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ROMANCE
w.피크닉
# 라디오 로맨스는 중장편으로 메인 커플: 찬백 / 사이드 커플: 카디 입니다.
사진은 커플링 중심으로 반복해서 돌아갑니다. 다음은 카디로 턴백!!
" 스튜디오 잘 안다구요. 데려다 드릴까요? "
" …아니 그게. "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 하는 종인의 모습에 도리어 남자는 당황했는지 몸을 들썩였다. 그럴만도 하다. 어두운 로비에서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종인의 표정과 어두운 피부가 한층 섬뜩함을 업되게 해준다는건 가히 거짓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쁘신거 아니세요. 경수의 기어 들어갈듯한 목소리에 종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 바쁘신거 아니세요? 괜찮은데.. "
" 괜찮아요. 저가 뭐가 바쁘겠어요. "
" 네? "
종인의 말에 남자는 그저 두 눈을 느리게 꿈뻑였다. 저건 뭐지.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추격전이라도 펼치듯 무척이나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달려가지 않았나. 내가 잘못 본건가? 당황스러움이 얼굴 곳곳에 역력한 남자의 표정을 읽은 종인의 얼굴은 어쩐지 더욱 밝아지기만 한다.
" 큼큼. 그니까 바쁜게 아니라구요. 데려다 드릴게요. "
" 저기… 전 정말 괜찮은데. 바쁘신거면 안그러셔두 되요. 밑에 경비 아저씨도 있고.. 또.. "
" 6층까지 올라오셨는데 귀찮잖아요. 가요. "
" 네? 저기요? 괘, 괜찮은데. "
" 그냥 갑시다. 데려다 드린다는데 참. "
" 저기요? 거기 검정 패딩 분? 자,잠깐만 멈춰 봐요. "
따라와요. 짧게 마지막 말을 내뱉은후 자신을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종인의 모습에 남자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건 뭐지? 우리 첫 만남이 맞긴 하나. 분명 저 남자는 나를 아는 동생 취급하듯 대하는데. 저기 검정 패딩분! 남자는 점점 희미해지는 종인을 향해 손을 모아 크게 소리 쳤다.
" 저, 매니저한테 전화해 볼게요. 괜찮은데 진짜.. "
" 귀신 나와요. "
" 네? "
" 밤 11시만 되면 그쪽 복도에서 귀신 나온다구요. 그것도 결혼 못한 처녀 귀신이요. "
" 네? 지금 장난치시는거죠? "
" 장난 아닌데. 얼른 와요. 밖에 창문보면… "
" 창문 보면..? "
확! 순간 발을 쿵. 큰 소리와 함께 내려 놓고선 손을 번쩍 드는 희미한 실루엣에 남자는 히익. 큰 비명 소리를 내며 흠짓댔다. 뭐야 저 인간 진짜. 설마 하는 마음에 본 창문에는 귀신의 형체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 풍경이었다. 뭐지 저 인간 정체가? 남자는 홱 고개를 돌려 이미 멀리 가버린 종인을 노려보았다.
" 저기요! "
" 왜요? "
" 가, 같이 가요! "
무서워요? 모,몰라요. 남자의 말을 기다렸다는듯 낄낄 대면서 손을 까딱 하는 종인을 힐끗 노려보던 남자는 어깨에 매어진 크로스벡을 다시 한번 갖춰 매고는 다다다.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으헉 분위기 진짜 음산하다. 여기 방송국 왜이래? 엄마. 현균형. 나 돌아갈래! 남자의 손에 들려진 핸드폰 화면엔 '112'가 애처롭게 떠있다.
RADIO ROMANCE
W. 피크닉
"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스튜디오는 로비에서 조금 걸어 들어오시면 엘레베이터 있죠? "
" 그.. 경비실 쪽에 있는 엘레 베이터요? "
" 네. 타서 4층에서 내리신 다음에 왼쪽으로 복도 따라서 쭉 걸어오시면 있어요. "
" 아하. "
아까 투닥대던 두 사람은 어딨는지 엘레 베이터에 몸을 실은 두 남자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아하. 엄청난 것을 깨달았다는냥 남자는 밝게 웃으며 종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거긴 왜요? 종인의 시선에 남자는 눈을 마주하며 픽 웃었다.
" 디제이 하게 됬거든요. 저두 사실 갑자기 제의가 들어온지라 잘 몰라요. "
" 디제이요? "
" 네. 근데 무슨 문제라도.. "
헐? 디제이? 그럼 도경수씨인가. 왜 못 알아봤지. 디제이란 말 한마디에 나른함이 가득 퍼져있는 종인의 눈이 번뜩 뜨이는 것을 보곤 경수는 고개를 갸웃대었다.
" 혹시 도경수씨? "
" 어, 어떻게 아세요? "
또 한번 갸웃. 종인의 말에 경수는 두 눈을 이리 저리 굴렸다. 나를 어떻게 알지. 종인은 그런 경수를 보며 뒷머리를 긁적 거렸다. 어쩐지 화려한 옷 스타일에 일반인이라기엔 얼굴이 아깝긴 하더라. 경수의 행색을 새삼스레 쓱 흝어 보던 종인은 물음에 대답했다.
" 몰라봐서 죄송해요. 맨날 일하느라 박혀 있어서 그런가 정작 라디오에 섭외한 디제이를 못 알아 봤네요. "
" 그게 무슨… "
" 우선 들어와요. 들어와보면 알아요. "
마침내 도착한 '스튜디오'라 적혀진 문 앞에 다다른 종인은 옆에서 멀뚱히 눈만 꿈뻑이는 경수에게 짧은 대답을 마치고는 벌컥. 큰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김 감독님? 어두운 복도와 다른 환한 불빛에 저절로 경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지. 이내 반사적으로 숙인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 경수의 시선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신과 종인을 바라보는 한 여자에게 꽃혔다. 저 분은 누구세요. 경수는 종인을 슬쩍 올려다 보며 작게 말했다.
" 아, 권 작가님이세요. "
" 김 감독님. 옆엔 누구에요? 어머. 도경수씨죠? "
" 아, 안녕하세요. 근데 김 감독님 옆에 누구… "
코 잔등을 찡긋 대며 몸을 쑥 빼고 두 사람을 바라보던 권 작가는 이내 누군지 알았다는듯 박수를 탁. 쳤다. 반가워요. 권 작가의 말에 경수는 얼떨결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 김 감독님이 누구시지. 경수의 중얼거림을 캐치한 종인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 전데요? "
" 네. 네? 네? 그럼 혹시 이 라디오 음향 감독님이.. "
" 네. 맞아요. "
" 둘이 서로 알고 같이 온거 아니에요? 무튼 경수씨 환영해요. 내가 제대로 소개할게요. 전 권선진 작가라고 하고. 그 쪽은 김종인 음향 감독님 이에요. "
헐. 나 지금 음향 감독님한테 막 대한건가. 권 작가의 한마디에 경수의 눈은 터질듯 크게 뜨여졌다. 어떡하지. 아무리 같은 디제이가 아니라 할지언정 방송계에선 종인도 또한 경수의 선배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라디오 식구로서 계속 같이 지내야 하는데 잘못 찍힌걸까. 경수는 두 손을 꼼지락 거리며 입술을 우물쭈물 거렸다.
" 죄송해요. "
" 네? "
" 죄송합니다 감독님… 전 그게 모르고.. 진짜 진짜 모르고 그런거거든요. "
" 누가 뭐라고 했어요? "
" 네? 아, 저 그게… "
" 아니에요. 사람 미안해지게 시리. 괜찮아요. 딱히 경수씨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
그냥 뭔가 미안하다 사과해야할 포스세요 감독님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끝내 뱉지 못한 경수는 이내 휴, 한숨을 내쉬며 꾸벅 인사했다. 김종인이에요. 잘해봐요. 선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소심하게 손을 내밀었다.
"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해요. 잘해봐요. 알겠죠? "
" 네? 네.. "
" 경수씨 보니까 친한 동생이 떠오르네요. "
" 그래서 아까 그렇게 엄청 친근하게 대하신거…에요? "
" 네? "
" 아, 아니에요. "
" 사람이 왜 말을 하다 말아요. 김 새게. "
말하면 때리실거 잖아요. 왜소한 체격에 딱 어울릴만큼 소심함의 극에 달하는 경수는 한 차례 꿀꺽, 침을 삼켰다. 근데 어떻게 만난거에요. 두 사람을 바라보던 권 작가가 안경을 들썩이며 꽤나 예사롭지 않은 눈초리를 내비췄다.
" 둘이 어떻게 만난거에요? "
" 아. 그게 아니라 국장님께 서류 드리려고 6층 지나 가는데 도경수씨가 혼자 서있더라구요. "
" 오랜만에 착한일 하셨네요. "
" 뭐요? 저 원래 착합니다. 왜그러세요 권 작가님. "
" …참. 그래서, 서류는 드리고 오셨어요? "
" 당연.. 맞다. "
" 그럴줄 알았어요. 손에 들고 계신 서류는 뭐에요? "
아 맞다. 깜빡 했어요. 놀라서 손에 들린 서류를 슬쩍 바라보던 종인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맴돈다. 민망하시겠다. 더운 열기에 내내 발그레하던 경수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핀다. 꽤 재밌는 분 같네.
" 아차차. 저 갔다 올게요. 경수씨. "
" 네? "
" 지금 유빈씨 방송중이니까 가서 구경도 하고 좀 익히고 계세요. "
" 김 감독님은 얼른 가시기나 하시죠? "
" 예,예. 도경수씨 건들지 말고 가만히 두세요. 나이차 꽤 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 "
" 뭐요? 김 감독님. 감독님! "
거참 말 많네. 귀를 후비적 대던 종인은 귓가에 매섭게 파고 들어오는 권 작가의 하이톤 목소리에 가볍게 문을 탁 쳤다. 쿵. 곧 닫히는 문과 함께 빛 하나 없어 더욱 끝없이 펼쳐져 보이는 복도를 바라보던 종인은 팔을 쓰다듬으며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긴 하네. 무서운데 자꾸 아기 같이 보송보송한 경수의 얼굴이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는 종인이다. 진짜 20대 초반 맞아? 그 얼굴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종인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만 했더니 미쳤나 내가.
* * *
" 저 여기서 갈게요. "
" 변 작가님. "
" 갑니다. 저 가요? 그럼 이만. 다음주에 뵈요. "
진짜 고집 하나는 아무도 못 꺾는다니까. 탁. 차에서 내려 빙판길을 총총 조심성 없게 걷는 백현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찬열은 빠른 걸음으로 백현에게 다가갔다. 여차여차해서 겨우 차까진 태웠는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였다. 12시 다 되가는 어두운 곳을 택시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 가려고.
" 변 작가님. 천천히 좀 가죠? "
" 왜요. 혼자 가시라니깐요. "
" 왜이렇게 사람이 속이 좁아요? 맨날 권 작가님한테는 애교도 부리면서. 나한테만 이러는 거에요? "
" 뭐요? 됬어요. 서로 얘기하면 머리만 아픈데 그만 하죠. 저 가요. "
저게 간다는 사람의 모습인가.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에 자켓 하나만 걸치곤 저절로 스며드는 찬 바람에 몸을 힘껏 웅크리고 힘들게 걷는 백현을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찬열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변 작가님. 결국 빠르게 뛰어가 탁 세게 팔을 가로채는 찬열의 행동에 백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 아 왜그래요. "
" 지금 표정 되게 웃긴거 알죠? 볼도 엄청 빨갛고. 얼어서 입도 내 입이 아닌거 같죠? "
" 지금 시비 거는 거에요? "
" 같이 올라 갔다와요. "
" 어딜요. "
" 스튜디오요. "
제가 왜요? 백현이 눈썹을 찡끗대며 꽤 매서운 눈길로 찬열을 올려다 보았다. 백현의 못미더운 시선에 결국 찬열은 머리를 거칠게 헝끄러 뜨리며 씩씩 댔다.
" 변 작가님 원래 그렇게 말도 많고 대꾸도 심해요? "
" 네? "
" 나한테만 그러는거에요? 변 작가님이야 말로 뭐, 박 피디 괴롭히기 신종 수법이라도 연구하십니까? "
" 참나. 한대 치시겠어요. 제가 뭘 어쨌다구요. "
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제 나름대로 열 받은척을 해보이려는듯 자켓 소매 부분을 거두는 백현을 찬열은 노려보았다. 저 얇은 팔목, 한대 치면 뚝 하고 부러지겠네. 결국 씩씩 대던 찬열은 큰 심호흡을 하며 백현의 팔을 세게 손에 쥐었다.
" 지금 뭐하자는 거에요? "
" 같이 스튜디오 들렀다 가자구요. 서류 하나만 가지고 오면 되요. "
" 그니까 혼자 다녀 오시면 되지 왜 저를…"
" 쉿. "
쉿. 이때다. 순간 쉿 하며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는 행동에 저절로 입을 꾹 다문 백현을 바라보는 찬열의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손을 세게 부여잡고 도살장에 돼지 끌고 가듯 자신을 끌어대는 찬열을 보며 백현 또한 발을 질질 끄며 크게 소리쳤다.
" 지,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
" 계속 그렇게 질질 끌수록 힘든건 변 작가님이에요. 그냥 좋은말로 할때 가죠? "
" 지금 혀,협박 하시는거에요? "
" 그럴수도. 지금 가면 택시 잡기도 힘들텐데 그냥 같이 올라갔다가 내 차타고 쉽게 가요. "
협,협박이요? 신고할거에요. 진짜 신고라도 할 태세인지 핸드폰을 손에 꽉 쥔 백현의 눈빛이 꽤나 비장하다. 그러시던가. 백현에게 굴할쏘냐. 찬열은 코웃음을 치며 있는 힘껏 크게 웃어 재꼈다. 하하 마음대로 하세요. 찬열의 비웃음에 백현은 자신의 팔이 붙잡힌 찬열의 손을 아프게 탁.탁 쳤다.
" 아. 왜요. "
" 박 피디님 얼른 놔요? 네? 저 지금 112 눌렀어요. 네? 직장내 성희롱으로 신고할거에요! "
" 네네. 그러시던가요. "
" 눌렀다니까요? 안보여요? "
" 저 시력 좋습니다. 아주 잘 보여요. 누르시던가. 누가 더 불리한지 뻔히 보이는 게임인데요 뭘. "
" 이,이씨.. "
" 손 하나 잡혔다고 성희롱으로 신고해봐요. 남자 대 남자로서 신고하면 누가 더 쪽팔릴까요? 머리 좋으시니까 잘 판단하리라 믿습니다. "
그럼 이제 가죠? 백현의 손목에 두르고 있던 손을 푸른 찬열은 환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로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싸 이겼다. 박 피디님! 뒤에서 성난 코뿔소 마냥 쿵쿵 대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백현의 발걸음 소리에 찬열은 손을 탁탁 소리나게 털었다 . 역시 변 작가님. 나한테 못 당한다니까. 괜히 까불고 난리야.
* * *
" 박 피디님! 진짜 계속 그렇게 장난 하실거에요? 네? "
" 한다면요? "
" 네? "
" 한다면 어쩔건데요. "
하지 말라니까요! 계속 그러실거에요? 아. 몰라요. 좀 조용히 하죠. 원래 이렇게 백현이 말이 많았던가. 권 작가의 말대로 이틀간 방송을 쉬면서 뭔가 잘못 먹은게 틀림 없다. 맨날 찬열 앞에서 벌벌 떨던 변백현은 사라지고 새로운 악마 백현이 만들어진듯한 느낌이니 말이다. 백현의 쫑알거림을 듣던 찬열은 결국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뒤로 홱 돌았다. 까,깜짝이야. 갑자기 도는 찬열에 놀란 백현을 보며 찬열은 입을 떼었다.
" 까,깜짝이야. 왜 갑자기 뒤로 돌고 그러세요. "
" 내가 그렇게 싫어요? "
" 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에요. "
" 누가 4층까지 걸어 가라고 시켰습니까? 같이 가줄수도 있는거지. "
" 아니 그건… "
" 됬고. 얼른 들어가기나 하죠. "
아니 박 피디님. 백현의 말에도 빈정히 상할대로 상한 찬열은 매정하게 고개를 돌리곤 빠른 보폭으로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만치 멀리서만 보이던 스튜디오실이 이제야 조금씩 가까워짐을 느낀다. 들어가죠. 짧게 말을 내뱉은 후 찬열은 끼익. 문을 열었다.
" 어? 권 작가님? "
" 박 피디님? 어, 변 작가도 같이 있네. 둘이 어디 다녀 오셨어요? "
" 아. 같이 공개방송 장소 섭외하고 왔습니다만. "
" 그렇구나. "
" 근데 뭐하십니까? "
뭐하세요? 뒤늦게 찬열을 뒤따라온 백현은 환한 스튜디오실에 눈을 찡긋 거렸다. 뭐야. 왜 이렇게 환해. 문득 본 손목 시계는 12:32a.m 을 가르키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모두 퇴근했을 시각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소란스럽기만 하다. 백현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뒤로한채 권 작가를 바라보았다.
" 어. 권 작가님 퇴근 안하세요? "
" 퇴근 하려고 했는데 방송 도중에 중요한 손님이 와서 말이야. "
" 무슨 중요한 손님이요? "
" 그건 보면 알겠지. 잘왔어. 박 피디님도 어서 들어와요. "
팔을 덥석 잡고 질질 끄는 권 작가의 행동에 찬열과 백현은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두 사람을 끌던 권 작가는 이내 스튜디오실 앞에 멈추었다.
" 여기. 내가 말한 중요한 손님. 아니, 이제 식구인가? "
" 누구.. 어,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도경수씨라니. 백현은 보고도 믿지 못하겠는지 두 눈을 부비적 대었다. 어 그대로네. 백현은 자신의 앞에 서서 환하게 웃어 보이는 경수를 보며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경수는 백현의 우상이라 할 수 있었다. 한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뮤지션 중엔 최고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뛰어난 가수이기 때문이다. 누구에요? 백현은 무릎을 살짝 굽혀 자신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찬열의 행동에 고개를 들어 홱하니 찬열을 노려보았다.
" 도경수씨 몰라요? 자기가 섭외 해놓고선 왜 몰라요? "
" 뭐요? 사람이 못 알아 볼수도 있는거지. "
" …참나. "
" 변 작가님 진짜 나한테 왜 그래요? 뭐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
네. 있다면요. 두 눈에 스파크가 금방 이라도 튀길듯한 피튀기는 두 사람의 접전에 경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만 갔다. 아니 저기. 지금 나때문에 그러는건가. 손을 세차게 흔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수의 행동에 백현은 큼큼 대며 헛기침을 했다.
" 아. 죄, 죄송해요. 도경수씨 때문에 그러는거 아니에요. "
" 자자.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오늘은 새로운 디제이 도경수씨가 왔어요. 물론 첫대면이라 아직은 어색하겠지만 잘 지내봐요. "
" 하하. 그래요. "
" 도경수씨도 이제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식구니까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해주셔야 되요? "
" 네. 반갑습니다. "
" 근데 경수씨, 매니저분은 어디 가셨나봐요? "
백현의 목소리에 경수는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여간 오지랖은. 백현은 옆에서 뭐가 그렇게 심통이 났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겨냥하는듯한 말을 내뱉는 찬열을 가볍게 무시하고선 경수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 그게… 오늘 사실 매니저 형이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혼자 왔어요. "
" 찾아 오시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휴. 여기 꽤 멀어서 힘들텐데. "
" 사실.. 아까 엄청 해매긴 했어요. 다행히 김 감독님이랑 마주쳐서 데려다 주셨구요. "
" 오. 감독님 완전 멋있으세요. "
" 내가 한 멋있음 하지? "
" 당연하죠. "
그래서 혼자였구나.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백현은 어깨를 으쓱대는 종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고마워 변작가. 백현을 따라 종인은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 무튼 경수씨. 저 완전 팬이에요. 경수씨 앨범도 싹 집에 가지고 있어요. "
" 정말요? 감사합니다. "
" 악수 한번 하면 안되요? 저 사실.. 팬싸인회도 가고 했는데 당첨이 안됬거든요 헤헤. "
당연히 되죠. 팬이라는 소리에 두 눈을 크게 뜬 경수는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잘 해봐요. 백현의 다정다감한 목소리에 경수는 맞잡은 두 손을 조심히 흔들었다. 잘 부탁드려요.
* * *
" 둘이 진짜 잘 맞겠다. 경수씨 나이 24살이고 변 작가 나이 25이니까 딱인데? "
" 와.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요. "
" 그치? 아 맞다. 그리고 경수씨 감사해요. 이런걸 다.. "
" 에이 뭘요. "
권 작가의 말에 마주보고 웃던 백현과 경수는 시선을 돌려 조정실 탁자에 올려진 여러 종류의 음료수와 도넛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뭔가 괜히 뿌듯하네. 먹을거리를 사다가 스튜디오에 도착하기로 했던 약속시간 보다 약간 늦긴 했지만 좋아하는 권 작가의 얼굴을 보자니 경수의 입가에도 슬금슬금 웃음꽃이 핀다.
" 이거 어떻게 사왔어요? "
" 그냥.. 앞에 도넛가게 있길래 좀 사왔어요. 또 도넛만 먹기엔 너무 퍽퍽할것 같아서 음료수도.. "
" 역시 젊은 세대 답게 뭘 아네요 도경수씨. "
" 네.. 뭐.. "
" 권 작가님 정신 좀 차리시죠? "
" 내가 뭘요. "
한심한 하등생물 바라보듯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선 혀를 끌끌 차는 종인의 행동에 권 작가는 눈쌀을 찌푸렸다. 내가 뭘요. 진짜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죠.
" 도경수씨 24살이에요. 몇살 차이게요? "
" 뭐요? "
" 자그마치 9살차 입니다 권 작가님. 이건 아니죠. "
" 대체 제가 뭘요? "
" 하트 뿅뿅 쏘시면 안되죠. "
" 그럼 김 감독님이야 말로 나랑 몇살 차인지 아세요? "
" 당근. 6살 차이죠. 또 말씀 드려요? 권 작가님 박 피디님이랑은 1살 차이지만 이것도 좀 아니구. "
" 김 감독님 진짜 계속 이러실 거에요? "
" 맞는말 한건데요 뭘. "
진짜 한번 제대로 싸워봐요? 입고있던 코트까지 탁, 거칠게 벗어 던지곤 성큼성큼 종인을 향해 다가오는 권 작가. 그리고 무섭긴 한지 뒷 걸음질 치며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종인까지. 둘을 바라보는 세 사람은 자연스레 허,하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또 시작이네.
* * *
" 나중에 경수씨 인맥 넓으니까 좋은 게스트 초대해 주고 그래야 되요. "
" 네? 네.. 근데 우선 이 손은 좀 놓으시는게.. "
" 거참. 권 작가님 그만 좀 하시라니ㄲ… "
아 진짜 끝날 기미를 안보이네. 1시가 넘어선 시각에도 불구하고 사랑싸움 하는것 마냥 여전히 쫑알대는 세 사람을 바라보던 백현은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역시 아이돌 답다. 팬들에게 가득 받은것 같은 느낌을 풍기는 먹을거리 한 뭉텅이를 보니 느낌이 새로운 백현이다. 괜히 내가 연예인이라도 된 것만 같고 그런. 그만들 싸우세요. 어차피 세 사람에겐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지만 백현은 작게 읊조린 다음 탁. 하며 조정실을 빠져 나왔다.
" 으아. 이제야 살 것 같네. "
" 변 작가님. "
" 어? "
아 시원하다. 평소에 그렇게 오금 저리도록 쌀쌀하게만 느껴지던 날씨가 왜 이렇게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백현은 하, 하며 깊은 숨을 들이 마셨다. 변 작가님. 그때였다. 끼익,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문이 닫힘과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에 백현은 고개를 돌렸다.
" 왜 나오셨어요? "
" 그냥 답답해서요. "
" 그쵸? 진짜 김 감독님이랑 권 작가님 언제쯤 안싸우나 몰라. 이렇게 말한거 두 사람한테는 비밀이에요. "
" … "
" 왜 그래요? "
사람이 말했으면 대답을 해야지. 표정은 또 왜그래요? 백현의 말에 심통맞은 표정을 짓던 찬열은 큼,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풀었다. 아님 말구요. 백현은 별일 아니라는듯 고개를 돌리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어둠이 서린 풍경에 픽 미소를 지었다. 차 하나 없네.
" 변 작가님. "
" 네? "
" 도경순인가 그 남자가 그렇게 좋습니까? "
" 도경순이 아니라 도경수 인데요. "
" 무튼. "
" 갑자기 뭔 뜬금없는 질문이에요. 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2탄도 아니고. "
" 그냥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죠? "
와 어이없어. 지가 물어봐놓고. 민망한지 약간 빨개진 얼굴로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찬열을 힐끔 쳐다보던 백현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닫힌 다부진 입술을 떼었다.
" 나이도 얼추 맞겠다. 친해질 수 있을것 같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
" 무엇보다? "
" 박 피디님이랑 정반대 성격이라 더욱 좋아요. "
" 뭐요? "
" 이제 대답 끝난거죠? 그럼 이만. "
" 그게 무슨… 변 작가님! 그 말 뜻은! "
* * *
" 조심해요. "
" 네? "
" 권 작가님이 경계 대상 일위에요. "
타닥타닥. 어두운 로비에 들리는 발 소리. 입술을 꾹 다물고 걷던 경수는 자신을 향해 비장함이 어린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종인의 모습에 덩달아 귀를 솔깃 열었다.
" 내가 이번에 경수씨 빼준거지만 다음엔 진짜 얄짤 없어요. 권 작가님 시집 못간게 한이라니까요. "
" 네? 그래두 식구인데.. "
" 식구는 무슨. 무튼 조심해요. 권 작가님 무서운 사람이에요. "
" 하하..네.. 아 맞다. "
" 왜요? "
" 아까 스튜디오 찾아주신거 감사합니다 김 감독님. "
고개를 까딱하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픽 웃었다. 뭘요. 짧은 말을 마치고 말 없이 걷던 두 사람은 곧 시야에 보이는 경수의 차 앞에 멈춰섰다.
"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안 데려다 주셔두 되는데. "
" 어두워서 위치 파악 하기까지 좀 걸릴거에요. 괜히 가다가 다치면 안되니까. 조심히 들어가요. "
" 감독님 먼저 들어가세요. "
" 그럼 전 갈게요. 내일 10시에 봐요. "
안녕히 가세요. 다들 잠든건지 조용하기만한 도시에 크게 들어차는 경수의 목소리에 종인은 웃음을 흘렸다. 목소리 하난 우렁차네. 자신을 바라보는 경수를 뒤로한채 방송국으로 다시 들어서던 종인은 아차, 하며 뒤로 돌았다. 왜그러세요? 경수의 놀란 표정에 종인은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뺐다.
" 내일부터. "
" ? "
" 우리 잘해봐요. 경수씨도 화이팅. 나도 화이팅. 우리 라디오도 화이팅. "
화이팅 경수씨. 손을 불끈 쥐고 크게 제스처를 취하는 종인의 행동에 멍하니 바라보던 경수의 얼굴이 점점 환해진다. 김 감독님도 화이팅. 작지만 생기가 넘쳐나는 목소리에 종인은 경수를 바라보았다. 마주 닿는 두 개의 시선이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하다.
* * * BONUS.
「 권 작가님. 제가 박피디님 뭐라고 저장한지 아세요? 」
어두운 백현의 방 안. 탁 홀드키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을 가득 매우는 환한 빛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실실 웃으며 문자를 쳤다. 다 쳤다.
「 뭐라고 저장했는데? 」
역시 권 작가님. 문신. 즉 문자의 신이라 불릴 만큼 신의 손을 가지고 있는 권 작가에겐 답장 하는데 10초도 사치였다. 새벽 3시 다되가는데 지금까지 애니팡 하고 계셨겠지. 안경을 끼고 끄적이는 권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던 백현은 웃으며 침대에 철푸덕 누웠다.
「 병정남이요. 」
「 변작가 미쳤어?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구. 」
「 설마 박피디님이 병맛이고 정신병자 같은 남자라는 뜻이란걸 추측이나 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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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들!! 저 피크닉이 돌아왔습니다 ㅎ.ㅎ
조금 늦게 왔네요. 음. 우선 저의 새소설 '보그 보이'에 대한 말씀을 좀 드릴게요. 우선 제가 이 필명으로 쓴 데뷔작이
라디오 로맨스이여서 그런지 저한텐 이 소설이 더 애착이 가네요 ♡ 그리구 원래 연재는 라디오 로맨스 중심으로 가는거니 라디오 로맨스 연재 중간중간에
보그 보이는 연재 될거에요. 아마 보그보이 1편은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 나오게 될 것 같네요.
* 오늘 라디오 로맨스 두 커플링 분위기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이제 슬슬 카디도 나오고 찬백이들이 친해지려면 아직은 먼 산이 남은것 같지만 그래두 우리 조금만 더 기쁘게 지켜보자구요!
오늘은 카디 분량이 뙇!! 많은걸로 보아 카디의 날인게 틀림 없서용
그리구 저번 편 댓글 못 달아드린거 죄송해요 ㅠㅠ 이제 꼭 달아드릴게용!
여러분들 모두 조금 남은 2012년 잘 지내시고 2013년이 뙇! 되는 1월 1일날 피크닉은 라디오 로맨스 들고 찾아뵐게요:-D
그럼 빠이빠이 !!
암호닉 신청해주신 사랑하는 독자님들 ♡
볼매님/ 꿍니님/ 라망님/ 됴종님/ 패릿님/ 바나나맛우유님/ 한시님/ 엘리얼님/ 호빵맨님/ 큥님/ 콘타님/ 탱탱볼님/ 함박눈님/ 은하수님/ 맹구님/ 정강이요정님/ 딸기밀크님/ 백뭉이님/ 모카라떼님/ 뚱이님/ 슬구님/ 도도하디오님/ 삐약이님/ 제이님/ 콜라님/ 매미님/ 치즈님/ 변백님/ 똥개님/ 되돌리다님/ 아리님/ 장이씽님/ 벚꽃님/ 지렁이님
# 정강이요정님 ㅠ.ㅠ 암호닉 잘못 적어드린거 죄송해요. 수정했습니다 하트하트
암호닉 받습니다 ㅎ.ㅎ
* BGM : what makes you beauti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