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김옥빈] 나를 괴롭히는 사람 고르기

 

나를 괴롭히는 사람 고르기 

 

 

 

 

 

 

 

 

 

 

 

서강준 

애증 

 

 

 

헤어질 수 있는 이유는 수 백개인데  

계속 만나는 이유는 단 한가지라고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너무나 사랑한다 

 

그의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빨리 뛰고 어느새 나는 웃고 있다 

너와의 사랑이 고통이 더 큰지 행복이 더 큰지 알 수 없다 

너의 존재 자체는 나에게 너무나 큰 행복이자 너무 큰 고통이다 

 

바다를 표류하는 소년이 죽어갈 줄 알면서도 바닷물을 마시는 이치랄까 

나는 너를 발작적으로 마시며 죽어간다 

 

고통스러워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너는 웃는다 

아무런 애정을 주지 않으면서도 나를 버리지도, 끊어내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나를 옆에 둔다 

 

잊지 못할 밤을 같이 보냈어도 

너는 다음 날 아침이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너에게 안긴 후 찾아오는 공허함이 더 나를 괴롭게 만든다 

니 앞에서 내가 울기라도 하면 너는 말한다 

 

 

 

 

 

 

그럼 떠나 

 

 

아. 잔인한 사람 

 

 

 

 

 

김옥빈 

집착 

 

 

 

애초에 나는 너에게 냉정한 사람이 못되었다 

나를 잘 아는 너를 빨리 내쳤어야 했는데 

너는 나를 붙잡아 놓는 방법을 너무 잘 안다 

 

 

니 전화를 받고 나는 항상 달려간다 

혹여 니가 거는 전화를 놓칠까봐 나는 항상 너의 연락에 예민하다 

나는 자다가도 너의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나 너에게 달려간다 

 

너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너에게 달려가면 

너는 피를 머금은 채 씨익 웃는다 

내 볼에 자신의 피를 살며시 묻히고는 나의 품에 안긴다 

 

 

나는 그런 너를 안아줄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너를 두고 도망갈 수가 없다 

 

 

 

 

 

어디 한번 가봐, 니가 지금 가면  

다음에 날 보는 건 내가 죽은 후 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