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y-Dovey
W. 비온뒤하늘
03. 너에 대한 나의 맘은
#Past
야, 너 오늘 시간 있어? 아니 시간 많아? 갑자기 뭐야. 뜬금없이 맞은편에 앉아있던 김태형이 정말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뭐야. 얘 왜 진지해 불안하게. 아니. 엄청 바쁜데. 동아리 실에 앉아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도 하고 편집도 할 생각이라 제법 단호하게 말을 쳐냈다.
무엇보다. 진지한 김태형이라니. 또 뭔 사고를 칠라고... 아- 왜. 너 뭐하는데? 어? 예상과 다르지 않게 찡찡대는 표정으로 떼를 쓰는 아이처럼 이유를 물어왔다. 나 사진 편집해야 돼. 바빠. 평소에는 동아리 실에 같이 있어도 딱히 뭘 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던 녀석이 왜 이러냐. 수상하게.
“근데 왜 무ㄷ...”
“그럼 너 오늘 동아리 실에 있을 거야?”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김태형에 질문을 던지려는 내 말을 끊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동아리 실에 있을 거냐고 묻는 녀석에 고개를 끄덕여 답을 대신했다. 갑자기 확 밝아진 표정을 한 김태형은 혼자 중얼거렸다. 아- 다해ㅇ... 뭐라는 거야. 그러더니 한참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일이 있나 싶기에는 원래 독특한 아이라 갑자기 심심했었나보다. 그냥 그러고 말았다. 좀 더- 생각해봤어야 됐는데...
그렇게 김태형은 핸드폰. 나는 노트북을 킨 채로 작업에 몰두하던 차에 동아리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아-. 그 남자였다.
어깨에 딱 떨어지는 검은 셔츠. 발목에 맞는 검은 바지를 입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떤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 마음이라는 핀을 딱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남자는 김태형과 아는 사이인지 제법 반갑게 인사를 했고, 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김태형이 맞은편에 앉아있을 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꾸만 남자가 의식되어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그러다 얼마 후 김태형이 바쁜 일이 있다며 동아리 실을 나섰다.
남자도 당연히 나갈 줄 알았는데. 그는 계속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진짜 신경 쓰여. 어떡해. 왜 안가는 거지? 혹시 할 말이 있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자도 동아리 일원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갑자기 긴장의 끈이 탁-하고 풀렸다. 여기가 편한가보지. 나보다 이 동아리에 더 오래 있었을텐데. 잡생각들을 떨치고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탄소야-”
갑자기 들려오는 내 이름에 고개가 번쩍 들렸다. 네? 그런 내 모습에 남자는 작게 웃음을 보이고는. 뭐하는지 구경해도 될까? 라며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에 촉각이 곤두섰다. 이건 뭐야? 화면에 고개를 가까이 하다가 갑자기 휙- 돌린 탓에. 제법 가까워진 얼굴에 놀라. 숨을 훅- 하고 들이마쉬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럼에도 남자는 내게 올곧은 시선을 보냈다.
“어...”
“괜찮아. 천천히 말해”
“이거는 저번에 찍은 건데요.”
잔뜩 당황한 내가 어버버- 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남자는 안심하라는 듯 살며시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말해도 된다며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나도 긴장이 풀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이거도 제가 좋아하는 사진인데.”
“응.”
“되게 예쁘죠?”
“응. 예쁘네.”
“이거는 며칠 전에 찍은 건데요. 그 날은 날씨가...”
“...”
신이 나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남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참을 사진을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내 말에 반응하던 그가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너무 나만 떠들었나?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쿵- 심장이 떨어졌다. 눈이 마주쳐서. 그는 계속해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나는 어색해진 분위기에 어설픈 웃음을 흘리며 하...하...제가 너무 제 얘기만 했나요? ...재미없으시죠. 남자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괜찮은데. 사진도 예쁘고, 설명도 듣기 좋고.
창가를 타고 들어온 햇빛에 그의 머리카락이. 웃음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툭- 말이 튀어나왔다.
“멋있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되었다.
합-.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나 진짜... 미쳤나봐.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꼬리까지 접으며 웃다가. 나 멋있어? 하며 내 머리위로 손을 올렸다. 진짜... 진짜... 창피한데. 멋있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쑥쓰러운 마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던 그가 갑자기 한 말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너는 예쁘다.”
“...네?”
믿을 수 없는 소리에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자 그는 진지하게. 여유롭게.
“나 멋있다며, 나는 멋있고, 너는 예쁘니까.”
“...”
“우리 사귈까?”
“네?”
순간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서. 바보같이 네? 하는 질문만을 내뱉었다.
“너 지금 네. 라고 한거다?”
네 가 그 네 가 아닐텐데요.
“...”
“자 이제 우리 사귀는 거네.”
그는 능청스러운 말투로 우리 사귀는 거네 하며 웃었다. 이렇게 훅- 들어오면 진짜 제가 떨려서. 심장이 남아나지를 않아요. 정말로.
자, 그럼 사귀는 기념으로 그 딸기 에이드라도 먹어야 되나?
진짜로. 사귀는 거야? 이 사람이랑? 너무 당황해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정지. 상태로 한참을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그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싫어?”
“아니요. 마셔요.”
심장은 좀 위험하겠지만. 마셔요. 우리. 딸기에이드.
“아니. 사귀는 거.”
그가 진지하고. 단호한 어투로 물어왔다.
“...”
나는 이렇게 떨리는데 어딘가 의연한 그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그랬다. 그랬는데...
“...싫어?”
싫어? 라고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다시 자세히 그를 바라보자. 그제야 긴장한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나만 긴장한 게 아니구나. 저 사람도 떨리는구나. 그저 용기를 내고 있을 뿐이네. 나한테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였어.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아뇨. 좋아요.”
“...”
“만나요. 우리.”
고심 끝에 내뱉은 말이었다. 만나요. 우리. 한번 만나봐요. 그 끝에 뭐가 있든 시작해봐요. 그는 안도한 듯 작게 숨을 쉬더니. 내 심장을 무너트렸다.
“아- 예쁘다. 진짜 예뻐.”
아무래도 자주 만나면 내 심장은 제 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Present
눈 아프다. 계속해서 화면을 보고 작업을 하다 보니. 요즘 따라 눈이 자주 피로해지고는 했다.
탄소야-. 익숙한 목소리에 쳐다보지 않은 채 어, 왔어? 하고 대답하자. 턱- 하고 음료수를 내려놓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나, 사진 설명해줘. 갑자기 또 뭔소리야. 뜬금없는 말에 그를 쳐다보자. 씨익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 철부지 애야. 맨날. 김탄소. 일하자 일. 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작업에 집중하려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는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왜- 왜- 나 작업 중이잖아.
내 말에도 그는 그저 미소를 짓다가 책상에 한 손을 받힌 채 턱을 손에 괴고는 탄소야- 오빠 안 멋있어? 멋있어. 멋있어. 우와- 우리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있지? 대답을 안하면 또 한참을 투덜거릴게 분명해서. 일부로 더 오바를 하며 칭찬을 건넸다. 또 성의없이 대답했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너는 예쁘다.
어? 뭐야- 갑자기. 그래도 기분은 좋네. 고마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음료수를 마시는데. 아직 그는 말을 다 마치지 않았던 듯.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나는 잘생겼고, 너는 예쁘고. 우리는 사귀는 사이니까.”
그러니까 뭐-. 근데... 이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지. 왜?
“데이트하자”
하- 진짜. 나 일하는 중이라니까. 일!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건데.
나 일해야 돼. 나 지금 작업 중이잖아. 조금은 짜증스레 대답하자.
“싫어?”
아니. 뭘 또 싫은 게 아니... 아, 나 생각났다. 이거- 처음 사귈 때 멘트잖아.
뭐야, 진짜-. 귀엽긴. 그의 행동에. 그리고 처음 사귈 때의 말과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혼자 웃고만 있자. 내가 저를 비웃는다 생각했는지. 어느새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오늘은 예쁜 짓 했으니까. 내가 인심쓴다.
“오빠, 삐졌어? 어?”
평소 잘 하지도 않던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말을 하자. 살짝 고개를 돌린 채 대답했다.
“조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아- 왜에- 삐지지마. 어? 팔 한쪽을 잡고 흔들면서 애교를 피우자.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우리오빠. 어떻게 하면 풀리려나. 내가 어떻게 해줄까요? 고개를 가까이 다가가며 묻는데.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서 얼굴이 가까워졌다. 이거 봐. 자꾸 사람 설레게.
그는 무언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는 미소를 지으며 제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제 입술에 손가락을 한 번 가져갔다가 다시 볼을 가리켰다.
입술...? 볼.
...미쳤어. 진짜.
“여기서?”
“어. 그럼 어디서하게?”
“아니. 여기는 좀...”
“그럼 밖에서 하게? 그럼 난 더 좋고”
이 오빠가 진짜?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능청스레 말을 잇는 오빠가 얄미웠다. 밖에서 하면 더 좋다고. 뭘 좋아. 오빠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뭐라는 거야. 진짜. 내 저항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빨리-. 라며 여유롭게 말을 했다. 한 번만이야. 진짜. 내가 이럴 줄이야. 탄소야. 너 많이 변했다.
눈을 질끈 감고 볼에 입 맞추었다. 쪽- 부끄러움에 볼이 달아올라서 재빨리 몸을 떼어내고 멀리 도망치려했는데. 강한 악력으로 팔을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귓가에 나지막히 읊조렸다.
방금. 진짜 귀여웠어. 우리 탄소 예쁘다.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어깨에 숙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어깨를 살짝 물어왔다.
어... 어딜 물어. 미쳤나봐. 진짜.
더 하고 싶은 말 |
두 사람이 드디어. 연애를 하게 되었네요. 이제서야 프롤로그가 끝난 느낌이예요.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죠. 제가 너무 쓰고 싶던 것들이 뒤에 있어서. 오늘은 달달하게 써야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가... 정말 정말 부족함이 커서. 사실 나중에 몰래 수정할지도 몰라요. * 주말 동안에 글을 많이 많이 써야 되는데. 페스타 기간이라 좀 바빠서... * 사실 다른 작품도 올렸어요. 보셨으려나. 충동적으로 쓴 작품인데. 그거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구요 근데 이 작품 소홀히 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습니다. 이거 초안 짜는데 저 2주 넘게 걸려서. 완주할꺼예요. 그러니 열심히 같이 달려봐요.
+) 암호닉은 변동이 없어서 따로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