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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단 글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교를 하는 김용국의 발걸음이 빠른 것 같아 그 뒷모습이 자꾸만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김용국을 속상하게 할 만큼 마음을 뒤흔든 여자라니. 내가 김용국보다 속상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여자와 영혼이라도 바꾸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감에서 사랑으로 바꾸기는 어려워도 무에서 호감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다.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며 이미 김용국과 의문의 여자가 손을 잡고 하교를 같이 하는 것까지 상상해버렸다.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참 멀다고 생각하였다. 


 

*** 


 

용국이가 피곤한 듯이 먼저 방에 들어간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인데 용국인 잠이 굉장히 많다. 수업시간엔 어떻게 참아가면서 수업을 듣는 것 같긴 한데, 쉬는 시간 종이 치면 그대로 책상에 엎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지랄견 켄타가 알알대며 나에게 다가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지 몸을 나에게 마구 비벼댔다. 이게 개새끼라고 치면 참 귀엽고 예쁜데, 나보다 어깨 넓은 인간새끼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켄타가 소파에 올라와 자리를 잡으며 눈을 감자, 일찍 자는 편이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 이러다가 내일 눈 뜨면 또 켄타와 부둥켜 안고 있을텐데. 소름이 돋음에도 쏟아지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켄타의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어? 뭐야? 네가 이불 덮어줬어?" 


 


 


 

또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언제 소파에서 떨어졌는지 저 쪽 구석에 자고 있던 켄타를 깨우니 상반신을 탈의한 켄타가 이불을 비비적 거리며 일어났다. 까치집이 된 머리가 등교를 거부하는 듯이 이불속에서 저항하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이불, 우리 켄타가 덮어줬나 보네, 기특해."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어? 아닌데. 저 그냥 계속 자고 있었어요오...제 이불도 제가 덮은 거 아닌데. 아, 주인님이 저 밀었죠!! 누가 나 발로 차서 굴러 떨어졌어어..히잉 아파 죽겠어"  


 


 


 

켄타가 우는 소리를 내며 팔을 문지르자, 매끈한 살색이 울긋울긋 유혹적이게 드러났다. 너무 민망하여 교복을 황급히 던지자, 켄타가 교복에 자신의 팔을 주섬주섬 끼워넣는었다. 그나저나, 내가 켄타를 발로 찼다고? 우리 집안에선 내가 제일 얌전하게 잔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 


 

"놀이공원에." 


 


 

"와아아아아아아!!" 


 

나름 명문고란 곳에서 선생님이 소풍의 소자만 꺼냈음에도 발광을 하며 달려드는 이 무리를 보라. 아, 참고로 내가 아니란 소리는..아니다. 나와 지랄견 켄타도 물론 그 무리중 한 명이었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용국이는 아닌 모양인가보다.  


 

"어떻게, 뭐. 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네요. 장소는 ㅇㅇㅇ이구요, 놀이공원부터 쭉 둘러볼게요. 자는 곳은 산 속 별장입니다" 


 

선생님이 말을 마치자마자, 기대에 들뜬 켄타가 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와, 주인님 놀이공원이래요!! 너무 지나치게 좋아하며 방방 뛰는 켄타를 잠재우려 머리카락을 아프지 않게 쥐었다. 넌 개라서 못가잖아 라고 한 소리 해주었더니 세상의 멸망을 겪은 사람처럼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그래도 날 닮아 데설궂은 켄타가 놀이공원에 멋모르고 데려가면 무슨 대참사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켄타가 풀죽어 있는것이 안쓰러워 어깨를 토닥여 주었더니, 저도 소풍- 하고 울먹이면서 내 가슴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갑자기 가슴부근으로 들이닥치는 켄타의 따뜻한 촉감에 얼굴에 열이 훅 파고들었다. 이 샛기는 사람이 되고서도, 아직까지 자기가 작은 댕댕이인 줄 착각한다. 엉엉 장난스럽게 우는 시늉을 하는 켄타를 보고, 나보다 수백배 당황한 친구들이 너네 정말 저번때부터 무슨 사이냐고 채근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눈치가 보여 용국이가 있는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떠한 소음에도 꿋꿋이 앞을 바라보던 용국이 내쪽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무심하다고 오해했던 걸까. 나와 눈이 마주치자, 느리게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책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동그랗게 말아쥔 주먹이 꽤 씩씩해 보였다. 


 


 


 

"그럼 조장을 한 번 정해볼까? 조장하고 싶은 사.."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선생님!! 저요!! 저요!! 제발 저요오오오!! 나야나~!!" 

"미친놈아, 제발 조용히 해. 네가 무슨 수학여행을 가겠다고 그래." 

"그래, 건태. 또?" 


 


 

켄타는 왜 내가 제지하지 않으면 이렇게 꼭 사고를 칠까, 켄타는 이미 대장자리를 낙찰받고 좋다며 방방 뛰고 있었다.  켄타는 자기랑 같이 놀이기구를 타자며 벌써부터 설레발 김칫국을 원샷하고 있었다. 완강함이 담긴 검지손가락을 켄타의 입술에 가져다 대고 쭉 밀자, 켄타가 손가락에 뽀뽀하는 시늉을 하며 허락을 구했다. 이쯤에서 켄타를 간수할 수 있을 까 라는 자문하였지만 켄타가 팔을 잡고 동동거리는 바람에 결국 고뇌를 그만두고 잇몸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뽑힌 조원을 살펴보자면 일단 나, 그리고 용국이, 그리고 개재수 없는 현희까지 한 조였다. 켄타가 나를 조원으로 택하자, 어딘가에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책 위로 올라왔다. 그것이 용국이었고. 평소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용국이었다. 그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자처한 것은 처음이라 반 전체가 무슨 시위라도 일어난 것처럼 발칵 뒤집어졌다. 우당탕탕, 여학생들의 높은 고성에 책상이 무너진다. 다시 한 번 나와 교제한다는 가설에 힘을 실은 것 같아 불안했다. 한편으로 나와 같은 조가 되고 싶어서 그랬던 걸까 하는 쓸데없는 추측으로 나를 한껏 고무시켰다.  


 

*** 


 

시발년. 


 

시발년. 


 

마음속으로 이를 가는 것을 어떻게 귀신 같이 눈치 챈 켄타가 가살궂은 몸짓으로 애교를 피우며 나를 달랜다. 그도 그럴 것이, 꼬리가 100개는 달린 불여시가 김용국의 옆에 늘러붙어 등이나 허리를 터치하는데 내 어찌 평화로운 표정을 하겠는가. 놀이동산까지 오면 그래도 제법 김용국과 친해지겠단 희망을 품은 나 자신을 자조하였다. 김용국이 불여시를 치지 않는 이상 내 완벽한 계획은 실행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기죽은 내 눈이 애처롭게 김용국의 그림자를 밟았다. 웬일로 눈치란 것을 장착한 켄타가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그래도 그것은 잠깐. 


 

"나 못 타." 


 

"주인니이임~~ 켄타가 빌잖아요!! 나 놀이기구 혼자 잘 못탄단 말이에요!" 


 

"아니, 시발. 저건 안돼." 


 

그러니까, 내가 욕지기를 세 번 지껄이며 완강히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은 우리나라에서 높은 걸로 손꼽히는 롤러코스터였다.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게 놀이기구를 탄다는 것은 그냥 밧줄달고 교수형해라. 이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내 몸속에 사시나무가 들어온 것처럼 새파랗게 떨었다. 그러나 이 사악한 댕댕이는 머리가 모자란 관계로 강력한 거부의사를 긍정적 의미로 회수했다. 안전벨트가 내 배와 목을 조르면서, 너 몸관리 잘해라 하고 외치자 그제서야 나는 내 생명이 위험함을 느꼈다. 더 타실 분이나 내리실 분 안계시죠? 라고 외쳤을 때, 나는 손을 들려 발버둥을 쳤으나 켄타가 내 손목을 잡고 쉬이 놔주지 않았다. 울먹이는 표정으로 켄타에게 한 마디 하려는데, 


 


 


 

"잠시만요!"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파란색 교복을 입은 푸른 빛의 목소리가 다급히 열차를 멈췄다. 숨을 헉헉대며 달려온 용국이었다.  


 


 


 


 

"너 현희랑 같이 타." 

"어....? 그래!!" 


 


 


 

 나를 보면서 그 말을 건넸음에도 켄타는 귀신같이 알아들었는지, 안전바를 끌러달라 부탁했다. 덕분에 울상이 된 현희와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여전히 날숨이 진정되지 않은 용국이 안전바를 제 몸쪽으로 끌어당기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서우면 내려도 돼.' 달콤하고 따뜻한 감촉이 귓가를 간질였다. 귀의 뜨거운 촉감에 심장의 판막이 갑절로 뛰어오른다. 숨이 가빠지는 것을 김용국이 알아채지 못하길 빌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용기였을진 몰라도 아마 그 때는 그의 늠름한 옆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변태적인 욕망이라고 생각된다. 환상의 나라~ 라는 노래는 나의 목숨이 정각에 달렸음을 알려주며 출발하였다. 레일이 드득-- 소리를 내며 조금씩 뜨거운 여름을 떨어뜨렸다. 귀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난장이가 된 사람들의 웅웅거림이 귀를 들쑤시고, 위를 쳐다보면 보이는 광막한 하늘이 나의 숨통을 조였다. 다른 주황색 파랑색 놀이기구가 까마득한 점이 될 때쯤, 시원한 바람이 옷속에 침입하여 살갗을 긁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얼굴이 긴장으로 뜨거워졌다. 옆을 쳐다보는데, 파란 얼굴이 된 용국이 숨을 불규칙적으로 쉬며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이 손을 놓으면 자신은 죽는 다는 듯이 무슨 동아줄 처럼. 머리카락이 중력으로 인하여 솟아오르는 순간, 


 


 


 


 

"용국아, 너 설마....?" 

"...으아앍 ㅇ 앙! 치이이이이잌--!" 


 


 


 

용국이 옆이라서 최대한 함성소리를 자제한 채, 교양있게 타려고 했는데 존나 압력밥솥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 


 


 


 

"주인님 재밌었어요!" 

"이 시발 좆같은 강아지. 사악한 강아지." 


 


 


 

켄타의 귀를 잡아당기자, 벤치에 앉아 제 옷깃을 그러쥐며 숨을 헉헉대는 용국이가 눈에 띄었다. 낙하할 때부터 이상증세를 보이던 용국이 속이 울렁거리는지 제 가슴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현희가 물을 건네자, 용국이 무시하고 힘겹게 손사래를 쳤다. 용국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일개미 같은 여학우들이 그 주위를 파고 들며 물량공세에 열을 올렸다. 달달하고 조금 묽어보이는 아메리카노에서부터, 시원한 꿀물차에 울렁거림에 좋다는 매실차까지. 나는 내가 가진 500원짜리 물을 만지작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음료수 가게에 있을 때 뭘 좀 더 사올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용국이 고개를 들자,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용국이 힘겹게 벤치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그가 좀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다가왔다. 심장이 아플정도로 운동하였다. 그의 존재가 내 앞에서 선명하게 보일수록 심장소리도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앞에선 20cm 큰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물을 쥐어주자, 뚜껑을 따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목 뒤로 넘겼다. 갈증 진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여학생들의 비난 어린 말과 따가운 눈총이 용국이의 뒤로, 아니 정확히 내 뒤를 쫓았다. 용국이를 짝사랑하는 다른 여자아이들 눈에 내가 시발년으로 보일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치밀었다.   


 


 


 

"주인니이이이이임! 우리 회쩐 몽마 타여, 회쩐 몽마!!!" 


 


 

무슨 걸신이라도 걸린 것처럼 켄타가 나를 애처롭게 찾았다. 누군가 옆에 없으면 놀이기구를 못탄다는 이 짐덩이가 또 좋은 분위기에 훼방을 넣었다. 어쩔 수 없이 뒤를 돌려는데 약간은 땀에 젖은 큰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저...즈..저기." 

".....?"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용국의 입술이 심하게 오물거리고, 큰 두 손이 방향을 잃은 채 어찌할 줄을 모르며 머리를 만지작, 허공에 헛스윙질도.  


 


 


 

"...고마워." 


 

"어? 아니야, 다 나았다니 다행이다!" 


 

반사적으로 미소가 함박만하게 나왔다. 입과 잇몸이 찢어져라. 아마 하회탈처럼 웃었을 거라 대충 추측해본다. 나의 왕자님이 처음으로 고맙다고 하는데 어떤 여자가 무표정으로 응답하겠는가. 눈웃음까지 실실거리면서 손바닥을 흔들자, 용국이 혀를 한 번 입술로 적시더니 살며시 웃었다.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 


 

***
 

"으헤헤헤헤헤헤." 

"주인님, 혹시 미쳤능가요?" 

"닥쳐라, 이 미개한 강아지. 


 

켄타가 회전 열차의 옆자리에 나를 끌어앉히며 던진 한마디였다. 아마, 그 순수한 아이의 눈망울에도 나의 만면에 드러난 기쁨이 조금 과해보였나보다. 환상의 나라로 출발 이라는 노래가 울리자, 열차가 조금씩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였다. 우씨,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사실 난 회전목마가 유일하게 탈 줄 아는 최애 기구였다. 어떻게 해서든 말 등에 앉아 솔플을 즐겨보고자 했는데, 이 댕댕이 때문에 또 약간의 스릴(?)을 즐기지 못하여 살짝 지루했다. 켄타는 신이났는지 열차의 바깥 등을 손뼉치듯 두드렸다. 누가 보면 소 쟁기질 하는 줄 알 것이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칠 때쯤 나도 기분 좋아져서 켄타와 같이 동시에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돌 때마다 바깥에서 부모님들의 셔터소리가 늘어났다. 비록 여자애들 등쌀에 밀려 용국이와 같이 놀이기구를 타진 못했지만 나의 사랑하는 애완견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추억이라 생각했다.  


 


 


 

"와, 진짜 신난다." 

"주인님, 재밌었죠?" 

"아, 나 원래 회전목마 좋아함. 큼큼!!" 


 


 


 

켄타가 안전바를 끌르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열차의 바깥으로 발을 떼는 순간, 뒤의 뿔 달린 유니콘에서 또 숨을 색색거리며 말에서 쓰러지듯 내리는 김용국이 보였다. 


 


 

"어? 용국아 뭐야아?" 

"...괜찮아." 

"너 설마 내가 주인님이랑 탄다고 질투했어?"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아니야!!!!" 


 

무언가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용국이 강한 부정을 하였다. 나는 괜히 가슴이 들떴다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면, 그렇지. 켄타가 무언가 의심스럽고 장난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무언가 깨달았단 듯이 소리쳤다. 


 

"아, 배웠다!!" 

".....?"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너도 주인님처럼 회전목마가 최애구나?" 


 


 

켄타야, 너 설마 생각고자니...? 


 


 

*** 


 


 

그 후로도 김용국은 나와 켄타가 타는 놀이기구마다 뒷자리석이나 앞자리석을 차지하였다. 옆자리에 누가 앉든 말든 김용국은 개썅마이웨이로 나와 켄타를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혹시 김용국에게 전에 빚을 졌나? 아니면 켄타가 아까 음료수 가게에서 돈을 만 원 넘게 빌렸나? 온갖 추측으로 내 머리를 괴롭혔으나 이렇다 할 모범답안이 나오질 않았다. 혹시 나를 지켜보는 건가, 하는 생각에도 미쳤으나 차라리 켄타 감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여 빠르게 접었다. 처음 켄타와 용국이가 만난 날도 그렇고, 용국이가 건태라고 소개된 켄타를 바로 켄타라고 본명을 부른 것도 그렇고.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둘이 예전부터 아는 사이는 확실한 건데. 


 

"용국아, 옆에 앉아도 돼?" 

"....." 

"꺄악, 어떡해, 나 용국이 옆에 앉았어!!" 


 

우리 반에서 제일 예쁜 소현이가 범퍼카를 탄 용국이 옆을 냉큼 차지하며 말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김용국은 무시와 묵언을 고집하며 상대방에게 무안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김용국은 뻔뻔한 낯가죽을 뚫고 소현일 웃게 만들었다. 소현이 용국이의 팔을 슬며시 쥐자, 용국이 귀찮다는 듯이 팔을 쳐내며 슬쩍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맞추었다. 꼭 무언가 눈치 보는 사람처럼. 순간 덜컹 내려 앉는 심장이 느껴졌다. 안전바를 쥔 손에 힘이 스르륵 풀리고 말았다.  최근 몇 주 사이 부쩍 용국이와 눈맞춤이 많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착각, 정도로만 멈추었다면 다행이지만 자꾸 말도 안되는 오해가 쌓인다. 


 


 


 

"용국아, 너 놀이기구 무서워하니까 유령의 집 갈까?" 


 

"..방해하지마." 


 


 

"어머, 어떡해. 용국아 너 나한테도 말하는거야?" 


 


 

그럴 리 없잖아. 저렇게 예쁜 애들 놔두고. 무슨 생각으로 나를. 아마, 우연이거나 켄타와 아는 사이니까 주시하고 있는 거겠지. 


 

*** 

"주인님. 여기 계세요. 마실 것 좀 사올게요!!" 

"...같이 가. 나 심심한데." 

"...그런 것보다 용국이 바로 옆에 벤치에 앉아 있는데 말이라도 좀 걸어보는 게 어때요?" 

"...어?" 

"뭐, 애가 하아도~ 까탈스러버서 말을 안 하는데 주인님이 말 걸면 좀 해줄지도 몰라요." 


 


 


 


 


 

그래도 은근히 내가 김용국과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준 것일까, 평소 눈치라곤 제로상태에 가까운 줄 알았던 켄타의 배려에 쾌재를 불렀다. 흘끔 옆을 돌아보자, 김용국이 벤치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방금 내가 준 물만 마시고 있었다. 켄타가 궁극의 빨빨거림을 보여준 덕분에 여자애들도 쫓아오다 지친 모양인지 주변엔 아무도 없이 고요했다. 정말, 김용국과 나 둘 뿐만 존재하는 세계처럼 고요했다. 긴장되었다. 이렇게 발랄하고 시끄러운 공간에 아무 대화 없이 가만히 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더운 날씨에 괴로워하며 손부채질을 급하게 하는 김용국에게 말을 거는 것도 상당히 나에겐 공포스럽다.  가만히 망부석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손만 주물럭거리다, 간신히 한 마디를 건넸다. 


 

"용국아, 더워?"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했는지 용국이 황급히 옆을 쳐다보며 심하게 끄덕거린다. 꼭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렸던 사람처럼.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입꼬리를 끌어올렸더니 용국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아마 내가 비웃는 줄 알고 마음이 상했는 모양이다.     


 

"놀이기구, 잘 못탄다고 들었는데 수고했어." 


 


 

용국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말 걸면 조금이라도 대답해준다며. 역시 이 사기꾼 강아지. 어쩐지 내가 다른 여자애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마음도 상하고, 오기도 생긴다. 마음도 어쩐지 그의 목소리를 간절히 갈구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내 가벼운 혀가 약간의 약올림을 담아 올렸다. 


 


 


 

"아까 그 롤러코스터. 나보다도 못 타던데? 왜 탔어?" 

"....." 


 

끝까지 대답이 없는 용국에게 나는 더 이상 말거는 것을 포기하였다. 가만히 켄타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렸다. 성난 시계의 초침이 빠르게 발을 굴리는데도, 이 자식은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 켄타 언제 오냐, 진짜!" 


 

[프듀/김용국/켄타] 조용한 고양이와 사악한 댕댕이 D | 인스티즈 

 

 


 


 

"....걱정 돼서." 


 

"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방금 쟤가 뭐라고 했지? 순간 내 귀를 의심하였다. 저 아이의 입에서 걱정이란 단어가? 성질 급한 심장은 또 한 번 가속을 올리며 머리끝까지 질주했다. 다시 한 번 잘 못들었다 핑계를 대며 그 달콤한 말을 한 번 더 각인시키고 싶었으나 김용국은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 하는 것인지 도망치듯 벤치에서 벗어났다. 용국아, 하고 붙잡을 때는 용국이는 없어진 뒤였고 켄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두 개 들고 뛰어왔다. 쭈이이이이이인니이이임! 하며 쪽팔림 만렙이 되는 경박스런 고성을 지르면서. 


 

"주인님, 커피 왔어요오!" 

  


 

저정도로 주인님이라고 불러 제끼면 귀 밝은 우리반 정보통 중에 한 명한테는 들어갈텐데 아직까지 그 애들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 

 점심시간이 되고, 초록빛 나무 아래서 모두 한 명씩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 뚜껑을 딴다. 정갈하게 정리된 유부초밥과 엄마들의 애정템 김밥들이 속속들이 출몰한다. 보자기를 끌르자, 오늘 아침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또 도시락 담당을 맡게 된 김용국의 솜씨가 휘황찬란하게 펼쳐졌다.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어쩐지 미안하다. 켄타의 허기진 목울대가 침을 앞으로 배출했다. 애기가 하는 수건이라도 받쳐 주어야 할 판이다. 젓가락을 들고 켄타가 웃으며 볶음 밥과 튀김을 집어먹는다. 용국이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하려고 주위를 살피는데, 


 

"용국이 없네?" 

"어...컥, 네?" 

  

용국이가 없다. 분명히 선생님이 점심시간에는 놀이기구를 타지 말고 모이라고 했는데 또 용국이의 이유 없는(본인도 모르는) 반항이 시작된 건가 싶어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 선생님한테 들키면, 까탈스러운 담탱이가 한 소리 할지도 모른다. 전화를 걸었다. 딱히 여보세요 라는 친절한 음성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숨소리만, 최소한 받기라도 한다면 뭔가 걱정을 덜 것 같다. 켄타야 길을 잃어버려도 애 코가 개코지만 용국인 하도 썅마이웨이에 감각 둔감증이라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뚜르르르르- 연결되는 신호만 들리자, 살살 걱정이 밀려왔다. 학급 학우들 모두 밥에 신경이 팔렸는지 용국이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켄타도. 오직 나만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찝찝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켄타가 제 볼만한 소시지를 입에 쑤셔넣다 말했다. 


 


 


 

"그렇게 걱정 되시면 한 번 가보세요." 

"어딜?" 

"저도 잘 모르는데, 용국이가 놀이동산 안에서 유일하게 안 무서워하는 게 하나 있거든요." 

"...뭔데?" 

"유령의 집이요." 


 

의외였지만 차라리 설득력 있었다. 고소공포증이나 중력에 눌리는 걸 무서워 한다면 귀신이나 유령같은 건 그 범위 안에 탈선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구나, 가봐야겠네." 

"이번, 유령의 집 컨셉이 고양이 귀신이라서 김용국 완전 좋아할 것 같은데." 

"어?..." 


 


 


 


 

댓 달아주시는 5분? 6분? 항상 감사드립니다!! 성실 연재 해 보도록 노력하겠읍니다ㅠㅡㅠ 비회원 분들도 감사해요, 보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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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진짜 볼때마다 느끼지만 너무 꿀잼이라 할말을 잃어요...엉엉ㅇ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용국이 설레네요 여주한테만....힣히힣히히히힣 아이곸ㅋㅋㅋㅋ건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눈치없다가 있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켄콜개짱
과분한 말씀입니다ㅠㅡㅠ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댓글도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켄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이리 웃기졐ㅋㅋㅋㅋㅋ용국이는 너무 설레요ㅠㅠㅠㅠ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켄콜개짱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왜 이렇게 글만 쓰면 개드립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ㅡ^
6년 전
비회원112.65
으엉 오늘 처음 읽었는데 정주행했어요!!!! 진짜 리얼 대박 재미있는데 사람들이 왜 별로 안보는거죠...?ㅠㅠㅠㅠ 작가님 글 진짜 재밌아요짱짱
6년 전
켄콜개짱
비회원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ㅠㅡㅠ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12.199
늘 재밋게 잘 보고있어여~~~얼른 용국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거 보고시ㅠㅍ어요ㅠㅠ
6년 전
켄콜개짱
앗, 재밌게 봐주시고 계시다니 롬곡 줄줄...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아아 댕댕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놀이동산 와서 신난 울 보니까 저까지 막 흐뭇하구 그래여ㅕㅠㅠㅠㅠ 여주 한정 답해주는 용국ㅇㅣ도 넘 기엽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령의 집에서 용국이으ㅣ 비밀이 나오는 걸까요?!?!?!?!( 오늘도 잘 읽구 가요 작가님
6년 전
켄콜개짱
저..사실 제비제맘이자, 켄타맘...켄타를 귀엽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네, 이번 편에 용국이 비밀도 나온답니다!
6년 전
독자4
진짜 재밌게 보고 있어요ㅠㅠㅠㅠ 댓글을 잘 안 다는 편이라 안 달고 있었는데 제 하찮은 댓글이라도 힘이 되어 드릴까 하고 댓 달아요! 켄타의 엄청난 댕댕미랑 용국이의 세상 용국아... 이 둘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이 행복합니다 ㅠㅠ
6년 전
켄콜개짱
감사합니다!! 댓글 저도 최대한 신경은 안쓰고 연재해보려 하는데 피드백 받으면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나봐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5
아 어뜨케요ㅠㅠㅠㅠ 넘 설레고ㅠㅠㅠ 어떻게 될지ㅠㅠㅠㅠ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 잘보고가요 너무 감사합니다❤❤
6년 전
켄콜개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도 감사드리고요^ㅡ^ 다음 편에서 보아요!♥
6년 전
비회원81.32
켄타는 완전 똥꼬발랄하고 용국이는 과묵하면서 부끄럼타는 반전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ㅠㅠ 둘 다 귀여워 죽겠슴다
6년 전
켄콜개짱
감사합니다 비회원님!!ㅠ.ㅠ 저도 용국이랑 켄타 둘 다 사랑스러워요!!♥
6년 전
비회원206.22
주제랑 글이랑 완전 제 취향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실 1화부터 봤지만 부끄러워서 이제야 댓글 다네요ㅠㅠㅠㅠㅠㅠ암호닉 신청받으시면 좋겠아요ㅠㅠㅠㅠ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켄콜개짱
앗, 갑자기 한 시간 전에 인티하다 알람 떠서 깜짝 놀랐는데 비회원님 댓글 받고 기뻤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늘 신청해주셔도 됩니다ㅠㅡㅠ
6년 전
독자6
용꾸는 진짜 고양이야ㅠㅁㅠ? 너무 귀엽잖아ㅜㅜㅜㅜㅜ잘어울려ㅠㅜㅜㅠㅜㅜ사랑해ㅜ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7
정말조아요.. 왜이제봤을까요ㅜㅠㅠ켄타ㅜ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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