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음...”
너무 울어댄 탓에 뻑뻑한 눈을 겨우겨우 떴다. 제 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하얀 양호실 천장이었다.
뜨거운 눈가에 세게 힘을 줘서 치켜떠본다. 타고나게 각막층이 얇아 여린 눈동자에 누가 바람을 불어넣은 듯 따끔거리는 아픔 탓에 눈을 꾹 감았다.
일어나자마자 뒤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에 자연스레 눈가가 찌푸려졌다.
제가 왜 양호실에 누워있는지도 모른 채로 멀뚱멀뚱히 눈만 껌벅거리던 남순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댔다.
“음-크흐음-!”
계속 울며 소리를 지른 탓인지 목이 뻑뻑했다. 아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어봐도 계속해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듣기에 거슬렸다.
흑칠판 표면을 손톱으로 긁어내리는듯한 소리가 나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 다시 입을 앙다물고 양호실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물기 없이 바삭 마른 입술을 달싹거려보니 까끌한 입술의 감촉이 기분나빴다.
저를 누가 옮긴건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오정호가 어울리지 않게 저를 위해 친히 날 여기까지 업어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흥수가 저를 여기 데려다줬다는 것은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제 모습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어? 일어났네?”
드르륵 하는 양호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양호실에 들어선 남자아이가 남순이 앉아있는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멀뚱히 저를 쳐다보는 남순의 볼을 톡톡 치더니 슬쩍 웃어보인다.
“이지훈?”
“새삼스럽게 남의 이름 확인하는거냐?”
“니가 나 여기로 옮겼어?”
“나랑 이경이랑 옮겼지. 정호는 모르니까 괜찮아.”
“누가 도와달랬어? 왜 쓸 데 없는 짓을 해?”
“아..아니..뭐..뻔히 다 보고 지나가기는 그렇잖아.”
지훈을 노려보며 제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지훈의 팔을 세게 밀쳐낸 남순이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움찔했다.
놀란 지훈이 팔을 파다닥거리며 부산스럽게 남순에게 다가갔다.
귀찮다는듯 손을 휘휘 젓는 남순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움직이던 지훈이 슬쩍 남순의 눈치를 살폈다.
티나게 제 눈치를 살피는 지훈이 웃겨보였는지 피식 웃은 남순이 침대에 누웠다.
침대 옆에 놓여진 작은 의자에 지훈이 구부정하게 앉았다.
꽤나 큰 체구의 지훈이 앉아있기에는 의자가 버거워 보였지만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긴 다리를 쪼그린 채로 앉아있는 모습이 나름 귀여워 보였다.
“많이 아파?”
“옮겨줄 때 피난 거 안봤냐?”
“아..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니가 그게 왜 궁금해? 니가 나 대신 오정호한테 몸 대줄래?”
“야아-무슨 말을 그렇게 해. 정호도...”
“걔가 뭐?”
순간 얼굴을 굳힌 남순이 지훈을 노려봤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저를 노려보는 남순의 시선이 당황스러웠는지
멍하니 그 특유의 눈을 꿈벅거리던 지훈이 마른 입술을 혀를 내밀어 적시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니아니. 많이 아프냐고.”
“너도 누구랑 자게?”
“무..무슨! 자긴 누구랑 자!”
“에에-맞구만? 누군데? 이이경?”
"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할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지훈이 벌떡 일어서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항상 멍해 보이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드러나는 것이 신기했는지 남순이 계속해서 피식 피식 웃어댔다.
팔까지 휘저으며 강하게 부정하는 지훈이 모습이 귀여워보였는지 남순이 팔을 뻗어 지훈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이상한 말 하지 말고 피곤할텐데 더 자. 문 닫고 나갈테니까."
"알겠어. 문 닫고 가."
침대에 누운 남순의 목까지 이불을 끌어당겨준 지훈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이불을 꼭 쥔 남순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어보이려 해도 입꼬리 끝이 마구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온 몸과 얼굴에 힘을 바짝 주고 억지로 괜찮은 척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 였다.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 일어선 남순이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 순간 양호실 문이 다시 열렸다.
"뭘 봐?"
흥수였다. 누구 사이에 있어도 항상 눈에 가장 먼저 보일 수 밖에 없는 그 훤칠한 키로 고개를 슬쩍 숙이고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흥수였다.
하지 않으려 해도 항상 흥수를 좇는 제 눈은 어쩔 수 없는 거 였다. 흥수를 처음 만난 그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제 몸과 마음은 항상 흥수를 갈구해왔다. 잠시라도 흥수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 무서운 집착이 더욱 더 커진 상태로 마음 속에 응어리 져 있었다.
하고 싶은 것 많은 활달한 어린 소년, 그것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짓밟아버린 것은 제 자신이었다.
다리를 짓밟아버린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분명 고의였다. 짧은 순간 이상하게도 비상해진 머리가 생각해낸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 방향으로 이 세기로 다리를 밟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는 오랜 싸움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걸을 수는 있지만 축구는 하지 못할 정도로. 축구 선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코치님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축구를 포기하게 될 정도로. 일진회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내 옆에 있을 정도로.
그렇게 일부러 다리를 짓밟은 건 저였다. 원망할 다른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흥수야..."
"이름 부르지 마라. 친한 척 하지 말라는 거다."
매정하게 남순의 말을 자르고 양호실을 나가려는 흥수를 보고 남순이 급하게 침대 밖으로 발을 디뎠다.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미친듯한 통증에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입술을 꾹 꺠물었다.
허리를 징징 울리는 빌어먹을 아픔 따위보다 지금 제 눈 앞에서 사라지려 하는 흥수가 더 중요했다.
"흥수야.."
"부르지 말라고 했다."
제 손을 툭 쳐내는 흥수의 모습에 다급해진 남순이 어정쩡하게 흥수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급하게 허리를 껴안은 남순이 저 스스로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리 안 꺼져?!"
크게 소리치며 남순을 밀쳐내는 흥수 탓에 남순이 바닥에 쓰러졌다.
척추뼈를 관통하는 듯한 아픔에 이를 악 문 남순이 바닥에 주저 앉은 채 흥수를 올려봤다.
흥수에게 밀쳐져 바닥에 쓰러진 그 자세로 바라본 흥수가 멋져 보였다. 짝다리를 집고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로 저를 내려다보는 흥수의 모습에 괜히 두근거렸다.
분명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가 흥수를 바라보는 시선과는 정반대의 증오가 담긴 시선이었지만 그런 시선에도 제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댔다.
그 순간 흥수가 남순에게 다가왔다.
"왜 자꾸 내 앞에서 얼쩡거리고 지랄이야. 이 병신 새끼야!"
"아..아니..미안해.."
"너 나한테 말 걸지 마라. 난 너같은 새끼랑 아는 척 하기 싫으니까."
"..흥수야..!"
"대놓고 말해줘야 알겠어? 난 같은 남자한테 뒷구멍 대주는 더러운 새끼랑 붙어먹을 생각 없다는 거다.
너. 더럽다고. 꺼지라고. 알아 들었냐?"
제 옷자락을 붙잡은 남순의 손을 냉정하게 쳐내며 남순에게 소리친 흥수가 그대로 문을 열고 양호실을 나갔다.
주저앉은 남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멍하니 양호실 문을 바라보는 남순의 볼이 멈추지 않는 눈물 탓에 축축하게 젖어갔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계속해서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눈물만 떨궈내는 남순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
광수 박카스 잉 도치 깡통안의쥐 탑 열이 빗녀 딱풀 볼펜 뽀글 녹차 녹차라떼 장이씽 큐큐 새우 후후하하 햇빛은쨍쨍 복숭아 학교
눈물점 신의퀴즈 지나가던나그네 데이드림 뿌꾸뿌꾸 이불 콜라 1.0 애봉이 규스타 빡댐 강세찬 수니 토끼 크루엘 망고홀릭 루팡
눈꽃 꼬꼬마 이경 백성규 흥수남순♥
---------------------------------------------------------------------------------------------
우왘ㅋㅋㅋ암호닉이 반으로 줄었어요ㅜㅠ좋은..건가요ㅠㅠ대부분이 처음 보는 암호닉이네요ㅎㅎㅎ새로운 독자님들 잘 부탁드려요
암호닉은 12시까지 받아요! 그 때까지는 묻지 마시고 신청하셔도 괜찮아요ㅎㅎ
앞으로도 덧글 다실 땐 덧글 다시기 전에 암호닉 항상 말씀해 주시는 것 잊지 말아 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