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끼들 E
부제:남자친구
아, 상황 미쳤다. 진짜. 내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호가 오늘도 역시나 문고리를 부순 채 나왔다. ...저 시끼 저거는 내가 개로 변하란 말을 못 들은거야? 그런거야? 김재환을 쓱 보니 표정이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 망했다. 지금 이렇게 우리집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건 가족이거나 좀 사귄 남자친구라는 얘긴데. 가족은 내가 외동인 걸 알테고 그럼 다른 보기는 남자친구 뿐인데. 여기서 어떻게 '재환아, 사실 쟤는 우리 집 강아지야'라고 진실을 말해주냐고. 얘는 내가 이런 말을 했다가 정신병원으로 날 집어 넣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누구세요..?"
"아..그게..."
그래, 어쩔 수 없다. 미친년이 되서 정신병원에 가둬지는 것보다 남자친구라는 거짓말이 훨씬 나에게 나을 듯 하다. 근데 문제는 저 시끼랑 내가 쿵짝이 잘 맞아야 된다는 거지. 동호야, 제발 넌 그냥 내 말에 맞장구만 쳐! 알겠지? 이 주인님만 믿어라.
"사실.., 남자친구야..!"
"뭐?"
'저게 무슨 개소리고'
'우리가 개야, 정신차려'
'아무리 둘러댈게 없어도 그렇지.. 주인!'
'나도 사람으로 변해 있을걸'
네, 그렇게 김여주양은 몇 년 째 없던 남친이 오늘로써 급하게 생겨났습니다! 짝짝! 그리고 몇 시간 후에 헤어지죠. 와우, 김여주 인생에서 최단 시간 남자친구죠. 것보다 재환아, 내 남자친구라고 말하자마자 왜 그렇게 정색을 하는 건데? 아니, 꼭 그렇게 정색을 해야만 했니.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게 아니꼽고 미심쩍다 이거냐. 저 눈빛,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불쾌하고 더럽네. 하핫. ...근데 저 똥강아지들은 왜 저렇게 낑깅대는거야. 너네도 아니꼽다 이거냐. 와, 동호야, 우리 사랑에 장애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래도 몇 시간만 좀 참아보자.
"이름은 동호야, 강동호"
"아...,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김여주 짱친 김재환이라고 합니다.."
"..."
야 이 새끼야,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고개만 까딱하면 어떡해. 지금 내가 봤을 때는 김재환은 우리 동호 비주얼에 쫄았다. 엄청 쫄았다. 거기다가 고개만 까딱하는 제스쳐에 넉다운 됐을 듯. 재환아, 참고하는 데 동호는 비주얼만 좀 쎈거지 완전 애야, 애새끼라고. 그렇게 쫄 필요 없어. 그리고 백퍼 장담하는데 너 곧 몇 시간 후에 존나게 친해진다에 한표. 니 친화력이 어디가겠니.
"도대체 언제 남자친구 생긴거야"
"꽤 됐어"
"헐, 그런 건 나한테 말도 안해주냐, 나쁜 기집애야!"
나도 몰랐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애완견이 남자친구가 될 줄은.
***
*강동호 시점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하는 거 맞는거죠? 전 주인 집에 온지 이제 6년인가... 뭐 쨌든 그 정도 산 강동호라고 합니다. 제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있어요. 그게 뭐나면요, 일단은 주인 집에 세번째 방, 즉, 저랑 대휘가 쓰는 방이 있는 데 그 방의 문고리가 제가 잡았다고 하면 부러져요. 아, 진짜 왜그러지? 처음에는 문이 고장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저랑 덩치가 비슷한 다니엘이 잡으면 잘만 돌아가요.
문고리가 이거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저 손잡이 부분만 제가 잡았다하면 부러져요. 진짜, 왜 그러는지 6년동안 살면서 아직도 풀리지 않아요. 제가 부순 손잡이만해도 이천개는 될꺼예요. 주인이한테는 미안한데, 어쩌겠어요. 매번 신경쓰면서 방문고리를 잡을 수는 없잖아요?...아닌가? 그럴 수 있나? 일단 저는 불가능이예요. 그래도 주인이는 저 덕분에 방 문고리 교체는 이제 주인 못 따라와요. 든든하달까.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 덕분에 오늘도 역시나 부쉈어요. ...이쯤되면 문고리가 나 싫어하는 것 같아요.
-
"집 방향이 어디야?"
"어? 좀만 가면 될껄..?"
"뭐야, 뒤에 의문형은!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너 생각보다 되게 귀엽다!"
주인이 주인의 짱친이라고 하는 사람한테서 저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어요. 저는 그 때도 다름없이 문고리 부수고 나오고 있었거든요. 근데 어찌된 일인지 옷 다 갈아 입었던 애들이 다시 개로 변해있지 않나 웬 처음보는 남자가 집에 있지 않나. 그렇게 전 이 남자한테 주인의 남자친구라는 인식이 박혔죠. 뭐, 그건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기분이 좀 좋은 편에 속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짱친이 집에 갈 때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점점 친해져버렸는데 갑자기 시간이 늦었으니까 집에 같이 가자고 저를 데리고 나온 거 있죠. 아니, 갈거면 혼자가지 왜 나를 데리고 나온건지 이해가 안돼요. 그리고 주인이랑 아직 말 못 맞춘 질문들도 해오고. 아, 주인아, 보고싶어. 도와줘
"와, 김여주가 연애를 하고 있다니. 그 때 이후로 생기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
"여주랑 몇 일 사귄거야?"
"...그런 거 잘 안 셌는데 만난지 좀 됐..을껄?"
"아, 그런 거 잘 안 챙기는 타입이구나! 하긴 여주도 대학 다닐 때부터 그런 거 안챙겼지!"
이걸 기점으로 의도치 않은 주인의 대학생활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대학이 어딘지도 잘 모르고 뭐하는 데인지도 잘 몰라서 그냥 맞장구만 쳐줬어요. 그러다가 들은 얘긴데 주인이 원래 짧게 짧게 연애했는데 처음으로 길게 연애한 남자친구가 있었대요. 자세하게는 얘기 안해주네요. 에이, 해주지. 궁금한데.
"그래서 걔는 그 때 반했다나 뭐라나. 하여간 걔도 정상은 아니.. 아, 내가 입방정을 떨었네. 김여주한테는 내가 이 얘기한 거 비밀이야!"
"응"
"근데 너는 왜 여주랑 사귀는거야?"
어, 이런 질문 어떻게 대답해야하는 거지. 사귀는 이유는 왜 좋아하는 지 묻는 거 맞죠? 이런 질문은 어떡하면 좋은거죠. 이때까지 잘 대답해왔는데 이거는 뭐라 해야할 지 영 감이 안 잡히는데..? 아씨, 아까 같이 가자고 할 때 그냥 집에서 잔다고 할 걸. 안 그래도 둘러대기 힘들어 죽겠는데 저런 질문... 하, 주인이 좋은 이유라. ....주인이니까? 음, 그냥 좋은데. 주인이 좋은 이유라니. 뭐라고 답해야하는 거죠.
'헐, 미친. 이런 곳에 강아지를 버려놔? 미쳤네. 주인 누구냐, 뺨맞게!...나라도 데려가야 하나? 아, 그럼 지금 몇마리냐...
아씨, 몰라! 우리집에 가자! 많으면 많을 수록 행복하고 좋지! 뭐!'
아, 갑자기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 때 주인 얼굴 완전 애기였네. 지금은 왜 저렇게 늙었지. 뭐, 그래도 괜찮아요. 예쁘면 됐죠. 저때 생각해보니까 주인 참 바보 같네요. 버려져 있던 나를 집에 데리고 가다니. 집에 이미 다섯마리 정도가 더 있었는데. 나까지 데려오다니. 어휴, 바보같아. 언젠가 어디서 사기라도 당하고 오는거 아니겠죠. ...그래도 뭐, 그게 주인 매력이죠, 뭐. 진짜 사기 당하고 오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서 물어 버릴꺼니까 괜찮아요.
"뭐야,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너도 이상한데서 반했지? 진짜 김여주한테 뭐가 있.."
"착해서"
"어?"
"여주가 착해서"
"...김여주가?"
"응"
다른 사람한테는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착한 거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못되면 뭐 어때요. 나한테 착한데
"...그렇지. 여주 착하지"
"어?"
"아니야, 나는 이쪽에서 택시 타면 돼! 넌 저쪽이였다고 했지?"
"아, 어"
"잘 가, 친구!"
-
"엇? 우리 주인 남자친구 아니신가?"
"우리 주인 이상형이 문고리 부수는 남자래"
"오오, 그러면 오늘부터 나도 부술래!...근데 이상형이 뭐야?"
하아, 그렇게 그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왔는데, 오니깐 놀리기 바쁜 애들이네요. 나한테 왜그래, 정말! 대꾸도 해주기 피곤해서 곧 바로 방에 들어가려는 데.. 주인이 문고리 고치고 있네요. 주인한테 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상황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뭐나면요. 바로 지금이예요. 문고리 고칠 때 제일 많이 잔소리하고 화내요. 일단은 도망가야겠죠?
"어? 강동호!!!"
아씨, 일단은 저 좀 도망가고 볼께요!
*김여주시점
아, 꿈 같던 휴일이 지나고 월요병을 겪으니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 특히나 저번 주말은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유독 피곤하다.-산책과 김재환과 그 외 개새끼들 때문은 아니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앞으로 삼일은 회사를 더 나와야 한다니! 지옥이야, 지옥! 점심시간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출근한지 30분 지났다. 헷- 오늘은 안돼겠어, 점심은 거르고 잠 좀 자야겠다. 선호가 알면 진짜 기겁하겠지? 크큭. 다니엘은 백퍼 잔소리 해댈 게 뻔하고, 지훈이나 진영이는 내 입에 아무거나 쳐 넣을 거 같...아, 벌써부터 소름 돋아.
"여주씨, 뭐 즐거운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혼자 웃어요?"
아, 내가 웃고 있었나. 뭐, 애들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긴 하나보다. 이게 바로 어머니의 마음인가..? 아니, 것보다 오늘도 팀장님은 짱잘이네요. 팀장님 얼굴이 제일 유잼인 것 같아요. 잘생긴 게 짱이야...!
-
"다들, 슬슬 점심 먹으러 가셔야죠?"
헐,헐! 드디어 점심시간! 이 개같은 업무에서 벗어나서 잘 수 있다니! 행복해! 배는 뭐, 조오오오금 고프긴하지만, 수면욕이 식욕을 이긴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그러므로 그냥 쳐자겠다는 소리! 여러분 맛있는 점심 되세요! 저는 맛있는 꿀잠을 먹으러 갑니다!
*
뭐야, 왜이렇게 웅성웅성 거리는 거야. 시끄러. ...아, 점심시간 지났나? 이런. 다시 개같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니. 정말로 개같군. 진짜 삼십분만 더 자고 싶다. 정말. 진짜 초능력만 있으면 시간을 멈춰서 더 자는건데.
'헐, ##여주 씨 남자친구인가'
'엥? 남자친구? 좀 어려보이는데? 동생 아니야?'
'아니야, ##여주 씨 외동이랬어. 저 꿀떨어지는 눈빛은 빼박 남자친구'
'그런가? 근데 진짜 잘생겼다'
네? 지금 뭐라구요? 남자친구요? 내가 대학 때 남자친구가 꽤 있었다는 건 인정하는 데 제가 스물 넷인가 다섯 접어들면서 남자친구가 지금까지 없거든요. ...씨바, 눈물 나와. 아, 최근에 있었다. 저번에 동호가 몇시간 내 남자친구였거든요. 근데 뭘 보셨길래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시는거죠? 웅성거림에 못이겨 엎드리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아오, 찌뿌둥해.
"...드디어 깼네!"
"....미친"
니가 왜 여기 있어! 미친놈아!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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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코알루]
움짤을 더 넣고 싶은데 렉 걸릴 것 같아서 더 이상은 못 넣겠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