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이에게 바라는 새해소망은, 말 좀 그만 걸어줬으면 좋겠구요, 쉬는 시간에 놀러가자고 좀 그만했으면 좋겠고, 저한테 놀자고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하루 하루 안 서운한 날이 없다.
정택운이 나보고 말 좀 그만걸고 놀러가자고 좀 그만했으면 좋겠단다.
서운하다. 택운이와 나의 치댐과 환장을 팬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또 방송만 놓고 봤을 때도 재미있는 소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걸로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택운이가 그렇게 튕기는 건 다 표현이 서툴어서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매번 무시당하고 거부당해도 웃는 얼굴로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지친다. 이때 쯤 되면 택운이도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줄 때가 되지 않았나싶다.
택운이 성격에 치대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다가갔을 때 내치지 않고 받아줬으면, 내가 손을 잡았을 때 빼내지 않았으면, 그 정도만 해도 나는 평생을 지치지 않고 치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다정한 한 마디만 해주면 투정부리지 않고 더 잘 해줄 수 있을텐데...택운이는 그 한마디가 어려운가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한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또 기분이 좋아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운함이 가득했다. 내가 자기를 얼마나 생각하고 챙기는 지 알면서도 귀찮다는 듯이 말하는 택운이에게 섭섭해서 표정관리가 안될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이 짧은 한마디에 또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좋아한다는 말도 아니었고, 사랑을 말하는 그 어떤 말도 아니었지만 그 짧은 한마디에 또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이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 나의 평생지기는.
하지만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야 순간적인 서운함에 투정부리듯 그렇게 넘어갔지만, 카메라가 사라진 지금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무슨 말이던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택운! 나 진짜 서운해."
또 아무말없이 빤히 쳐다본다. 내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 때쯤 그가 대답했다.
"뭐가"
애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을텐데.
"내가 귀찮아? 새해 소망이 그게 뭐야."
"너가 자꾸 치대잖아."
한번쯤은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털어놨으면 좋겠다. 내가 다가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를 오래보다보면 그의 무표정도 해석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내가 다가갈 때의 택운이의 표정은 불편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애정표현이 어색하다는 생각밖에 담겨있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나의 일방적인 구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좋게 평가하는 대신 택운이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나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참을 수가 없다. 나의 택운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닌 것같아 보여도 정이 많고 자기 주변사람을 많이 아끼는 아이다. 택운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평가하는 것을 볼때마다 어이가 없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아니라고 말하고 다닐 수는 없는 거다. 그래서 더 택운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하면 좋겠는데, 얘는 웃을 때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심지어 말도 잘 하지 않는다. 그저 특유의 그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조용히 응시할 뿐이다. 팬이 아닌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택운이의 대부분의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해간다면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방송을 할 때도 계속 택운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자 화가 났다.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한결같은 택운이의 모습에 화가 났다.
"내가 방송에서 그러지 말랬잖아!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 방송을 팬분들만 봐? 우리 팬이 아닌 분들도 보시는 방송이야. 그 사람들이 너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넌 아무 상관없어?"
또 대답이 없다. 아마도 그는 내 말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서 방을 나가려했다.
"미안...거기서 내 진심을 말하고 싶진 않았어.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게하고 싶지 않았어.
새해에는 내가 더 잘할게 학연아. 2013년보다 더 행복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둘이."
"사랑해 학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