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하루였다.
원래 있던 수업들에 교수님 편한대로 잡은 게 분명한 보강.
쌓여있는 과제, 유달리 안 풀리는 인간 관계. 몸도 마음도 힘든 하루.
"Hello, My flower."
혼자서 학교 정문을 나가는 도중에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말이 들렸다.
내 영어 이름은 태몽에 나온 꽃에서 따온 이름이다. 내 꽃, 내 꽃 같은 사람.
이렇게 불러주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는데.
분명 평소 같았으면 시끄러운 차소리, 사람 소리에 묻혔을 법한 크기의 소리에도 내 귀에 꽂혀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확 틀어서 뒤를 채 다 돌기도 전에 익숙한 체향이, 따뜻한 온기가 먼저 들어왔다.
"I miss u, so much."
전보다 더 넓어진 품에 파묻혔다. 제대로 얼굴을 확인 한 것도 아닌데 눈물부터 왈칵 쏟아져나왔다.
그래, 힘든 하루였던 탓이다. 힘들지 않았어도 분명 너무 반가워서 눈물부터 났었을 텐데 힘들어서 이렇게 서럽게 눈물이 나는 거다.
"Why are you crying?"
약간은 당황한듯 품에서 잠시 풀어주며 다정하게 물어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해사한 미소를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Why didn't you send me a letter?"
너무 좋아서 아직도 눈물이 퐁퐁 새나오는데도 일부러 왜 답장 안 했냐며 툴툴거리면서 말을 돌렸다.
"For Surprise."
따란- 하는 소리까지 섞어가며 대답하는 다니엘을 꽉 끌어안았다. 큰 손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게 느껴졌다.
이 아이는 날 너무 잘 알아서 배려해주고 있는 거다.
당장 대답하기 힘들어 하는 걸 알아서, 나중에 내가 천천히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다.
간만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올랐다.
"I'm just happy to meet you in this moment. I really really miss u."
"Really?"
"You can't even imagine what I feel.""
생각보다 봄이 빨리 찾아왔다.
-
"안녕?"
"너 한국말 할 줄 알아?"
"Umm... Sorry, I can't understand what you said.
I just know some simple kind of sentance."
"바보."
"바보?, What does it mean?"
Daniel Kang. 한국 이름 강의건. 한국계 영국인. 한 마디로 교포다.
처음 한 대화가 딱 저랬었던 것 같다. 처음 영국에 갔을 때 나는 영어를 알아 듣기만 하고 말은 잘 못하는 편이었다.
주입식 교육을 제대로 받아서 그런가 한국에선 영어 잘한다 소리 들었는데 막상 실전에선 말은 못했던 거다.
소심한 성격도 한 몫 했지만.
초등학생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었다. 가족들 다 같이. 처음엔 영국이 싫었다.
아니, 영국이 싫다기 보다는 한국을 떠나는 게 싫었던 거지.
낯도 엄청 가릴 뿐더러 당시 영어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는 영국 학교에 처음 간 날 교실에서
눈치만 보며 멀뚱멀뚱 앉아있어야 했다. 그때 말을 걸어준 게 다니엘이었다.
딱 봐도 자기 가족하고 같은 나라 사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기했다고.
자신의 가족 외에 한국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때에 영국으로 이주해서 부모님도 영어를 쓰시기에
다니엘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냥, 여느 외국인처럼 단순한 문장만 구사할 줄 알고 말이다.
(구사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다정한 어린 아이는 크면서도 계속 다정했다.
운이 좋았던 건지 같은 반이었던 적이 대부분이었고,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계속 챙겨줬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랑 친해지고 싶었다고, 그런 낯간지러운 말도 서스럼없이 내뱉는 애였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된 이후로는 더 다정해졌다. 언제부터 서로 좋아했더라. 잘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는 사람.
근데 그 자연스러움이 깨졌다. 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부터. 고등학생이 될즈음 우리 가족은 귀국했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지, 처음엔 한국을 떠나기 싫어서 영국이 싫었는데 이제는 영국을 떠나기 싫어서 한국이 싫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다니엘을 못 보는 게 싫은 거였지만.
내가 아무리 난 영국에서 살 거라고 떼를 쓰고 고집을 피워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펑펑 울면서 다니엘과 헤어졌다. 뭐, 그 헤어졌단 의미는 아니고 그냥 육체적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의미지만.
이메일도 보내고, 손 편지도 쓰고, 스카이프로 화상 통화도 나름 자주했다.
그래도 시차는 너무 버거웠다. 그립디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또 떼를 썼었다.
처음엔 위험해서 절대 혼자 영국 못 보낸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엄살 심한 내가 내가 교통비 아끼려고 먼 거리를 걸어다니고
좋아서 입에 달고 살던 젤리도 안 먹고 코 묻은 돈 비행기 값 한다고 악착같이 모으니 말이 달라지셨다.
거기에 다니엘 부모님이 전화도 해주셨다. 걱정하지 말라고. 당신 집에서 생활하게 해주고 잘 보살펴주시겠다고.
우리 엄마 아빠도 가장 친한 가족이 다니엘 가족이었기에 결국 믿으시고 방학마다 날 영국으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그런가, 늘 방학만 기다리고 살았던 것 같다. 수능이 끝난 이후론 아르바이트도 왕창 시작했었다.
성인이 되다보니 비행기 값이 영 양심이 아파져서가 이유라면 이유였다. 다니엘 선물도 좋은 거 사주고 싶었고.
근데 이게 웬일인가. 방학 시즌도 아니고 여긴 영국도 아닌데 다니엘이 눈 앞에 있는데.
아, 넌 몇달 전보다 더 자랐구나. 더 어른이 됐구나.
어렸을 때도 날 너무 품어줘서 어른 같았는데, 이젠 진짜 어른의 모습이네.
"보고 싶었어."
"나도."
"한국말로 대답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다, 너."
"Sorry. I can't understand."
"바보."
이제 그 말 뜻 아니까 자기 놀리지 말라 말하며 조심히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봄이다, 봄. 한국에 이른 봄이 왔다.
사담 9ㅅ9 |
영어로 대화하는 강다니엘이 보고 싶어서 끄듀판 들어오고 젤 먼저 쓴 망상글이에요 즈에가... 영작을 하도 오랜만에 해봐서 ^^,,, 문법 오류가 다량으로 있을 것이라 예상되오나 어차피 우리는 한국인이니까요! 그냥 의미만 알아들어주세요 (억지) (뻔뻔) 왠지 매일매일 술술 써진다 했는데 역시나 글쓰다 막혔어요 ㅋㅋㅋㅋㅋㅋ 친구 A, B가 다 구상하고 쓴 글이 아니라 써지는대로 입맛대로 쓰는 글이었어서 그런가요 8ㅅ8 반 정도는 대충 쓴 것 같은데 반이 안 나오네요 껄껄 좀만 기다려주시면 곧 가져올게요 시험 기간이라 아주 자주는 못 올 것 같아요 ㅜㅅㅜ 오늘도 새로 쓰진 못하고 독방에 썼던 글 재탕으로 가져왔어요 8ㅅ8 사진도 못 넣고 간신히 암호닉 정리만 해서 올립니다 ^ㅁㅠ
여담이지만 짧게 순간의 기분따라 쓴 글은 망상.txt를 붙였었고 약간이나마 작정하고 쓴 글은 나름의 제목을 지어줬었어요 ㅋㅋㅋ 제 망상들이 위험해서 현재는 작정한 글만 남아찌만... (롬곡) 오늘은 위험하지 않고 건전한 망상 짧지만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ㅋㅋㅋ ㅜㅅㅠ 시험 끝나고 혹은 주말에 오게씀니다 엉엉
+) 친구 시리즈 초록글 감사합니다 ㅠㅅㅜ... 라뷰... ♥ 독방에서 언급되는 것도 몇 번 봤는데 그것도 라뷰... ♥ 달아주시는 덧글들 보면서 혼자 변태처럼 실실 웃어요 (사실 변태 맞음)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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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도 암호닉 신청을 해주셔서 8ㅅ8 정리했는데 혹시 빠지셨으면 절 매우 치시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주루룩) 가장 최근 길에 신청해주시면 감사히 받게쓴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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