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김태형 中
W. 투표쟁이
식 당일, 그렇게도 못생겼다며. 지나가던 개마저도 얼굴을 보고 겁에 질려 짖지도 못하고 오줌을 갈긴다며. 등 여러 소문이 소녀의 신랑을 싸고돌았던 이전을 비웃듯 멀끔한 사내가 등장하였다. 고운 피부와 커다란 눈, 높은 코, 도톰한 입술의 조화는 어느 여자가 보아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으로 여심을 끌어당겼다. 그렇게 식장은 식 전부터 떠들썩했고, 당황스러워진 마님과 대감은 얼른 진짜 정혜를 데려오라며 난리를 부리고. 허나, 이미 먼 지역으로 떠나있던 정혜 아씨를 데려오기는 무리였다. 결국 식은 예정대로 시작을 울렸다. 당황한 마님과 대감의 얼굴은 꽤나 볼만했지만, 저의 신랑 될 이의 용모엔 관심조차 갖지 않는 탄소에겐 거짓 소문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반갑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폐백시에 얼굴을 묻다시피 가리고 등장한 소녀. 고개를 살짝 들자면, 저의 앞에서 앞길을 인도하는 저의 신랑의 뒷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다. 못생겼다던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신랑의 얼굴이 아주 멀끔히 잘났다는 사실 따위는 반갑거나, 또는 흥미롭지 않았다. 애초에 탄소에게 오늘은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은 아니었으니.
굳이 정해보자면, 탄소 라는 이름을 완전히 잃은 날.
먼저 신랑에게 절을 4번 올린 소녀는 곧 폐백시를 거두곤 처음으로 저의 신랑과 얼굴을 마주한다.
뒤바뀐 소문대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가볍게 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보이는 신랑의 호의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 생소했다.
결국 빠르게 시선을 내려 바닥만을 바라본다.
마님이 빚어 만든 표주박에 담긴 술을 나눠 마시며 서로를 평생 사랑하겠노라, 하는 약속을 맺곤 일체를 다짐한다. 탄소의 답답한 마음을 어디 시원하게 표출할 수 없어 그저 아랫입술만 지그시 깨물며 못살게 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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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으로 저 또래의 남자와 마주한 탄소인지라, 모든 것이 서툴고 또 서투르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 할지언정, 오늘 처음 대면한 사이인데도 태형이라는 남자는 탄소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그런 태형은 탄소에게 큰 부담과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저보다 몇 살 이나 나이가 많다 들었는데도 때 묻지 않은 웃음은 탄소의 마음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니.
사람으로부터 받는 따스한 시선과 다정함. 그 소중함을 차마 다 알기도 전에 유일한 어미가 떠나고, 저에게 다정히 다가오는 사람 역시 떠나버려 그 행복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했는데, 못했는데… 계속 그렇게 몰라야 하는데. 이질적이고 답답한 마음에, 자꾸만 밀어내어도 굴하지 않고 웃음을 띠는 태형을 보며 얼굴이 괜스레 붉어지는 탄소. 처음이라는 핑계를 대어서라도 그런 다정함을 길게 느껴보고 싶을 정도로 태형은 한없이 다정했고, 저보다 어린 탄소를 어여뻐라 했으며, 얼굴에서 감정이 모두 드러나는 너를 사랑스럽게만 바라보았다.
밤하늘, 되게 예쁘던데. 좀 걸으시겠습니까? ..좋아요. 평소 밤하늘 보기를 좋아한다며 태형이 탄소의 손목을 잡아 끈 곳은 뒷마당이었다. 쓸데없이 넓기만 하다 느꼈던 뒷마당은, 연못에 별들이 온몸을 던져 비추고, 높게 뜬 달이 각자 제 빛을 내고 있었고. 생소한 감정, 그리고 덜어 낼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탄소 역시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오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처음으로 마음이 놓일 정도로, 그렇게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달이 유난히 밝습니다.”
“ …네, 새하얀 것이… 둥글고, 아주…예쁩니다. ”
“ 그런데 왜 그대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까.”
“ … ”
“ 혹, 저와의 일체가 맘에 드시지 않는 겁니까.”
“ 그럴 리가, …너무 기쁜걸요.”
말과 어울리지 않게 미미한 미소 그 이상은 담아내질 못하는 탄소를 본 태형은 탄소의 얼굴을 한 번, 그리고 여전히 탄소의 시선이 닿아있는 연못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연이어 입을 연다.
“ 지나가던 개도 얼굴을 보고 오줌을 지려 갈긴다,”
“ 네?”
“ 너무 못생겨, 집에서 나가는 일이 없기에 감히 얼굴을 구경해본 자가 없다.”
“ …무슨, ”
“ 그 소문이랑 어떻게, 맞는 것 같습니까? ”
갑자기 탄소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소문을 들먹이는 태형에 그보다 더 순진한 탄소의 눈이 커다래진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시면..! 생소한 감정이 커져 이제는 탄소의 심장을 쿵쿵 두드린다. 자꾸만 커져가는 욕심에 대한 걱정도 잊은 채 오로지 머릿속은 저만 바라보며 달콤하게 웃어 보이는 태형으로 가득해지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탄소. 저, 절대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탄소를 내려다 보다, 미소를 건채 다시 연못으로 시선을 돌린 태형이 말한다.
“ 그 소문은, 사실 제가 퍼뜨린 겁니다.”
“ 네?”
이번엔 예상도 못한 소리에 또 놀란 탄소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그런 탄소의 모습을 빠짐없이 눈에 담은 태형은 그저 사랑스럽다는 듯 웃어 보인다.
네, 제가 퍼뜨렸습니다.
“ 일체를 다짐하고 평생을 기약하며 입을 맞추는 남녀 사이에, 얼굴도 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식을 진행한다는 건. 꽤 억울하지 않습니까.”
같은 모양과 크기로 갈라진 같은 표주박에 술을 나눠 마신 것을 입을 맞추었다고 표현하는 태형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잠시, 실소를 뱉으며 태형의 말에 고갤 위아래로 끄덕거리는 탄소. 비록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저가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다. 정작 결혼할 자들은 서로를 알지도 못한 채 이루어지는 이 관계가 전혀 낭만적이지도 않다.
“ 적어도 저는, 제 낭자의 마음이 곱길 바랬으니까요. 그저 얼굴만 보는, 뜬소문에 휘둘릴. 그런 사람은 아니길 바랐으니까.”
역시 넋을 놓고 태형의 이야기를 들은 탄소가 서서히 다시 생각이 복잡해진다. 태형의 말에 토를 달 것은 하나 없었다. 다르게 말해, 모두 맞는 말이었으며 지나가는 누군가를 붙잡아 이야기했어도 고개를 끄덕거렸을 것이다.
아마 이 시점부터였을까, 탄소가 불안감에 몸을 떨기 시작한 것이. 연못에 비친 별을 다 세고도 남았을 눈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제 옆의 태형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대가 나 같은 사람을 바랐던 게 아닐 것인데, 알리 없는 태형은 그저 탄소를 보며 마냥 좋다고 하고 있으니.
“ …전, ”
떨리는 입술로 사실을 고하려 하는 탄소는, 그저 태형의 눈엔 말만 들어도 붉은 분위기가 풍기는 첫날밤에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그런 순수한 여인 정도로 비춰 보일 것이다. 이제는 어깨까지 떨면서 한데 시선을 두지 못하는 탄소의 양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태형이 저에게로 돌아보게 한다.
“ 왜 이렇게 떨고 그럽니까.”
“ …저, ..전,”
말을 더듬으며 불안감을 여전히 감추지 못하는 탄소. 그런 탄소를 내려다본 태형이 어깨에서 양 볼로 손을 옮겨간다. 소중한 도자기라도 다루듯, 엄지손가락으로 탄소의 양 볼을 조심스레 더듬어 쓸면서도 눈은 탄소 담는다. 그런 태형을 또 여전히 마주하지 못한 채 바닥만 바라보는 탄소. 결국 태형은 다시 한번 탄소를 부른다.
“ 정혜 아씨.”
“ … ”
“ 정혜야.”
대답이 없는 탄소는 목에 한가득 서러움이 차오른다. 이렇게도 저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자꾸만 욕심이 생겨버려 저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정혜가 아닌. 탄소야, 라고 다정하게 불러주길 바랐다. 두 손으로 감싼 제 볼을 끌어당겨 입을 맞춰주길 바랐고, 단단한 두 팔로 저를 품에 가둬주길 바랐다. 그런 바람들을 떠올리는 와중에도 저를 무겁게 누르는 정혜라는 이름. 그에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자꾸만 저를 정혜라고 불러오는 태형의 목소리는 밉게도 더없이 다정했고, 따뜻했다. 겨우 용기를 내어 태형을 천천히 올려보자면, 언제부터 인지. 저를 역시 다정하게도 내려다보는 태형. 눈을 마주하면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마저 저의 심장을 쿵쿵거리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탄소를 무너뜨리는,
“ 정혜야.”
태형의 목소리. 그런 태형에게 답을 할 수 없는 탄소. 두 눈엔 끝없이 태형을 담는다. 애써 등졌던 사실이 밝혀지면 더 이상 태형을 보지 못할 거란 확신에 의한 행동이었다.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해도, 입술 사이론 흐느낌이 비집고 나오더라도. 입술을 윗니로 지그시 누른 탄소는 태형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입술, 높은 콧대. 그리고 저만을 담고 있는 검은 눈동자까지. 저의 얼굴을 뜯어 살펴보는 탄소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태형은. 여전히 탄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태형은.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당겨 다가갔다. -달빛 아래 나란히 선 두 남녀라면, 탄소의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낭만적인 장면이니까- 두 얼굴이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탄소, 그리고 역시 탄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태형.
다른 의미가 담겨있지만, 서로를 품으려는 마음은 같았다.
한 뼘 정도를 사이에 두었을쯤, 결국 태형의 손에서 탄소는 달아나버린다. …정말, 송구하옵니다. 정말… 그리고 곧바로 흘러나오는 탄소의 물기 가득한 사과에 민망해 얼굴이 붉어지기도 전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해지는 태형.
" …아니, 아닙니다. 되려 내가 더… "
“ 아뇨, …정말 송구하옵니다. … 저는…전,”
“뭐가 송구하단 것인지, ...부담스러워 그런 거라면 오히려 내가 더,”
아직도 사과의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한 태형에 목구멍이 서러움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탄소는 결국 소리 내어 흐느낀다. 덩달아 호흡은 불규칙적으로 뱉어내고, 눈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내려 그칠 줄을 모른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당황한 태형은 탄소를 달래려 양 어깨를 감싸 안고,
“ 저는 정혜 아씨가, 아닙니다. …저는, 아니에요. …흐, 아니라고요.”
“ …… ”
탄소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감싼 팔이 힘없이 떨구어진다.
닿았던 온기도 함께 달아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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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여러분 읽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ㅠㅠㅠㅠ이런 글을... 상 중 하 세 편으로 나눠집니다!
다음화면 끝입니당..ㅇㅁㅇ!
2 / 中 편을 통해 제목의 의미를 눈치 채셨을 것 같은데, 中편을 읽고 上편을 다시 읽으시면 더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실 것 같아요!
3 / 태횽이 너무 발랄하고 해맑고 아기 천사같은 짤 속에서 찾느라 고생했습니다ㅠㅠㅠ 우리 태형이 너무 기여워어ㅠㅜㅠㅜㅠㅜ
4 / 기대 없이 올린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기뻐요ㅠㅠ!
투표하다가 지친 마음 달래고자 올린 글인데! 기부니 넘 좋네요ㅜㅜ 上 편 추천 수 3이라니ㅠㅠㅠ 너무해요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ㅜㅜ!
下 편도 늦지 않게 가져 올게요!
+ 분량이 좀 적죠ㅠㅠㅠ 한 번에 올리기엔 많아서 억지로 자르다보니ㅠㅠ 下편은 제일 길 것 같습니다!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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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