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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려온 곳은 마쓰야마의 한 슬럼가였다. 밀선으로 후쿠오카에 들어와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독립군들이 운이 나빠 자위군에게 잡히게 되면 이곳으로 온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았다.
 반나절 내내 피투성이인 채로 레토나에 실려오는 동안 여러 꿈을 꾸었다. 사실 꿈보다는 회상에 가까웠다. 첫 장면은 나이를 채웠으니 폭력 투쟁에 가담해도 좋다는 승인이 내려왔던 날이었다. 그 속에서 재환은 방바닥에 누워 이불을 껴안은 채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라 쉽사리 잠에 들 수 없었던 밤이었다.
 단체의 목표는 친일세력의 척살이었다. 그들은 그 방법으로 쉬우면서도 위험성이 적은 방화를 택했다. 작전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잠입자가 필요했다. 재환은 그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그는 오직 그 일만을 위해 스가타 가문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넉 달하고 보름을 보냈다.
 그 집의 외동아들은 유별났다. 조선인의 노동을 착취하며 공장을 돌리는 잔인한 아비를 닮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다. 재환이 그 곳에서 만난 스가타 성 씨의 소년은 일본어보다 조선어가 능숙한 조선의 사내였다. 자신이 직접 조선 이름도 지었다 했다. 옹성우라고.
 꿈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재환은 저택 테라스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려 눈을 가늘게 떴다.


 ─ 이딴 회사 물려받을 생각은 없어. 나도 적어도 부끄러운 게 뭔지는 아니까.


 분명 성우의 목소리였다.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재환이 몸을 움직이려 끙끙대었다. 그러나 온몸에 무거운 추가 달리기라도 한 듯이 꼼짝도 않았다.


 ─ 스무살을 채우자마자 집에서 나갈 거야. 가난해지든 말든 조선인 신분으로. 이런 거 누구한테 처음 말해보는 건데. 좀 민망하다.


 열여섯의 성우가 멋쩍게 웃었다. 지금보다 좀 더 앳된 얼굴이었다. 페이드아웃 돼듯 시야가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재환이 닿지도 않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입술을 간신히 떼었다.
 너…
 그 사이에서 그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드디어 말문이 트였다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가 소리를 내뱉은 세상은 꿈이 아니었다. 곧 깨질듯한 두통이 이어졌다. 목적지에 다 왔는지 자위군 두 명이 양 옆으로 그를 붙잡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의 피묻은 다리가 땅에 질질 끌렸다.
 재환은 알았다. 그 대화가 진짜였다는 것. 지금쯤 그 소년은 저가 낸 불로 죽어있거나 온몸이 화상으로 뒤덮여있겠지. 피가 고인 입술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제 신념이 꽤나 단단하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정 같은 건 주지 않았다 믿었는데. 모두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의 가슴에 불쾌한 쓰라림이 가득 찼다.







[워너원/옹성우] 경성의 꽃 05 | 인스티즈


05. 방화범







 술에 취해 눈빛이 탁해진 옹성우와는 달리 황민현은 한두잔만 걸친 정도였는지 멀쩡했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게 무색해질 정도로 황민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마치 왜 여기 있느냐고 말하듯.


 "둘이 아는 사이였어? 내가 나를 엿 먹인 거네."


 옹성우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나는 황민현과 계속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삼 년만에 다시 본 그는 확실히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그게 외양이든, 성격이든.


 "형은 언제부터 안 거야? 그때도 이렇게 돈을 밝히던 여자였나?"
 "입 조심해."


 농담조로 묻는 옹성우의 말에 까탈스레 대답한 건 내가 아니었다. 황민현이었다. 옹성우가 신경질적으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 그러느냐는 표정이었다. 황민현은 그런 그를 제치고선 내게 다가오더니 나가서 얘기하자는 눈짓을 보냈다. 여전히 미소 하나 없이 얼굴이 굳은 채였다.
 화가 났다. 그가 미웠다. 헤어져야만 했던 그 날을 분명 기억하면서, 그 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이었었는지 알면서. 그는 내가 반갑지 않은 게 확실했다. 나는 방문으로 뒤돌아서는 황민현을 향해 딱딱한 투로 말했다.


 "저 여기 과외하러 온 건데."


 웃으라고 한 말이 아닌데 내 대답에 옹성우가 소리내어 웃었다. 황민현은 내 목소리에도 뒤 한번 돌아보질 않았다.


 "카츠오가 까이네, 카츠오가."
 "밖에서 기다릴게. 끝날 때까지."


 내가 기억하는 카츠오 선배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서로 어른이 되어 만나면 원래 이런 걸까. 씁쓸함이 차올랐다. 황민현은 그렇게 말하고선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차 키를 챙겨 방에서 나갔다. 그가 가자마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옹성우의 웃음도 어느 샌가 멈추어 있었다. 내가 물었다.


 "오늘은 쉴까요. 취하신 것 같은데."
 "왜. 그냥 아예 먼저 가본다 하지."


 옹성우는 쇼파에 눕듯 기대어 라이터를 매만졌다. 대체 저 놈의 라이터가 뭐라고. 그를 지켜보고 있으니 김재환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 많이 이상하지. 스가타 쇼지.


 분명 아는 사이인 눈치였는데.
 서로 공통된 지인이 있으면 말이라도 트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내게 마음을 조금은 열어줄 수도 있겠다는 억측이었다. 내가 옹성우에게 물었다. 혹시 김재환이라는 반도인을 아느냐고.
 오늘은 내게 비아냥거리는 것도 덜 했는데 그냥 그대로 잠자코 있을 걸. 나는 곧 바로 후회했다. 내 입에서 김재환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오자마자 술에 취해 흐렸던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분노와 경멸이 가득한 눈이었다. 사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실례가 됐으면 죄송…"
 "너. 뭐냐."


 그가 내 말을 가로막으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라이터를 꽉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라이터는 또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목에 핏줄이 힘껏 솟아올라 있었다. 그의 물음에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나는 우두커니 그를 바라만 보았다. 그는 어딘가 많이 불안해보였다. 머리칼 사이로 맺힌 식은땀이 보였다.


 "그 새끼 이름을 나한테 묻는 이유가 뭐냐고."


 그의 호흡이 순식간에 거칠어졌다. 말을 한 자 한 자 겨우 뱉는 수준이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라이터를 놓쳤다. 바닥에 부딪힌 라이터는 미끄러져서는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숨 막히는 공기 속에 나는 라이터를 주워주는 간단한 움직임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불안정한 두 눈이 계속 나를 향해 있었다. 머릿속으로 해명할 거리를 생각해보았지만 그보다 물밀듯 쏟아져나오는 물음표에 도무지 말로 완성시킬 수가 없었다. 김재환이 왜. 뭐를 어쨌길래 그 이름 석 자에 저렇게나 불안해 하는 걸까.


 "나가."


 방 안에 옹성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머릿속까지 치고 들어와 웅웅대는 느낌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힘겨이 말을 덧붙였다.


 "다시 보이는 날엔 너도 김재환이랑 같이 마쓰야마에 쳐넣을 테니까."






댓글 하나 하나 소중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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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도 잘 읽었어요! 좋은 글 김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성우가 첨부터 그런게 아니었군여! 역시 ㅠㅠ
6년 전
비회원118.56
[꿀꾸리]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오늘 브금이 정말 죠아요ㅠㅜㅜㅠ
6년 전
독자3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 진짜 내용 이때까지 읽은 글잡 중에 젤 대박적,,제취향,,ㅠㅠㅠㅠ 항상 응원해요!!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166.252
아 진짜 글 너무 잘 읽히고 분위기도 미쳤고 스토리도 너무 좋아요 이런 게 초록글에 안 올라고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ㅠㅠㅠㅠㅠ 역대급 글잡이 됧것 같아요!! 아 그리고 작가님 브금 센스도 짱이예요 글 분위기랑 찰떡!!
6년 전
독자4
우연히 들어왔다가 잘 읽고갑니다! 작가님 브금 선곡이 너무 좋아요 브금덕에 글이 더 몽환적인 느낌이 된달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은것같아서 기대됩니다!
6년 전
독자5
오늘도 정말 너무너무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6
우와진짜 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ㅠ 다음편도 기다리고있을께요!!!!
6년 전
독자7
와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자까님 글 특유의 분위기는...ㄷㄷ진짜 대단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브금 제목 혹시 알 수 있을까요?ㅠㅠㅠㅠ진짜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나날이
Agnes Obel - Dorian 입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
6년 전
비회원218.172
재환이랑 성우랑 무슨 사이였길래 저렇게 흥분할까요 ㅠㅠㅠㅠ 오늘도 글 분위기에 치이고 갑니다ㅜㅜㅠ 까칠한 성우 너무 섹시해여..ㅎ핳@,@
6년 전
비회원154.72
소낙비입니다.
재환이와 성우는 그렇게 엮여있었군요.. 어떻게 보면 그 설정이 옹과 환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ㅠㅠ 옹이 이렇게까지 삐뚤어진 이유와 불을 무서워하게 된 계기가 뭔지 궁금했는데 이번 화로 시원하게 풀린 것 같아요. 근데 또 민현과 여주의 과거에 무슨 얘기가 더 있었던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인데다가, 전재가 계속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돼있어서 글이 참 탄탄히 짜여진 것 같아 좋아요. 밀당의 고수 느낌! 오늘도 정말 잘 읽고 갑니당. 가장 지치고 힘든 목요일 밤 마지막을 경성의 꽃으로 수놓아 행보캅니다(♥︎)

6년 전
비회원226.158
자까님 글 너무 좋아여... 튼튼한 글 같아요ㅜㅜ 근데 우리 애들 너무 아푸게는 하지말아쥬세욥ㅜㅜ♡
6년 전
독자8
아 ㅜㅜㅜ 재환이랑 성우가 이렇게 엮여있었군요 ㅜ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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