 느린지 아직 반조차 먹지 못한 상태였다. 원우를 쳐다보니 콜라를 다 먹고나서 한 번의 리필을 하고 왔다. 그 모습이 꽤나 인상깊어 너, 콜라 좋아해?라고 물어보자 응. 좋아해. 라고 말해온다. 콜라를 좋아하는 모습이 꽤나 아이같았다. 분명 원우의 외관적 모습은 나보다 어른스럽고, 한 두살 더 많다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왜 이렇게 아이처럼 보일까. 괜히 묘해져 시선을 돌렸다. 먹고 나서 어디로 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당구 얘기가 나왔다. 당구를 잘 못치는 나로서는 당구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우는 꽤 잘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당구장에 가볼까 했지만, 결국 우리의 발은 피시방으로 향했다.


전원우, 김민규. 무슨 게임 할 거야? 너네 다 나한테 발리는 거 알지?
뭐래. 야, 남자는 테일즈런너지. 너네 레벨 다 까.
아, 뭔 개소리야. 테일즈런너? 지랄하네!
내기 하자고. 슈달맵으로 꼴등이 일등한테 매점 쏘기.


내가 내기를 제안하자 모두가 좋다는 듯이 승락했다. 내가 여동생 때문에 이 게임을 밥만 먹고 했는데, 절대 원우와 지훈이는 자신을 못 이길 것이다. 레벨들을 견제하며 서로 물어보자 지훈과 나는 비슷한 레벨이었고 원우는 우리보다 한참 낮은 레벨이었다. 꼴등이 누가 봐도 예측이 되는 내기였다. 원우는 그래도 이 내기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나 자신만만하게 허세 가득한 말만 내뱉는 원우였다. 정말 유치원생처럼 귀여웠다. 그래서 기필코 일등을 하고 싶어졌다.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욕을 한가득 내뱉기 시작했다. 작은 실수할 때마다 혼자 내뱉는 탄식과 같은 욕설 혹은 한 사람이 자신을 치고 갈 때 분노의 욕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리 셋이 더 친해진 듯한 기분을 제시해주었으니. 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청소년에게 자연스러운 증상이었다. 정말 죽을듯이, 일등을 위해 모아두었던 아이템을 사용하며 게임을 진행하자 지훈이를 아슬하게 이기고 일등을 했다. 당연하게도 원우는 골인을 하지 못했다. 골인하지 못한 원우를 비웃는 소리가 게임 속에서 들리자 원우는 정말 짜증이 났는지 시발...이라고 작게 내뱉었다. 왠지 원우를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원우에 대한 경쟁심, 이런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로써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


원우야, 뭐 사줄거야? 기대하고 있을게.
아… 비싼 거는 안돼. 용돈 다 썼어.


역시 학생인 우리에게 비싼 것은 사치였다. 그래서 비싼 것을 요구할 마음은 없었고. 그저 원우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동성 친구에게도 호감의 유무가 존재하듯이, 원우에게 호감이 갔다.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자라거나 뭐 그런 것은 아니다. 설령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근거가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으니까. 그래도 호모를 혐오한다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튼, 생각의 결론은 원우와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테일즈런너로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니 6시였다. 저번 달만 해도 6시에 해가 떨어지고 어둑어둑한 저녁이었을 텐데 지금은 하늘이 꽤나 밝았다. 밝은 하늘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학원을 가야 한다는 두 사람을 보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제야 할 일이 생각이 난다. 8시에 과외 하는데 아직 숙제를 손도 안 댄 상태였다. 심지어 숙제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른다. 집 앞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내린 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 안에 숙제를 해야 한다. 의욕은 없었지만, 과외 선생님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서 숙제를 여지껏 미루지 않고 척척 했었다. 과외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좋은 대학교 가서, 네 잘생긴 얼굴로 여자친구 사귈 수 있으니 공부 열심히 하렴.이라고 칭찬아닌 칭찬을 했다. 나는 내 외모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못생겼다고 자책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외모 칭찬을 받는 것을 유독 좋아하긴 했다.


집에 도착해 문제집을 피고 곧바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빠른 속도로 문제를 척척 해결할 때쯤 원우의 노래가 듣고싶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이렇게 공부할 때 생각이 나면 꽤 곤란했다. 얼마 안 남은 나머지 문제들은 답안지를 베껴나갔다. 과외 선생님의 허술한 부분이었다. 답안지를 내게 맡기는 것은,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왜 나를 신뢰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답안지를 베낀 후, 핸드폰 폴더를 열어 전화번호부에 들어갔다. 수많은 전화번호 속에서 워누라고 저장되어있는 것이 단번에 전원우임을 인지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하는지. 한편으로 워누, 밍구.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으로 원우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원우 맞지?
내일은 시간 안 될 것 같고
주말에 떡볶이 ㄱㄱ


문자를 보내고 괜히 수신함에 있는 문자들을 읽었다. 전부 중학교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나는 이러한 대화를 좋아하곤 했다. 복잡하게 사는 것 보다는 단순하고 쉽게 사는 것이 나와 어울렸으니. 나는 어렵고, 복잡한 것을 싫어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읽어나가자 새 메세지가 도착했다. 문자왔숑,하며 귀여운 목소리의 알림음이 참 좋았다. 계속 문자가 왔으면 했다.


오키오키...
밥만 먹고 테일즈런너만 하냐?


이런 답변. 원우라면 정말 진지한 질문일 것이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손가락이 키패드를 방황할 때쯤 전원우와의 문자에 빠져 있었다. 몇 분 후에는 원우와 나는 각자의 스케쥴 때문에 더 주고받지 못했지만, 11시 쯤에는 컴퓨터로 대화를 하기로 했다. 아, 정말 좋다. 이런거. 나는 어서 11시가 되기를 바랐다.








어쩌고 저쩌고

지름글!!입니다. 맞춤법도 신경 안 쓰고 대충 쓴 거라서 나중에 시간 많을 때 맞춤법 확인하고 비문 수정할게요!♡ 

완결날 확률이 0.028463218635359%일 것 같으니 포인트 안 걸었어요! 혹시 완결이 난다면 그때 포인트 10~15로 걸게요! 

부족하고 재미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새벽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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