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때어낸다. 연신 뒤를 돌며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둘을 보니 더욱이 발걸음 떨어지지 않는다. 비행기 시간 늦겠다며 재촉하는 제 엄마의 목소리도 안들리는 듯 싶다. 호원과 성종이 망설이는 동우에게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주자 그제서야 느릿하게 여권을 보여주며 게이트 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동우가 안 보이고서도 한참을 손을 흔들었던 호원과 성종이 천천히 손을 툭 떨어트린다. 힘없이 떨어지는 손의 타이밍이 웃기게도 들어맞는다. 자신들의 어여쁜 마누라 또는 엄마가 일본으로 가버렸다.
[야동] 일진부부
W.전라도사투리
호원의 축늘어지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커피잔을 입에 물었다. 아침부터 동우를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성종을 바로 유치원에 보내니 몸이 천근만근 피로하다. 사실 오늘부터 일주일 간은 집으로 일찍 돌아가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동우가 없음을 벌써부터 인지하고 있기때문에이지만. 호원이 한숨을 쉬며 휴게실 의자에 주저 앉았다. 그런 호원을 멀찍이 지켜보던 명수가 휴게실 문을 밀며 들어와 자판기 앞에 서 커피를 뽑고는 호원의 옆에 앉았다. 그런 명수의 인기척에도 텅빈 눈으로 명수를 한 번 슬 보고는 도로 고개를 돌린다. 그런 호원의 모습에 명수는 헛웃음이 날뿐.
"그러게 누가 그런 약속하래?"
"네가 나였어 봐. 안 그럴 수가 없었어."
"근데 성종이도 신기하네. 절대 안 보내려고 했었을 텐데?"
"그러게 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아들이야."
님아 너는요? 명수가 목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영혼없는 놈한테 말해봤자 아무것도 안들릴게 뻔했으니까. 명수가 호원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고는 제 업무를 보러 몸을 일으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호원도 곧 정신을 차리고는 명수의 뒤를 따랐다. 어쩐지 당분간은 실없는 연처럼 이리저리 정신이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
한편, 성종 또한 성종과 다를 것 없이 축늘어진 채 책상에 앉아만 있을 뿐이다. 그런 성종을 지켜보던 우현이 성종의 곁으로 다가와 작은 의자에 엉덩이를 부치고 앉았다. 그리고 축늘어져 업드려있는 성종을 일으켜 자신과 마주 앉혔다. 아까부터 선우가 성종에게 괜한 시비를 걸어도 무반응. 조용해서 좋기는 한데 걱정이 앞서는 우현.
"성종아 무슨 일있어?"
"선생님..."
"응. 성종아. 무슨 고민이야 말해봐 선생님이 다 들어줄게."
"...있을 때 잘하세요..."
"응?"
"있을 때 잘 하시라고요..."
"무슨?"
"아무리 가고 후회해봤자 늦은 거에요."
"성종아?"
"그리고 선생님 살찌셨어요? 의자가 엉덩이에 즉사하려고 해요."
성종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쫑쫑쫑 걸음으로 우현에게서 멀어져 공이 가득 차있는 풀장 안으로 들어가 공으로 몸을 묻는다. 오늘따라 이상한 오로라를 뿜어대는 성종의 곁에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들이였다. 우현은 성종의 마지막 말에 절망하며 아까의 성종이 처럼 몸을 늘어트렸다. 아이들은 양쪽에서 저러니 딱 부모님이 가끔가다 하는 죽을 맛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 같았다. 한 쪽에서는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저 혼자 중얼거리며 바보같이 있고 한 사람은 풀장에 들어가 허거겅 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으니.
어느새 이웃나라 일본에 도착한 동우는 알 수 없는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동우를 보던 동우의 모친이 동우에게 괜찮냐고 묻자 동우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곰탕 끓여놓고 왔으니까 굶지는 않겠지?"
"에이. 설마. 이서방이 다 알아서 하겠지."
"...그럴거야..."
자신없게 대답하는 동우였다.
*
성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을 눌렀다. 아마 7년 인생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홀로타고 엘리베이트 버튼을 누른 날이였다. 그도그럴 것이 성종은 동우와 항시 떨어지기 싫어했고 동우 또한 성종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혼자 성종이를 내보낸 적이 없으니까. 일층, 이층 올라가는 숫자를 보던 성종이 괜히 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벅벅 닦아냈다. 항상 유치원 버스가 집에 도착할 시간에 집 앞에 나와 자신을 기다리거나 유치원 앞으로 데리러오던 제 엄마였는데 오늘은 없었다. 띵- 경쾌한 알림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리고 집 문앞에 서 자신의 목에서 아침에 동우가 걸어주었던 도어락 카드를 빼내어 도어락에 가져다대었다. 띠로리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성종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익숙하게 다녀왔습니다를 외친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성종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성종이 벌써부터 보고싶은 제 엄마의 얼굴에 결국은 신발장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다시 거칠게 북북 닦아낸다. 울면안된다고 되내여봐도 성종아- 라며 나긋하게 불러주는 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눈물이난다. 울면 일본에서 여행중이신 엄마가 슬퍼하실텐데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는 성종이다.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성종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원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화장실로 들어와 양치와 세수. 손과 발을 깨긋히 닦아낸다. 항상 동우가 성종에게 집에 돌아오면 시킨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성종이다.
꼬르륵라고 성종의 작은 배에서 귀여운 소리가 들렸다. 성종이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시계를 바라본다. 호원이 오기까지 앞으로 대략 30분정도가 남았다. 아무래도 유치원에서 아침을 깨작인 탓인 것 같다. 성종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주방으로 들어와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동우로서는 인스턴트식품은 사절이므로 냉장고에는 몇 가지의 반찬통이 전부였다. 성종이 울상으로 냉장고 문을 천천히 닫고서는 압력밥솥을 열어보니 따끈한 밥이 자신을 반긴다. 아침에 동우가 해 놓고간 밥이였다. 활짝 웃은 성종이 공기를 꺼내 밥을 덜고는 식탁 의자를 가스레인지 앞으로 끌고와 가스벨브를 열고 잘도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린다. 동우의 옆에서 동우가 하는 모습을 지켜본 덕에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 수준인 성종이다. 성종이 곰국이 끓고 있는 동안 다시 압력밥솥을 열어 호원의 몫을 퍼 놓았다. 곧 도착할 호원을 위해서. 보글보글 구수한 곰국의 냄새가 올라오자 성종이 다시 의자 위로 올라가 국자와 국 그릇을 가지고 와 조심히 자신의 국을 푼다. 띠로리-
"성종아 아빠 왔어."
"아빠, 아악!"
자신의 국을 푸고 호원의 몫의 국을 풀때 때마침 성종을 위해 조금 일찍 마친 호원이 집으로 돌아왔고 빈 집에 처음으로 꽤나 오랜시간 혼자있던 성종이 반가운 마음에 뛰쳐나가려다 국자를 곰국이 담겨있던 냄비를 밀어버렸다. 그덕에 당황한 성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지며 뜨거운 국물을 뒤집어 썼다. 그릇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성종의 고함에 헐래벌떡 신발을 대충 벗어던진 호원이 자켓을 벗지도 못하고 급히 성종을 안아들어 화장실로 안아들어갔다. 그리고 찬물을 틀어 성종의 다리에 끼얹었다. 당황스러움과 아픔이 밀려온 성종이 결국은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괜찮아."
"아앙- 안 괜찮아! 엄마 아앙! 아파. 따가워! 엄마 성종이 아파!"
등을 토닥여줘도 자신의 엄마만 찾는 성종에 내심 서운해지는 호원이었다. 그래도 서운함보다 우선은 성종의 다리가 우선이니.
"아들 다리 봐. 얼마나 다쳤는지 알아야 병원을 가지."
성종이 천천히 자신의 다리를 들어올리자 호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수건을 꺼내들어 차가운 물을 듬쁙 적시고 성종의 다리에 감싸주고는 성종을 안아 들었다. 아무래도 병원을 가봐야할 듯 싶다.
"아빠 가스벨브 잠궈야해요..."
막 성종을 안고 집을 나서려하자 성종의 조그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 호원이 가스벨브를 잠구고서야 성종의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성종이 한쪽 눈을 찌푸리며 옷을 자신의 옷을 구겨잡았다. 세심하게 연고를 발라주는 의사선생님의 모습이 성종의 모습에 가득찼다.
"가벼운 화상정도니까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연고는 며칠 간 계속해서 발라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성종의 대신해 의사에게 인사를 한 성종의 성종을 다시 안아들어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아주 사고만 몰고다니지?"
"...잘못했어요."
"후- 크게 안 다치면 된거야."
"...아빠."
"응?"
"나 엄마 보고싶어."
"아빠도..."
"그리고 배고파."
성종의 배고프다는 말에 호원이 푸스스 웃으며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성종의 좋아하는 볶음밥을 사주겠다하니 좋아죽는다. 이럴때 보면 정말 딱 일곱살 어린아이다. 호원이 신나하는 성종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근처 볶음밥 전문점으로 차를 몰았다. 처음있는 이씨집안 부자의 외출이자 외식이었다. 신나하는 호원과 성종은 차마 뒷일은 생각하지 못했다. 바닥에 쏟아진 곰국이 마루바닥에 말라붙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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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써니텐/감성/동쨩/꽁이/과자/비피더스/초밥/지지/연두/눈꽃/31/규롱/내사랑울보/초르/뽀뽀틴♥
그대들 댓글에 이번에는 짧게나마 답글을 달아드렸는데 잘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그냥 항상 고마워요^^ 이제 곧 일진부부가 완결... 아마 9화나 10화 정도에 끝날 것 같아요^^ 아... 역시 항상 완결이 다가오면 두근거리는데... 완결이 되면 허전하고... 이제는 그대들과도 헤어지네요ㅠㅠ 원년 맴버분들? 뭐라고 해야할까요? 흠... 예전부터 저랑 함께 달려와주신분들이 있거든요? 그 분들은 가족같고... 새로이 암호닉해주신분들은 친구같은 느낌? 그냥 다 편안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