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0.
"아가. 아까 그 형들 멋있었지?"
"웅?"
"아까 아가한테 초콜릿주고 간 형이랑, 그 형아 친구들. 멋있지?"
"엉아 아닝데.. 아저찌"
"응? 형아 아니고?"
"웅! 아저찌!"
인국이네 연습실에 도착해서 왜냐고 물어보는데 아기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을 뿐 말이 없었다. 누가봐도 내가 쟤네들보다 형같아 보이는데.. 아기 입장에선 아닌가..
왜 내가 형이고 쟤넨 아저씬거지..
"어?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응. 잘 지냈지? 오랜만이다. 뭐 요즘은 노래 녹음하고 있다면서?"
"아,네. 앨범이랑 같이 콘서트 준비중이예요. 애기 안녕?"
이미 소문이 돌고 돌았는지 인국이는 아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고,이제 다른사람들에게도 많이 적응이 된 아기는 허리를 숙이며 배꼽인사를 했다.
"안뇽하세여 아저찌"
아가 형이야 형."
"웅?"
내가 다시 형이라고 바꿔말하자 아기는 진심으로 자신의 말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는듯 반문을 했고. 몇번 더 형이라는 말을 해도 오히려 내가 틀렸다며 인국이를 끝까지 아저씨라 불렀다.
"어후. 선배님 그만하세요. 형이든 아저씨든 그게 그거죠 뭐. 애기 몇살이예요?"
"세짤이여."
"우와. 세살이예요?"
"웅! 아저찌는 며짤?"
"음... 아저씨는 28살"
"거바. 아저찌 아저찌"
아기는 인국이의 품에 안겨 막대사탕을 손에쥐고 손을 흔들어댔다.
의자에 앉아 둘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자니 인국이가 참 애기를 잘 본단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아기가 나랑 놀 때도 저런 표정이었구나.. 생각했다.
그게 놀아주는건지 아닌건지도 처음이라 구분을 잘 하진 못했지만, 지금 인국이의 행동이 집에서의 내 행동일게 뻔했으니 뭐..
"아저찌 재미따. 엉아는 지베서 비니랑 일케 안노라졌는데"
아.. 내 행동은 놀아주는게 아니었구나..응?근데 아가. 난 분명히 집에서 인국이랑 똑같이 해준거 같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니..
"정말? 형은 어떻게 해줬는데에?"
"막막. 뽀로로랑 라바만 틀어주구.. 비니랑 가치 놀지도 않구.."
"선배님 너무하시네요"
아기를 안고서 시무룩해진 아기의 표정을 똑같이 따라하며 날 바라보는 인국이와 아기에 밀려 어느새 코너로 몰린 기분이었다.
"아..아가 그거는 형이 바빠서 그런거고. 형이 그래도 마트 데려가주고 코코아도 먹여주고 그랬잖아아!"
"힝. 아저찌 엉아가 화내여"
"어구 그래쪄여? 그럼 형 혼내줄까요?"
"우우웅"
허.. 진짜 아기란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말.. 날 그만큼 코너로 몰리게 했으면서 이제와서 인국이가 혼내줄까요?란 말 한 마디에 1초의 고민도 없이 그건 싫다며 고개를 내젓는 저 아기의 태도는 도무지 내 머리론 이해 할 수가 없다. 인국이도 웃으면서 날 보더니 다시 아기를 우쭈쭈해주기 시작했다.
"애기 그럼. 저 형 말고 아저씨랑 같이 살까요? 아저씨는 애기도 안혼내고 맛있는것도 더 많이 해줄 수 있는데?"
"웅?"
"애기. 아저씨 집에 갈래요? 아저씨가 맛있는거 줄게요"
"우우웅. 내려주세여. 비니 엉아한테 갈래여"
인국이의 장난끼 다분한 질문에 아기는 울상이 되어서 답을 꺼내놓았다. 싫다면서 도리질을 치며 내려달라고 바둥거리는데...
같이지낸지 이틀밖에 되지않았지만 정이 붙긴 붙었구나.. 아기들은 특히 더 정을 빨리주는 것 같긴하다. 아직 순수해서 그런가..
아기의 발버둥이 약간 격해져 의자에서 떨어질뻔한 인국이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아기를 다시 무릎에 앉혔다.
"아, 알았어 애기야 미안미안, 아저씨 집에 같이가잔 말 안할게 미안미안. 애기 떨어지겠다. 아저씨한테 좀 더 와요."
"흥. 안가꺼에여. 엉아. 비니 아나주세여"
인국이의 데리고간단 말 한마디에 이미 마음을 돌린건지 아기는 인국이의 무릎에서도 인국이를 등지고 앉아 날 보면서 계속 팔을 뻗었다.
인국이도 나도 눈을 한번 맞추고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아기를 안아들었다. 아기는 내 품에 얼굴을 비비며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고 나는 아기를 한번 보곤 웃고있는 인국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 잘 보네? 동생이 어려?"
"아뇨. 조카들이 좀 어려서 집에 내려가면 가끔 제가 보고그래요. 선배님도 아는분 애기라면서요. 많이 힘드시죠?"
"뭘. 아직 이틀이라서 그런가... 사실 힘들긴 한데 버틸만도해"
말로는 저렇게 해도 아기가 내 모습을 보지 못하게 교묘히 숨겨 표정과 몸짓으로 완전 힘들어 죽겠다를 나타냈다. 쉽게 알아챈 인국이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감추며 크큭댔지만 사실인걸 어찌하랴.. 아기보는게 이렇게 힘든건 줄 알았다면 좀 더 생각해보고 맡을 껄 그랬다.
"그래도. 애기가 선배님을 잘 따르네요. 보통 저 나이때면 맛있는거 줄게 가자. 그러면 열에 아홉? 아니 아홉 반은 손잡고 따라간다고 그러던데 애기가 선배님 많이 좋아하는거 같아요"
"아 진짜?'
"네. 딱 봐도 뭐.. 그래 보이는데 선배님은 못 느끼셨어요?"
내가 알 턱이 있나.. 내 인생 처음. 최초로 아기 돌보는 일이란걸 수행중인데. 서투른 정도가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는것과 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뭘 그릴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서 선을 그어대는. 그런 일 말이다.
"난 잘 모르겠다. 아가 돌보는게 처음이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럼, 오늘처럼 밖으로 놀러나가는 건 어때요? 동물원이라던가 놀이동산 뭐. 그런데 있잖아요. 아마 애기는 선배님이 데리고 다니면 어디든지 다 좋아할 것 같지만요."
"오.그것도 괜찮겠네. 근데 감기 걸리지 않을까?"
"에이. 따뜻하게 입고 나가면 그렇게 쉽게 감기 안걸려요. 괜찮을꺼예요 아마."
"그래 고맙다 인국아."
역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느덧 인국이네 녹음실에서 30분이란 시간이 흘렀고, 더이상 시간을 뺏는건 곤란할 수 있겠다 싶어 인국이에게 인사를하고 연습실 문을 나섰다.
"우리 이제간다 인국아. 녹음 잘하고. 콘서트 때 보러갈게. 게스트 섭외면 더 좋고."
"어유. 저야 영광이죠. 연락드릴게요. 우리 애기도 잘가?"
"흥. 안뇽히 계세여"
"아유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기는 인국이의 인사에 새침하게 배꼽인사를 했고 인국이도 함박웃음으로 배꼽인사를 하며 우리를 마중해줬다. 매니저를 먼저 보내서 차 뒷자석에 아기를 태우고 안전벨트를 꼭 채워준 뒤 차를 출발시켰다.
"아가 이제 집에가자."
"웅!"
여름이면 아직 밝을 시간인데도 겨울이라 해가 빨리 기우는 탓에 어둑어둑 해져서야 집에 돌아갔다.
내일은 인국이 말대로 놀이동산 계획을 세워야겠다.
-Fin-
안녕하세요ㅠㅠ 이틀주기로 뵙는 것 같네요..ㅠㅠ 하하.. 하루 한편 노력해보겠습니다ㅠㅠ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ㅠㅠ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