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나날이 전체글ll조회 1133l 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그 집에서 김여주를 본 게 이렇게까지 두고두고 생각할 일이던가. 민현은 집에 들어가고 없는 여주의 빈 자리만 핸들을 꽉 쥔 채 몇 분 째 멍하니 보고 있었다.
 분명 합리적인 이별이었다. 열아홉 열여덟의 풋사랑이었지만 무척이나 현실적이기도 했다. 후일을 약속하진 않았어도 다시 만날 거란 서로의 확신이 있었다. 나는 도쿄에서 대학만 마치면. 너는 사범대에 들어가 그런 나를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
 그러나 그 명제에 친일파 집에서 과외하는 것이란 없었다. 조선인의 자치단체 독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자기 주장을 밝히던 당찬 소녀가 왜. 거기서. 스가타 쇼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지만 여주에게 물어도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몇 년만에 본 얼굴인데 물을 게 그거밖에 없느냐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민현은 한숨을 내쉬며 핸들 위로 고개를 묻었다. 억지로 끌려간 대학도 못 마친 채 이렇게 또 다시 강제로 돌아와버렸구나. 나는.







06. 재회







 휴대폰에 찍힌 황민현의 전화번호만 내려다보기를 벌써 삼십분. 집 가서 연락 달라는 그의 말이 있었지만 쉽사리 손이 그 위로 다가서지 못했다. 이건 몇 달 몇 년동안 밤마다 상상했던 그 재회가 분명 아닌데.
 닳고 닳을 만큼 회상했던 이별이었다. 경성대에 먼저 가있을 테니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오라던 선배는 짐을 다 부친 후 홀로 공항에 남아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달려갔던 그곳에 가만히 벤치에 앉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는 선배를 보니 자습이 끝난 어느 날 밤 집까지 바래다주며 그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본 가게 됐어. 나. 들어오라네. 처음 보는 아버지란 사람이."


 가로등 불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참 슬픈 표정이었다. 내 마음까지 아려올 만큼.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경성대는 갈 거지?"


 그가 나를 따라 발을 멈추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같이 다니고 싶었어. 자신있게 고백도 하고 싶었고."


 나는 아무 대답도 않았다. 그 말 몇 마디가, 애써 웃으며 덤덤히 말을 건네는 그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가 아니었다. 어느 새 현실이란 벽 앞까지 와버린 그 상황이 원망스러워서. 또한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너무 초라해서.
 선배. 공항에 앉아있는 그를 보자마자 잔뜩 메오는 목을 가다듬으며 내가 힘차게 불렀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감정이 마구 벅차올랐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로 힘껏 달려가 안겼다. 그는 그런 내 반응에 놀랐는지 살풋 웃더니 조선어로 말했다. 괜찮아.
 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내가 울먹이면서 대꾸했다. 그를 그만큼이나 좋아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다. 그래서 더욱 서글펐다. 나는 그를 세게 껴안았다. 내 귀가 그의 목에 가까이 닿아선지 그 혼잡한 공항 속에서도 목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 꼭 돌아올게.


 회상의 끝. 나는 그대로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지금 당장은 그가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


 과외 때 쓸만한 문제들을 찾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눈이 피로하긴 해도 벌써 새벽에 들어선 줄은 몰랐는데. 나는 기지개를 한번 크게 폈다. 김재환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옹성우 얘기 이후로 어딘가 캥기는 부분이 있긴 했어도 어차피 겸상 해야 할 사이이니 간단한 대화정도는 했다. 그도 별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대했다. 이따금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올랐지만, 그저 씁쓸한 웃음으로 넘길 뿐이었다. 시간 참 빠르네. 하면서.
 방에는 엄마가 먼저 자고 있었다. 나는 스탠드를 조용히 끄고 나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었다. 현관문 쪽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김재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친듯한 걸음걸이. 표정.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아직도 안 자고 있었네."
 "아, 응. 뭐 좀 하느라."


 그렇다면 그는 어딜 그렇게 다녀온 걸까. 물을 한 잔 마신 후 물병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는 별 다른 짐 없이 휴대폰만 쥐고 있었다. 약지가 잘려나간 그 오른손으로.


 "그래. 그럼. 잘 자."


 그가 내게 짧게 인사를 건네고는 나를 지나쳤다. 화장실에 가는 듯 했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그를 다급히 붙잡았다.


 "근데… 스가타 쇼지는 어떻게 알아?"


 부엌에 달린 등은 빛이 약했다. 그가 제 오른손에 휴대폰을 올려놓은 채 쫙 펴보이더니만 웃었다.


 "나도 거기서 잠깐 일했어. 그 집에서."


 아… 나는 조그맣게 탄식을 뱉으며 그의 소매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렇구나.


 "갑자기 왜. 걔한테 내 얘기 했어?"


 그의 눈은 분명 웃고 있었으나 그 표정엔 가시가 돋아 있었다. 알고 있는 눈치는 아니었기에 나는 엉겁결에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그가 휴대폰 액정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웬만하면 내 이름 꺼내지 마. 과외 계속 하고 싶으면."


 ─ 다시 보이는 날엔 너도 김재환이랑 같이 마쓰야마에 쳐넣을 테니까.


 옹성우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김재환은 말을 마치고선 나를 지나쳐갔다.



 엄마보다는 유모에게, 아빠보다는 집사에게 자라난 그였다. 많아봐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부모님과 같이 하는 저녁 식사에서 언제부턴가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압박감. 부담감. 그것들이 모두 더해진 채였다. 그들은 성우에게 기대도 아닌 의무를 드러내었다. 모든 게 미리 정해져 있었고 성우는 그걸 따라야했다. 이를 테면 센터 시험과 본고사를 보고 일본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 졸업 후 조선인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끔찍한 회사를 물려받는 것.


 "새로 온 과외는 어떠니?"


 그의 엄마가 물었다. 성우는 대답없이 물을 한모금 마셨다.


 "중고등학교도 제일 재단으로 나오고 경성 사범대까지 수석으로 들어간 애라 엄마가 직접 꽂아준 거야. 보니까 카츠오랑도 친한 사이더라."
 "별로요."


 성우가 짧게 대답했다.


 ─ 혹시 김재환이라고… 반도인인데, 아세요?


 아무리 곱씹어봐도 무언가 알고 묻는 눈치는 분명 아니었다. 그럼 왜? 그 이름을 왜 물을까. 먼저 식사를 마친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이 목례를 한 후 2층 계단으로 향했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담배가 벌써 떨어졌다.
 그 여자를 떠올리는 게 싫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게 화가 났다. 방에 들어온 성우는 신경질적으로 책상 서랍을 뒤졌다. 편두통이 요즘따라 심해진 느낌이었다.
 분명 서랍엔 담배만 가득할 텐데 생뚱맞게도 손에 종이가 뭉텅이로 닿았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것들을 꺼내었다. 표지에는 일어로 대학 입시 센터 시험이라 크게 적혀있었다. 수학 기출문제 인쇄본이었다. 성우의 시선이 그 위로 닿았다. 그는 담배를 꺼내지도 않고 그렇게, 한참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비회원178.180
이런 스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넘 좋아여 ㅜㅜ 뭐랄까 다락방에서 찾은 먼지쌓인 소설책을 읽는 느낌도 들구여..넘 재밌어여 다음편도 기다릴께여...!
6년 전
독자1
아 작가님 필력 진짜...갑
6년 전
비회원118.56
아앙 넘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으으으 앞으로 전개가 넘 궁금하네요.....
6년 전
독자2
오늘 역시 분위기가 취향저격이네요ㅠㅠ 성우는 저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뭔가 베일에 싸여진 캐릭터인것같아서 예상이 안 가네요 저만 그런건가 ㅎㅎ 민현이랑도 정확히 어떻게 된건지 궁금하고ㅠㅠㅠ 성우가 호기심을 갖고 있는걸까요..? 그나저나 이 글 진짜 재밌고 좋은데 사람들이 보는거랑은 다르게 포인트가 없어서 댓글을 안 다는지 ㅜㅜㅜ 저는 포인트가 10ㅎ포인트가 달려도 내고 볼꺼에요!!!' 그만큼 재밌어서ㅠㅜㅜ 항상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3
아 작가님 설정이랑 스토리 진짜 탄탄하잖아요... 비지엠도 글도 다 너무 취향이에요 롬곡옾눞
6년 전
독자4
분위기랑 비지엠 너무 잘어울려요... 잘보고 가요♥
6년 전
독자5
진짜 스토리 넘 쩔어요 ㅜ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19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7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18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0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8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