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박우진] 그 길에서 上
우리가 코 흘리며 이 부두에서 놀던 5살 너와 나의 악속을 기억하니 우진아?
"우리 커서 꼭 결혼하는 거다?"
풀꽃으로 만들었던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워주며 그리고 손가락을 걸고서 서로 웃으며 했던 그 약속 아직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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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촌구석에서 벗어나 부산의 중심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취직을 해 회사를 다니며 오랜만에 가는 고향이었다. 이게 얼마만의 부산이야? 작년 추석에는 일이 바빠서, 올 설날에는 기차표를 잡지 못해서, 올 추석은 해외 출장차 가지 못해 거의 2년이 다 되도록 가지 못한 부산이었다. 다행히도 해외출장을 갔다오자 며칠 뒤 잡아 준 꿀 같은 일주일간의 휴식에 드디어 부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지만. 어젯밤 빠듯하게 밀린 일을 끝낸다고 야근을 하고 와서인지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풀어준 뒤 옷장에서 캐리어를 꺼내 이것저것 옷가지와 생활 용품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넣었다
[너밤아, 오늘 몇 시 기차라고 했지? 오늘 아빠일이랑 엄마일이 생각보다 밀려있어서 반가를 내지 못 할 상황이라 우진이가 대신 부산 역으로 가기로 했어. 민현이는 오늘 해외연수갔다가 내일 귀국 한다고 해서 민현이도 데리러 나가지 못 할 상황이라 미안해 우리 딸. 출발 전에 전화 하는 거 잊지 말고.―엄마]
짧게 경쾌한 알림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자 얼마 만에 보는 엄마의 문자였다. 물론 내용은 좀 충격적 이였지만. 참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동네에 위치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결국은 내 진로를 위해 전학을 가야해서 헤어져야 했던 그 어릴 적 교복입고 자전거로 같이 등교하던 그 박우진을 10년 만에 보는 거였다.
[3시 30에 도착할 거 같아!]
재빨리 엄마에게 답장을 하고는 폐인으로 부산을 가려던 생각을 곧장 바꿨다. 10년 만에 보는 짝사랑 이였다. 친구들은 아직도 박우진이야?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는데, 정말 10년 만에 우진이를 볼 줄이야. 항상 내가 고향을 가있으면 우진이가 시간이 되지 않았고, 내가 고향을 가지 못하면 우진이는 항상 부산에 있곤 했다. 그렇게 엇갈리던 서로의 만남이 드디어 오늘에서야 성사된다니, 기분이 좋아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블러셔도 했고, 립스틱을 바르던 입술은 틴트로 바꾸어 펴 발라주고는 기분 좋게 자취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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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과 나는. 정확히 부산 항구 촌구석에서 살 때부터 친구였다. 우진이의 할아버지와 나의 할아버지는 어부셨고, 서로의 부모님이 일이 바빠 나와 우진이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 자랐다.
"저 부두까지 달리기 시합해서 이긴 사람이 뽑기 사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던 6살 시절 일어나면 옆집으로 넘어가 우진이와 뽀로로와 짱구를 보고는 항상 부둣가로 나와 뛰어 놀곤 했다. 그 날은 유달리 할머니가 500원을 쥐어주시며 나가 놀라고 하시던 날이었다. 여름이랍시고 너무 더운 나머지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자다 감기에 걸렸던 나는 코를 훌쩍이며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팔았던 뽑기가 먹고 싶어 괜히 우진이에게 내기를 걸었다.
하나, 둘, 셋, 땅! 나의 신호에 부두까지 달리던 나는 그만 그 때 돌에 걸려 넘어졌고, 다리가 까져 상처가 나버려 피가 났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비포장도로에서 꽈당 하고 넘어져 쓰라린 무릎에 우에에엥, 하고 울어버리자 먼저 부두까지 달려가던 우진이는 다시 나에게로 다가와 흙을 털어주며 호호, 하고 다리의 상처를 불어주었다. 그래도 쓰라리기는 쓰라리답시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자 나랑 체구도 비슷하던 우진이는 내 앞에 쪼르려 앉았다.
"그만 울고 업혀. 할머니 집 가서 연고 바르고 짱구 보자. 할머니 집에 월드콘도 있다. 원래 내건데 너 줄게. 빨리."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너의 등은 한없이 작고 또 작았었다. 발달이 비슷해서 서로 비슷했던 덩치였던 나에게 사탕을 건네고는 날 단번에 업고서 향한 곳은 너희 할머니 댁이었다. 나를 마루에 앉히고는 신발을 급히 벗더니 너는 할머니 방에서 소독약과 거즈 그리고 연고와 밴드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 쪼그려 앉더니 입김으로 호호, 하며 털어내지 못했던 흙먼지를 마저 털어 내고는 빨간 약에 거즈를 묻혀 상처를 톡톡, 두들겼다. 역시 소독약은 소독약이라고 쓰라린 마음에 옷가지를 꽉 쥐고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흘끔, 하고는 보더니 소독약을 내려놓고는 연고를 상처 난 무릎에 호호, 불며 펴 바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밴드까지 뜯어 내 다리에 붙이고는 마루 근처 전화기 근처에 있던 네임 팬을 가지고 와서는 네잎 클로버를 그리기 시작했다.
"빨리 나으라고 네잎 클로버 그렸다.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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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서울역에 도착을 했다. 아, 이 매캐한 듯 한 서울 공기도 오늘은 잠시 안녕이구나? -물론 그렇다고 광역시인 부산이 공기가 얼마나 좋을 리는 없었다. 아마 할아버지 댁까지 가야 겨우 공기가 맑아지겠지만.― 괜히 드는 아쉬운 기분에 심호흡을 크게 했다. 점심으로 먹을 맥도날드 버거도 샀고, 부산으로 내려가며 마실 음료도 샀고, 괜히 드는 만족감에 씩, 웃고는 승차 홈에 앉아 셀카를 5장정도 찍어 주고는 제일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카**톡 프로필 설정을 마치자 마침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종종 내려갔던 부산이지만, 오늘은 기분이 괜히 달랐다. 오랜만에 보는 우진이 얼굴이라서? 아니면 정말 항상 서로가 엇갈리기만 해서 10년간 보지 못했던 앳된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아마, 내가 내리고 싶은 대로 이 기분을 정의하자면 오랜만에 내가 짝사랑해오던 너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그 기분에 들떠서 인가보다.
사담 |
안녕하세요 국민의 밤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업뎃하는 글잡인것 같아요. 방학을 하고 나면 조금 더 여유로워지겠지? 했던 제 생각은 틀렸었어요. 사실상 방학 하고 바로 다움 주에는 자소서도 써야했고, 선생님과 진학 상담도 해야했고 이래저래 개인적인 일에 치여 살다가 겨우 방학 마지막주로 들어서고 나니 치과 시술도 있었을 뿐더러 고3이랍시고 독서실을 다니며 수능 준비까지 하면서 글잡을 업뎃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원래는 응답하라 2017 2화로 들고오려고 했는데 운동부가 아닌 저인지라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아 아직은 쓰기가 어려워 단편으로 찾아뵙습니다. 우진이 그 길에서 글잡은 상, 하 또는 상, 중, 하 세 편 혹은 두 편으로 나뉘어 업뎃이 될 예정입니다. 물론 당장 다음주 월요일이 개학이라지만, 최대한 빨리 다음 화를 써서 업뎃 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