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혹시 무슨일이 생기지는않을까? 남순은 진열장에서 와인을 꺼내는 흥수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늦은시간에 자기집에 초대한데다가,와인을 마시자니? 이제 두번째만남인데,이래도 되는걸까? 흥수가 순진하기만 한줄알았는데 속은 시커먼 늑대같아 괜히 긴장하게 된
남순은,스멀스멀 손에서 배어나오는 땀을 대충 치마에 닦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드세요,아..안주도 대충 만들어봤는데.."
쪼르륵- 와인잔에 와인을 적당히 따라넣은 흥수가 말했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과일안주를 식탁에 내려놓으며,긴장한 남순을 향해 웃어보였다.
설마 자신의 긴장한 모습을 비웃는것일까? 전혀 다른뜻으로 해석해 발끈한 남순이 긴장하지않았다는걸 보여주듯 와인을 입에 쏟아부었다.
"....푸흐"
".....?!"
흥수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웃음소리에 남순의 눈치를 슬쩍보더니,와인을 머금듯 살짝 맛보고는 입을열었다.
"어때요,좀 입에 맞아요?"
"몰라요."
술이면 술이지,입에 맞을게 뭐가있어? 자신을 비웃은 흥수가 아니꼬와 흥-하고 입을 쭉 내밀은남순이 심술이 잔뜩묻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대답에 흥수가 의아하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이내 그 뜻을 알고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남순씨가 너무귀여워보여서요.그게.."
",...네?"
"비웃은게 아니라,예뻐서 그랬어요."
"..................."
예뻐?귀여워?내가???? 그말에 남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수를 바라보다,슬며시 웃어보이는 흥수에게서 시선을 다급히 떼었다.
그 잘생긴면상을 갑자기 들이밀면 어쩌란거야?? 당황한 남순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다시 와인잔을 집어 소주 마시듯 입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뭐야 고남순,두번 만난 소개팅남인데,거기다가 남자잖아?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건지,도대체 왜?
어느새 남순의 머릿속엔 그런생각들로 가득차 흥수를 신경쓰지도 않은채 혼자 붓고 마시고를 반복해대었다.
보다못한 흥수가 남순의 팔을 잡아 제지했지만 남순은 벌써 취한듯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흥수의 손을 쳐내곤 식탁에 엎어졌다.
"남순씨...? 괜찮아요?"
"..........."
"남순...씨?"
"........박흥슈우....너어.."
가만히 식탁에 엎어져있던 남순이 그부름에 신들린것처럼 몸을 번쩍 하고 일으키더니 저를 동그랗게 뜬눈으로 바라보는 흥수를 삿대질하며 주정하였다.
처음에는 알수없는 푸념을 하더니,점점 추욱 늘어지며 속에있던 얘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듯 남순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머리로 걸러내지않고 입밖으로 내었다
"....왜애,.....도대체 왜 내가조아요오....?"
"......남순씨 많이 취했어요"
"시러어?..근데 너어 나 이쁘다며 귀엽다며어어...?"
"............."
히히,꽃받침을 한채 흥수를 보며 남순이 야살스럽게 웃어보였다.
내가 그렇게 이뻐? 귀여워어? 자꾸묻는 남순에 흥수가 어쩔수없다는듯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남순씨 귀엽고 예뻐요. 근데 지금 너무취한것 같은데,.."
"....안취해써,근데너어..그거알어?"
"........"
"나느은....여자....."
무의식적으로 술기운에 자신이 남자라는걸 밝히려던 남순의 말은 끝내지못한채 흥수의 입에 묻혀들어갔다.
"......!!!"
갑자기 덮쳐진 입술에 남순이 술이 확 깬듯 눈을 크게 뜨더니,흥수를 밀어내려 팔을 잡았지만 흥수는 개의치않은채 남순의 허리를 끌어않은채 입을맞추었다.
그리곤 남순의 혀를 끈질기게 잡아끌어내어 약하게 잘근잘근 씹어보이더니,쪽쪽 빨기까지 하는 흥수에 남순이 자신도 모르게 풀리는다리에 주저앉으려하자,귀신같게 알아챈
그가 남순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하아- 흥수,씨,싫...읍"
질척거리며 혀가 섞이는 소리와 흥수의 흥분한듯 거칠하진 숨소리가 조용한 방에서 야하게 울렸다.
남순은 어찌할줄 모른채 눈을 약하게 찡그리며 잘 돌아가지않는 머리로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려 굴려댔지만,흥수의 진득한 키스에 머리가 핑그르르 회전하듯 정신을 차릴수
가 없었다.
그런남순을 알리가없이 연신 허리를 쓸어대던 흥수는 그 큼직한손을 살살 남순의 가슴쪽으로 향했다.
"......!!!!!"
'안돼!!!!!'
남순이 그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든듯 속으로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흥수를 밀춰냈다.
하마터면 남자인걸 들킬뻔했지만,남순은 그런생각보다 알수없는 기분에 화가났다. 흥수도 그런남순을 보고 정신을 차렸는지 가쁜숨을 내쉬며 당황한 얼굴로 말을 꺼내려는데,
남순이 먼저 덜덜 떨리는 손을 숨기려 주먹을 쥐며 입을열었다.
"저..이러려고 데려오신거에요?"
"......남순씨,그게아니..."
"놔요 이거."
탁- 그게아니라며 남순에게로 뻗는 손을 뿌리치며,흥수를 힘껏 노려본 남순이 말을이었다.
"왜요,한번 자려고 이때까지 그렇게 잘해주신 거였어요?"
"............"
"....그쪽 이제 정말 싫어요."
"........."
"싫다구요"
남순은 자신이 술에취해 무슨소리를 지껄이고있는지 반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어쩐지 후회할것같은 말을 내뱉고있는건 확실했다.
흥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말에 흥수는 남순의 팔을 잡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
이제 이 개같은 짓도,끝이다.
그렇게 아무말없이 도망치듯 흥수의 집에서 나온 남순이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할생각이 아니였지만,차라리 이게 잘된일인지 모른다.
걸리적거리는 가발을 쓰지않아도 되고,답답한 화장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항상 다리사이가 휑해 기분이 나쁘던 치마도 입지않아도 되고,여자인척 하지않아도 되는데,그리고..박흥수란 남자도 더이상 볼일이 없는데.
남순은 하나도 기쁘지않았다. 잘된일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봐도 독한말을 하고 흥수의 손을 뿌리친게 후회가 됬다.
이제는 술기운도 다 날아가 버린 후였다. 그러나 흥수는 제앞에 없었다.
그렇게 자상하게 웃어주고,어디 다칠까 배려해주고,느끼하게 남순씨-하고 불러대던 남자는 이제 없다.
문득 그런생각에 남순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괜찮다고 자기암시를 하며,자신의 집문을 열어보였다.
문을 열자마자 누나는 걱정스런 얼굴로 왜이렇게 늦게온거냐고 물었다. 그물음에 남순이 피곤이 덕지덕지 뭍은 얼굴로 남서에게 말하였다.
"누나"
"으,응? 무슨일 있었어?"
응,있었어.속으로만 답한 남순이 이어 말했다.
"누나 아직 그남자랑 사귀어?"
"뭐? 갑자기 왜?"
"안사귀면,이제 그냥 누나가 박흥수만나."
"......뭐어?"
남서가 남순의 말에 경악하듯 입을 떡 벌리며 되물었지만,남순은 박흥수,누나가 만나.하고 말해올뿐이였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던 남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헤어졌어."
"...그래? 그럼이제 그사람 안만나,"
"무슨일있었어?"
"아니,몇일만 만나고 안만나도 된다며,그래서 그냥 안만나려고"
그말에 누나는 그래,하고 답하고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
잘한거겠지? 남순이 자신의 방에서 무릎을 끌어안은채 중얼거렸다.
이제,더이상 이런 피곤한짓 하지않아도 된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 한구석을 쓸어내리며,남순은 누군가 잠들수없는 깊은 밤에,홀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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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혹시라도 불마크를 기대하신 독자님들께는 죄송하네여ㅠㅠㅠㅠ
그래도 조만간..?허허 그나저나 너무 늦게온것같네요ㅠㅠㅠㅠ하여튼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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