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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챠루그레이 전체글ll조회 431l


20

 

 


백현은 종례가 끝나자 마자 찬열의 반으로 뛰어갔다.매일 찬열이가 기다려주니까,오늘은 내가 기다려줘야지.백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머금고 찬열의 반 뒷문으로 그를 찾았다.맨뒷자리에서 턱을 괴고 있는 찬열을 곧 찾은 백현이었다.찬열의 반 선생님도 종례를 늦게까지 질질 끄는 편은 아닌지라 금세 말을 마치고 앞문쪽으로 발걸음을 향하자 아이들도 하나둘씩 가방을 매고 일어서는게 보였다.헌데 찬열은 여전히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저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채 미동도 않고 그렇게 있었다.

 

 

 

"찬열아-"

 

 


어느새 뒷문을 열고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아이들 뒤로 백현이 작은 음성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듣지 못한건지 그대로였다.정말 요즘따라,특히 오늘따라 찬열이 이상하다고 백현은 생각했다.그래도 꿋꿋하게 뒷문에 서서 찬열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고 있던 백현이었지만 주번이 문을 잠그려고 할 때까지 찬열이 꼼짝않자 결국 반 안으로 들어가 찬열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어"
"뭐야,아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멍하니 앉아서."

 

 

 

백현은 뾰루퉁해졌다.그제야 정신을 차린건지 찬열이 옅은 미소를 띠며 미안,하고 짧게 사과하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빨리 가자.백현이 찬열의 손목을 느슨하게 잡고  이끄는 답지 않은 과감함까지 보여주었다.오늘 찬열과 다르게,백현은 기분이 좋았다.뭐 그때문이기도 했지만 점심시간에도 찬열의 기분이 안좋아보여 부러 밝게 행동했다.찬열이 평소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은 내가 너 기다리려고 종례하자마자 뛰어왔어"
"..."
"잘했지?"

 

 


잘했다고 말해줘.백현의 표정이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칭찬받고 싶어하는 새끼강아지처럼.순간 찬열은 이유 모를 헛웃음이 새어나왔다.그러다 백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잘했어,잘했어 하고 작게 웃어보였다.백현이 말없이 미소지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얼마전부터 매점에 코코아 팔던데,뜨거운 물나오는 기계도 생기고.우리 매점은 컵라면도 안팔잖아"
"응"
"먹어봤어?나 오늘 먹어봤는데..난 별로더라"

 

 

 


백현은 평소엔 잘 하지 않던 사소한 말도 꺼내며 조금 들뜬 모습을 보였다.헌데 찬열은 점심시간과 마찬가지로 그닥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몇 번 말을 꺼내도 계속 단답만 하며 정신이 빠져있는 듯한 찬열에 백현도 재잘대던 입을 곧 닫았다.

 

 

 

"..."
"..."

 

 


교정을 지나 자연스레 백현의 집 방향으로 발걸음을 튼 둘은 그렇게 걸으면서 점차 말이 없었다.백현은 조금 민망했다.내가 말 거는 게 귀찮은가….그래도,오늘 찬열이 기분이 좋지 않아보여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하고 백현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렇게,말 없이 계속 둘은 걸어갔다.누가 보면 처음 보는 사이인 것처럼,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렇게 걸었다.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백현아"
"..응?"

 

 


백현의 집 앞에 다다를 때까지 유지될 줄 알았던 정적은 곧 찬열이 깼다.그의 특유의 저음이 오늘따라 좀 더 백현 자신을 긴장시키는 것 같아서,조금 뒤늦게 물었다.응?하고.백현은 평소 잘 볼 수 없던 찬열의 진지한 무표정을 오늘 많이,또 자세히 볼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도.그리고 무언가,아주 조금 답답함이 섞인 그 표정을.가리려 했지만 약간 찌푸려진 그의 눈썹은 가릴 수 없이 티가 났다.그래서 백현은 긴장했다.

 

 

 

"왜 말 안했어?"

 

 

 

 

 

 

무엇을.백현이 물으려고 입술을 떼었을 때 머릿속에 정확하게 떠오르는 그 기억때문에 다시금 입이 다물어졌다.찬열이 조금 원망 섞인 시선을 보내오는 탓에 백현은 더 입이 꾹 다물어졌다.왜,말 안했어.찬열이 다시금 물었다.백현은 어쩐지 조금 움츠러들었다.발걸음이 슬슬 느려지고,찬열의 시선이 더욱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음,그냥 네가 민망해할까봐.아니,아닌데.뭐라고 말해야 될지 몰라서.이것도 아니야.점점 둘의 걸음은 백현의 집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말해야 되는 건 줄 몰랐어"
"..."
"그냥,실수일 수도 있으니까.."

 

 

 


실수.백현은 마지막 말은 조금 잘못말했다고 생각했다.찬열의 눈썹이 또 조금 꿈틀-했다.백현은 찬열과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내리깔았다.아직 생생히 기억났다.그때의 기억.찬열에게 폭 안긴 채 진담 섞인 얼떨결의 고백을 들었던 백현은 그 말을 듣고나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열기와 기묘한 느낌에 그 말을 하고서 다시금 잠든 찬열을 바로 눕혀두고 곧장 찬열의 집을 나왔었다.그리고서,떨리는 손으로 세훈에게 잘 데려다주었다는 문자를 보내고.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면서 백현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얽히고 설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찬열이가,날 좋아한대.왜 날 좋아하는데?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좋대.그럼 나는?백현은 끝없이 생각하다가 집에 다다랐을 때즈음 자신에게 물었었다.그럼 나는?

 

 

 

 


"왜"
"..."
"그건 말해야 하는 거잖아"
"..."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랬어?"

 

 

 


찬열의 기운 잃은 음성이 백현의 귀에 정확히도 들어왔다.무슨.백현은 찬열에게 무어라 말을 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그래서 그랬어?무슨 대답을 바라는건지,찬열은 음울한 기운을 지독히도 뿜어내며 그렇게 물었다.백현은 답답하고,또 갑갑했다.아니,아닌데.정말 아닌데.아무렇지도 않았으면.그랬으면 나는.그 날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하지도 않았을거야.

 

 

 


찬열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곧 멈추었다.백현의 집에 다다랐을 때였다.곧 백현의 발걸음도 멈췄다.백현은 무언가,급했다.

 

 

 

 

"..아무렇지 않았던거 아냐"
"그럼"
"그냥.."

 

 


그냥..

 

나한테 그런 말해준 사람,네가 처음이었어.

그냥,그래서 그랬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래,너무 당황스러워서.그래서 말할 생각도 못했어.백현은 찬열에게 느리게 시선을 맞추었다.찬열의 눈이 금세 흐려졌다.그렇게,계속 둘은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백현의 심장박동이 점차 빨라졌다.찬열이 무슨 말을 내뱉을지 알 수 없어서.

 

 

 

 

"그래"
"..."
"조심히 들어가"

 

 

 

 


찬열이 미련없이 백현을 돌아섰다.어?백현은 잠시 멍했다.찬열이 점점 멀어져가고,또 점점 작아서 알아볼 수 없어질 때 즈음 백현이 정신을 차렸다.


..그래.
하지만 백현은 무언가 허탈했다.

 

 

 

 

 


지잉-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무기력해진 백현은 받을까,말까 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어"

 

발신자는 찬열이었다.찬열이 돌아간 길은 텅 비어있었다.다시금 백현의 심박수가 증가했다.백현은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찬열은 말이 없었다.대신 작은 숨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백현은 그 숨소리마저 긴장됐다.

 

 

 

 


-모르겠어
"..."
-그래서?
"..."
-아무렇지 않았던 게 아니면,뭐야?

 


찬열의 말에 힘이 실렸다.

 

 

 

-사실 고백할 생각 없었어
"..."
-그냥,너랑 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만으로 만족했었어
"..."
-근데 상황이 바뀌니까,사실 속마음은 안그랬는지도 모르는거고..
"..."
-그냥 그렇다는거야

 

 


백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콕콕 쑤셨다.

 

 

 

-아,미안.나 왜..이런 말하고 있지
"..."
-미안 혼란스럽게 해서

 

 

 


왜 사과를 해 네가.백현은 눈물이 조금 차올랐다.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자꾸만 그때의 기억이 회상되었다.얼떨결의 고백을 받고 뒤죽박죽이 된 마음을 애써 정리하고,아니 정리하려고 하면서 백현 스스로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을 때.그 때.백현은 사실 깨달았었다.어렴풋이,하지만 그 형체는 분명하게.

 

 

 

"아냐"
-...
"나.."

 

 


이번엔,찬열의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처음엔,누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줬다는 게 고마웠어"
-...
"정말..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서 너무 고마웠어"
-그래

 

 


근데.근데 말이야….백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몰랐어 처음엔"
-...
"네가 한 말 계속 생각하면서 걷는데 어느새 집 앞이더라"
-...
"진짜 몰랐었어,근데.."

 


근데.

 

 

 

 

 


 

"그냥..점점"
-...
"그 말을 해준 사람이 너라서,더 고마웠어"
-...
"그 말을 해준 사람이 너라서..좋았어"

 

 

 

백현의 심장이 요동쳤다.폭풍우처럼 거세게,그렇게 요동쳤다.

 

 

 

 


"미안,너무 늦게 알아서.."
-...
"나도,"


나도..네가 좋아.

 


그 말이 꼭 백현의 몸속 가득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찬열의 숨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백현의 귓가에 들렸다.

 

 

 

 

 

 

-아..
"..."
-백현아
"..."
-..나도,사실 몰랐어

 


사실..너랑 멀어지지만 않길 바랐는데.찬열은 마지막말은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나 전화 못하겠다 이제
"..."
-고마워
"..응"
-.......사랑해

 

 

 

 


곧 찬열의 전화가 끊어졌다.하아….백현은 전화가 끊기자 마자 다리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었다.결국 찬열에게 인정해버렸다.그랬다.사실 백현은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찬열이 처음 자신을 위로하며 안아줬을 때,자신의 급한 전화에 금세 달려와 공포에 떨었던 자신을 다독여줬을 때,그리고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애써 정리해보려 노력하며 집에 다다랐을 때.어렴풋이 알고 있던 그 감정의 실체를,그제서야 벗겨내고 인정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도,네가 좋아.

 

사실,전부터 그랬을지 몰라.
네가 내게 고백하기 전부터.
그랬을지 몰라..

 

 

 

 

 

* *

으아아으아..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쓰고 기절잠잤어요..

저 말 한 마디를 위해서 스무화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ㅠㅠㅠ

그 많던 갈등들이 거의 다 풀렸네요 이제 한시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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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궁디에요ㅠㅠ
역시 찬백행쇼우럭ㅠㅠㅠ작가님 와진짜 글 감사드려요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3
ㅜㅜㅜ찬백ㅜㅜㅜ찬열아 고생한보람이 있었네~~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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