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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집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니 근데 이놈의 가사가…
카페 안 구석진 창가자리에 앉아 노트북에 손을 올리고 경이 연신 머리를 쥐어뜯었다. 노트북 화면 가득 글자 없는 빈 화면만이 눈에 들어왔다. 깜빡거리는 커서가 약을 올리는 것만 같아 짜증이 확 밀려왔다.
“뭔 놈의 카페가 노래 선곡 센스가 없어.”
말소리가 묻힐 만큼, 시끄러운 노래에 경의 인상이 팍 찌그러졌다. 내내 이 자리에서 글을 쓰는 동안 한 문장도 나오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글을 쓸 때 주위 환경에 많이 좌우되는 편이니까.
마감이 며칠 남았더라?
딱 기본으로만 설정된 핸드폰 화면이 딱딱했다. 그와 맞지 않게 아기자기한 별을 붙이고 있는 달력중의 한 날짜가 눈에 거슬렸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는 처음보다 더 달아져 느끼한 맛을 가져왔다.
자꾸 눈이 마주치는 알바생도 보이고 오늘은 이만 가야겠다 싶어 경이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겨 넣었다.
“안녕히 가세요.”
어딘가에 신경질이 묻어있는 알바생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 하루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초겨울은, 햇빛을 순식간에 가져가 자꾸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축축 처지는 발걸음과 같이, 한 손에 든 노트북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만 같아 경이 고개를 떨궜다.
발 앞에 놓여 있는 빈 캔을 힘없이 발로 찼다. 또르륵- 작지만 귀에 와 꽂히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캔이 굴렀다.
왠지 힘없이 굴러가는 꼴이 자신과 비슷해 보여 입술이 댓발 튀어 나왔다.
“으씨, 진짜. 내일은 진짜 잘 써져야 되는데..”
경이 캔을 세게 걷어찼다. 날아간 만큼은 더 잘 써지길 빌며.
깨갱-
어이쿠야, 이런. 되는 일도 없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던 경이 혹여나 개가 쫓아올까 허둥지둥 달렸다. 한 손에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뒤뚱뒤뚱 뛰는 폼이 금세라도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얼마나 뛰었을까, 금세 숨이 차오르는 통에 경이 헥헥대며 가로등에 기대섰다. 한참을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있자 그제서야 다른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좋다…….”
평소에는 주변에 관심도 안 주고 집안에 틀어박혀 살길 반복했으니 알 턱이 있나.
경이 눈앞에 있는 피아노학원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잔잔히 귀에 깔리는 멜로디가, 카페에서 듣던 그것들과는 다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한참을 서 있으면서 곡을 듣던 경이 건물의 벽과 맞닿아 있는 골목 어귀에 쪼그려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잔잔하면서도 음이 하나하나 들려오는 노래가 글에 녹아들어갔다.
“으아, 다리”
다리가 저려오는지 쪼그려 앉다 못해 다리가 저려오는지 경이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는 이미 진지 오래, 가로등이 제 몸을 환하게 비추어 올 때까지 경의 손이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내일부터는, 여기로 와도 괜찮을 것 같아.
경이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센스하나는, 카페보다 더 좋네.
새벽 내내 썼던 글을 고치던 경이 느즈막히 일어나 하품을 뻑뻑 해댔다. 오래 죽치고 앉아 있던 것보다 훨씬, 글이 잘 써져 나름대로 만족하던 터였다. 며칠 간 추위도 잊고 그 아래서 글을 쓰는 게 쭉쭉 잘 써져 전과 다르게 기분 좋게 일어났다.
“녹음, 녹음할 수는 없을까?”
녹음은 좀, 그런가.. 경이 한참을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며 대충 비슷한 시각에 집을 나섰다.
낮에 오는 피아노 학원은 오히려 짜증이 밀려왔다. 딩딩거리며 울리는 여러 소리가 섞여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단 앉아서 글을 쓸 만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따가, 저번에 왔던 시간에 다시 올 거라는 다짐과 함께.
비슷한 시간에 피아노 학원 앞에 도착한 경이 항상 같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늘따라 바람이 부는 게 유난히 춥게 느껴졌다. 핫 팩을 흔들던 손을 바꾸어 가며 조물락 거렸다.
“흐엣취-”
한참 손을 노트북 위에서 움직이던 경이 크게 재채기를 했다. 그와 동시에 피아노소리가 뚝 끊겼다.
“어?”
안 돼. 더 들려야 되는데?
당황한 경이 이리저리 주위를 살폈다. 2층이라 보이지 않을 테지만.
“저기요, 거기서 뭐 하세요?”
“네, 네?”
경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꼬리가 찢어진 남자 하나가 창틀에 팔을 괴곤 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아, 아니,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안녕히 계세요.”
“저기, 잠깐만요!”
순식간에 짐을 싸 저만치 달아나 버린 경에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어올 리 만무했다.
후다닥 집에 돌아온 경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흐엣취-, 아 이놈의 재채기가, 엣취!”
연신 재채기를 하며 뜨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밖에 있었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 한 건지, 그때서야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프면 안 되는데... 마감 어떡하지?
경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미 몸은 피곤하다며 아우성을 쳤다. 불을 끄곤 침대에 힘없이 누운 경이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이불을 꽉 움켜쥐고 몸을 말았다. 밖에서 미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 말린 몸이 안쓰럽게 벽에 실루엣을 드러내다 사라졌다.
“쌤.”
“왔으면 소리 좀 내라.”
“뭘 보는 거예요? 뭐 있어요?”
“아무것도 없다. 가자.”
중얼거리며 타탁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내다 본 창문 밖에선 웬 낯선 남자가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가 끊기고 얼마 안가 금세 정리를 끝내고 어디론가 가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겨울에 땅바닥에 앉아서 무얼 하는 건지, 미친놈인가?
지호가 창문 너머로 슬쩍 남자를 바라보다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재채기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 들어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남자가 달아나버렸다. 당황한 모습이 꽤 재미있어 지호가 크게 웃었다. 오랜만에,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몇 날 며칠을 앓아누웠던 경이 부어 반쯤 뜨인 눈으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했다. 억지로 몸을 끌고 병원에 갔더니 도대체 뭘 한 거냐며 의사에게 욕을 된통 먹었다. 오늘까지 쉬면 정말 마감까지 원고를 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의 만반의 준비를 하곤 집을 나섰다. 정 안 되면 녹음만이라도 시도해야 할 것 같았다. 며칠 만에 나온 밖은 그 새 더 싸늘해져 있었다. 핫 팩 두어 개와, 목도리에, 한손엔 테이크아웃 커피. 저번보다 조금 더 신경을 쓴 경의 손에 주렁주렁 물건들이 매달렸다.
“아, 춥다.”
초라하게 바깥의 벽에 기대어 머리를 쥐어짜며 문장을 써 내려가던 경의 손이 점차 속도가 떨어졌다. 휭 하니 부는 바람에 손가락이 얼어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일 때 마다 관절이 당기듯 아파왔다. 커피는 이미 식은 지 오래, 오히려 경의 손에서 온기를 앗아가며 도무지 다시 미지근해 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가 아파와 노트북을 접어 넣은 경이 녹음기를 꺼내들었다. 핸드폰으로 녹음하려다 썩히긴 아깝단 생각에 그대로 집에서 들고 나온 것이었다.
철컥-
녹음 버튼을 누르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기다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려 귀가 금세 빨갛게 얼었다.
이렇게 추운데도 날이 풀린 건지, 눈이 아닌 겨울비가 부슬거리며 날렸다.
녹음도, 물 건너간 듯 했다.
“아, 비와. 어쩌지? 우산, 우산을 가져왔던가…….”
노트북 가방 안에 혹여 우산이 있을까 녹음기는 내팽긴 채 발을 동동 구르는 경의 앞으로 연두색 우산 하나가 와서 멈추었다.
“저기요.”
“네, 네?”
경이 울상이 된 표정으로 가방을 뒤지며 어디서 들어봄직한 목소리에 대답을 했다.
“사람이 말할 땐 얼굴을 봐야죠. 여기서 이러지 말고,”
고개를 들어올리던 경의 눈에 비춰진 것은 창틀에 팔을 올려두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그 남자였다.
“어? 아니, 그게, 제가, 아, 저 나쁜 사람 아닌데요. 그게 그러니까,”
어찌 할 바 모르고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던 경이 그때와 같이 갈 준비를 하자 한참을 웃던 남자가 팔을 꽉 잡아왔다.
“괜찮아요. 어차피 밖도 추우니까.”
팔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은 상당히 셌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당기는 손에 이끌려 경이 조심조심 건물 안으로 발을 옮겼다.
“신발, 벗어요. 여기 실내화.”
“아, 네. 근데, 저, 팔 좀.”
여직 잡힌 팔을 놓아주지 않아 이제나 저제나 말 할 때만을 보던 경이 입을 열었다.
“아아. 미안해요. 근데 놔주면 또 도망갈 것 같아서.”
“도망이라뇨.”
“저번에도, 제가 불렀더니 허둥지둥 뛰어가시길래.”
“아니, 그게..”
“여기 앉아요. 아마 밖보다 난로 앞이 더 따뜻할걸요.”
무슨 당연한 소리를.
내내 밖에서 떨다 들어와서 그런지 난로 앞에 앉자 몸이 찌르르 하는 느낌을 주며 풀리는 것만 같았다. 따뜻함에 뺨이 달아올랐다.
“근데, 왜 맨날 쭈그리고 앉아 있었어요? 이런 거 물어보면 실례인가?”
“곡이 좋아서요.”
“피아노 좋아해요?”
“글쎄요.”
거짓인 말은 하지 않았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건 생각해 본 적 없고, 단지 울려 퍼지는 소리가 좋아서 글이 잘 써졌으니까.
경의 애매모호하고 짧은 대답에 작은 학원에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멀뚱히 서로 시선을 피하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에요?”
“박 경.”
“내 이름은 안 물어봐요?”
“뭔데요?”
“우지호. 몇 살인지 물어보면 대답 해 줄 거예요?”
“뭐…….”
“몇 살이에요?”
“스물…일곱 이요.”
“난 스물아홉. 근데 진짜 단답이다. 맨날 그러는 거?”
“아니요.”
온기에 이미 반 쯤 녹은 몸에 나른해진 경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졸려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경이 그대로 난로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흡사 헤드뱅잉을 하는 것만 같은 모습에 풋 소리를 내며 웃던 지호가 여자아이들 때문에 사두었던 담요를 가져와 경의 위로 덮었다.
“조금 있다가 깨워줄게요.”
아예 잠들어버린 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실소를 짓던 지호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반질반질한 건반 위로 지호의 얼굴이 비추었다.
볼을 콕콕 찌르는 느낌에 귀찮다는 듯 눈을 감고 손을 내젓던 경이 ‘일어나요.’ 라는 나지막한 한마디에 후다닥 눈을 반짝 뜨고 일어났다.
“피곤한가봐요. 많이.”
“으아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하루를 통째로 보내고, 잘 알지도 못하는 그곳에서 그대로 잠들었다는 생각에 경이 머리를 잡으며 절규했다.
“한 시간 반인가? 적당히 잘 깨운 것 같네요.”
“아, 죄송해요.”
“아니요. 뭐.”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지호가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곤 피아노 앞에 가서 앉았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따라 선율이 만들어져 흘렀다. 잔잔하게, 한순간 감정을 토해내는 그것처럼 흘러들어오는 그것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이 노트북을 열까말까 고민하다 핸드폰을 꺼냈다. 문장을 건너뛰며 대강대강 어느 정도 썼을 땐, 지호가 연주를 마치고 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뭐 하는 거예요?”
“글이요. 글.”
“작가?”
“네.”
“그럼 지금껏 밖에 쪼그리고 있던 이유가 그거예요?”
말없이 고갤 끄덕이는 경을 쳐다보다 지호가 말을 꺼냈다.
“그럼, 괜찮으니까 다음에는 그냥 들어와요.”
“아니, 괜찮은…”
“어차피 추워요. 나쁘게 말 해줘요?”
“아니요.”
나쁘게 돌리는 말은 듣기 싫은지 경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답했다.
모르는 사람한테, 보통 이렇게 해 주나?
“쌤, 요 며칠 이상한 거 알아요?”
“어? 뭐가?”
“한, 이주? 맞나…그 정도 전에는 맨날 창가에 있더니, 갑자기 며칠 동안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잖아요. 그렇다고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그랬던가…”
“나도 보여 달라니깐 저리 가서 연습이나 하라고 그러고. 쌤 알려줘요. 뭔데요”
학원 내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인 유권이 지호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다들 입시 준비에 들어가 이 길이 아니라면 그만 둬야 할 고등학생임에도 아직 삼학년이 아니라며 끈질기게 붙어왔다. 오래되고, 나이도 있는 만큼, 지호와는 툭툭 장난도 치는 편이지만, 가끔 보이는 능글맞음은 지호도 치를 떨게 만들었다.
“아 몰라. 얼른 가서 연습이나 하라니까?”
“쌤, 나 연습하고 있는데?”
“왼손 박자 틀렸잖아.”
“알려 줘요, 빨리. 아아아아아!!”
“쓰읍-”
“흥, 나 사실 말 안 해도 다 알아요. 되게 귀엽던데, 내가 먼저 대쉬해 봐야겠네. 어쩌나”
유권의 머리통을 콱 쥐어박으며 지호가 고개를 돌렸다.
능글맞은 녀석. 다 알면서 뭘 떠봐 이 녀석아.
“으아아악! 진짜! 미쳐버리겠네!!”
경이 쓰다 만 문장을 두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손에 마구 눌린 키보드에 화면에 그저 자모음이 아무렇게나 떠 있었다.
지호의 학원에서 있던 것도 며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경을 보며 지호가 학원 문을 닫기 전까지 뉴에이지를 연주하는 게 대다수지만, 나름의 배려와 다정함에 편히 글을 쓴 것 같았다. 분량은 어느 정도 다 채웠다 생각했으나, 도무지 마지막 마무리를 할 수가 없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마감 후에 가겠다는 문자를 덩그러니 남기곤 경은 집에서 머리를 쥐어짜냈다.
“그놈의 연애 소설이 뭐라고!”
한참을 짜증과 함께 뒹굴던 경이 문자알림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잔뜩 찌푸린 채 본 화면에는 녹음파일과 함께 간단한 문장이 들어있었다.
‘힘내요! 도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녹음파일을 터치해 재생시키면서 뚱하던 표정과 함께 몸부림이 잦아들었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는데 좋아. 짜증나게 좋아.
포르르 한숨을 내쉰 경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일단, 조금만 쉴래.
쾅쾅쾅-
쾅쾅쾅쾅-
평화로운 오후, 경의 집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과 같은 힘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작가님!! 작가님!!!! 야!!! 박 경!!!!!!!!박!!!!!!!경!!!!!!!!!!!”
침대 위에서 베게로 귀를 틀어막던 경이 주민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나가야겠다며 느릿하게 현관으로 나갔다.
문을 살짝 열고 빼꼼 내다보자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는 여자에 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원고는? 다 썼어요? 원고 어디 있어!”
“아, 진짜. 다 했어요. 다. 아직 시간 안 됐는데!”
“흐흐흐 안 썼을까봐 그랬죠. 아이고, 착하다. 다크 서클 진해도 이뻐죽겠네 그냥”
“아아-버 꺼딥디마여!!”
“귀여워서 그러지- 다음이 완결이죠? 오늘 기분 좋네. 역시 처음을 여기 오길 잘했어. 작가님, 다음에 또 봬요.”
“씨…. 가요. 그럼. 잘 가요!!”
한참을 향수냄새를 이리저리 옮겨놓으며 경의 볼을 꼬집고 난리를 피우던 여자가 힘차게 현관문을 나갔다. 그 잠시 동안 폭풍을 만난 느낌에 경이 머리를 잡았다. 침대에 추욱 늘어져 퍼덕이다 이내 잦아들고는 눈 밑에 거뭇하게 칠해진 다크서클을 없애기라도 하겠다는 마냥 눈을 감았다.
“안녕!”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아…아…네”
경이 오랜만에 학원을 찾았을 땐 지호가 춥다며 난리치는 권에게 코코아를 타 내밀 즈음이었다. 친해 보이는 모습에 괜히 경의 입술이 튀어나왔다.
누구한테나 친절한가. 힘없이 인사를 받아치자 남학생이 눈을 도로록 굴리며 쳐다보았다.
“마감은, 잘 됐어요?”
“네. 그쪽 덕분에.”
“그거, 기분 좋네요.”
입꼬리가 설핏 올라가는 지호를 슬쩍 보던 권이 코코아를 후후 불기 시작했다. 흐를 듯 말 듯한 미묘한 분위기에 눈치를 살살 보다 홀짝홀짝 식어가는 코코아를 마셨다.
“쌤, 나 오늘 애인이랑 약속이…. 쌤 안녕!”
“뭐? 이 녀석이…”
“내일봐요!”
코코아를 다 마시기가 무섭게 유권이 가방을 둘러메고 튀어나갔다. 이상하게 어색한 기류에 둘 다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녹음 파일은, 어땠어요?”
“좋았어요. 많이.”
“어…….”
“어? 잠깐만요. 여보세요?”
멀뚱히 앉아있다 지호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을 때, 경의 핸드폰이 힘차게 진동했다.
“오 기자님?”
-악!! 작가님!!!!!
“으앗, 왜 소리를 질러욧!!!”
-이번에 평 더 좋아진 거 알아요? 지금 나도 기분 좋다고!!!!!
“진짜요?”
-아아아아!!!!! 몰라!!!!! 지금!!!! 너무 좋아!!!!!
밑도 끝도 없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 부은 채 끊어지는 전화에 경이 벙쪘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좋은 소식인 것을 알기에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실실 웃었다.
“좋은 일, 있나봐요?”
“그냥, 쫌, 네.”
“오늘은, 글 안 써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경이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고맙단 말 하려고 온 거니까.
“그럼, 피아노 쳐 줄까요?”
“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경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 며칠 전 보내준 그 곡이 지호의 손에서 그대로 만들어졌다.
경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소설 속에 있던 그 문장들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마지막 대사가...
비누방울이 하나씩 올라왔다. 조용해져버린 공기 사이로 비누방울이 차분히 내려앉았다. 피아노를 치는 지호의 손가락 위에도, 경의 뺨 위에도 아롱거리는 색이 물들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요, 우리.
연애, 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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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물비누에요!
많이, 늦었죠?
신알신이 울렸는데 가져오라는 에버그린은 안가져오고, 이런거나 가져오고있다니
하고 분노하지 말아요 ㅠㅠㅠㅠ
에버그린이, 잘 안써져요..
음 에버그린이, 생각보다, 늦어질 것 같아요. 읽어주시는 독자님들한테 죄송하네요.
별로, 달달하지도 않고.. 급전개 픽이나 들고오게 됬..네요.. 그래요
크리스마스가 다 가기 전에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래요 보고싶어서 들고왔어요!!!엉엉엉엉 ㅠㅠㅠㅠ 에버그린은 안써지고 독자님은 보고싶고.
이런 비뚤어진 작가라 미안해욧!
어쨋든, 아직 크리스마스 안지났으니까
메리크리스마스
+) 생각보다, 분량이 짧네요.. 좀 될 줄 알았는데..
오늘도 고마워요!
그리고 내 자기들♥ |
♥강친님 쌀알님 마가레뜨님 망가리님 코너킥님 미네랄님 헬리님 크림님 븊님 매일매일 고마워요. 그냥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막 그래요. 알져? 스릉흡느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