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끼들 C
부제:산책
"주인! 지금 몇신데 아직도 자!"
"주인~"
내가 오랜만에 야근의 피로감에서 벗아나고 잠 좀 자겠다는데 누가 방해하는 거냐. ...당연히 우리 집 개새끼들이겠지. 차라리 사람으로 변할 힘조차 없는 강아지일 때가 훨씬 나았어. 그 땐 귀엽기라도 했찌. 지금은 덩치 큰 사내들이 침대 위에 올라타서 내 양 옆과 내 몸 위에 올라타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한 상황인 줄 알거 아니야. 이것들아! 물론 볼 사람은 없지만 내가 민망하다고.
"야, 너희들. 내가 사람인 채로 나한테 달려 들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그런 거 모른다. 산책이나 시켜도"
그런 거 몰라한 새끼 누구냐. 딱 보니까 사투리2 박우진이구만. 박우진씨, 지금 내 위에 올라 타신 거 당신이죠? 당신이 지금 강아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다 큰 성인인 것 같은 게 내 위에 타고 있으면 기분이 굉장히 ...더럽다고 해야하나. 쨌든 우진이 뿐만 아니야, 내 양 옆에서 나 껴안고 있는 것들도 내려가라. 침대는 하필 쓸데없이 넓어가지고.
"너네끼리 산책 나가면 되잖아. ...그리고 다 내려가라, 좋은 말로 할 때"
"싫어 산책 안 시켜주면 안 내려갈래"
오, 이 목소리 누구냐, 형섭이냐? 오늘 좀 나댄다? 나에게 반항이라니. 누구한테 그딴 거 배웠냐. 박지훈이냐 박우진이냐 아님 강다니엘이냐. 그런 거 배우면 못 써! 그나마 이 집에선 니가 제일 착한 것 같... 너도 이상한 짓 많이 하긴 하지만.
"주인, 주말마다 산책 시켜준다고 그랬지 않았나?"
"..동호야, 그런 쓸데없는 말 기억하지 마"
"눈이나 좀 떠 봐"
"주인아, 일나라! 가자!"
아씨, 어쩐지 사투리1은 안 들리던 데, 드디어 들어오는 군. 솔직히 애들 비주얼 중 주동자 최강자는 동호가 짱인데 어떤 일들을 주동하는 건 항상 저 다니엘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내 말은 산책 대란도 니가 벌인 일이지. 그렇지? 엉?
"와씨! 도대체 와 오늘은 내랑 같이 갈려는건데! 평소에는 니들끼리 잘만 갔다이가!"
"우와, 주인, 사투리 쓰는 거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
아, 너무 황당해가지고 고쳤던 사투리도 튀어나왔다. 서울에 오고 한 3년 만에 고쳤는데 이게 튀어나오다니. 너희의 산책의 여파가 얼마나 큰 지 이제 알겠니. 그리고 평소에는 너희들끼리 잘 다녔잖아! 여덟 마리가 아니라 여덟 명이서! ...잠깐만 저 비주얼들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아, 여자들 막 꼬이는 거 아니야?
"솔직히 주인이랑 우리랑 산책한 지 몇 달 전이고.. 함 봐라 달력을"
"뭐, 달력까지 볼 필요야..."
"주인이랑 산책 하고 싶다. 동물 몸으로 나가고 싶다고!"
결국은 목줄 채우고 데리고 나가 줄 사람이 필요했던거냐. ...근데 또 너무 아련해보여서 마음이 흔들리긴 하다만..! 나는 여덟 마리나 산책을 시킬 자신이 없어, 얘들아! 솔직히 부산에서 두 마리일 때도 꽤 힘들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그 네 배인 여덟 마리라니..! 그건 거의 나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고.
"얘들아, 솔직히 여덟 마리는 내가 너무 힘들어..! 그리고 다들 침대에서 내려와라, 특히 박우진 너, 빨리 내 위에서 내려와"
"쳇"
"그럼 내가 사람인 채로 둘이서 이끌면 되지"
"...동물인 채로 나가고 싶다며"
"주인 힘들다는 데 그까지꺼 뭐"
그래, 정말 감동이다, 감동이야. ...결론은 산책 가야 된다는 거 아니야! 쨌든 다니엘이 같이 데리고 나가준다니까 뭔가 마음이 놓이는 데... 놓이는 것 같으면서도 안 놓인단 말이야. 자기도 좋다고 뛰어 다니는 거 아닐지도 몰라. ...것보다 다들 언제 내려올꺼냐. 다 내려가!
*
"와씨, 이건 할 짓 못 돼. 괜히 나왔어!"
"그렇게 힘드나?"
야, 일곱 마리나 데리고 나가는 데 당근 힘들지.-사실 다니엘이 네 마리 데리고 나는 세 마리 데리고 왔다. 헷- 진짜 욕 나올 뻔 했어. 그리고 저 개새끼들은 왜 저렇게 뛰어댕기는 거야! 개힘들어 진짜! 일단 공원에 데려와서 풀어 놓기는 했는데 쟤들은 안 지칠까. 엄청 뛰어다니네. 물 만난 물고기 같아. 너무 안 데리고 나왔나? 앞으로 좀 데리고 다녀야겠다. 물론 친구들 좀 불러서...
"..."
"너도 뛰어다닐래? 잠시 동물로 변해도 괜찮잖아"
"다시 사람으로 변할 땐 나체인데? 그거 보고 싶은거가?"
어머어머, 얘 뭐래니. 그냥 같이 못 놀아서 안쓰러워 그렇게 말한거지!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한 거 아니다! 그리고 누가 들으면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인줄 알겠네! 것보다 애들은 아침에 자기들끼리 챙겨 먹었다해도 난 눈 뜨자마자 씻고 나온거라서 먹은 게 하나도 없네. 배고프다.
"배고프다"
"거봐라, 주말인데도 늘어지게 자니까 밥 때가 늦어지뿐다이가, 편의점이나 갔다온나"
"...너, 애들 잘 보고 있을 수 있겠냐"
"낼 뭘로보고"
널 다니엘로 보니까 불안한거지. 그래도 자길 한 번 믿어보라고 어필하긴 하지만 영 미심쩍다 말이지. 그래도 일단 믿어보라는 말에 편의점으로 발을 내딛었다.
*
어라, 편의점 근처에 분명 용국이가 있었는데. 아, 용국이가 누구냐면 이 편의점이나 우리 집 주위에 잘 나타나는 고양이인데 주인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목줄을 하고 다니는 고양이다. -목줄에 용국이라고 쓰여있어서 이름이 용국이인걸 알았다!-그래서 가끔 참치캔 같은 밥도 챙겨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안 보이네. 항상 주말마다 보였는데 말이지. 아, 어차피 봐도 줄게 없구나. 우리 삼시오끼 유선호씨께서 다 드셔가지고...
"왜 삼각김밥 먹어요?"
"네?"
"집에서 밥 먹어요, 밥"
...굉장히 당황스럽다. 웬 모르는 잘생긴 남정네가 말을 걸어서... 근데 이 남정네 참 잘생겼네. 우리 집에 있는 남정네들도 잘생겼지만 이 남정네도 잘생겼다, 잘생겼어. 근데 잘생긴건 잘생긴거고, 갑자기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이유가 뭘 까. ...설마 이게 바로 행복한 연애 생활의 시작? 아, 잠 들었던 연애세포나 좀 깨워볼까나
"저한테는 맨날 고양이 전용 참치 주면서 왜 자기는 편의점 밥 먹어요. 집가서 집밥 먹어요. 집밥"
"...고양이캔?"
이게 무슨 개소리지. 내가 너무 개랑 오랫동안 생활해 온건가. 갑자기 말이 개소리로 들리네. 네? 고양이용 참치캔 뭐요? 제가 물론 고양이 참치캔을 사서 고양이한테 준 적은 있낀 한데... 용국이라고.. 에이, 설마. 에헤이! 설마!
"...용국.."
"네, 왜요?"
씨발. 이제 강아지도 모자라서 고양이도 사람으로 변하냐. 이 세상 대단하다!
암호닉! (싱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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