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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민윤기 (1)


[방탄소년단] 인어공주 잔혹사 01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입고 있는 단정한 교복과는 동떨어진 밝은 머리색의 남학생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민윤기 학생? 그가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어서 와요. 자리에 앉아요. 그가 느릿하고 껄렁한 움직임으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귀에 달린 검은 고리모양 귀걸이와 반듯한 검은 넥타이의 갭이 묘했다. 특이한 분위기의 학생이었다.


“저는 강남경찰서 김석진 형사라고 합니다.”

“예……”

“……오늘 윤기 학생을 부른 것은, 김아미 학생에 관해 물어볼 것들이 있어서요.”

“……”

“……알고 있나요? 김아미 학생 얘기.”

“……네.”


무뚝뚝한 얼굴이었다.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그 학생에게서, 19살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20살만의 얼굴이 보였다. 제 손만 쳐다보고 눈을 맞추지 않는 그에게서 묘한 냄새가 풍겼다.


“……지금부터 녹음하겠습니다. 괜찮나요?”

“네, 뭐……”

“좋아요.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하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4월 2일, 음성 녹음 003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3학년 9반 민윤기입니다.”


윤기 학생. 이 녹음 자료가 수사에 사용된다는 것에 동의하세요?


“네……”


좋아요. 그럼…… 윤기 학생은 김아미 학생을 알고 있나요?


“……네.”


본인은 아미학생과 어떤 관계였죠?


“그냥 같은 학교였는데요.”


친했어요?


“아뇨.”


……


“그, 얼마나 친해야 친한 건데요.”


……다른 학생들이 그러던데, 둘이 같이 밥도 먹고 그랬다고.


“그건 맞는데요.”


뭐, 둘이 얼마나 친한지는 그렇다 치고……아미 학생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요?


“……그냥, 오다가다……”


……오다가다?


“……친구의 친구라서.”


친구? 친구 누구?


“정호석.”


같은 학교?


“네.”


김아미가 정호석과 친구고, 민윤기는 정호석과 친구고. 그래서 둘도 아는 사이가 됐다. 맞아요?


“친구는 아니고…… 저보다 어려요.”


아, 20살이랬나?


“네.”


그럼 본인이 정호석 학생은 어떻게 알아요?


“같은 동아리에요.”


동아리? 어떤?


“힙합동아리.”


……음, 평소 아미 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냥, 그냥 학생이었는데요.”


친구 관계는 좋았나요?


“친구 많았어요.”


특별히 싸우거나,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한 적은 없고요?


“……그럴 애는 아니었어요.”


그렇군요.


“……근데 그걸 왜 물어보세요?”


수사에 도움이 되니까요


“……누가 죽이기라도 했대요?”


글쎄요.


“……”


아미 학생이 학교에서 꽤 유명했다던데, 어땠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학업 성적은 좋았나요?


“좋았겠죠. 전교 일등이었으니까.”


맞아요. 잘 했겠죠.


“……”


……아니, 아니에요. 혹시 아미 학생이 최근 이상하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없었어요.”


스트레스 받는다거나 고민 같은 것도 얘기 안 했어요?


“……공부하기 싫다고, 정도는 얘기 했었는데요.”


……달리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는 말이군요?


“……네.”


특별히 수상한 말 같은 것도 한 적 없고요?


“네.”


친구로서 보기엔 아미 학생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사람이었나요?


“……아니요, 절대.”


그래요…… 아, 혹시 윤기 학생, 정국이라는 친구 알아요? 수영부에.


“……전정국이요?”


네, 맞을 거에요. 그 친구. 그 친구랑 친해요?


“아뇨, 그냥 얼굴만.”


그럼……아미 학생은 그 친구랑 친했었나요?


“……아마……도요.”


……그랬군요. 알겠어요. 수고했어요. 이쯤 하겠습니다.


“……저기.”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아니, 아니에요. 수고하세요.”


……나중이라도, 뭐 생각난 거 있으면 연락주세요. 저희도 일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녹음 종료하겠습니다.










18살. 김아미. 학업 성적 우수. 대인 관계 우수. 평판 우수. 흔히 문제되어 보이는 게 없는 학생. 오늘 아침, 느닷없이 학교 수영장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흰 종이 위에 내 정신 사나운 손글씨와,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아이의 사진이 한 장 붙어있다. 왜 죽었어요? 물었다. 웃었다. 그 아이는.

우울은 원래 실컷 떠들고 나서 혼자 남겨지면 심해지는 법이니까.

사람은 가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기도 한다. 나는 수영장에 둥둥 떠다니는 한 구의 시체를 상상한다. 꼬르륵, 얼굴을 물 속에 처박고 오래도록 수면을 배회하는 하나의 인간. 긴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흔들리고, 산소가 가득했어야 할 폐에는 약품 냄새가 나는 물이 들어차있다. 언젠가 깨끗한 미소를 짓고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을 두 입술이 시퍼렇다……

……거지 같은 망상이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민윤기와의 대화는 수사의 진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함과 동시에 조급해 보였으며, 의심스러운 침묵과 수다스러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대놓고 내보임과 동시에 들키고 싶지 않아 했다. ……수상한 친구였다.

학교는 반나절 전에 사람이 죽어나간 것 치고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차가운 빗줄기 때문에 싸한 공기가 전교에 감도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자기 학생이, 그것도 꽤나 유명인사가 죽었는데도 수업을 계속 하는군. 교실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나를 힐끔거리는 몇몇 학생들이 있다. 도란도란 교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와 퍽 리듬이 맞아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정국, 이란 학생을 만나야 했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 중 한 명. 왜 확보하지 못했지? 뒷목에 알싸한 뻐근함이 느껴졌다.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나절 동안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자아이가 죽었고, 여자아이가 죽었고, 여자아이가 죽었고…… 그게 너무 많았다.


[방탄소년단] 인어공주 잔혹사 01 | 인스티즈

“실례합니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네댓 명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아, 안녕하세요. 문 바로 앞 책상에 자리잡은 교사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서있지도 앉아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나를 맞았다. 1학년 1반 담임선생님을 찾고 있는데요. 아, 전데요. 누구세요? 바로 앞에 그녀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강남경찰서 김석진 형사라고 합니다.”

“아, 네……어쩐 일로……?”

“오늘 아침 사건 관련으로, 1학년 2반에 전정국 학생을 만나고 싶은데요.”

“아…… 정, 정국이는 지금 학교에 없어요. 조퇴했네요.”

“조퇴요?”


네, 아침에 정국이 어머님이 데리고 가셨어요. 난처한 어투였다. 그래요……? 제가 알기로는 정국 학생이 피해자 학생이랑 접촉했다고 하던데.


“아……그, 그래서 아까 어머님이 데리고 가신 거거든요.”

“……”

“아무래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니까요…… 혹시나 안 좋은 영향이라도 받으면 안되니까 병원에 가신다고……”

“……”

“아……아무래도 정국이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어머님께서 걱정이 많이 되시나 봐요.”


유소년 선수권이 코앞인데, 정국이가 유망주거든요. 민망한 어투였다.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녀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쓴다. 그녀의 그런 노력이 달갑지 않다.


“그렇군요.”

“네……”

“……아쉽네요. 혹시 전정국 학생이 등교하면 제게 연락해주시겠어요?”

“네, 네! 그럼요.”


그래요. 그럼 여기 적힌 번호로, 네…… 그럼 수고하세요, 선생님. 그녀가 내 명함을 건네 받자마자 바로 뒤돌아 교무실 문을 닫았다. 얼굴에 열이 오름과 동시에 머리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감히, 사람이 죽었는데?

……미친 소리. 이러다 사고 치겠군. 뜨거운 얼굴을 식히려 손으로 열심히 쓸어 내렸다. 아니, 손을 갖다 대는 순간 뜨거울 줄 알았던 피부는 의외로 차갑기 그지 없었다. 마치 시체처럼, 꼭 찬물처럼, 수영장에 빠져 죽은 그녀처럼.










“김 형사님!”

“……아, 신 형사님.”

“한참 찾아 다녔네요.”

“아…… 무슨 일 있나요?”

“김 형사님을 만나고 싶다는 학생이 있네요.”

“저를요?”

“네. 3학년에 정호석 학생이요.”

“정호석이요?”

“……김아미 학생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네요.”

[방탄소년단] 인어공주 잔혹사 01 | 인스티즈

……구태여 찾아갈 시간을 벌었군요. 라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끔찍한 내가 아름다운 너를 사랑해서.


다음 화, 정호석 (1)



*


현생아 내 덕질 방해말고 눈치껏 사라져줘

암호닉은 제가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받을 생각입니다

아직은 접속이 활발하지 않아서 죄송해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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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9.208
으아 뭐야뭐야 윤기 수상해...
6년 전
독자1
헐...........어휴.......석진이 파이팅!!! 파이팅!!!
작가님 현생....파이팅이요 아자아자!!
글 잘 읽었어요ㅠㅠㅠ뭔가 동급생 읽는 기분이에요ㅎㅎ 넘나뤼 재밌는것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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