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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루카 전체글ll조회 2146l 1

[EXO/오백] 왕따

 

W.베루카

 

 

 

 

 

 

사람들은 종인과 경수를 이상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알 수 없는 표정을 유지하고 기분 나쁜 말들만 하는 종인이나, 항상 웃고 다녀서 오히려 속내를 알아낼 수 없어 불쾌한 경수나, 그다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타입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종인과 경수, 그 두사람은 자신들을 유일하게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백현을,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다고 느꼈다. 세 사람은 점차 자라 더욱 더 친해졌고, 초등학교를 졸업할때나, 중학교를 졸업할때나, 항상 세 사람은 함께였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던 종인과 경수도, 백현과 함께 지내면서 성격이 나름 개선되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종인과 경수도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게 되었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는 오직 백현 뿐이였다. 그들에겐 백현이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무렵이였다.

 

 

 

 

 

 

 


"학교 갈시간 다 됐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요즘 학교에서 안좋은 일은 없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현관문을 닫았다. 슬퍼도 내가 슬퍼야지, 엄마가 충격받는 모습은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떨리는 손을 교복 주머니 안으로 넣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는 시간이 몇 시간 처럼 길게 느껴졌다. 아, 정말, 가기 싫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가니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주시하고 있는 종인이와 경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너 왜이렇게 늦게 나와? 너 걸음 느린건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김종인의 목소리는 가볍게 무시하고, 경수의 눈을 바라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니,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웃으며 똑같이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는 도경수.

 

 

"내일은 빨리 나와라, 변백현."

"가기 싫은걸 어떡해?"

 

 

순간 두사람의 표정이 살짝 굳는것이 느껴졌지만, 이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내 손을 끌고 걸어간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종인, 도경수와 함께 5분 정도 걷다 보니, 어느 새 학교에 도착했다. 이번엔 또 뭐가 있을까. 하도 많이 겪다보니 이젠 패턴이 뻔하게 예상되는 하루였다. 나는 내 양손을 하나씩 잡고있는 종인, 경수를 뿌리치고 신발장 앞으로 달려갔다. 야, 백현아, 잠시만…기다려! 소리치는 경수를 무시하고 신발장을 열었다. 끔찍한 꼴을 본다고 해도, 오직 나만이 봐야한다. 친구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새끼는 되기 싫다. 그렇게 생각한 나의 눈에 보인 모습은, 신발장 안에 '죽어버려' 라는 쪽지와 함께 들어있는 한마리의 개구리 시체였다. 평소에는 그래도 실내화는 넣어져있는 상태였는데, 오늘은 실내화를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신발장을 닫아버릴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끔찍하게 해부 되어있는 개구리와 삐뚤한 글씨체의 쪽지만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내 뒤에 서서 신발장 안을 바라보고 있는 김종인과 도경수는 꽤나 충격 받은 표정이였다. 보이지 않을려고 그렇게나 빠르게 달려왔건만. 짧게 욕을 내뱉은 나는 무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뒤에서 크게 소리치는 김종인의 목소리에 의해 발걸음을 멈춰버렸지만.

 

 

"야, 평소에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였잖아! 이게 뭐야…역겨워, 이런거!"

"빨리 오기나 해."

"변백현, 너 실내화는 어디간거야? 어떡할…"

"경수한테 실내화 빌리면 되지."

 

 

경수의 눈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경수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쩔수없다는 듯이 웃으며 실내화를 벗어들고 내게 걸어왔다. 내 실내화 신어. 부드럽게 말하며 바닥에 실내화를 내려놓은 경수를 향해 웃고, 신고있던 신발을 벗고 경수의 실내화를 신었다. 사이즈가 딱 맞아서 편한 느낌이였다. 고마워. 웃으며 말하는 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종인도 이내 나와 경수 쪽으로 걸어왔다. 계단을 올라가는 경수의 발이 많이 시린듯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경수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한 표정이기에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마음을 접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야, 무슨 일 생기면 꼭 말해라. 걱정스럽게 말하는 종인이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야, 나한테 무슨 일 생긴게 한두번도 아니고…"

"…펴, 평소보다 심각한 일 생기면…말하라는거지,"

 

 

빨개진 얼굴로 말한 뒤 서둘러서 자기 반으로 달려가는 김종인이 귀엽게 느껴져서 소리내어 웃었다. 이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경수도 이내 나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준 후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종인, 도경수는 나와 반이 달랐다. 반이 이렇게 배정된것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온 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다. 나는 빠르게 뛰어대는것이 느껴지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쉼호흡을 했다. 오늘도, 잘 견뎌야 해. 나를 걱정해주는 경수와 종인이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천천히 우리반 쪽으로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교실 문을 연 뒤에 안으로 고개를 넣어 두리번거렸다. 교실 안에 있는 사람은 다섯 명 뿐이였다. 그 다섯 명이 내가 특히 두려워하는 녀석들이라는 점이 문제였지만. 나는 표정을 확 굳히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 내가 앉는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것은,

 

 

"이건 왜 놓은거냐? 대놓고 죽으라는거지, 그냥?"

 

 

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국화꽃을 손에 들고 흔들거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문제집만 풀고 있는 다섯 명은, 내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을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 화가 난 나는, 국화꽃을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채 책상에 검정색 매직으로 빼곡히 쓰여져 있는 글씨들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2학년 1반 변백현은 죽었습니다. 학교에 오지마. 쓰레기 새끼. 니 엄마도 쓰레기냐? 기분 나빠. 너 언제 쯤 죽을거냐? 재수 없어. 빨리 죽어버려. 아무나 나랑 자리 좀 바꾸자. 빡치니까 학교 좀 오지말라고…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은 글들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나는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조금전까지 국화꽃을 흔들며 비아냥대며 날이 선 목소리로 말하던 당당한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고개를 들어서 교실 안을 둘러보자. 다섯 명 밖에 없던 반 아이들이 어느 새 스무 명이 넘게 교실 안에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앞이 눈물로 인해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는것은 확실했다. 순간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종인과 경수에게 달려가 눈물을 쏟아내며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을 불로 태워버리는 듯이 없애버린 것은,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 * *

 

 

 

"변백현, 일어나서 한번 읽어보거라."

"아…네."

 

 

내 옆자리에 앉아 '어디 읽을테면 읽어봐'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교과서는 이미 읽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낙서로 뒤덮힌 교과서를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주위에서 킥킥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씨발. 나는 신경질적으로 교과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교과서는 모든 페이지가 '쓰레기, 죽어라.' 라는 글씨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다. 너무 화가 나면서도 억울했지만, 차마 수업시간에 소리를 지를 수는 없다.

 

 

"…못 읽겠어요."

"못 읽겠다고?"

 

 

선생님은 나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게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나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쥔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도저히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뻔한 것이였다. 나를 너무나도 외롭게 만드는 그 표정. 지금 그것을 바라본다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릴 것 같다.

 

 

"변백현, 지금 장난하냐? 이것도 못 읽어? 초등학생 보다도 못하는구나. 너란 새끼는 정말, 사람을 귀찮게만 하고…조금은 다른 사람 기분도 생각해봐라, 도대체가 너는…"

 

 

선생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 중 절반 가량이 웃음을 터뜨렸다. 듣기 싫어… 제발. 이제는… 귀를 막고싶다.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심장에 박혀서 상처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아프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교과서가 보인다. 페이지 안에 빼곡하게 적혀있는…쓰레기, 죽어라…내가 쓰레기야? 그래, 내가 아무리 나 자신을 보물이라고 생각해도, 모두가 나를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이상, 내가 나를 어떻게 여기든 전부 다 부질 없는 것이겠지. 힘없는 손으로 교과서를 덮어버리고, 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근데, 그거 알아? 나도 쓰레기지만, 너희도 마찬가지인거.

 

 

 

* * *

 

 

 


잠시 후,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무 칸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쭈그려 앉아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흐윽…으…윽…흐으… 큰 소리로 울지 못하고 작게 흐느끼는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한심했다. 왜…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종인이와 경수, 그리고 가족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 나는 분명히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미움을 살 행동이라곤 전혀 한 적이 없는데, 매일 밤 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학교에서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아이들이, 꿈에서도 나타나 끝까지 나를 괴롭게 한다. 꿈에서도 난 도망칠 수가 없다. 끝까지 끈질기게 따라오기 때문에. 괴롭힘 당하는것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도,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똑같다. 절망에 빠져 눈물만을 흘리고 있던 나를 멈추게 한 것은, 칸 밖에서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였다.

 

 

"너는 아무 잘못 없어."

"……"

"지금은 괴롭겠지만, 반 친구들도 금방 너를 이해해 줄거야."

"…종인아."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 너무나도 귀에 익숙해진, 종인의 목소리였다. 나를 위로해주는 조용한 목소리에 또 한번 눈물이 터질 뻔 했다. 너는, 내가 좋아? 왜 나를 안 싫어해? '학교에서 없어도 되는 아이' 취급이나 받는 나를,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한심한 아이인데, 어째서 너는 나를 아껴주는걸까? 너도 그렇고, 경수도 그렇고, 다 이해할 수 없어. 도대체, 왜… 이런 나를… 무릎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내가 신고있는 실내화가 보인다. 이거, 경수가 나 신으라고 준거였지, 아이들이 내 실내화를 없애 버려서…  손바닥으로 실내화 겉부분을 만졌다. 부드럽고 깨끗한 감촉이였다. 더러운 나와는 다르게…

 

 

"인간은 연약한 생물…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

"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 온갖 고통을 겪으며 자신을 잊어버려…"

"…백현아."

"작은 집단을 잔뜩 만들어서 그들과 다른것을 배척하며 '나는 행복하다' 고 믿을 뿐이지."

 

 

내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쉴대로 쉬어버린 상태였다.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동안, 종인이는 '백현아' 라는 조용한 말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차라리, 아니라고 해줘… 현실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벗어날 수라도 있게, 차라리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고 해달란 말이야. 제발… 더욱 더 절망에 빠져버리는 내 마음을 느끼는 순간, 이렇게 살아갈 바에야 그냥 죽어버리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잘 견뎠는데, 잘 참아냈는데… 여기서 물거품이 되는건가? 이제 난, 정말로…

 

 

"너는 강한 아이야."

"……"

"꺾일것만 같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 괴로운 이유는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흐윽, 그치만… 어릴때는 다들 너무나도…나한테, 잘해줬는데, 흐으…"

 

 

한번 터진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바닥으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어린 시절, 내 주위에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왔다. 사랑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때는 지금처럼 잘 느끼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다른사람들이 나를 아껴준다는 것이 당연한 일인줄 알았기 때문에, 그때는 내 삶이 이렇게나 달라질 줄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더 충격이 컸다. 나는 이런식으로 살기 위해 어린시절을 보낸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더 낫잖아… 이런 쓰레기같은 난, 살 이유가 없어. 종인이도, 경수도. 지금은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지만, 언젠가는 나를 버릴거야. 당연한 일이야, 그건…

 

 

"종인아, 나는… 지금 내 자신이 너무 싫어…"

"……"

"종인이랑 경수라면 내게 따스한 말을 해줄거라고 기대하며 늘 달아날 뿐…"

"……"

"만약에…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어떤 기적이라도 일으키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면…"

"변백현!"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울음을 참는 듯이 들리기도 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맞는 말을 했다. 유일한 두 명의 친구만 믿으며 항상 달아나기만 하는 나약한 내가 너무 싫었다. 화장실 칸 문밖에 서있는 종인이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종인이는 지금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이내 종인이는 약간 큰 목소리로 백현아, 라고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나를 다독여주는 듯한 말투로 다정하게 말했다.

 

 

"백현이는…백현이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백현이가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그 이상의 기적은 없어."

"……"

"그리고…아무도 너를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나랑 경수가 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종인아…"

"변백현, 여기 있었냐?"

 

 

순간, 머리 위로 양동이가 나타나고, 물이 담겨있는 양동이가 기울어지며 물이 쏟아졌다. 교복이 온통 젖어버리고,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온 몸이 물범벅이 되어버린 나는,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고 위쪽을 바라보았다. 우리반 아이들 중에서 유독 나를 괴롭히는 다섯 명이, 화장실 칸 문, 옆칸 칸막이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괸 채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위로 눈을 치켜뜨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눈빛 따위는 우습다는 듯 오히려 더 비웃는 꼴이, 역겨웠다. 나는 젖어버린 머리를 손으로 탈탈 털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섯 개의 시선들이 보였다.

 

 

"야야야, 아까부터 혼자서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미친거 아니야?"

"너 수업도 안들어오더니, 화장실에서 뭐하고 있던거냐? 하하…"

 

 

웃으며 조롱하는 투로 내뱉는 녀석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분명히, 밖에 종인이가 있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어느 새 녀석들은 낄낄대며 화장실을 나가고 있는 듯 했다. 야, 김종인이… 하하, 변백현 걔 말이야, 흠뻑 젖어가지고… 그러니까, 응… 종인… 녀석들의 대화는 거의 희미하게 들렸다. 그러나 김종인이라는 이름만은 똑똑히 귀에 박혔다. 나는 서둘러 잠겨져있는 문을 열고 칸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무리 화장실 안을 둘러보아도, 종인이는 보이지 않았다. 김종인! 소리치며 불러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 간 거야… 분명히, 있었잖아…그런데 어째서…

 

 

"종인…어?"

 

 

화장실 밖으로 나가서 다시 한번 종인이를 찾으려고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교복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밖으로 꺼낸 휴대폰은, 다행히 물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흠뻑 젖지는 않고 겉부분에 약간만 물이 묻어 있었다. 휴대폰을 켜서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 나는 그 문자를 김종인이 보낸 문자라는걸 알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시험 얼마 안남았으니까, 방과후에 나랑 공부하자,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기다려. - 종인]

 

 

 

 

* * *

 

 

 


"엄마, 저 종인이랑 공부하고 가서, 좀 늦을 것 같아요…"

- 알았어, 그렇다고 너무 늦게까지 하면 안된다.

"네…"

 

 

전화를 끊고나서 착잡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축축하게 젖은 교복은 학교가 끝날 때 까지도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운동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종인이가 보였다. 꼭 물어볼거야… 어째서 아까 화장실에서 갑자기 사라진건지. 나는 신발장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무렇지 않게 내 신발장을 열고 나서, 그제서야 생각났다. 아…내 신발 가방에 들어있지. 아직도 해부된 개구리 시체와 함께 '죽어버려' 라는 쪽지만이 자리잡고 있는 신발장 안을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다가, 이내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가방 지퍼를 열고 신발을 꺼냈다. 아, 경수한테 실내화 돌려줘야 하는데…잠시 생각하다가 경수의 실내화를 가방에 넣고 신발을 신고 나서야, 운동장에서 종인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허겁지겁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김종인은 발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고 있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한 김종인은, 웃지도 않고 정색하지도 않는, 오묘하면서도 불안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종인!"

"아…왔어?"

"너, 오늘…"

"어디서 공부할까? 도서관?"

 

 

누가 봐도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불안에 떨고있는 눈동자가 보였다. 너, 평소에 안 이러잖아. 도대체 왜… 나는 조용히 종인이를 바라보다가, 종인이의 손을 잡았다. 흠칫거리며 놀라는 종인이를 무시한 채,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오늘, 화장실에서 왜 갑자기 없어진거야? 너 때문에 내가!"

"그게, 설명하자면 좀 길어서…"

"길어도 상관없어, 그냥 말하기만 해."

"너…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거야?"

"…너 진짜!"

 

 

지금 내 교복이랑 머리 약간 젖어있는거 걔네 때문이야, 걔네가 양동이로 머리에 물 부어서.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자꾸 답답하게 구는 종인이에게 화가 났지만, 지금 그 새끼들이 내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면 종인이가 걱정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종인이와 경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종인이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느릿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백현아, 나, 사실…"

"……"

"너 처럼, 왕따 당하기는 싫어…"

"…뭐?"

 

 

갑자기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체육창고 안에 숨어있던 우리반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반 아이들도 섞여있는 듯 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종인을 바라보았다. 김종인은 더욱 더 표정이 안좋아졌다. 죄책감으로 물들어있는, 미안함으로 뒤덮혀 있는 표정이였다. 나는 순간 김종인에게 주먹을 날려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너까지 나처럼 될까 두렵다, 이거지? 그래서 나한테 지금 이러는거야? 내 말을 들은 김종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만 남기고, 김종인은 뒤돌아서 곧장 가버렸다. 나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김종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아이들은 그런 나에게 달려들었다.

 

 

 

 

 

* * *

 

 

 

 

"야, 제대로 붙잡아라!"

 

 

체육창고 안으로 끌려오는 동안, 무슨 정신으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배신감으로만 가득차 버린 머릿속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조차도 사라져 버렸었다. 그러나 두명이 내 양팔을 꽉 붙잡고, 한명이 내 아랫배를 발로 힘껏 차는 순간, 잊고 있었던 공포심이 마음 한켠에서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힘 없이 쓰러져 버린것도 잠시, 나는 두려운 마음을 감추려고 벌떡 일어나 태연한 척 다리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섰다. 이런 나를 보며 비웃는 수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무척이나 공포스럽게 느껴졌지만, 티를 내기는 싫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윽!"

 

 

순간 주먹이 날아와 턱을 후려쳤다. 나는 휘청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바로 섰다. 그리고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순간 다시 주먹이 날아왔다. 아랫배가 찢기는 것 같은 통증.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연이어 날아오는 주먹. 주먹이 몸에 부딪히며 내는 둔탁한 소리. 때리는 아이들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그러나 맞고 있는 나에겐 그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절대로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겁쟁이처럼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러나 쏟아지는 폭력 앞에 그런 다짐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몸으로 느끼는 아픔은 마음 속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힘이 빠져버린 몸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쓰러져버렸다.

 

 

"오, 이번 건 좀 먹혔나? 쓰러져 버렸네."

"그…만…"

"어? 뭐라는거야? 안들리거든, 병신아!"

 

 

찢어진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창고 안에 울렸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웃으면서 내가 맞는 것을 관람이나 하고 있는데, 이 년은 웬만한 남자새끼들 못지 않게 강한 힘으로 나를 때린다. 나는 땅바닥을 뒹굴면서 가물거리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떴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비웃고있는 년이 보인다. 씨발. 눈 앞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바닥에 누워있는 내 배를 세게 걷어차는 누군가로 인해,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힘겹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휴대폰을 잡고 떠들고있는 한 여자애가 보였다.

 

 

"여보세요? 응응, 아직 학교야. 지금 변백현 가지고 노는 중인데 올래? 그래, 완전 재밌다니까."

 

 

그 말을 듣고 미처 마음속에서 분노하는 감정이 생기기조차 전에, 머리카락 부근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린 듯 하다.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서 얼굴을 보니, 우리반에서 나를 괴롭히는 데에 제일 적극적인 새끼들 중 한명이다. 그 새끼는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야, 너 왜 태어난거냐?"

 

 

몰라, 나도 몰라…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고. 속으로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잠시 방심한 사이에 내 머리채를 잡고있던 손으로 바닥에 힘껏 내리친 녀석 때문에 나는 바닥에 머리를 쾅 부딫혔다. 아아… 앓는 소리를 내자 주변에서 꺄하하,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남자아이가 내게 다가와 내 목을 움켜쥐었다.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숨이 점점 막혀오기 시작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내 손과 발을 꽉 잡고 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아파, 너무 아파…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

 

 

내 목을 강한 힘으로 압박하고 있는 손에도 불구하고,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마치 기적처럼, 더 이상 낄낄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를 보며 웃고 있던 창고 안의 모든 아이들이, 웃음을 멈춘 듯 했다. 내 앞에서 비열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는, 이 새끼만 빼고. 누군가가 내 앞에 있는 새끼의 어깨를 꽉 잡고 있었다. 나는 지금 누워있는 상태인데다가, 고통으로 인해 눈 앞이 흐렸기 때문에 어깨를 잡고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나를 괴롭힌 아이들과는 다른 느낌이 풍겨져나왔다. 그리고, 약간의 익숙한 느낌. 어느 새 내 손과 발을 결박하고 있던 아이들도 다 보이지 않았다.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나는, 조금이나마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 있는 이 새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좀 기다려봐봐. 한참 흥미진진한 상황인데."

"백현이, 괴롭히는게 그렇게 흥미진진한 상황이야?"

"…뭐?"

 

 

손에 꽉 잡혀있던 목이 풀려나고, 나는 급하게 컥컥대며 숨을 내쉬었다. 힘겹게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자, 내 목을 조르던 아이를 발로 밟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 새끼가 맞는 광경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 나를 구타할 때는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이였으면서, 지금은 공포영화라도 보는 듯한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것이, 여간 우스운 꼴이 아니였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바닥에 힘없이 누워버렸다. 온 몸에 힘이 빠져버린 듯 했다.

 

 

"잠깐만, 왜 갑자기 얘가 여기 들어온건데! 창고 문 안잠근거야?"

"씨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좀 진정해! 고작 한명 뿐인데, 우리는 서른명이 넘으니까 당연히 이길…"

 

 

여자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고 안으로 수많은 남자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아이들은, 경수의 친구였지, 아마… 나는 예전에 몇번 본적 있던 얼굴과 그 아이들의 이름들을 기억해냈다. 세훈, 찬열, 루한, 민석… 다른 아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정신이 몽롱해서 기억을 떠올리기 쉽지 않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경수랑 제일 친한, 김종인은 오지 않았다. 난 그래도, 죄책감 때문에 도와줄 줄 알았는데… 네 표정이 너무 미안해하는 표정이라서, 그래도 최소한 반성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대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거야!"

"야, 이것들 고작 변백현 구하기 위해서 이러는거야? 쟤가 뭐라고!"

"아, 진짜, 짜증나…"

 

 

저마다 떠들어대던 아이들은 '야, 빨리 튀어!' 라는 한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창고 밖으로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경수, 그리고 경수의 친구들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누워있는 상태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 앞이 어질어질하다.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야되는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눈이 스르르 감기고,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도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저것들, 찌질하게 도망치냐…"

"야, 쟤네들은 신경쓰지 말고, 저 애나 좀…"

"아, 백현아! 괜찮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경수의 큰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잃을 뻔 했던 정신을 간신히 잡았다. 한쪽 눈을 뜨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경수야…"

"……"

"굉장하다…이것이…기적이구나…"

"…뭐?"

"김종인의 말이, 틀린거였어…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은…경수같은 아이가 내 곁에 있다는 것 아닐까…"

 

 

경수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경수를 바라보며 힘없이 피식 웃었다.

 

 

 

 

* * *

 

 

 

 

"야, 아까 걔네…뭐냐?"

"짜증나, 이대로 변백현한테 당하고 끝내는거, 난 싫어."

"그렇지, 변백현 주제에 말이야."

 

 

저마다 불만을 내뱉고 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뭐, 기다려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 내 말을 듣고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에게 비밀이라고 말해주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고개를 들자 밤이 되어 깜깜해진 하늘이 보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변백현 괴롭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나는 우리반에서 변백현을 왕따시키는것에 가장 적극적인 아이들 중 하나이다. 딱히 이유 같은건 없다. 그렇게 하면 행복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혹시나 그로 인해 내게 피해가 올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변백현 따위가, 내게 반격 같은걸 어떻게 한다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내 생각이 오늘 꺾여 버렸다. 도경수, 였던가. 그 새끼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 것은 내가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던 일이였다. 변백현의 목을 조르고 있던 내가 도경수에게 얼굴과 온 몸이 밟혀버리고, 지금 내 얼굴은 변백현과 거의 다를 바 없이 엉망인 상태이다.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내 손에 들려있는 라이터를 바라보았다.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바닥에 툭 뱉고 밟는 순간, 나는 어쩌면 몇일 뒤의 변백현의 상태는 지금 내게 밟히는 담배와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새끼 집이… 어디더라?"

 

 

 

 

* * *

 

 

 


빨간색, 온통 빨간색이였다. 빨간 불길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격하게 흔들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였다. 한 남자가 피하라며 내게 소리를 쳤고, 내가 움직이지 않자 내 손을 끌고 달렸다. 안돼, 저기가.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이란 말이야. 어느 새 소방차가 도착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설마, 내가 예상하는 것만은 아니길. 나는 우리집 쪽으로 달려갔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불길을 보며, 나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집은 모조리 무너지고, 까맣게 탄 상태였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광경은, 온 몸이 엉망이 되어버린 채 끔찍하게 죽어있는, 유일한 나의 가족이였다.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엄,마…누가…누가 이랬어, 도대체…흐으…무슨, 아아…"

 

 

나는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놓여진 기름통이 보였다. 내게 이런 짓을 할 사람은 그들밖에 없다. 여태까지 끔찍하고 더러운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던 그 새끼들… 나는 마음 속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며, 죽어버린 엄마의 몸을 붙들고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제발, 제발, 이제는 날 좀 내버려둬… 제발… 더 이상은… 나는 더 이상 아래로 향할 곳도 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변백현은 모든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이야기입니다.

 

 

 

 

 

 

 

* * *

 

 

 

 

 

 

 

 

"알고…있었어…"

"백,현…아…"

"이런 행동을 해봐야… 아무것도… 안 된다는 사실…"

"……"

"겨우 붙잡은 기적을… 내보내면서 까지…"

"……"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

"미안해, 경수야,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경수는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손목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 날 이후로 느꼈다. 경수가 나를 구해줬던 그 날. 내가 진심으로 믿고 좋아해야할 사람은 경수라고. 그러나, 경수 외에 유일했던 단 하나의 행복, 그것을 학교 아이들이 부숴버린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경수야, 울지마… 죽기 전까지는, 그래도… 행복해하는 모습 보고 눈 감고 싶은데… 나는 애써 머릿속으로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했다. 유치원에서 소풍 갔을때, 경수랑 종인이랑…도시락도 나눠 먹고, 즐겁게 놀았었지… 초등학생때 종인이랑 싸웠는데, 경수가 도와줘서 종인이랑 화해할 수 있었어. 중학생때, 경수가 우리집에 와서 요리도 해주고, 고등학생때는… 학교에서 외톨이인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아껴줬지. 생각해보니, 김종인은 경수와 달리, 날 바라보는 눈빛에 진심이 묻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들어오고 나서 내가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은근히 깔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가끔 날 보는 눈빛이 차가워진 적이 은근히 많았다. 어째서, 이제서야 깨달아 버렸을까… 내가 믿어야 할 친구는 오직 경수 뿐이라는 것을…

 

 

"백…현…"

 

 

경수가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느 새 바닥은 완전히 피로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빨간색, 빨간색… 그 날이 자꾸 떠오른다. 그 쓰레기 새끼들이, 우리 집에 불을 질러버린 그 날… 나의 하나뿐인 가족인 엄마가 처참하게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살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순간 눈 앞에 흐린 형상이 나타났다. 사람의 형상은 점점 진해졌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나서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려버렸다.

 

 

"어서 오렴, 백현아."

"…엄마."

 

 

나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누군가가 내 몸을 떨리는 손으로 받쳤다. 아, 경수구나… 이 순간에도 눈 앞에 보이는 엄마의 얼굴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다. 알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학교 갈 때 엄마가 내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날을 기억해내고,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학교, 갈…시간… 다 됐네… 다녀…오겠습니, 다."

"그래, 요즘 학교에서 안좋은 일은 없고?"

 

 

이때 나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계단을 느릿하게 내려가서, 종인이와 경수와 함께 학교에 갔었지…아, 김종인이 내게 왜이렇게 늦게 내려오냐고 화를 냈었고… 그때는 걱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에 숨겼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다. 엄마, 나는…

 

 

 

 

모두들, 나를 미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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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백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김종인진짜나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와진짜이글은 엑소가나와서보기보단 학교폭력이 얼마나 두렵고 피해자들은 얼마나힘들지알게되는것같아요.. 신알신하고가요 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이멈추지않네요 ㅠㅜㅜ평소에오백을정말좋아하지만지금이순간만큼은학교폭력에대해다시생각하게되네요 ㅠㅜㅜ정말맘이아파요 ㅜㅜㅜ신알신은하고갈게여 ㅠㅜ
10년 전
독자4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뷸쌍해
어어아ㅏ아아ㅏ아아아ㅏㅏㄴ안돼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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