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나보코프 전체글ll조회 363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위너원/박우진/라이관린] 소수망각 # Pr | 인스티즈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소수망각

나보코프

Pr.












괴로웠다. 너에게서 잊혀지는 게. 두려웠어. 네가 죽어가는 게.


"울지 마. 내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우리 그냥, 받아들이자."


마주 앉은 나의 손을 감싸 안으며 나를 달래는 너였다. 너의 손은 평소보다 더 찼고 더 거칠었으며, 나이 든 나무처럼 빳빳했다. 너의 힘없는 목소리며, 퀭 죽어있는 네 눈가에도 나는 쉴 새 없이 울음을 삼켜야만 했었어. 너는 그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두 눈꺼풀을 고요히 감았다 뜨는 게 최고의 선택인 양 하루에 열댓번은 그렇게 넘어가고는 했었지.


"나 잊어도 돼. 이기적이게 잊지 말아달라고 안 해."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하는 얘기야. 너는 너의 말이 비수처럼 들쑤셔 왔다는 걸 알고서 하는 이야기겠거니, 나는 너의 고요히 감겨지는 두 눈꺼풀처럼 고요히 울음을 토해내어야 돼. 두 눈이 일렁거려 너를 제대로도 볼 수가 없었다. 들썩이는 몸 때문에, 요란히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도저히 취할 수가 없었으니까.


"생각 많이 했어. 그래서 시간 갖도록 너한테 이렇게 얘기한 거야. 말없이 집 나간 거 미안해. 그건 용서해줘."


내가 필요했어, 그 시간이. 이젠 너는 내가 없는데, 나는 나조차도 없어지는 거니까. 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목울대가 울리기 시작했고, 나를 감싸던 두 손 중 하나가 제 눈 위에 살포시 펴 놓아지고는 또 고요히 두려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안쓰러웠다, 가지 말라고 떼써서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아서. 이런 내가 미울 정도로,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떤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사실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


"나 너무 무서워. 아직 우리는 어려. 우리 둘 뿐이었잖아. 너무 가혹해."


도망치듯 한국을 와서 겨우 숨 쉴 틈인 너를 만났는데. 너랑 있던 시간 빠짐없이 전부 다 행복했어서, 나는 한 번도 네가 없는 나를 꿔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나에겐 나조차도 남지 않게 되었어. 나, 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아이처럼 처음으로 내 앞에서 엉엉 울기 시작한 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엉엉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따금씩만 주륵 흐르는 눈물 몇 가닥을 제외하고는. 바들바들 떨며 우는 너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네게 위로 따위 되지 않을 테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아직 어리다. 겨우 스물하나, 우리가 만났던 건 열여덟. 나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었고, 너는 뭔가에 쫓겨 한국으로 무작정 와버린 열여덟의 아주 여린 소년이었다. 거짓말처럼 우린 다리 위 중간지점에서 만났고, 서로 거짓말처럼 죽음을 정해두었던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가 같다는걸 굳게 닫힌 입술로, 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눈 속의 구멍으로 확신해, 그날. 우리는 도망을 쳤다.


그런데 지금 너는, 내게서 도망을 친다고 내게 고하고 있다. 그게 어떠한 의미로든, 너의 의지가 아니든. 어찌 되었든. 나는 결국 속박한 혼자가 된다는 게 요점이자 현실이었다. 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질 않았어. 굳게 닫힌 입은 열릴 생각을 안 한다. 무슨 말을 해야 될까, 가지 말라고 너의 다리라도 붙잡고 울면 너의 나날이 조금이라도 연장이 될까.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예쁜 아기도 낳자고, 소소하게 결혼식도 올려서 신혼여행도 조촐히라도 가자고. 그랬는데."


이렇게 가버려서 미안해. 보고 싶을 거 같아. 너무 좋아해. 네가 나한테 처음으로 제대로 가르쳐줬던 단어였어. 유일하게 글로 쓸 수 있었던 단어였어. 좋아해, 좋아해 다혜(아)야. 사랑해, 난 이제 사라지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 나는 네가 첫사랑이었고 이렇게 사랑받아 본 적도 처음이었어. 이래도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계셨더라면 이런 느낌일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나 자꾸 눈을 감게 돼. 너에게서 말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그때처럼,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혼자로 만들어서 미안해.


눈 위에 올려두었던 커다란 손을 치우자, 눈 주위가 자욱이 붉은 두 눈이 나를 맞이했다. 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나의 두 손을 꼭 쥐며.


"어떤 모습으로든 널 만나러 다시 올게.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어디로 떠나면 안 돼."


몸도, 절대로. 함부로 해선 안 돼. 부탁할게. 좋아해.
기다려줘, 다혜(아)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김남길[김남길] 아저씨3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워너원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수난시대 A8 푸른하늘 07.06 22:09
워너원 [워너원/김재환] 병원물을 가장한 불도저 김재환_번외 2 Fin163 서화 07.06 21:07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개구쟁이 A7 옹청이 07.06 20:50
워너원 [공지]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작가입니다15 홍차화원 07.06 20:37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Rosemary 023 몽상 07.06 18:14
워너원 20 미러 07.06 17:47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내가 이뻐죽을라고하는 20년지기 친구와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동거3-1(민현시점 특..64 민현꾸 07.06 16:11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박우진 없다 공지6 짹짹아참새해 07.06 07:3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축구부 박우진 X 미술학도 김여주 A44 미술학도 07.06 04:03
워너원 [워너원/하성운]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B88 홍차화원 07.06 02:52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이별 시리즈 013 토끼입니까 07.06 02:28
워너원 15 미러 07.06 01:11
워너원 [워너원] 호텔 디 올림푸스 (Hotel The Olympus) 3128 소네트 07.06 00:57
워너원 [위너원/박우진/라이관린] 소수망각 # Pr 나보코프 07.06 00:34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2279 워너워너 07.06 00:28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8303 Y사원 07.06 00:10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황민현은 내 분홍색 인연이었다 2/A4 영민현 07.05 23:4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28 부기옹앤옹 07.05 23:37
워너원 [위너원/옹성우/박우진] 선을 그어주시든가요, 옹성우 선생님! (01.선생님,심장이 막 떨리고 그러는..9 여고생J 07.05 23:03
워너원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강다니엘] 황제를 위하여 0331 이봄 07.05 21:59
워너원 [워너원/좀비물] : 스칼렛 증후군 - 캐릭터·Prologue19 하현 07.05 21:15
워너원 23 미러 07.05 18:48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 옆 집 동생 G95 댕뭉이 07.05 13:06
워너원 25 미러 07.05 12:50
워너원 [워너원/하성운]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A109 홍차화원 07.05 06:0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사랑은 반창고를 타고 E 186 참참 07.05 02:54
워너원 [박지훈/배진영/윙딥] 우물 안에 떨어진 별똥별 A 07.05 01:59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