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엑소 라이즈 온앤오프 성찬
캐도 전체글ll조회 1682l 1

휴. 대뜸 내쉬는 한숨에서 단내가 풍겼다. 다니엘은 그 대목에서 적잖이 어이를 잃어 허, 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덥다고 덥다고 난리법석을 떨어대기에 기껏 아이스크림을 물려 달래 놨더니 이번엔 또 무어냔 말이다. 한 손에는 넙다란 아이스크림 컵을, 다른 손에는 핑크색 스푼을 꼭 쥔 채 청승을 떨어대는 꼴이 영 달갑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라를 잃은 듯 우중충한 무드와는 안 어울리게 분주한 입술이 온통 파랗고 노랗고 하얗게 얼룩덜룩했다. 하여간 입맛도 꼭 저 같이 유치해서는. 총 천연색의 다양함을 자랑하는 서른 한가지 맛 중에서도 다니엘의 성가신 문하생 A는 오직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만을 고집했다. 설탕에 갖가지 색소를 입혀 얼린 게 뭐 그리 맛있을까 싶다가도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A를 떠올리면 마음이 약해져서 군말없이 쿼터 사이즈 컵을 한 가지 맛으로만 가득 채웠다. 그런데, 그 사려깊은 씀씀이에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30초 간격으로 푹푹 한숨만 내리꽂는 저 괘씸한 녀석을 대체 어쩌면 좋으냐고. 누가봐도 제 사정을 궁금해 해달라는 눈치를 팍팍 풍기는 A에 다니엘은 못이기는 척 물었다. 


 

"왜." 


 

쉴 새 없이 우물거리던 A의 입술이 이윽고 멈추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 위로 핑크색 스푼을 내려놓는다. 가볍게 플라스틱 튕구는 소리가 났다. 컵 안에 다 녹아 흐물거리는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이 꼭 아름다운 토사물 같았다. 웩. 평소 다니엘은 극사실적이고 신랄한 묘사로 탐미적 낭만주의자 A를 못살게 구는 일을 즐겼으나 이번은 입 밖에 내지 않고 잠자코 있기로 했다. 명실상부 대세 추리소설가의 직감이었다. 어느 별의 파편이 튀어 만들어졌는지 모를 작은 머리통이 몇 번을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툭, 한숨섞인 투정을 했다. 


 

"저 아무래도 소설 그만 쓸까봐요." 


 

그래. 그 때 까진 다니엘도 애새끼 잔투정인 줄 알았다. 스물이 된 지 두 해도 채 지나지 않은 A는 나잇값을 하는 건지 유독 어리게 굴었다. 덥고 춥고 배고프고 졸리면 말투부터 칭얼칭얼 꼬리가 늘어지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A가 아니었다면 다니엘은 진즉에 표정을 썩히며 학을 떼고도 남았을 테다. -물론 A라고 해서 다니엘이 표정을 썩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A는 다니엘의 협소한 인간관계 내에 발을 들인 사람 중 가장 어렸다. 물론 100세 시대에 이십 대 후반은 체감 나이 청소년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강다니엘은 서른을 목전에 둔 어엿한 어른이었고, A는 까마득히 어렸으니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당혹스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쨋거나 이번에도 예의 그 대수롭지 않은 어리광이라 간과한 다니엘은 방금과 같은 톤으로 왜, 했다. 


 

"그냥...솔직히 제 글 쫌 구리잖아요. 이 나이에 하는 일 없이 글만 쓰는데 늘지도 않구, 작가님한테 도움도 안 되구, 맨날 작가님 귀찮게만 하는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하지." 


 

무미건조한 대꾸에 톡 쏘아보는 시선이 따라붙을 법도 한데 A는 왠일인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글쎄, A의 글이 구린 것도 맞고 늘지 않는 것도 맞고 저를 매일 귀찮게 하는 것도 맞지만, 이 뜬금없는 자기객관화는 또 뭔가. 다니엘은 이런 게 요즘 애들 트렌드인가 싶었다. 아침 저녁으로 널을 뛰는 감정의 주파수라던가. 도무지 적응을 할 수가 없는 화법이나 텐션같은 것. 아무래도 좋았다. 다니엘은 A를 살살 달래고 말 생각이었다. 대충 희망의 말 몇마디로 A의 초긍정 세포를 북돋으면 그만이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A가 뒤이어 선언한 폭탄발언에 다니엘은 모든 의지를 잃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 작가님 문하생도 그만 하려구요. 힝." 


 

아이스크림 잘 먹었습니다. 주섬주섬 가방을 꾸려맨 A가 넋이 나간 다니엘을 두고 온통 핑크색인 매장을 씩씩하게 빠져나갔다. 팔랑팔랑. A가 나간 뒤로도 한참을 얼 빠져있던 다니엘이 한 순간 벌떡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옆 테이블의 코찔찔이가 그 소리에 놀라 두 스쿱을 위로 쌓은 콘 아이스크림을 손에서 놓쳤다. 으와앙- 어린애 울음 소리가 볼륨을 키움과 동시에 다니엘이 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이제 작가님 문하생도 그만 하려구요...작가님 문하생 그만 하려구요...그만 하려구요... 젠장. 그건 안된다. 그럴 수는 없다. 세상에 A를 대신할 수 있는 문하생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비록 A의 글이 구리고 글실력이 전혀 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이 다니엘의 머릿속을 어지러이 헤집었다. 이 상황을 소설의 첫장이라 친다면 지금 쯤이 발단을 정리하는 메인 문구가 등장할 타이밍이다. 운이 좋으면 소설 뒷표지에 멋들어진 서체로 새겨질 지도 모를 흥미로운 문구 말이다. 


 

탐미나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극사실주의 추리소설가 강다니엘은 근래에 성가신 문하생 A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 강작가와 로맨스라니,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놀라 뒤로 나자빠질 일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지금 뒤로 나자빠져도 좋다. 그 강작가가 현재 잘 못 찾아온 장르에 코가 꿰어 추리는 커녕 한 치 앞의 제 운명도 내다보지 못 하고 있으므로. 


 


 


 


 


 

강작가도 가끔은 로맨스가 하고싶어 

캐도 


 


 

프롤로그. A로 이어집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다음 내용 너무 기대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려요! 신알신 누르고 갑니당~
6년 전
비회원171.23
꿀잼이에요!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6년 전
비회원235.184
아앙어어어유ㅠㅠㅠㅠ문하생과 작가다녤이라니ㅜㅜㅜㅜㅜㅜ연재연재아우ㅡㅜㅜㅜ연재가답이옵니다ㅠㅠㅠ
6년 전
독자2
신알신 합니다!!!!! 암호닉 [어피치] 미리 해 둘게욤 히히히 아 기대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체가 매우 제 스타일이세용
6년 전
독자3
신알신 누르고 가요 작가님!! 넘 기대 돼요ㅠㅠㅠ
6년 전
독자5
헐ㅜㅜㅜ작가님ㅜㅜ신알신하구가여ㅜㅜ
6년 전
독자6
추리소설 작가 다니엘이라니...크흡ㅠㅠ 다음편 꼭 보고싶습니다!!
6년 전
독자7
꺄 작가 다녤은 완전신선한 캐릭터이자소재인걸요! 다녤의 성격도궁금해요♥
다음편기대해두되는거죠~?

6년 전
비회원179.108
와 대박... 작가님 혹시 글 ㅈ전문적으로 쓰시는분이신가요...? 진짜 매끄럽게 잘 쓰시는 거 같아요... 문체 완전 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 기대할게요!!
6년 전
독자8
헐좋아요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문하생이암것도모르면서강작가님마음흔드는거보고싶어요
6년 전
독자9
헐 뭡니까 문체가 쩔지않습니가
6년 전
독자10
헐 아니 뭐에요 이거...?아 완전대박 미쳤다 어떡해 아 진짜 헐 말이안나오네 미친,,,저에게 a편을 빨리 선사해주십시오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1
저 이거 읽고 정말 놀랬습니다!!! 정말 작가님 글을 엄청 잘 쓰시는 거 아님니까ㅠㅠㅠㅠ 다음편 정말 기대되오ㅜㅠ
6년 전
독자12
다음편기대되여!신알ㅇ!신하구가여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워너원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수난시대 A8 푸른하늘 07.06 22:09
워너원 [워너원/김재환] 병원물을 가장한 불도저 김재환_번외 2 Fin163 서화 07.06 21:07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개구쟁이 A7 옹청이 07.06 20:50
워너원 [공지]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작가입니다15 홍차화원 07.06 20:37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Rosemary 023 몽상 07.06 18:14
워너원 20 미러 07.06 17:47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내가 이뻐죽을라고하는 20년지기 친구와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동거3-1(민현시점 특..64 민현꾸 07.06 16:11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박우진 없다 공지6 짹짹아참새해 07.06 07:32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축구부 박우진 X 미술학도 김여주 A44 미술학도 07.06 04:03
워너원 [워너원/하성운]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B88 홍차화원 07.06 02:52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이별 시리즈 013 토끼입니까 07.06 02:28
워너원 15 미러 07.06 01:11
워너원 [워너원] 호텔 디 올림푸스 (Hotel The Olympus) 3128 소네트 07.06 00:57
워너원 [위너원/박우진/라이관린] 소수망각 # Pr 나보코프 07.06 00:34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2279 워너워너 07.06 00:28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8303 Y사원 07.06 00:10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황민현은 내 분홍색 인연이었다 2/A4 영민현 07.05 23:4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28 부기옹앤옹 07.05 23:37
워너원 [위너원/옹성우/박우진] 선을 그어주시든가요, 옹성우 선생님! (01.선생님,심장이 막 떨리고 그러는..9 여고생J 07.05 23:03
워너원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강다니엘] 황제를 위하여 0331 이봄 07.05 21:59
워너원 [워너원/좀비물] : 스칼렛 증후군 - 캐릭터·Prologue19 하현 07.05 21:15
워너원 23 미러 07.05 18:48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 옆 집 동생 G95 댕뭉이 07.05 13:06
워너원 25 미러 07.05 12:50
워너원 [워너원/하성운]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A109 홍차화원 07.05 06:08
워너원 [워너원/박우진] 사랑은 반창고를 타고 E 186 참참 07.05 02:54
워너원 [박지훈/배진영/윙딥] 우물 안에 떨어진 별똥별 A 07.05 01:59
전체 인기글 l 안내
5/17 10:26 ~ 5/17 10:2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