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이랑 여주는 사귄지 2년 정도 된 파릇파릇 새싹임. 영민이가 되게 무심해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성격 자체가 그런건지 반면에 여주는 되게 스킨쉽도 좋아하고 남자던 여자던 (남자는 남자친구 한정) 좀 앵기는 스타일이라 사실 좀 힘들어 함
영민이랑 여주랑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나 9살 차이인데 여주가 좀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단 얘기도 많이 들었었고 사실상 그렇게 세대차이는 못느낌 영민이가 좀 신세대랄까.. 으음 그것도 아닌데? 아무튼 세대차이는 별로 안남
영민이랑 여주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여주는 영민이한테 오빠라고 잘 안함 맨날 영민아- 임영민- 이라고 하는데 가끔씩 영민이한테 잘보여야 할 일 -영민이가 화났을 때- 있으면 영민이한테 가끔 그 날만 오빠라고 부르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영민이는 또 안그런 척 져주고 그러지 뭐
영민이랑 여주랑은 자주 안싸우는데 한번 무슨 일 때문에 싸웠었냐면, 여주랑 영민이랑 같은 회사에 다니거든? 근데 서로 부서가 달라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출퇴근 같이 함. 둘이 사귀기 전에부터 둘 다 워낙에 회사 내에서 유명했어서 둘이 사귀는 건 회사 전부가 알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 영민이한테 일부로 치대는게 너무 딱 보이는거야 다른 사원들은 젊은 애가 간도 크지 이러고 있고.. 안그래도 직속 후배라 만날 기회가 더 많은데 그렇게 치대고 선배님 선배님- 하는게 여주는 너무 싫은거야
게다가 영민이가 잘생겼잖아.. 안그래도 평소에 많이 불편했는데 그렇게 진짜 대놓고 그러는 사람이 생기니까 더 미치겠는거지 여주는, 그래서 여주가 영민이한테 한번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음
'영민아'
'응'
'있잖아 그 너희 부서 신입, .. 네 직속'
'응 왜'
-너한테 감정 있어보인단 말이야, 좀 거리 두면 안돼? 영민이는 새삼스럽게 이러는 여주가 이상한거야 말 꺼내기 전부터 애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길래 뭔가 했더니 별 거도 아닌 얘기인거지
영민이한테 저게 별 거도 아닌 이야기인 이유가, 영민이가 티는 안내지만 여주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아낌. 그래서 뭐 여주가 귀엽게 굴어도 틱틱대다가 여주가 삐쳐서 고개 돌리면 그제서야 웃고 그러거든
'신입이 나한테 감정이 왜 있는데. 안좋은 감정?'
'아니 그거 아니고.. 말 안해도 알잖아'
'말을 안하면 내가 어떻게 아는데?'
'그게 아니라 신입이 너 좋아하는 것 같다고'
'..?'
'너는 못느끼냐?'
갑자기 뜬금없이 신입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단 말에 영민이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음, 오늘따라 여주가 왜이렇게 투정을 부리지 싶어 그냥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운전만 함.
또 여주는 영민이가 가만히만 있으니까 또 짜증나는거지 알겠다 거리 둘게, 이 한 마디만 툭 던져줘도 괜찮은데 가만히 있으니까 또 나름대로 더 불안하지 또. 그렇게 정적 속에 차는 여주 집 앞에 도착함. 그냥 가기에는 찝찝하고 애는 말을 안하고 답답한 여주가 영민이한테 화를 냄
'영민아'
'응'
'너 나 안좋아하지'
'.. 갑자기 왜이러는데'
'갑자기가 아니라 솔직히 맞잖아, 맨날 나만 표현하고 나만 티내고 나만'
'...'
'왜 사귀냐? 그냥 헤어지고 다른 여자 만나 너랑 똑같이 표현 안해주는'
'야 니는 무슨 말을..'
'왜 뭐가, 넌 평소에 더 심하게 하잖아. 아니 아예 말도 잘 안하지 나한테'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회사에서만 보자. 라는 말을 남기고 여주가 차문을 열고 나가버림. 차 안에 남겨진 영민이는 너무 당황해서 한동안 차 안에서 머물렀음
여주는 집으로 올라가서 옷이고 화장이고 뭐고 일단 침대에 엎어져서 한참을 움 임영민 나쁜 놈아ㅠㅠㅠ 별의 별 이상한 말을 다 해가면서 서럽게도 꺽꺽 울다가 잠이 들고 다음 날에 출근을 했음
원래는 아침에 영민이가 데리러 오고 퇴근에 데려다 주고 이러는데 아침에 나오니까 영민이도 없고 허전하고 괜히 또 서운한거야. 그래서 꿍한 마음으로 회사를 갔음
여주네 부서 사무실에 가려면 영민이네 부서를 지나야 함. 근데 거기를 지나가면서 슬쩍 영민이 자리를 봤는데 눈이 딱 마주친 거, 여주는 놀라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짜증나가지고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서 자기 사무실로 쿵쾅쿵쾅 걸어감.
그렇게 한 일주일? 싸운게 월요일인데 금요일이니 한 5일 정도 되겠다. 화 수 목 금동안 여주랑 영민이는 연락도 안하고 공적인 일로도 연락을 한번도 안함. 워낙에 두 부서가 연결고리가 없기는 함,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여주는 또 세상 모든 짜증 자기가 한가득 안고있는 표정으로 영민이 한껏 째려보고 그런 여주보면서 영민이는 작게 한숨 쉬다가 먼저 눈 피하고
여주는 1시간만 있으면 퇴근이다. 불금이다 내일 출근 안한다! 이러고 있는데 메신저가 띠롱- 하고 옴. 왠지 불길한 마음에 메신저를 여는데 부장님이 오늘 하루만 수고해달라며 야근 좀 부탁한대, 불금은 무슨 개뿔이 빠빠이구나- 하면서 여주는 그냥 책상에 엎드려버림.
그래서 여주네 부서 사람들이 다 퇴근하고 여주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서류처리를 함. 사무실에 나밖에 없겠다 어차피 내가 하는대로 끝나는거니 농땡이도 좀 부리고 탕비실 가서 커피도 타 마시고 하면서 하는데 그때 메신저가 또 온거야.
이 시간에 회사에 나 말고 또 누가 야근을 해? 하면서 메신저를 여는데 그 공적인 메신저말고 채팅방을 만들수가 있는데 1:1 채팅으로 영민이한테 연락이 온거임.
여주는 영민이한테 화가 단단히 나 있던 상태였음 영민이가 물론 보고싶기는 했지만 먼저 연락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았고 그러기엔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던거지. 그래서 메신저도 그냥 읽씹하고 머리나 좀 식혀야겠다 하면서 탕비실로 감.
영민이도 부서에서 혼자 남아 야근을 하던 중이었는데. 컴퓨터로 자료 작성하고서 메신저로 보내놓으려고 딱 들어가는데 여주 메신저에 접속 중이 떠 있는거야.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채팅 한번 보냈는데
그 메신저가 채팅을 읽으면 읽은게 표시가 되는데 읽은 표시만 있고 답장은 안오는거야. 그래서 머리 감싸고 왜 답장 안해주지 하고 한참 고민하던 중에 영민이네 사무실 바로 앞에서 발소리가 나길래 혹시나 하고 나가 봄.
근데 여주가 탕비실로 가고 있는걸 본거야. 그래서 영민이가 사무실에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여주가 다시 나오고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영민이도 나가서 '김여주' 라면서 여주를 불렀음.
여주는 탕비실에서 커피나 타 마실까 하다가 괜히 이따가 잠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그냥 물만 한 잔 마시고 나옴. 나와서 사무실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로 뒤에서 김여주 하고 부르는거야.
그래서 뒤를 돌아보는데 영민이가 서 있는거임. 근데 여주는 아직 영민이가 보고싶지 않아서 그냥 다시 뒤 돌아서 사무실로 감.
영민이는 여주가 평소에 되게 살가웠어서 이렇게 반응할 줄은 전혀 몰랐던거야. 잠시 당황하고 있다가 정신 붙잡고 '내랑 얘기 좀 해도. 응?' 라면서 여주 뒤를 따라가는데 여주는 그냥 무시하고 가버림.
영민이는 이대로 있으면 그냥 무시만 당하겠구나 해서 여주 손목 붙잡고 딱 자기 쪽으로 돌려서 자기 보게 하는데 애가 눈물이 글썽글썽한거야. 너무 놀라서 울지 말라면서 자기가 더 놀래서는 안절부절 못함.
그런데 여주는 더 서럽게 우니까 그냥 사이 좋을 때처럼 꼭 안고 머리 토닥토닥 해줌. 달래주려고 그런건데 안아주니까 이제는 여주가 소리 내면서 더 서럽게 끅ㅇ끙 울면서 임영민 겁나 나쁘다고 결혼 안한다고 프로듀스101 강다니엘한테 갈거라니 뭐라니 옹알대는데
영민이는 그 말에 또 귀엽기도 한데 다른 남자한테 간다니까 품에서 살짝 떼고 얼굴보면서 '니 그 머스마랑 결혼할거가. 응?' 이러니까 여주가 또 그건 아니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데 여주가 너무 귀여워서 영민이는 미침.
근데 또 애가 아직 화가 안풀린 것 같아서 다시 안고 계속 토닥이면서 여주가 좋아하는 서울말으로 내가 미안해. 한번만 용서해주면 안되냐 이러는데 여주는 또 영민이가 괘씸한데 마음 약해져서 영민이 더 꼭 안음
여주가 한참 다 울고서도 진정을 못하니까 영민이가 미안하다고 계속 안절부절 못하는데 여주도 자꾸 눈물이 안멈추니까 자기도 답답한거야 그래서 그냥 영민이 확 떼어버리고 사무실로 쿵쿵 -자기 딴에는 쿵쿵이었지만 영민이 눈에는 그냥 아장아장임- 걸어가서
서류 처리 다 한 거 부장님 책상에 올려두고 가방 챙겨서 나와버림. 영민이는 여주 뒤 졸졸 따라다니다가 애가 가방 챙기니까 '니 어디가는데. 내랑 같이 퇴근할 거 아이가?' 라고 말했음. 그러더니 여주가 하는 말이 '니네 사무실 간다 나쁜 놈아'
영민이는 그런 여주가 너무 웃겨서 계속 실실대면서 여주 따라감. 그러면서 계속 뒤에서 오빠가 나쁜 놈이야? 여주야 나쁜 놈이랑은 결혼 안해줄거야? 이러면서 또 여주가 좋아하는 서울말을 막 쏘아댐 그러니까 여주가 뒤에서 하도 쫑알대니까 신경질 나서 조용히하라고 하는데 영민이가 계속 그러니까
'아 쫌 시끄럽다 안카나.' 라고 함. 평소에 영민이는 사투리 여주는 표준어 쓰는데 서로 반대로 여주는 영민이가 표준어 쓰는거 좋아하고 영민이는 여주가 사투리 써주는거 좋아한 단 말이지 여주가 계속 영민이랑 붙어 있으니까 사투리를 배워버림.
그래서 방금 여주의 발언은 영민이를 더 좋아 미치게 하기 아주 적합하다는 거.
여주가 영민이네 사무실 가서 그 영민이 직속 후배 의자에 쿵 앉음. 영민이랑 그 후배 자리가 바로 옆임 근데 거기에 또 여주는 신경질이 나서 왜 자리도 옆자리인데. 짜증나게 진짜라고 혼잣말을 뱉음.
영민이는 들은 채 만 채 그냥 슬쩍 웃으면서 의자에 걸려있는 자켓 챙겨서 여주 손 잡고서 일어라나는 신호 주고 여주가 일어나니까 그와 동시에 팔로 허리 감싸서 여주 한 쪽에 안고서 엘레베이터 타러 걸어감.
여주가 키도 작고 체구도 작아서 영민이랑 딱 서면 영민이 목? 가슴? 그 쪽 보고 있는 정도임 키 차이가
차 안에서도 내내 영민이가 여주 손을 안놓아줬음. 여주가 울어서 화장 수정해야 된다고 손 놓아달라고 그러니까 영민이는 대답도 안하고 그냥 손 꼭 붙잡고 안놓아줬음. 정면 보고 운전하면서.
그래서 여주가 잘 안꺼내는 오빠 소리 꺼내면서 손 좀 놓아달라고 그러니까 영민이가 좀 망설이다가 말함
'그런거 안해도 너 예뻐'
그렇게 화장 수정도 못하고 차 안에서 계속 가다가 여주 집 앞에 다 와서 내리려는데 영민이도 같이 내리는거야 그래서 뭐지 하고 일단 내렸음.
근데 영민이가 여주 앞에 딱 서서 여주 내려다 보는 거임.
'내가 표현 많이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좀 더 표현할게'
그러고서 이렇게 말하는데 여주는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영민이 올려다보면서 있었지. 그랬더니 영민이가 또 하는 말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거가'
'안그럼 어떻게 하고 있냐'
여주가 괜히 틱틱대면서 대답하니까 영민이가 미치겠다라면서 웃어재낌. 여주가 부동도 없이 비장하게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영민이가 다시 딱 서서 여주 보면서 이렇게 말함
'뽀뽀라도 한번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