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민현이가 프듀한테 오랜만에 같이 놀자고 했어.
"김프듀, 우리 이번 주말에 같이 영화나 볼까?"
프듀는 갑작스런 민현의 제안에 약간은 어리둥절했지만, 영화도 보고싶고 팝콘도 먹고싶어서 쿨하게 오케이 해.
그리고 주말이 왔어.
영민이는 여유롭게 자취방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간간히 프듀가 뭐하고 있을까 생각하고, 프듀 프사도 열심히 구경하고.
민현이 행방을 찾느라 프듀와 한참 전에 나눴던 카톡도 (몇 번째 읽는건진 모르겠지만) 또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봤어.
그렇게 혼자 실실대고 있는데 갑자기 민현이한테 전화가 와.
"여보세요?"
[어, 영민아 나 민현인데. 부탁할게 있어서.]
영민이는 갑작스런 민현이의 말에 심각한 일인가 해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무슨 일인데?"
[내가 프듀랑 영화보러 가기로 했었거든?]
"어."
민현이의 입에서 나온 프듀의 이름에 영민이가 바짝 긴장하며 대답해.
[근데 내가 일이 생겨서... 혹시 니가 대신]
"갈게!"
민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민이가 급하게 대답하자 순간 침묵이 돌았어.
영민이는 당황해서 땀을 삐질거리고 있었고, 민현이는 그런 영민이가 귀여워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어.
[고맙다. 이따가 4시에 영화보고 밥도 같이 먹어 프듀랑. 안그래도 걔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해.]
"어? 어, 알겠어."
영민이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하고 민현이가 전화를 끊자마자 침대를 먼지나도록 치며 소리없는 환호성을 질렀어.
그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베개에 얼굴을 박아.
걔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해.
걔가 너랑 친해지고.
걔가 너랑.
걔가.
프듀가.
한편, 전날 재밌게 핸드폰을 만지다 잔 프듀는 한참을 울리는 전화벨에 부스스 눈을 떴어.
민현이한테서 온 전화였지.
약속에 늦었나? 프듀는 시계를 한 번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았어.
"네...네에,큼."
[김프듀, 지금 일어났어?]
"지,큼..큼. 어, 지금... 왜."
[나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못 나가는데,]
"아...진짜?"
[대신 영민이랑 놀고 있어. 같이 밥도 좀 먹고.]
"엥?"
프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영민이랑? 프듀가 되물었어.
[어, 안그래도 너 영민이랑 놀고 싶다며.]
"그건 그런데..."
너무 갑작스러운데...
프듀가 혼자 중얼거렸어. 민현이는 그렇게 됐다며 사과하고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어.
끊긴 전화를 가만히 보며 부은 눈을 끔뻑거렸어.
"영민이랑...?"
영민이는 3시 45분, 약속장소에 도착했어. 프듀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 민현이가 보내준 영화 티켓 번호로 티켓을 뽑았어.
옛날에 팝콘을 좋아한다던 프듀의 말이 떠올라 팝콘도 大자로 샀어.
그리고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프듀를 기다리면서 카톡이 혹시 올까봐 간간히 핸드폰도 확인해.
자기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누군지 꼭 확인하면서.
"아니네..."
영민이는 핸드폰을 다시 봐. 아직 55분이야.
프듀랑 대신 놀아달라는 민현이의 말에 좋아하며 나오긴 했는데 막상 프듀의 얼굴을 보자니 너무 떨리고 긴장돼.
첫 인사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영민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발로 바닥을 툭툭 쳐.
그때, 누가 옆에 앉더니 어깨를 툭툭 건드려.
"안녕, 영민아!"
영민이는 화들짝 놀라며 옆을 쳐다봤어. 프듀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정신없을 정도로 흔들고 있었어.
사실 프듀도 왜인지 조금 긴장한 상태여서 그 행동이 조금 어색해보였어.
하지만 영민이는 그게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지.
"...안녕, 프듀야."
하하거리며 조금 어색하게 웃던 프듀는 영민이가 소중하게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있는 팝콘과 음료수를 보았어.
프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어.
"우와, 팝콘도 다 사놓은거야?"
"아...어,니가 좋아한다고."
"너 기억력 진짜 좋구나!"
프듀가 팝콘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자 영민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팝콘을 사둔 자기 스스로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영민이는 수줍게 웃었고 프듀는 그새 어색함이 다 풀린건지 그런 영민이 옆구리를 살짝 찔렀어.
"임영민이! 내가 놀자고 할 때 계속 안된다고 하더니 오늘은 나와줬네."
영민이는 프듀의 장난스러운 말에 당황해서 가만히 입을 벌리며 프듀를 쳐다봤어.
프듀가 영민이의 반응에 웃었어.
"장난이야, 바보야. 들어갈까?"
"아, 어...!"
프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영민이가 고이 모셔두던 음료수 두잔을 집었어.
영민이도 후다닥 프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어.
둘은 상영관으로 가는 내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영민이는 프듀를 힐끔거리며 두근거림을 만끽중이였고, 프듀는 보게 될 영화에 대해서 생각중이였어.
민현이 말로는 가족과 관련된 내용의 영화라고 했는데 프듀는 은근히 눈물이 많아서 그런 걸 보면 꼭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울거든.
프듀는 자기가 너무 추해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약간의 걱정을 안고 좌석에 앉았어.
영민이도 프듀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았어.
프듀는 영민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물었어.
"영민아, 근데 이거 슬픈 영화래."
영민이는 긴장한 상태로 약간 어색하게 대답했어.
눈은 프듀를 볼듯 말듯 하면서.
"아,진짜?"
"나 콧물 흘리면서 울지도 몰라."
영민이는 프듀의 말에 순간 프듀가 아이처럼 다리를 굴리며 엉엉 우는 상상을 했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어.
급하게 입을 가렸지만 프듀가 그걸 못 봤을리 없지.
갑자기 웃는 영민이를 프듀가 의아하게 보자, 그제서야 영민이는 정신 차리고 자기에게 휴지가 있는가를 고민했어.
그리고 집에서 급하게 가방속에 챙겨넣은 티슈를 생각하고는 프듀에게 멋지게 말했지.
"나 휴지 있어."
프듀는 영민이의 귀여운 대답에 그냥 웃었어.
영화가 시작됐어. 영민이는 처음에 영화에 집중을 전혀 못 했어.
그도 그럴게 프듀가 옆에 앉아있었으니까.
프듀는 가끔 아는 배우가 나오면 아주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나 저 사람 아는데.' 하고 자랑하듯이 말했어.
영민이는 그런 프듀가 너무 귀여웠어.
그래서 자기도 아주 작게, '그래?' 하고 대답해줬어.
그러다가 영화에서 전쟁씬이 나오며 시끄러워지자 영민이도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거의 몰입해 있었어.
그 크던 팝콘은 프듀가 거의 다 먹어버렸어.
하지만 둘 다 그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영화에 빠져있었어.
그러다가 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쯤, 아주 슬픈 장면이 나왔어.
늙은 어머니가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앉아 우는 장면인데, 영민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렸어.
그러다가 프듀가 이런 모습을 보면 어쩌지 하고 옆을 봤는데 프듀는 이미 멍한 표정으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어.
영민이는 프듀의 우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마음아파서 울면서 헿 하고 바보같이 웃어.
그리고 프듀에게 티슈를 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민망할까봐 그냥 모른척 하기로 해.
그렇게 둘 다 한바탕 운 후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며 프듀는 민망함에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하게 말해.
"좀 슬프다, 그치?"
하지만 프듀의 목소리는 이미 코맹맹이였고 많이 운 탓에 코와 눈가가 벌개.
영민이는 프듀의 말에 그러게. 하고 대답하면서도 살짝 웃어.
그리고는 이런 프듀를 본다면 아마 누구라도 사랑스러움을 느낄거라고 생각하지.
프듀는 그런 영민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부은 눈으로 영민이를 쳐다보며 말해.
"영민아, 우리 밥은 나중에 먹자."
영민이는 아쉽지만 프듀의 말에 따르기로 해. 이런 상태로 마주보고 밥을 먹으면 둘 다 민망할 것 같았거든.
다음에는 꼭 밥을 같이 먹자며 내밀어지는 프듀의 손가락에 영민이의 하얀 얼굴이 좀 빨개져.
영민이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쪽 손가락을 내밀어서 프듀의 손가락에 걸어.
그러자 프듀가 영민이를 보며 환하게 웃어.
그렇게 둘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어.
비록 민현이가 슬픈 영화를 골라 둘은 밥을 먹을 기회를 잃었지만,
어쨌든 민현이의 도움 덕인지 프듀는 버스타고 집에 가는 내내 영민이의 눈물젖은 수줍은 웃음을 떠올렸다고 해.
영민이야 뭐, 말 안 해도 당연히 누군가를 떠올리며 설렜겠지?
여렁분 잘자요 |
굿 나잇 걸 앤 보이즈 앤 미 앤 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