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프라이머리 - 씨스루
뛰는 남우현 위에 나는 김성규 있다 下
그렇게 우현은 허탈했던 밤을 홀로 모텔에서 지냈고, 햇살 쨍쨍한 아침이 되었다. 새들이 기분좋게 짹짹 거렸지만 우현의 기분은 절대 좋지 않았다. 어젯밤 일 때문도 있지만, 어제 꿨던 꿈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을 놀리며 멀리 달아나기에 붙잡았더니 알고보니 남자였다는, 이상한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 덕에 아침부터 빳빳하게 서버린 아랫도리에, 우현은 눈물을 머금으며 바지를 내리고 자신을 위로했다.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맘에 드는 여자를 꼬셔 모텔비까지 다 내고 씻고 나오니 뜬금없이 퇴짜를 맞고, 모텔에서 혼자 자다 일어나 자위라니. 절정 후에 찾아온 허탈함에 우현은 한껏 멋을 냈던 머리를 뒤죽박죽 헤집어놓았다.
띠링 띠링. 아까부터 자꾸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자 엄청난 문자폭탄에, 우현은 깜짝 놀랐다. 대체 누가 자신을 이렇게 찾나 싶어 내심 뿌듯한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던 우현의 표정은 산산조각났다. 자신을 찾는 건 엄마도, 누나도, 아빠도, 아는 여자도 아닌 카드사였기 때문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우현은 설마하며 지갑을 꺼냈다. 빵빵하게 채워두었던 지폐들과 신용카드가 없었다. 100톤 망치에 머리를 가격당한 기분이었다. 지갑이 있었다고 방심했었다. 그 여자가 말로만 듣던 꽃뱀인가? 텅텅 빈 지갑을 힘껏 바닥에 던진 우현이 괴성을 질렀다. 내, 내 지갑이 고자라니...
모텔을 나온 우현이 씩씩대며 걸었다. 금방이라도 콧김을 뿜을 듯 씩씩거리는 모습이 꼭 투우를 하는 황소만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호원."
-"어, 어제 좋은 밤 보냈냐?"
"닥쳐!"
-"딱 봐도 퇴짜맞았구만? 아, 아님 꽃뱀한테 걸려서 지갑이라도 털렸어?"
"....씨..."
-"대답 못 하는 거 보니 후자구만. 난 어제 좋은 애 하나 건졌는데."
"개새끼야, 닥치고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나 말해, 새끼야."
-"신고해. 아니면 네가 직접 잡던가."
"내가 잡으라고? 어떻게?"
-"지금 내 집으로 와. 도와줄게."
"알겠다, 새끼야."
호원과의 통화를 마친 우현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꼭 찾아낼 거야, 꽃뱀!!!!!!! 우현이 꽥꽥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우현을 쳐다보았지만 우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꽃뱀, 성규를 잡고 싶다는 생각만이 똘똘 뭉친 우현이었다.
호원의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우현이, 호원의 집문을 쾅쾅 두드렸다. 문 열어, 새끼야!! 우현이 술에 취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호원이 금방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닥치라며 입에 큰 호빵을 쑤셔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조용해진 우현을 집에 들였다. 역시나 말끔하게 정리가 잘 되있는 집에 감탄을 한 우현은 거실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이제 알려줘. 어떻게 해야 할지."
"걘 분명 오늘도 어제 너희가 만난 그 자리에 나타날 거야. 거기가 클럽이랑 가깝고 모텔이랑도 가까운 명당이니까. 아마 거기가 걔 활동구역일 거야. 아니면 걔 집이 그 주변이던가. 오늘 거기에 조용-히 숨어있다가 걔가 나타나면 바로 픽업해서 어디로든 데려가. 경찰서든 모텔이든 원양어선이든."
"원양어선?"
"농담이야."
"고맙다, 새끼야."
"고마우면 이제 나가지? 난 우리 동우랑 할 게 있거든."
"동우? 남자야?"
"응, 난 내 정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어제 처음 알았어. 지금도 팔팔 끓어넘치고 있잖아."
호원이 아무도 없지만 주위를 휙휙 둘러보고는 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귓속말로
"너도 남자랑 뒤로 해봐. 박는 사람이나 박히는 사람이나 죽어, 진짜. 쩔어."
"지랄. 너나 많이 하세요. 나 간다."
우현은 호원의 집에서 나왔다. 호원의 말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남자랑 한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짓인가라고 생각했지만, 호원의 말이라면 달랐다. 남녀 가리지 않고 섹을 자주 즐기는 호원의 말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게다가 원래 과장 하나 붙이지 않는 놈이 저 정도로 말할 정도라면 진짠가? 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집으로 향했다. 어제 꽃뱀, 성규와 만난 장소와 가까운 자신의 집으로.
*
우현의 카드로 평소 사고 싶었던 걸 잔뜩 산 성규는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들고 얼마 전 이사간 새 집으로 향했다. 만약에라도 우현이 그 가게에 가 cctv를 확인할 경우를 대비해 여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성규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1층에 머물러 있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7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거울을 봤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스스로 감탄을 하고 있는데,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열린 문 사이로 헉헉 거리며 비열하게 웃고 있는 우현이 서있었다.
"안녕, 우리 구면이지?"
"....."
"얘기 좀 하자?"
우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성규가 밖으로 뛰쳐나가기 전에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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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사체입니다.
뛰는 남우현 위에 나는 김성규 있다는 여기가 끝은 아니고요, 번외가 있습니다. 나는 김성규 위에 하느님 이호원있다인데요, 이건 텍파에 있습니다. 텍파엔 수위도 있고요//
텍파 공유를 할 건데, 암호닉이 있으시든 없으시든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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