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생글거리던 하루였다.
틈틈이 공강을 끼워 다섯 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 카페에서 세 시간의 짧은 아르바이트까지 끝낸 세훈은.
저녁을 사겠다는 선배의 호의도 거절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비교적 한산한 버스의 맨 뒷자리에 푹 파묻은 몸이 제법 피곤할 법도 한데, 세훈의 얼굴엔 차곡차곡 설렘이 차 오른다.
뭘 생각하는지 불빛이 아른대는 창을 거울삼듯 웃다가― 가방을 뒤적여 열어낸 핸드폰이 밝은 빛을 뿜어내며 다정하게 얼굴을 맞댄 사진을 띄웠다.
오른편에 보이는 잘생긴 얼굴은 볼 때마다 마음을 참 흐뭇하게 해서, 엄지손가락으로 슬쩍 쓸어보며 웃음 짓고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로 쓰여진 문자메시지 하나를 열어냈다.
부끄럽지만 싫지 않은 '깜둥이♡' 라는 이름 아래 새겨진 [끝나고 바로 집으로 와] 에,
그 매끄러운 입매를 꾹 다물고 패드를 눌러 한 글자 한 글자 찍어냈을 그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하루 종일 틈틈이 열어보고 또 봤는데도 질리지가 않는 건, 단순한 문장 하나에도 '김종인'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이 엮여있기 때문.
마치 마법처럼. 모든 것이 다.
김종인이라는 독특한 소스 하나로 더없이 달큰해진 세상.
들뜬 기분만큼 가뿐한 손놀림으로 [지금 가고 있어]를 적어 보내고, 일분도 안 되어 돌아온 답장에 풋 소릴 내어 웃었다.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