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yCray : You&Me
CrayCray : 정말 정말 정상이 아닌 사람이나 아닌 것
W. 비온뒤하늘
00. Prologue
두 사람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한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는 생각이었으니. 공감도. 이해도 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다급해서. 아쉬워서. 또, 울컥- 하고 쏟아져 나온 어둠이 나를 괴롭혔다. 언제부턴가 마음 한 구석에 어둠이 차올랐다. 두려웠다. 어느 순간 온통 나를 삼켜버릴까봐. 온통 어둠에 잠겨버릴까봐.
그의 열기를. 분노를 견뎌내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고. 나는 곧 말라죽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건 태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지 옆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자꾸만 자꾸만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강렬한 빛에 말라버린 풀들처럼.
그런 게 사랑이라면. 난 평생 사랑은 할 수가 없었다. 시들어버릴 바에는 온전히 혼자서 살아가고 싶었다.
아니- 그냥 살고 싶었다. 살고만. 살 수만 있다면.......
*
어디가-. 누군가 팔목을 휙- 하고 잡아챘다.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아. 김태형. 제발 오늘만큼은. 그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제법 센 악력에 어느새 느껴지는 팔의 통증이 느껴졌다. 인상이 찌푸려지고. 작은 탄식이 나왔다. 아-. 그는 내 통증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듯 제 궁금증을 채우기에 급급해보였다. 어디가냐고. 그의 표정이 제법 굳어있어서 나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차가운 얼음을 한 가득 쏟아부워 놓은 것 마냥 냉랭해서. 한기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고는 했다.
더 이상 내가 물러설 곳은 없었다. 이 이상 그를 화나게 한다면. 나는. 나는. 어떻게 될까? 집, 집에 가려고. 내 대답을 듣고서야. 그는 팔목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자유로워진 팔목은 시큰거렸고, 그의 강한 악력에 의해 빨간 손자국이 나있었다.
빨간 손자국은 마치 낙인과도 같았다. 너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생각조차도 하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하는 낙인과도 같았다.
잊지 마.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지? 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고, 어느새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조금도 다정하지 않은 손길에도 내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마음에 파도가 일렁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에게 만큼은 내 심장이 반응해서는 안 됐다. 나는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 되는 거라는 걸.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이건 잔인한 행복이자. 견딜 수 없는 형벌이었다.
그 날의 비극의 서막이 울린 후부터 시작된.
*
소파에 몸을 뉘었다. 느껴지는 푹신함에 몸이 빠져들었다. 단지 몸만. 마음은 벌을 받는 중이었다. 몸이 편하든, 힘들든 간에 마음의 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를 않았다. 잠시라도.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옥죄이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웠던 때가 언제였는지도 어느새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았다. 도망치려 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족쇄가 아니었다. 결코 내 힘으로는 풀 수 없는 미궁과도 같은 족쇄였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 뿐이었다.
어차피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네게서 벗어날 수 없다고. 사실은.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태형아- 김태형. 듣지도 못할 외침에 허공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나와- 집 앞이야.] - 김태형
한껏 잠식되어 있던 우울에서 빠져나왔다. 나갈 준비를 빠르게 하던 중 눈에 달력이 들어왔다. 정갈한 동그라미가 눈에 띄었다.
오늘이었다. 벌써, 2년이라. 시간 참 빠르네.
시간은 빠르게 달려가는데. 아직 그 곳에 갇혀있다. 나도. 너도.
마치 겨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갇혀있다.
끝을 모르는 겨울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봄이 올까?
더 하고 싶은 말 |
일단 먼저 사과부터... ㅠㅠ ㅜㅜ 죄송합니다. 너무 짧죠? 프롤로그라서 짧은 거라고 변명해보려구요. (그래서 구독료는 안 걸었어요. 구독료 던져!!!) 갑자기 어두운 글을 쓰고 싶어서 계획하던 글 아무거나 꺼내서 쓰던 것 중에서 일단 들고는 왔습니다.
사실 지금 어둡게 쓴지도 모르겠어요. 약간 망작인 거 같기도 하고. 한참 부족한 실력이 여기서 드러나는...
응원해준 탄들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입니다. 일단 글 남기고 사라질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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