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은 임영민을 좋아한다.
나는 밥을 먹는 내내 힐끔거리며 너를 쳐다봤다.
간혹 너의 친구가 너를 가리면 너를 보기 위해 몸을 살짝씩 빼고 또 움직였다.
내 앞에서 밥을 먹던 하성운이 내가 하도 니가 있는 쪽을 쳐다보자, 자신도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누구랑 눈싸움이라도 하는거냐고 물었다.
그럴리가. 어떻게 너랑. 그냥 웃었다.
내 뜨거운 시선에도 너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밥 먹는데에 몰두해 있었다.
슬쩍슬쩍 보이는 오물거리는 입이 귀여웠다.
비록 니가 나를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아서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너를 이렇게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가면서도 니가 있는 쪽으로 자꾸 눈이 갔다. 딱 한순간만이라도 좋으니 날 쳐다봐주길 바라면서.
넌 그런 내 맘을 모르고 역시나 쳐다봐주지 않았지만.
하성운은 내 눈이 자꾸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더니 식당을 나오자마자 계속 팔꿈치로 날 툭툭 쳤다.
눈빛이 음흉했다.
"너 뭐 그런거니? 뭐 반했다거나...좋아한다거나...그 밥 열심히 먹던 분."
처음에는 아니라고 우길까 고민했다.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처음이라 이런 감정을 홀로 감당하기도 벅찬데, 그것을 누구에게 말하자니 너무 쑥쓰러웠던 탓이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하성운이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름부터 말해봐."
"임영민..."
"좋아. 내일 한 잔 콜. 연애박사 형한테 다 털어놔."
.
.
.
다음날 우리는 수업이 끝나고 만나 여유롭게 술집으로 향했다. 하성운의 말마따나 부끄럽지만 내 첫 '연애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술집을 가는 내내 너를 볼 때 내 감정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니가 좋아졌는지를 정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성운이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야 제대로 된 '연애상담'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고민하는 나를 보며 하성운은 어서 말해보라고 재촉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라고.
이게 무슨 행운인지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저 쪽 멀리에 앉아있는 니가 보였다. 옆 테이블은 비워져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누가 자리를 뺏을라 급하게 니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하성운이 뒤에서 불렀지만 못 들은 척 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떠드느라 너는 옆 테이블에 누가 앉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성운은 내 앞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내 눈길이 향하는 곳을 쳐다봤다.
"아, 저기 너의 그 분이 계셨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내어 웃는 니가 귀여워 왠지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하성운에게 물었다.
"귀엽지?"
하성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눈에서 꿀 좀 빼라...양봉업자냐...?"
뭐 어떡하리.
나는 이미 너의 웃음에 빠져버렸는데.
너는 참 잘도 웃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에도 입을 벌리고 큰 소리로 웃는 니가 너무 귀여웠다.
내가 어느새 너를 많이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실감났다.
그렇게 하성운에게 미안할 정도로 대놓고 너만을 쳐다보는데, 갑자기 니가 큰 동작으로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쳐다봤다.
깜짝 놀랐지만 애써 아닌 척 하며 너를 마주했다. 대학교 면접 볼 때보다도 더 떨렸던 것 같다.
너는 취기가 올랐는지 왠지 녹아내릴듯한 분위기로 나에게 웃어줬다.
술에는 입도 대지 않았는데 괜히 온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볼에 차가운 술잔을 갖다 댔다.
그런 내게 하성운이 왜 저러냐며 소름 돋는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난 그냥 니가 웃어줬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멍하게 있었다.
하성운이 머리를 때리며 내게 정신 차리라고 했다.
곧 너는 다시 고개를 돌렸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에게 정신팔린 사이 하성운이 시킨 안주와 술이 나왔고, 우리는 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처음으로 본 날, 어떻게 니가 내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니 행동들과 웃음이 귀여운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간 크게도 바로 옆에서, 계속 조금씩 쳐다보며 이야기하며 임영민, 니가 이게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고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니 취향이시다? 이야, 이 놈 이거...사랑꾼이네 듣다보니."
"어쩌라고. 술이나 마셔."
"어?야, 임영. 임영민씨 엄청 신나셨나보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던 도중 하성운이 너를 가리켰다.
너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상태로 자기 허벅지를 치며 웃고 있었다.
너의 자리와 내 자리 사이에는 간격이 꽤 있었지만, 하나의 쇼파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주 조그마한 진동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왠지 느낌이 묘했다.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모르겠지만 눈까지 감고 웃는 너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주체 못하고 너를 보는데 니가 웃는 상태로 천천히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그리고 너와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시력이라도 좋아진건지 웃느라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간신히 식었던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취기가 올랐던 것일까? 나는 괜히 몽롱한 기분이 되어 너에게 말했다. 어차피 들리지도 않았을 테지만. 차라리 들었기를 바라면서.
"귀여워. 진짜로."
너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다시 안주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뒤늦게 내가 너에게 한 말이 후회되고 부끄러워 어쩔 수가 없었다.
"야 미쳤냐?"
하성운이 몸을 뒤트는 나를 끔찍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진짜 너무 부끄럽다, 성운아..."
내 말에 하성운은 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뱅뱅 돌리며 날 미친놈처럼 바라봤다.
"야, 너 진짜 중증이구나...진짜 되게 좋아하는구나...?"
하성운의 말에 그냥 웃고 술을 들이켰다. 너와 눈을 마주쳤고, 너에게 귀엽다고 말했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부끄러운 마음에 그냥 줄곧 그래왔듯이 니 쪽을 힐끔거리며 술을 계속 마셨다.
하성운은 아직도 이 날 얘기를 하면 날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렇게 임영민씨가 좋으면 당장 가서 말해 친구야." 하며 날 놀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차라리 그랬음 좋겠다고 말한다.
크으... |
이 다음부터는 다시 영민 시점으로 가겠습니다! 계쏙 영민이 시점으로만 가면 좀 지루해질 것 같슴돸ㅋㅋㅋㅋ 봐주셔서 감사햐요 하투하투 과제가..종강했는데도 과제가 있어서............ 그걸 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노예.. 자퇴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