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짐을싸서 나온 뒤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그저 누군가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싶었다.
그렇게 고민끝에 도착하게된 일본에서의 생활은 낯설었다.
일어를 할 줄 아는것은 아니였다.
어차피 어딜가나 말이 통하지않을것은 뻔하니까.
차츰 살아가면서 배우면 되겠지, 하고 이것저것 알바도 구했다.
월세를 내며 사는 집도 집주인도 좋았다.
이런 마음으로 일본에 머무르게 된지도 오랜시간이 지났다.
딱히 달력을 보며 날짜를 확인하거나 세어보는 허망한 짓은 하지않았다.
그래봤자 내게 남는것은 그에대한 추억뿐이니까.
" …오늘도 춥네. "
나올때 챙겨온 우산을 펴들었다.
새하얀 눈이 하늘에서 쏟아지듯 내린다.
한발한발 내딛을 때 마다 하얀 눈에 내 발자국이 새겨졌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혼자 걸어가고있다는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듯 내 발자국밖에 없었다.
거리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 ゾワッです(저왔어요). "
" 来たの? 寒いでしょう? 早く入って来て(왔어? 춥지? 빨리 들어와). "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떨어져내린 눈은 금새 물이되어 바닥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대걸레를 들고와 바닥을 닦았다.
지금 일하고 있는곳은 한 카페였다.
눈이 내린탓에 바깥이 새벽처럼 어두웠다.
불을 켜보니 은은한 조명이 나를 반겼다.
" 社長(사장님). "
"うん?(응?) "
" 照明が変わりましたね?(조명이 바뀌었네요?) "
" うん. これがもっときれいなの?(응. 이게 더 예쁘지?) "
"はい.ずっとザルオウルリヌンゴッみたいです.(네. 훨씬 잘어울리는것 같아요.) "
사장님과 몇마디 담소를 나누고 나니 곧 개점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맞는 첫 손님.
바닥 청소를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앞에 그가 서있었다.
"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 "
" 저 일어 못하는데. 한국어로 해주세요. "
" 어서오세요. "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지갑과 작은 다이어리였다.
그가 지갑을 열더니 그 속에 자리하던 그와나의 커플사진을 꺼내보였다.
그리고는 다이어리와 함께 프론트에 올려두고는 가버렸다.
사진을 집어들었다 내려놓곤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그날그날 그가 써내려간 글이 써져있었다.
[2012.04.03 보고싶다.]
[2012.08.26 오늘은 비가내린다. 우산은 잘 쓰고 다닐까?]
[2012.10.22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감기안걸리게 따뜻하게 입고다녀.]
[2012.12.27 그녀에게 다가갈것이다.]
[2012.12.28 다시 돌아와줄래? 010-OOOO-OOOO]
펜을들어 마지막 문장 밑에 또박또박 써내렸다.
[다시 고백해줘서 고마워요, 손님.]
창밖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윤석영권 |
오랜만에 왔네요ㅋㅋㅋㅋ 연말이라 이것저것 정리할것도 많고해서.. 이제 시간도 많으니 글도 자주자주 올리고 해야겠어요ㅋㅋㅋㅋ 항상 감사합니다♡ |
♥암호닉♥ |
♥koogle 다현 흥민이론 바나나 욘초르♥ 제글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