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ic Nam, CHEEZE - Perhaps Love (Inst) ↑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 섯 번 째
민현의 물음에 여주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제와서, 날 좋아한다고? 정말 이기적인 말이었다. 여주는 술잔을 꼬옥 쥐었다. 한숨을 푹 쉬고선 민현을 보았다. 민현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여주는 보았다. 진짜가 아니겠지. 만약이라 그랬으니깐. 여주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야."
"......"
"싫어. 이제 와서?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민현아?"
"그렇지."
"난 너랑 좋은 친구로 지내기로 마음 먹었단 말이야."
여주의 대답에 민현의 마음은 한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으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쿡쿡 깊게 박히는 게 영 아프고, 쓰리다. 민현은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쓰디 쓴 술이 오늘따라 달게 느껴진 민현이었다. 사실, 여주의 말을 들을 때 제가 여주와 사귈 때 했던 행동, 말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게 여주의 말과 합쳐지니 더욱 죄책감이 들고 슬펐나보다. 민현은 술을 마시다가,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다니엘, 걔는 어때?"
민현의 물음에 안주를 먹으려 젓가락을 든 여주의 손이 멈춰졌다. 그건 갑자기 왜 궁금해할까. 여주의 표정을 본 민현은 어색히 말을 더듬었다.
"그, 그냥... 요즘 너랑 같이 지내잖아. 그래서..."
"다니엘은 좋은 후배지... 내 걱정도 해주고, 같이 먹을 사람 없을까봐 학식이며, 밥도 같이 먹어주고.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하잖아."
"......"
"다니엘같은 남자를 만나야 됐었지, 내가."
여주의 마지막 말을 들은 민현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여주 역시 말없이 민현을 쳐다보다 다시끔 젓가락을 들고선 안주를 먹었다. 시끌벅적하던 식당 안이 괜히 고요하게 느껴졌다. 민현은 지끈지끈 아려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술 때문인건지, 여주 때문인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큼 민현의 마음 속은 헷갈렸다. 방금 전까지 여주가 말한 모든 말들이 저를 꽈악 압박해오는 느낌이다. 점점 속이 답답해지고 아려오는 거 같음을 느낀 민현이었다. 결국은 민현은 '바람 좀 쐬고 올게.'라 말하고선 식당 밖으로 나갔다.
여주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민현을 쳐다보았다가 밖으로 나가는 민현을 눈으로 쫓았다. 제가 말을 심하게 했나,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매정하게 저를 대했었으니깐. 자기도 당해봐라, 라는 못된 마음이 들었었다. 오늘따라 더욱 술이 잘 들어감을 느낀 여주는 곧 몇 잔을 더 부어 마시더니 이내 엎드려선 뻗어버렸다.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 섯 번 째
식당 밖으로 간 민현은 벽에 기대어 그저 불어오는 바람을 쐬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를 정리하려 나온 것이니,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동안 서있다가 민현은 후우, 하곤 한숨을 한 번 뱉고선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보니, 식탁에 엎드려선 곤히 잠에 빠진 여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주가 깨지않게 조심스레 앉은 민현은 엎드려 자는 여주를 그저 빤히 바라봤다. 괜히 손을 들어선 잠든 여주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민현은 또 한숨을 쉬었다.
혼자서 술을 세네잔 마신 민현은 어느새 얼굴이 꽤 붉어졌다. 취기가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민현은 눈가가 촉촉해졌고, 꽤나 떨리는 목소리로 잠든 여주에게 혼잣말을 하였다. 눈물이 흐를 거 같음을 느낀 민현은 고개를 살짝 들고선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미안해, 여주야. 내가 전부... 미안해."
"내가 너한테 신경을 조금이라도 써줬어야 했는데, 내가 너를 사랑해야 했었는데."
"너한테 상처만 줘서... 미안해."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나가던 민현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지나가서야, 헤어지고나서야 후회가 됐다. 미련이 남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민현은 하염없이 울다가, 소매로 벅벅 눈가를 닦았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시간을 본 민현은 일어서선 여주를 제 등에 업히고선, 계산을 하고 식당 밖을 빠져나왔다.
차 문을 열고 곤히 잠든 여주를 조수석 문을 열어 앉혔다. 안전벨트도 해주려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쿵쿵되는데 머뭇거려졌다. 쉼호흡 몇 번을 한 민현은 숨을 꾸욱 참고 안전벨트를 해주고선 문을 닫았다. 운전자석으로 가서 앉은 민현은 아직까지도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켰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욕심이 갔다. 여주가 제게 이기적이라고 하는 말이 떠올랐음에도 숨길 수가 없었다. 민현은 핸들에 얼굴을 박다가, 술 기운이라도 깰 겸 밖으로 나갔다.
근처 편의점으로 향한 민현은 숙취해소 음료 두 개를 사선 하나는 곧바로 뚜껑을 따서 들이마셨다. 그리곤 술에 깨기 위해서 자신의 양뺨을 두어번 쳤고, 취기가 사라질 쯔음에야 차 안에 들어갔다. 차 안에 들어가니 잠에서 깬 여주가 보였다. 방금 깬 건지 꽤나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일어났어?"
"......응."
"이거 마셔."
"고마워..."
눈가를 비비던 여주는 민현이 건넨 음료의 뚜껑을 까곤 천천히 마셨다. 다 마신 여주가 민현을 바라보며 '너 술 다 깬 거 맞지?'라 묻자 민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엑셀을 밟았다. 창문을 연 여주는 바람을 맞다가 민현을 힐끗 쳐다봤다. 눈가가 약간 부은 거 같은 민현을 보고있으니 영 마음이 쿡쿡 쑤시는게 불편했다. 제 말에 상처 받아서 운 건 아닐지... 여주는 괜히 바깥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 울었어?"
"...아니."
꽤나 딱딱한 어조인 민현에 여주는 결국 신호가 걸린 것을 확인하고 민현의 쪽을 바라보았다.
"울었잖아. 내가 했던 말 때문이야?"
"하아... 안 울었다니깐?"
"눈 보면 울었는데?"
"은근 슬쩍 나 디스하는 거야? 이 말이 더 상처인데."
"아니, 그건 아니고."
민현은 괜히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런 민현의 반응에 여주는 당황했다. 분명 울었는 거 같은데... 여주는 민현을 계속 쳐다봤다. 쟤가 눈이 저렇게 부을리가 없단 말이야. 민현은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여주가 느껴졌다.
"나 얼굴 뚫어지겠다, 여주야."
"아, 미안."
"미안할 거까지야?"
민현은 웃다가 운전에 집중했다. 그런 민현의 반응에 볼이 붉어진 여주는 창문 쪽을 빠르게 바라보았다. 제가 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니... 정말로 뚫어지게 쳐다봤나보다. 후우, 한숨을 쉬며 바람을 또다시 맞던 여주는 흘리듯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
"나 말고, 네가 더 수고 많았지."
민현은 신호가 걸리자, 핸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고 있었다. 꽤나 어색한 분위기에 민현은 라디오를 키니, DJ의 잔잔한 목소리가 들렸다.
'0809님이 사연을 하나 보내주셨는데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한 여성입니다. 같이 직장 다니던 팀장님과 연애를 하고, 안 좋게 헤어져서 1년동안 그 분과 서먹하게 지냈는데... 요즘따라 팀장님이 눈에 밟히고 또 좋아지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저히 생각이 안 나 사연 보내봅니다.'
'아... 이럴 때 되게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싶고, 아니라고 믿고 싶죠. 일단, 서먹한 사이부터 없애고,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이어나가면 좋지 않을까요? 그 사이에서 안 좋았던 것도 풀고요. 부디 잘 풀려서 좋은 관계로 발전하셨음 좋겠어요! 노래 하나 듣고 오겠습니다.'
DJ의 목소리가 멎어들고선 잔잔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민현과 여주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연 속 내용이 마치 저인 거 같음을 느낀 둘이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하며, 민현은 앞을, 여주는 다시 바깥쪽을 쳐다보았다. 큼큼. 서로의 목푸는 소리와 달달한 노래가 차 안을 가득 매꾸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들 역시 차 안을 가득 채우다 못 해 주르륵 흘러 내린 듯해 보였다.
얼마 안 가, 여주의 집이 보였고 근처에 차를 주차한 민현은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데..."
"그냥, 내가 해주고 싶어서."
"......"
"들어가봐, 여주야. 시간이 늦었어."
"어..."
여주는 손을 흔들며 민현에게 인사를 하다가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주는 뒤도 안 돌아본 채 바로 집안으로 들어갔고, 민현은 그런 여주를 바라보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잘 자. 부디 네 밤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길, 여주야."
문이 닫히고, 창문을 통해 불이 켜질 때까지 앞에서 기다리던 민현은 불이 켜지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쉰 민현은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켰다. 그리곤 민현 역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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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섯 번 째
민현의 바램과는 달리, 여주는 어젯밤 민현 덕분에 밤을 샜다. 다크써클로 줄넘기가 가능할 정도로 모습이 폐인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본 여주는 한숨을 쉬고 컨실러로 다크써클을 가렸다. 자려고 눈만 감으면 민현이 웃는 모습이 계속 리플레이 되었다. 수면을 유도한다는 ASMR을 틀어보아도 자꾸만 민현이 보였다. 여주는 더이상 민현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만, 어제 일 이후로 더 신경 쓰일 거 같았다.
오늘은 교양 수업이 안 들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여주는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왔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현빈이 다짜고짜 여주를 잡고 물었다.
"누나, 누나. 민현이 형이랑 사겨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대답부터 해줘요."
"당연히 아니지."
여주의 말에 현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아오... 누가 그런 거지."
"왜."
"형이랑 누나랑 사귄다고 저희 과랑 유교과 소문 퍼졌던데요."
"에? 미쳤냐!"
여주는 놀라 두 눈이 커진채 현빈에게 버럭 소리를 쳤다. 현빈은 소스라치게 놀라다가 금세 '제가 소문 퍼트린 건 아니고요...'라며 말했지만, 현빈의 말은 여주에게 들리지 않았다. 일단 여주를 진정 시키는게 먼저일 거 같은 현빈은 여주의 어깨를 잡고선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며 '쉬잇...'이라 작게 말했다. 그런 현빈의 말에 그제서야 여주는 흥분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한테 누가 말했는데?"
"저희 과 14학번 그... 민현이 형 좋아하는 그 누나랑요, 재환이 형도 말하던데..."
"...아, 씨. 어쩐지, 오는 길에 누가 나 계속 쳐다보더라고."
"아니라고 제가 말하긴 했는데... 어떡해요?"
"그니깐..."
여주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넘겼다. 현빈은 그저 옆에 있다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다니엘을 발견하고선 손을 들어서 흔들었다. '형, 여기로 와봐요!' 현빈이 소리치자 벽에 기대있던 여주가 고개를 돌렸다.
"여주 누나 안녕하세요."
"너, 나 소문 알아?"
"무슨 소문이요?"
"황민현이랑 나랑 사귄다는 거... 그냥 헛소문."
"누가 그런 걸 소문내고 다니는데요?"
활짝 웃던 다니엘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여주는 다니엘을 한 번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모르니깐 이러고 있지... 다니엘은 잠시 멈칫하다가 현빈을 슬쩍 쳐다보았다. 현빈은 전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고, 다니엘은 미간에 힘을 줘 인상을 찌푸렸다.
"소문 낸 애 어떻게 잡냐고..."
"...평소에 누나한테 안 좋게 대하던 사람 있어요?"
"있어도 난 모르지... 다들 앞에선 웃고 다니잖아."
"황민현 선배님은 아세요?"
다니엘의 물음에 여주는 눈이 커졌다. 아... 민현이. 이제서야 생각났다. 나만 피해보는 게 아니라, 민현이도 피해보는거지. 걔도 얼마나 기분 나쁠까. 더 초조해진 여주는 다리를 떨었다. 민현이 귀에 안 들려야하는데... 여주는 휴대전화를 들어 민현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내려놓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런 여주의 모습을 지켜보던 현빈과 다니엘은 보는 저희가 더 초조한 거 같았다.
"민현이한테 말해야 될까?"
"제 생각엔 안 해야 될 거 같은데요. 그 형 한 번 나사 빠지면 말도 아닐걸요."
"...아."
"원래 한 성격하던 형이었잖아요."
현빈의 말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앓는 소리를 내는 여주였다. 어제 되게 심란한 거 같던데... 역시 안 말하는게 좋겠지. 휴대전화 액정 속 시간을 본 여주는 수업시간이 다되가는 걸 보고선 한숨을 쉬었다. 분명 지금 들어가면 애들이 물어볼텐데... 다시 CC하냐고... 곤란한 표정을 지은 여주를 그저 쳐다보기만 하던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혹여나 누나한테 뭐라하는 사람 있음 얘기해요."
"어... 말이라도 고마워, 다니엘. 나 먼저 가볼게. 민현이한텐 얘기하지말고."
"네, 누나."
여주는 골이 땡기는 듯 했다. 복잡하다... 제 머릿속이 꽉차서 터질 거 같았다.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니는건지...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긴하다만 괜히 엄한 사람 잡으면 또 이미지 안 좋아지니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주는 강의실로 향했다.
여주가 떠난 후 현빈과 다니엘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현빈이 먼저 가보겠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 다니엘이 현빈에게 물었다.
"누가 그런 말했는지 알 수 있어?"
"자세한 건 모르는데 저희과에 14학번 중에 민현이 형 좋아하는 그 누나있거든요? 그 누나 한 명이랑 재환이 한 명이요."
"그 14학번 누나 평소에 이여주 누나한테 어땠는데?"
"CC할 때는 진짜 안 좋게봤는데 헤어졌다니깐 그냥 좋아하던데요."
현빈의 말에 머리를 부여잡은 다니엘은 몇 분동안 생각을 하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듯했다. '그 누나는 누구한테 들었다 했는데?'라며 현빈에게 꽤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현빈은 방금 전 그 누나와 대화한 걸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그 누나가 누구한테 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 없었어요."
"그럼 일단 그 누나가 소문 유포자일 수도 있겠네."
"근데... 아, 잘 모르겠어요."
"혹시 모르잖아. 나중에 물어봐줄 수 있어? 누구한테 들었냐고."
"저는 괜찮아요. 같은 조라서... 아, 먼저 가볼게요, 형. 안녕히계세요."
현빈은 친구와의 약속이 떠올라 떠났고 다니엘 역시 남은 레포트를 작성하려 기숙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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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섯 번 째
오랜만에 민기와 함께 밖에서 점심을 먹던 여주는 민기에게 물었다. '너, 그 소문 들었어?' 여주가 말하자 민기는 밥을 먹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문?' 민기가 되묻자 여주는 됐다며 말을 안 하려는데 민기가 고집있게 계속 물어왔다. 결국 여주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랑 황민현이랑 사귄다는 소문..."
"에? 황민현이 널 좋아한다는 소문이라면 납득가는데... 그건 또 무슨."
"그러니깐... 어? 뭐?"
"아니야."
민기는 젓가락으로 반찬들을 집어 먹으며 상황을 대충 넘기려했지만 방금 전 자신처럼 여주가 고집있게 물었다. 그에 국물을 마시던 민기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선 말했다.
"황민현이 너 좋아한다는 소문이면 믿을만하다고, 밥 좀 먹자..."
"그건 또 무슨 헛소문이야?"
"아 그런 게 있어. 그냥, 그냥 밥 먹자 우리."
민기는 숟가락을 다시 들고선 마시던 국물을 마저 마셨다. 민기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여주는 국물을 마시는 민기 정수리만 쳐다보았다. 민현이 저를 좋아한다는 건가? 그냥 민현이 제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좋아한다고 해도 전혀 의심없을 만한 그런 행동들이라서? 여주가 자신을 쳐다보는게 느껴지는 민기는 밥을 먹다말고선 고개를 갑자기 들었다.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니깐, 황민현이 널 좋아한다는 그런 생각하지마."
"그런 생각 전혀 안 했거, 거든!"
"안 했기는...... 밥이나 먹어, 자."
민기는 한참 남은 여주의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주고선 다시 밥을 먹었다. 여주 역시 수저를 들고선 밥을 먹긴 했다만... 입만 움직이며 머리는 생각에 푸욱 빠졌다. 그러니깐, 민기 말대로 한다면 저랑 황민현이 사귀는 거 같다는 소문도 우리가 의심을 살만한 행동들을 했다는 거겠지. 그럼 앞으로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여주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밥 먹는데에 집중했다.
밥을 먹다말고선 민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들짝 놀란 민기가 휴대폰 액정을 보더니 두 눈이 커진채 여주를 바라보았다.
"헐, 교수님한테 문자왔는데? 자체 휴강이래."
"와, 부럽네..."
"오늘 동방가서 자도 돼?"
"몰라, 황민현한테 물어봐."
민기는 신난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밥을 싹싹 긁어먹었다. 그러고보니 동아리하니깐 동아리에 관한 추억들이 조금조금씩 떠올랐다.
"민기야, 우리 동아리 처음 들어왔을 때 생각나?"
"아, 폐쇄될뻔한 거 우리가 막은 거 아니야. 그때 선배님들이 고맙다고 그랬잖아."
"이젠 우리가 동아리에서 제일 선배 아니냐?"
"아마도."
그땐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동아리 들어간것도 민현을 따라갔던 거였다. 그냥, 민현이 가길래 좋은 곳인가보다...하고 가니깐 폐쇄 직전의 동아리였다. 사람도 얼마없어서 공기가 칙칙했는데, 잘 모르겠는데 즐거웠었다.
"동방 같이가자, 민기야."
"당연한 거 아니냐. 아 이거 먹어봐 개맛있어."
민현과 함께 있었을 때 안 좋았던 기억들도 있지만, 추억으로 생각할만한 좋았던 기억들도 있었던 거 같다. 이젠 안 좋았던 기억들까지 추억으로 삼아야겠지... 여주는 힘이 갑자기 빠지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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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섯 번 째
민기에게 먼저 가보라고 한 뒤, 여주는 제 캐비넷에 제 전공책을 넣으려 캐비넷 문을 연 여주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주가 좋아하는 초코우유 하나와 노란 포스트잇에 꽤나 정교하게 쓴 글씨가 있었다. 조심스레 초코우유를 만져보니, 누가 악의적으로 넣은 건 아닌 거 같았다. 손에 닿는 촉감이 차가웠다. 포스트잇을 확인해보니 꾹꾹 눌러쓴 듯한 글씨였다.
좋아해요, 많이. 근데 지금 거리에서 멀어지기 싫어서 누군지는 알려고 하지 말아줘요. 맛있게 먹어요.
포스트잇을 본 여주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어 공책 사이에 고이 넣었다. 누가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코우유를 소중하게 들고선 여주는 빨대의 비닐을 벗기고선 꽂아서 마셨다. 달달함이 입 안 가득퍼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여주는 제 몸전체가 달달해지는 거 같았다. 세포마저도 달달해진 거 같았다. 가을인데, 봄 같았다.
누군가에게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를 느낀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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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조절 실패했어요 ㅜ..ㅜ... 요즘 슬럼프인지 글도 잘 안 써지구 그래서 머리 부여잡고 끙끙 썼는데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제 글이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아닐지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 너무 횡설수설 사담을 쓰는 거 같아요 ㅜㅅ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제 글을 추천한 게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고, 독방에서 가끔씩 글잡 추천글에
제 글이 언급되는 걸 보면 너무너무너무 행복한답니다ㅜㅜ 진짜 여러분들께 좋은 글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아, 맞다! 특별편으로 내보낸 소재는 유교과 민현이 끝나면 차기작으로 할까 생각 중이에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사랑하는 암호닉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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