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에 따라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걸음을 뗄 때부터 공과 지냈고, 머리가 자라면서 축구의 기본적인 부분을 배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엔 축구부에 들어갔고, 제 또래의 아이보다 유난히 다부진 체구에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우빈은 자신의 길을 유년기부터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우빈은 새로 맞춘 교복이 어색했다. 중학교 시절을 넘어, 유명한 축구단에 입단했다. 품이 조금 큰 셔츠와 조끼는 조금 까슬했고, 딱 맞는 듯 조금 크게 줄인 바지는 낯설었다. 우빈은 여전히 축구에 목을 매달았다.
입김이 하얗게 서렸다. 마이 위로 아이보리 색 목도리를 둘렀고, 갑갑한 패딩 역시 입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줄곧 들어왔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지겨웠고, 지루했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자 잠이 밀려왔다. 후끈한 열기가 우빈의 머리를 강타했다.
반으로 인솔하는 여 선생님은 예쁜 편이었다. 큰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 작은 체구 역시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몇 번이고 바라보던 도중 선생님과 마주친 눈에 쑥스러운 듯 조금 웃었다. 차가운 인상을 가진 우빈의 웃음은 상반되게 따뜻했다.
자리는 들어온 순서대로였다. 옹기종기, 자신과 친한 애들과 끈덕지게 붙어다니고자 하는 어린 생각들이 우스웠다. 우빈은 햇볕이 들지 않는 복도 창가 맨 뒷 자리를 택했다. 강당에서 몰려오던 잠이 한 차례 다시 밀려왔다. 나긋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가물댔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반나절이 지난 상태였다. 제 옆 자리는 비어있었고, 몇 명의 아이들만이 입에 빵을 물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훈련을 가야할 시간이었다. 의자를 빼고, 자신을 향하는 눈동자들에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뒤를 도는 순간, 그 눈동자들은 우빈을 향하고 있었던 게 아님을 알았다. 툭 부딪히는 어깨가 꽤나 단단했다.
비틀린 입꼬리가 보였다. 딱딱하지 않은 인상에도 차가움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이었고, 우빈은 자신이 잘못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되짚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은 쌍방이었고, 따지자면 제가 아닌 상대의 잘못이었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의 소년의 명찰을 훑었다. 이, 종, 석.. 볼을 툭툭 치자 여기저기서 빵이 떨궈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잔뜩 구겨진 종석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제 손목을 쥐어오는 악력이 보기보다 셌고, 우빈은 그런 종석의 손을 뒤짚어 꺾었다. 쿵, 책상과 부딪힌 종석의 앓는 소리에 우빈은 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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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델.. 연기자들로 망상을 쓸 줄이야.. 여러분 사랑해요. 자주 올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