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표돼지"
지훈이는 노트를 쓰던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그 앞에는 지호가 서있었다. 지훈이가 정말로 미치도록 좋아하는 지호가.지훈이는 지호의 얼굴도 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지 고개를 끝까지 다 드는데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똑바로 쳐다보자 지호는 자세를 낮추고 지훈이를 바라봤다.그리고 뭔가 주머니에서 뒤적뒤적 꺼냈다.
" 지훈아 나 오늘 지영이랑 200일인거 알지? 여기다가 축하한다고 짧게 좀 써줘. 알겠지? 야, 잠만 너도 이거써"
지호는 다른애를 붙잡고 쓰라고 설득 중이였다. 지훈이는 분홍색 하트 포스트잇을 지긋이 바라보았다.펜을 꾹 잡고 뭘 어떻게 써야 될지, 어떻게 써야 지호도 좋아하고 한지영도 좋아할까. 우지호♥한지영 이렇게 쓰고 말았다. 지호랑 지훈이는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지훈이 혼자만 지호를 대상으로 연애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짝사랑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지호는 지훈이를 정말 신경도 안쓰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그냥 반 친구. 친하지도 않고 그냥 얼떨결에 같은반이 된 그냥 친구.이름만 알고 가끔 말 한번 걸어보고 발표하는거 보고 같이 체육을 하고 정말로 그냥 반 친구. 반에서 그냥 뚱뚱한 애. 반면 지훈이는 지호를 정말 상상 이상으로 좋아했다.정말 지호를 그래서 지호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한 행동때문에 정말로 지호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한 학년을 보냈다.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으로
" 오, 표돼지 너가 제일 글씨도 깔끔하고 좋다. 땡큐땡큐"
글씨도 깔끔하고 좋다. 글씨도 깔끔하고 좋다. 글씨도 깔끔하고 좋다.지훈이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호랑 몇번 해보지도 않는 말 중에 정말 처음으로 나에게 칭찬을 했다. 글씨가 깔끔하고 좋다. 지훈이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지호의 한마디에 지훈이는 혹여나 들킬까봐 고개를 숙이고 부끄럽게 쿡,쿡 웃었다. 와 내가 글씨가 깔끔하고 좋다니 그것도 지호한테
" 야, 우지호 너 근데 진짜 지영이랑 할꺼야?"
" 조용히 해. 지훈이 있잖아."
지훈이가 쿡쿡 웃는 걸 멈췄다. 재효가 쿡쿡 웃으면서 괜찮아, 표돼지가 어디서 말할 애냐 라면서 지호한테 다른 사람한테 들키지 않게 콘돔을 줬다.딸기향이고 오늘 잘해라 하면서 지호의 가슴을 툭툭쳤다. 지호는 부끄러운지 급하게 주머니에 넣었다. 헛기침을 하고 지훈이 앞으로 다시 갔다.
" 지훈아 이거 비밀로 하는거 알지?"
지훈이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러자 지호가 베시시 웃으면서 고마워 지훈아 하면서 가방을 챙기고 사물함 위에 있던 큰 박스를 챙기고 나갔다.지호가 한지영이랑..지훈이가 더이상 생각하다간 정말 머리가 아플꺼 같아서 다시 펜을 잡았다. 펜을 잡고 교과서를 보고 공책에 필기하고 이걸 해야되는데 교과서를 보니 우지호랑 한지영이랑 키스하는 생각밖에 안들고 필기를 하자니 결국 적는건 200이라는 숫자만 나도 모르게 적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몰려오는 두통때문에 정말 미칠꺼 같았다. 이렇게 해선 안된다 싶어서 교복을 단정히 하고 교무실로 갔다.
" 선생님 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퇴증 좀 끊어주세요."
결국엔 집에 왔다. 옷을 무작정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고 욕실에 서서 내몸을 밑으로 봤다. 진짜 내가 많이 뚱뚱한가..한지영은 진짜 날씬한데 지호가 날씬한 애만 좋아하나..욕조에 걸터앉았다. 내가 허벅지가 이만큼만 자르면 지호가 날 좀 봐줄껀가..하고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가려본다. 결국엔 욕조에 다리를 접고 주저 앉았다.지훈이는 울었다.우지호가 한지영이랑..샤워기의 물은 따듯했지만 지훈이의 눈물은 다른 온도였다. 너무 억울했다. 내가 뚱뚱한게 내가 남자인게 너무 속상했다. 나는 언제쯤 지호랑 자신있게 둘이서 오래 말을 하고 지호랑 손도 잡아보고 지호랑 티비도 보고 지호랑 연애도 하고 아마 오지도 않겠지. 한지영이랑은 지금 행복하겠지? 반 애들이 써준 포스트잇 보고 한지영은 울꺼고 지호는 달랠꺼고 둘이 안고..여러 생각이 들스록 지훈이는 울었다.
샤워를 다하고 지훈이는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항상 그랬다. 지호가 지영이랑 사이좋게 전화할때 애들한테 여자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이 뭔지 지영이랑 사귀는거 부모님한테 허락 받는다고 반3등한테 가서 수학문제를 물어본다든지 그런 이유에서 지훈이는 똑바로 지호를 볼순 없지만 지훈이는 목소리와 힐끗힐끗 봤을때 전설렘 후고통이였다. 지호가 지영이 대신 날 봐주면 어떨까란 생각과 뒤로 자신이 남자라는것과 우지호는 한지영이랑 사귄다라는 현실을 깨달았을때 지훈이는 짧은 두통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두통은 딱 한번 있었다. 지호가 한지영이랑 싸웠을때 지호는 정말 하루종일 엎드려 있었다. 재효한테 훌쩍이며 한숨을 쉬면서 위로를 받는 모습을 보고 지훈이는 정말 알수없는 슬픔을 같이 느끼고 지훈이는 두통이 왔었다.이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지훈이는 더 머리가 아파올까봐 생각을 접었다. 하지만 지호는 쉽게 지워 지지 않았다. 지훈이는 자신과 지호가 같이 놀고 손을 잡고 서로 베시시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