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게이입니까?
"미쳤어? 그 많고 많은 교양 중에 이걸 듣자고?"
"어."
"니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다. 너 또 다니엘형.."
"닥쳐. 좀."
"뭘 닥쳐."
"누나라고 안 하지 또."
"누나같아야 누나라고 하지. 아 꺼져."
괜히 찔려서 조용히 하라는 말만 남기고는 먼저 자리를 잡으러 갔다. 솔직히 다니엘이 이 과목 듣는대서 듣는 건 맞지만. 공부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뭐.
"형 좀 그만 따라다녀."
"아 조용히 해. 이쪽 보잖아."
"소문 못 들었어?"
"뭐? 여친있대? 괜찮."
쫄래쫄래 내 옆으로 오더니 신세한탄이나 늘어놓고 있다. 너 때문에 내가 쟤랑 데면데면한 사이되겠다느니. 진짜 박지훈때문에 명이 깎이는 느낌이다. 어디서 그런 소문은 맨날 듣고오는건지, 또 이상한 소문이겠거니하고는 앞자리에 앉은 다니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형 있잖아..."
"게이래. 그니까 남자 좋아한대."
"아. 지랄하지 마. 진짜로."
게이라니. 이제는 이런 소문까지 도는 건가싶어 어이가 없었다. 무슨 갑자기 말도 안되는 소리래. 또 괜히 심술나서 저러는 건가 싶어 못 들은 척 했다.
"솔직히 말해서 쟤 여친 사귀는 거 봤어, 못 봤어?"
"그럴수도 있지."
"나는 알려줬다. 나중에 울지나 마라."
그는 게이입니까?
생각해보면 다니엘이 여자와 만나는 것을 못 보긴 했다. 여자 후배들이 밥을 먹재도 허허 웃으며 약속이 있어서라는 둥 항상 피해가기만 했고, 고백했다는 애들 중엔 성공한 애들이 한 명도 없었다. 페북에는 연애 중이 한 번 올라온 적도 없고, 괜히 박지훈이 한 소리에 흔들리는 중이었다. 게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리. 내가 다니엘이랑 뭐 사귀자고 이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 이건 팬심이지. 솔직히 과에서 다니엘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강의 내내 무슨 소린지도 못 알아듣겠고, 재미도 더럽게 없다. 진짜 이러니 수강신청이 한 곳으로 몰리지. 아무래도 다니엘은 수강신청도 제대로 안 하는가 보다.
"지후이. 먼저 가라."
"아 형도 들어가세요~"
"아 여주 니도 잘 가라."
"아 안녕..."
박지훈이 댄스동아리 들어갔다더니 좋은 건 이거 하나였다. 다니엘이 있는 동아리라 둘은 꽤나 친하게 보였다. 덕분에 다니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었으니까.
"와 진짜 야..."
"미안.. 지후나... 먹고 싶은 거 있어...?"
"야."
"왜... 미안하다해짜나.."
"피맥 가자."
또 뭐라할까싶어 이따금 쫄아있었더니 피맥 가자는 박지훈의 말만 들려왔다. 씨.. 박지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다니엘 하나 믿고 이거 듣기에는 너무 험난하다. 평소에 잘만 듣다가 또 오늘따라 왜 저러는지.
"진짜... 아."
"아 지후나..."
"아. 애교."
"꾸꾸.."
"죽는다. 진짜."
작년 학교 축제에 댄스로 나가놓고 소개 할 때 박지훈이 한 '꾸꾸까까'로 온 학교가 뒤집어졌다. 박지훈이 워낙 과 내에서 애지중지라서 타 과 학생들이 오면 얼굴도 안 보여주는데 그 날 이후로 더 박지훈이 슈스가 되었다. 늘어나는 건 박지훈의 신세한탄과 내 놀림거리밖에 없었다.
그는 게이입니까?
"그래서 다니엘이 게이라고?"
"그렇다니까. 야 내가 어?"
"뭐. 이씨... 구라기만 해봐라."
"아니 내가 다니엘형 친구한테 들어따니까?"
"다니엘은 형이고 나는 야냐?"
박지훈한테 다니엘은 형이고 나는 그냥 야인가보다. 저러다 이모랑 엄마 있을 때는 항상 여주누나~ 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박지훈이 여간 꼴보기 싫을 수가 없다. 얼굴은 또 왜저리 잘났는지.
"아니 들어봐. 그래 김재환형 있잖아. 알지?"
"엉."
"그 형이 다니엘형이 옹성우형 좋아한다고 했다니까?"
김재환은 실음관데 어떻게 아냐는 질문을 하니. 댄스동아리 동방에서는 매일 다니엘과 그 무리의 수다가 이어진다고 했다.
"아니 그래서 내가 봤다?"
"뭘."
"다니엘형을 지켜봤지. 수상해. 영 수상해. 많이 수상해."
"아 그냥 나를 좋아한다 그래라. 그게 더 가능성이 있다니까?"
"아니. 그건 있을 수 없음."
세상 단호하게 말하는 박지훈을 보니 괜히 더 현실이 와닿았다. 시발. 술이나 먹자. 맥주를 몇 잔 먹었는지도 모를만큼 500짜리 맥주잔은 쌓여만 갔다. 박지훈도 온 얼굴이 핑크가 되어가지고는 포크와 인사를 하고 있고, 나도 많이 취했는지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좋아하나부다 다니엘이 다 보이고. 미쳤어. 아 집에 들어가야하는데.
"어 박지후이... 여주도 있네."
"혀엉... 형이야...? 형이 두 개야.."
잔뜩 취해서는 다니엘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어제끼는 박지훈이었다. 그런 박지훈에도 여전히 다니엘은 허허 웃기만 하며 야가 마이 취했네? 만 연발하는 중이다.
"박지훈!! 니엘이 괴롭히지 마.."
"..."
"누나랑 집에 가자. 어서."
"나는 다니엘 형이랑 살거야!! 너가 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는 일어나려던 찰나 내 눈 앞에는 바닥만 보였다. 이게 뭐야.
"여주 니 괘안나? 다치면 어쩔라고."
"다니엘!!! 난 괜차나!!!"
"놀래라. 조심해라. 조심."
"웅. 다니엘말은 잘 들어야지..."
평소에는 절대 하지않을 말들이 술에 취하니 통제가 안됐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게 다니엘인가 박지훈인가.
거기서 내 필름은 뚝 끊겼다.
집에는 들어온건지 눈을 뜬 건 내 방 침대 위였고, 거실로 나가보니 박지훈도 소파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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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1 |
새 글로 돌아온 A01입니다 ㅜㅇㅜ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보고싶었쥽니다.!!!! 새 글은 캠퍼스물입니다. 여주와 지훈이는 이종사촌이고, 1살 차이이구요! 글에서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은 정보라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남기고 가요!! 제목 정한다고 머리를 굴려도 제목은 나오지 않고 그냥 가장 1차원적으로 지훈이의 말을 참고해서 제목지었습니다. ㅎㅎㅎ 재밌게 봐주세요!!! 아 그리고 남주인 니엘이는 앞으로 많이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지훈이 남주 아니에요...!!!!p> |
BGM |
볼빨간 사춘기 - 좋다고 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