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
27.
"그리고..성열이랑 왠만하면 화해해..나 하나로 니네둘이 그렇게 쉽게 깨질 사이였어?"
"..."
.
"그렇게 푹 눌러써도 남우현이라고 다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내가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나? 너랑 데이트하는거지"
"...그런가?"
"나 영화보고싶은데..보자, 시간없는거아니지?"
"시간은 많아요 보러가요 헤..저도 보고싶은거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그니까 위험하게 이런데서 왜 만나자고해서.."
"언제까지 숨어서 놀순없잖아..나와서 놀고싶고.."
"..."
"됐다, 영화보러가자! 여기서 얼마안걸리더라"
우현이 성열의 어깨를 잡으며 성열과 눈을 한번 마주하다가 앞을 보며 걸었고, 성열도 간만에 느끼는 겨울바람과 자유로움에 베시시 웃었다. 길가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 연인들, 친구들끼리 웃으면서 장난치는 사람들, 부모님과 함께 연말준비를 하려 장식용품들을 마구 사들며 꺄르르 웃는 애기들, 성열은 그런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다. 생각해보면 참 추억거리 없었네, 늘 혼자 방에서 케잌을 사서 촛불만 불곤 했는데..괜시리 가슴이 찡했다. 눈이 시려올 찰나 주머니속으로 따뜻한 손이 성열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하다. 나 되게 추워 지금..나도 너만큼이나 추위많이탄다?"
"우리가 무슨 연인도 아니고 잡고싶음 잡고싶다 말하지..이상하게 주머니에.."
"잡고싶다고 말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니가 여자라고 생각해봐라 이상하지?"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면 이상하죠.."
성열의 잠바 주머니안에서 꼭 잡은 두손을 우현이 더 꽉쥐며 달렸고, 성열 역시 덩달아 쫄랑쫄랑 뛰었다. 왠지 모르게 그냥 웃음이 흘러나왔다. 성열의 시선은 줄곶 주머니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음한켠엔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이러는게 맞는건가?..작은 생각이 들었다.
.
'성열이랑 데이트 나왔다~=_=~!' 2시간전
심심한데 사진이나 올려볼까 하고 SNS를 키는 순간, 실시간 타임라인에 우현의 글이 두개나 올라온 것을 보고 뭔가 보다 '성열' 이라는 이름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 사진들을 보아하니 둘이 웃으며 영화표를 들고 찍질않나, 커피를 들고 찍질않나 웃기지도 않네 이것들둘이, 특히 성열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웃는 그 생김새가 맘에 안들었다.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닫으려는 찰나, 팬들의 멘션들이 폭발하듯이 몰려왔다.
'헐헐 명수오빠 여기 압구정 근처에 우현이오빠랑 성열이오빠 둘이 있어요! 방금 봤음 ㅠㅠ오빠도 보고싶어요~'
"오오 명수~이제 우리 명수 갈비는 다 나았나? 크하"
"형, 영화보러가자 나랑."
"왠 갑자기 영화야 엉!!?"
"글쎄..누가 물어보면 형이 보러오자고 한거야 알았지?"
"아니 글쎄 왜..!!!"
"시끄럽고 얼른가자, 금방가 자자 조용히하고"
동우의 입을 틀어막으며 명수는 택시를 잡아 성열이 있다는 압구정 영화관쪽으로 향했다. 가는내내 눈에 불이날정도로 눈빛이 매서워졌다. 숙소 다행이도 그 근처라 시간을 그렇게 많이 뺏기지않고 동우를 무작정 잡아끌어 영화관으로 걸음을 빨리해 들어갔다. 동우는 끌려가면서 좀 천천히 가자고 중얼거려도 녀석은 도대체 귀구멍이 막힌건지 더 빠르게 끌다가 이내 매표소 근처에서 동우의 손목을 놓고 홀로 릴렉스모드로 들어갔다.
"형, 이제부터 내말잘들어"
"이제야 내 얼굴이 보이든?"
"여기 왜왔냐고하면..형이 영화보러 오자고 해서 온거야 알겠어? 꼭 그렇게 말해줘 어?부탁이야"
"왜 그래야되는데?"
"그래 뭐.."
"곧 시작이다 들어가면 되겠다! 간만에 왠 영화냐~"
"형..형 먼저들어가있어..나 화장실갔다가 팝콘사갈게"
.
결국 동우는 혼자 영화를 보며 팝콘하나 씹지못한채 나와야만했다. 명수를 기다려보았지만 녀석은 무슨일이 생긴건지 전화도 받지 않고 혼자 망부석인채로 툴툴거리고 있을때 익숙한 목소리가 동우의 귀를 자극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우현과 성열이 같이 나오고 있었다. 동우는 걸음을 터벅터벅 걸어 둘 앞에 민망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섰다.
"어? 짱똥 여기는 왠일이야?"
"명수 못봤어?"
"무슨 소리야..너가 여기 왜있냐니까?"
"너가 여기 왜왔냐ㄱ..."
"내가..명수보고 영화보러같이 오자고 했단말이야..근데 아까 녀석이 날 먼저 떠미는거야"
"..."
"팝콘사서 들어가겠으니까 가서 먼저보고있으라고..그후로 전화도 안받고.."
성열의 눈이 동우의 걱정스러운 행동으로 옮겨갔고 아무도 못보게 입술을 잘근 씹었다. 여길 왔었다고..? 성열의 눈이 영화관 이곳저곳을 훑었다.
"집에 갔겠어 설마..? 나 놔두고?"
혹시...성열과 계속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 우현이 성열을 먼저 잡아끌며 동우에게 낮은 목소리로 찾으면 연락주라는 말만 한채 뒤돌아 가버렸다. 남우현 저녀석 뭐가 저렇게 변한거야? 동우 역시 반대쪽으로 등을 돌려 영화관 화장실을 다 뒤졌다. 1시간을 넘게 팬들이 둘러싸도 명수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명수는 이 영화관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 맛있게 잘먹었어요..영화도 잘봤구요"
"벌써가게?"
"네..벌써 날도 어두워졌고 같이 사는 친구가 얼른오라고 문자도오구.."
"그래..?그럼 가야겠네..태워다줄.."
"아니요..그냥 먼저갈게요 안녕히계세요..내일 회사에서 뵈요"
'너때문에 기분 확상했는데 사람 열받게 하고 그렇게 가려고?'
그때 잠시 멈칫하며 무언가 눈에 차오른듯 고개를 푹숙이다 다시 고개를 들어버린 엘의 모습을 왜 그때 자세히 보지 못했을까, 전화를 끊임없이 했지만 여전히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수 없어 소리샘으로..' 안내원의 목소리만 들릴뿐이였다. 너무 숨이 차올라 멈춰서서 헥헥 거리는데 진동이 징-하고 주머니를 울렸다. 숨을 몰아쉬며 발신자를 확인했을땐 [동우형], 동우 였다.
- "명수..찾았는데"
"...엘...엘 어딨는데요..?찾았다고요..?!.."
"아니요..집에..가고있는데..엘이 어디있는데요..네?"
"형..말해주세요 엘이..어디있는지"
"엘..어디있어요..봐야겠어요"
- "여기 숙소 근처에 술집이야, 룸안으로 들어오면되"
"오늘만큼은 취하고싶다 형..오늘 봤던거 다 지워버리게"
"내일부터 연습이야 정신차려..갈비뼈 이것도 완전히 완치도 아닌데 이러면.."
"내가 저번에 5병을 먹고 필름이 확 끊겨서 전날 기억이 안난적이있어"
"...미쳤어 지금?!!!그만 마시라니까"
"형은 내 맘 모르잖아!..꼭 보고싶었던 그 모습들을..왜 그런 모습들을 내가 우현이형을 통해서 봐야만했는지"
"이성열 그새끼도 병신이야 알아!!? 언제까지 이렇게 마음만 후벼팔려고..진짜 그녀석은 이제 내생각은 안하나봐"
"내 마음은 파이고 파여서 이젠 죽을거같은데, 이성열은 내가 멀쩡할줄아나봐"
"..."
"그렇게 이성종하고도 화해해달라고 해서 들어줬는데..흐..내가 병신이지뭐,"
"..뭐?"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이성열을 위해 살아"
"그래서 더욱 못놓는거야, 날 위해 살아준다는 녀석의 대답이 그저 고마웠으니까..그리고 나도 녀석에게 내 모든걸 올인했으니까"
"..."
"씨발...그래서 못놔, 이 개같은 감정이 뭔데 도대체..나라고 녀석을 원망안해봤겠어? 나라고 안울어봤겠어..? 빌어먹을.."
"언제왔어"
"지금요.."
"..."
"..."
"흐...흐으.."
"..."
제일 먼저 엘의 얼굴을 보았다. 많이도 울었는지 눈에는 눈물자국들이 굳어있는것이 다 드러나있었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성열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테이블 앞에 망부석처럼 서있었다.
"재밌었어?"
엘이 먼저 꼬이는 발음으로 성열에게 아니꼬운듯 말을 걸었고, 성열은 명수를 보았다. 말이 끝나자마자 또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재밌었냐고 내가 묻잖아.."
"이젠 말도 섞기싫다 이거야?"
"..."
"그럼 말안해도되..차라리 안듣는게 속편하지"
눈물이 계속 새어나오고 목이 메여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둘사이는 점점 고요해지며 아무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끝내 성열이 주먹을 꾹 쥐며 고개를 숙인채 입을 열었다.
"..."
"엘아..그만마셔....안좋아..몸에..."
명수는 그대로 어느새 제 옆에 와있는 성열의 얼굴을 보았다. 손에 힘을 줘서 잔을 못들게 막으면서 또 운다. 눈을 한번 감고 심호흡을 했다. 눈을 감자마자 또 눈물 한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성열은 자신때문에 망가져가는 명수의 모습을 보고 감정들이 북받쳐 터져버렸다. 그만 멈추고싶어도 눈물을 자꾸만 흘러내렸다. 그것도 잠시 성열의 눈이 명수에게 향했다. 아까보다 더 풀린 눈으로 성열의 눈물들을 손으로 쓱 닦아주었다. 여러번을 반복해서
"내앞에서 울지마"
"..."
"더이상 날 어떻게 살라고 자꾸 이러는건데 이성열.."
"..."
"이제 너도 없는데..안그래도 나 지금 죽을만큼 힘든데..왜 와서 울어 울기는..사람 가슴찢어지게.."
명수의 말이 끝나고 또 녀석의 풀린눈을 마주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려 결국엔 그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하지만 명수의 손은 하염없이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때마다 닦아주었고, 그 모습이 마음이 아파와 성열은 그저 울기만 했다. 성열의 눈물을 닦아주는 명수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줄기가 툭툭 떨어져 쇼파를 천천히 적셔갔다. 항상 그랬듯 이성열이 울땐 같이 눈물이 터지곤 했는데, 빌어먹을..녀석을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대로 보내겠다 보내겠다 이성열 생각하지말자고 혼자 다짐을 했어도 여전히 몸은 이성열을 위해 반응했다. 하지만 서럽게 우는 이성열을 보면서도 예전처럼 쉽게 안아줄수 없었다. 이젠 이성열이 원하는대로 보내주려한다. 보내주고 나서 분명히 한동안 죽어라 혼자 방구석에 쳐박혀 아무도모르게 쥐죽은듯이 울겠지만 더이상 붙잡고 매달려봤자힘든건 이성열일테니까..성열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던 명수의손이 볼에 떨어져서야 성열은 다시 명수의 눈을 보았다. 명수의 눈이 눈물로 뿌옇게 고여 있는걸 보고 성열의 손이 명수의 눈으로 다가가려하자 다른 한손으로 명수가 성열의 손을 쳐냈다.
"가 이제.."
"..."
"보내줄때 가"
"..."
"내가 못해준거 누구는 다 해줄꺼니까 가"
"..."
가라는 말도 발음이 하도 꼬여서 어설프게 들려왔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눈물이 쏟아져내렸고 성열이 잡던 손목을 뿌리치며 성열을 떠밀었다.
"..."
"너 이렇게 두고 어떻게가..안가...나안가..안갈꺼야..흐어..흐읍.."
마치 떠나보내려는 엄마와 안가겠다고 매달리는 아이같이 성열은 명수가 떠밀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안가겠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울었다. 몇번을 반복하자 명수의 마음이 찢어질듯이 아픈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주저앉았다.
또 한번 명수의 눈에 눈물이 고여와 툭 흘러내렸다. 도대체 뭘 어쩌자고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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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대들 ㅠㅠ...아 제가 진짜 늦었ㄴ에ㅛ 아ㅠㅠㅠㅠ안늦겟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저 도대체 왜이럼?...사실 제가 일주일을 감기로 앓고...지금두 앓구 있네여..많이 나아진 편이네영..코감기 훌쩍훚렇뮤휴ㅠㅠ흑..짜증나여
픽이라도 써볼까 컴퓨터앞에 앉았지만..어우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구요..일단 많이 늦은점 너무 죄송합니다ㅠㅠ
매번 독자님들 이렇게 기다리게해서야 제가 나쁜 사람입니다!!!!!!!!!!!흥허안흉휴휴ㅠㅠㅠ...죄송한 마음에 길게 쓰긴썼다만..
과연 긴건지 의문입니당..후어...앓아누우면서도 독자님들 생각을 햇어요 ㅠㅠ기다리게 할까봐 흐윽 진짜 죄송할따름입니다....
여러분도 감기조심하시구 진짜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리는만큼 꼭 옷 뜨듯하게 입으시고요ㅠㅠ 안그럼 저처럼되영...흐으....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