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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나날이 전체글ll조회 1312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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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켜지도 못 할 라이터를 까딱, 까딱.
 성우는 왼 팔을 베개처럼 베고서는 침대 맞은편에 달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과외를 누가 오든 별 알 바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조센진 여자만 생각하면 눈썹이 계속 꿈틀대었다. 그는 그것이 곧 혐오의 일환이라고 단언했다. 매주 찾아오는 정신과 의사에게 얘기 해 본 것은 아니지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조센진은 고작 성냥불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었다. 사고 이후 제일 힘들었던 건 수술도, 재활 치료도 아닌 담배를 더 이상 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수어번 담뱃불을 붙여보려 했으나 허무하게도 돌아오는 건 오직 트라우마와 발작의 반복이었다.
 악몽을 며칠이나 꾸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불 속에 갇혀있다. 아무도 그를 구해주지 않는다.








02.







 집에 간만에 전화가 왔다. 보통 집으로 오는 전화는 엄마에게 용건이 있는 게 대부분이라 별 관심은 없었다. 나는 방문을 살포시 닫았다. 과외 준비나 마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엄마의 말이 내 주의를 이끌었다.


 "당연하지. 당연히, 무조건 그래야지. 우리 남편이 생전에 진 빚이 얼만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가 순순히 응한 게 무엇이든, 나는 그게 독립군과 관련된 일임을 알았다.
 조선인들이 맞은 광복은 짧았다. 그것을 광복으로 칭해도 될 지 의문을 가질 정도로 세계대전 종식 후 일본으로의 흡수는 지나치게 빨랐다. 연합국이자 승전국으로 인정받은 중국과는 달리 국민당의 지원을 받으며 제한적 활동만 펼쳤던 조선은 참전국이 되질 못했다. 국제연맹은 신탁통치 아래 있던 조선을 일본에 넘겨주었고, 그로써 일본으로부터 전력을 절대 보유할 수 없다는 평화헌법을 가져왔다.
 그 이후 칠십여년, 일본 정부는 조선을 뿌리째 뽑아내는 대신 다른 방도를 찾았다. 소수민족으로 배제시키는 것. 조선인은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있었다. 일본에게 장악당한 언론과 미디어에 휩싸여 반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그 많던 투쟁단체는 어디로 갔나.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그러나 독립군은 있다. 살아 숨쉬고 있다.


 "걱정은 하지 말구. 여주랑 어렸을 때 친했으니까 여주가 잘 챙겨줄 거야."


 그래. 분명히 그들은 어딘가에 있다. 김재환이 어딘가에 있듯이.
 고등학생 적에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그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거의 8년만에 보는 것이었다. 몇년 전만 해도 놀이터에서 까르르 웃으며 술래잡기를 하던 그였는데, 다시 만났을 때의 우리는 일본식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광복군 시계를 찬 채 쫓기는 독립군이었다.
 거리 한복판엔 사람이 미어졌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로 도망친 듯 싶었다. 여기저기서 잡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둑이라도 되나 했더니 잡으러 온 경찰의 옷차림이 수상했다. 분명 헌병경찰이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친구들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고선 가게 밖으로 나왔다. 땀에 젖은 앞머리칼. 그 속에 보이는 동그란 눈. 그가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놀란 얼굴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하긴, 반일단체에 대한 뉴스는 몽땅 은폐당한 그들에게 독립군이란 책에서나 보는 글자 몇 개에 불과했다. 아무도 그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김재환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순식간에 지나쳐서는 어느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짧은 순간이긴 했어도 분명 그와 눈이 마주쳤었다. 그는 일본 이름의 명찰을 단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가졌을까.
 너. 부끄럼을 모르는구나.



 과외 하러 가서도 계속 김재환 생각을 했다. 어차피 과외라곤 저 도련님 앞에 잠자코 앉아 기싸움 하는 게 전부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대는 딸깍 소리. 대체 저 켜지도 않을 라이터는 왜 들고 있는 건지. 보는 사람만 답답하게 만드는 짓이다.


 "어제 진도 확인조차 못 해서, 그냥 기초부터 준비했어요."
 "너보다 일본어는 잘할 거야."
 "문과계열이라고 하셨으니까 수학은 확률이랑 벡터쪽으로 하면 쉬울 거에요."
 "넌 탁음이 이상하거든. 이전에 일본으로 숨어든 독립군이 탁음 검문 당할 때 냈던 소리처럼."


 당분간 김재환이 우리집에서 지낸다고 했다.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부터 살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렸지만 엄마는 눈 하나 깜짝도 않았다. 은혜는 꼭 갚아야 된다는 말만 하고선.
 내가 순간 벙찐 표정이라도 지었는지 그가 조소를 흘렸다. 보이지도 않는 저 밑바닥에서 내 자존심이 조금씩 파닥대었다.


 "나같은 정신병자 상대하는 것보다 나가서 다른 일 찾는 게 더 쉽겠다. 안 그래?"
 "지리역사과목 중에서는 세계사가 그나마 출제 정보가 많으니까…"
 "사범대생이라던데."
 "……."
 "조선애들한테 내선일체를 가르쳐주려고 몸소, 여기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가 이렇게까지 나를 건드리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쫓아내려고? 재밌어서?


 "근데 가르칠 게 뭐 있나. 이제는 이미 다 뒤섞여서 뭐가 조선이고 뭐가 일본인지 구분도 못하는데."


 이제야 알았다. 둘 다 절대 아니라는 걸. 말을 마친 그가 내 얼굴을 바로 보며 표정을 굳혔다.
 그는 조선인을 혐오하고 있다.



 결국 오늘 과외도 실패. 당분간은 그냥 친해지기라도 하면 된다기에 조금은 안심이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어딘가 찜찜했다.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 조금씩 돈을 모아두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집은 아마 지금의 10여평짜리 방보다도 못한 판자촌이었을 것이다. 조선인의 대다수는 통계로만 중산층일 뿐 실상 거의 모두가 차상위계층에 가까웠다. 오너가 조선인인 기업은 정부의 일본기업 후원 정책에 밀리는 게 당연시되었고, 이는 채용이나 학교 입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일본 중심이었다. 그 바깥에 위태로이 서있는 반도인들은 게릴라에 불과한.
 열쇠로 문을 열고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낯선 신발이 보였다. 그러자 불현듯 긴장되었다. 이제 오냐며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거실로 갔다. 거실상 앞에 앉아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나를 향해 손짓하며 물었다.


 "여주 기억나지? 같이 많이 놀았었잖아."


 엄마의 물음에 그가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나는 그에게 눈짓으로 인사했다. 그 역시 내게 인사했다. 말이 오고가기도 전에 내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 위로 옮겨갔다. 무궁화의 암술과 수술이 조그맣게 새겨진 저 시계 위로. 그러자 내 상상이 만들어낸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 부끄럼을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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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요. 재환이는 여주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ㅠㅠ. 경성이 배경이라 너무 아련하거 그 자체가 너무 아프네요ㅠㅠ. 어서 성우 이야기도 보고싶고 막 그래요♡
6년 전
독자2
아아아아아아진짜재밌어요 세상에ㅜㅠ
6년 전
독자3
헉헉..이런 대작이..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ㅠㅠㅠㅠㅠ잒까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길만 걸어주세요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온하제]로 암호닉 신청할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이런 분위기....이런 소재...저 죽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자까님..와...글잡에서 있길 잘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진심으로..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와 진짜 너무 재밌어요
무거운 주제라 어떻게 ㅠㅜ풀어가실지도 기대되고 재밌어요!!

6년 전
비회원118.56
[꿀꾸리]에용! 오늘도 잘보고가요 작가님 ♥
6년 전
독자5
작가님... 진짜 재밌어요ㅠㅜㅠㅜㅜ 다음편 기다리고있을게요 신알ㅇ신하고갑니다 소름돋아요,,,
6년 전
비회원178.180
분위기 대박ㅜㅜ이런 성우도 뭔가 묘하고 색다른게 넘 멋있어여..!!
6년 전
독자6
..짝가님...............잠시만...와....정주행중인데........홀려서 글만 읽다가 댓글 이제야 쓰는데..와....당장 방송국 드라마 작가로 가세요!! 갸앙아아ㅏ아!!!!!!!!!!!
6년 전
독자7
독립군 김재환..
막 재환이 얼굴에 착장과 표정,
목소리가 들리고 그려질 만큼
작가님 필력이 어마어마 하시네요 ㅠ_ㅠ

6년 전
독자8
아 진짜 글잡에서 이런 글 보게 돼서 정말이지 영광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9
이건 정말 명작입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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