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찔 한 이 중 인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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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팅
시골까진 아니지만 그다지 발달되지도 않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풋풋한 새내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순탄하게 흘러갈 미래와 꿈만 같을 내 첫 연애를 꿈꿨었다. 오늘은 선배들과의 만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딱히 오고싶지 않은 사람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지만 핵 인싸를 꿈꾸는 나는 당연히 그 모임에 참석했다. 아는 얼굴이 없었지만 양 옆에 있던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나도 여자애들과는 낯을 많이 가리지 않는 편이라 재밌게 대화를 나눴다. 저 선배 너무 잘생기지 않았냐며 저 선배는 황민현이라는 선배라며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정말 잘생기긴 했더라. 양 옆에 있던 친구들이 술 기운이 오르는지 잠시 바람 좀 쐐겠다며 나갔다. 다시 멀뚱멀뚱 뚱하게 있었는데 아까부터 나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던 선배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게 느껴졌다.
"....저기."
그 선배는 아이보리 색의 니트를 입고 안에는 셔츠까지 입은 채 속살 철통보안을 하며 둥그런 안경을 낀 채로 다가왔다. 시끌벅적한 술 집과는 이질감이 드는 첫인상이었지만 괜찮게 생긴 것 같아 온 몸이 경직되었다. 여중 여고를 나온 나로선 남자와의 대화가 어색하단 말이야. 심지어 내 이상형과 완벽 일치하는 바른생활 스타일이었으니 내 입은 꽁꽁 얼어버리는 게 당연했다.
"나... 17학번 하성운인데요..."
"아.. 네 네..."
서로가 쭈뼛대며 대화를 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도 민망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뻔히 자신이 선배임을 알면서도 나에게 존댓말을 써서 더 어색해진 것도 있었다. 선배는 나에게 주먹을 스윽 들어올렸다. 처음엔 움찔했지만 이내 자신의 손바닥을 펴면서 손바닥 위에 있던 쪽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쭈뼛대며 그 쪽지를 받아 선배의 눈치를 보며 펼랑말랑하자, 선배는 펴 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펴 본 쪽지에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번호, 번호였다.
"저장하구... 나한테 문자... 한 통만 줘요."
"아 네.. 그럴...게요."
그때만해도 이야, 성이름 역시 대학오면 좋은 남자가 생긴다는 부모님의 말이 맞았어.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었다.
아 찔 한 이 중 인 격
번호를 받은 후에 바로 집에 가서 문자를 한 통 보냈다. 뭐라고 보낼지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깔끔하게 [18학번 성이름입니다. ㅎㅎ]라고 보냈다. 저 'ㅎㅎ'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한개만 보낼까, 아니 너무 비웃는 것 같잖아. 그럼 세개? 아 너무 실없어 보이는데..... 'ㅋㅋ'는 이상하겠지. 이런 생각들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냥 깔끔한 'ㅎㅎ'를 덧붙여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었다. 새벽이라서 그런거겠지, 라며 혼자 위로를 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또 점심까지도 답장이 없었다.
"뭐야 이 선배 진짜..."
카페에 앉아 잠시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작댔지만 그런다고 오지 않을 문자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힘줘서 빨아당긴 뒤 그 테이크 아웃 컵을 힘을 주어 살짝 꾸깃했다. 입학한 지 일주일도 안지나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놀아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진짜 서울 남자들 무섭다 무서워. 이제 일어나야겠다 싶어서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어제 내 번호를 가져간 그 하성운이란 작자가 내 눈에 보였다. 어제완 아주 정 반대의 느낌이었다. 일단 외모부터 그랬다. 어제 입은 그 니트 스타일은 어디가고 라이더 자켓이 자리해 있었고 안경도 온데간데 없었다. 이야, 저게 본 모습이셨구만. 아주 그동안 이렇게 많은 여자들 홀렸겠어. 계속 노려보듯이 그 선배를 노려보다가 눈이 마주쳐버렸다. 오마이갓, 난 사실 엄청난 새가슴이라 이런거에도 잘 쪼는 스타일이었다. 바로 눈을 내리깔고 마저 챙기던 가방을 다 챙기고 한 쪽 어깨에 맸다. 계속 의식적으로 눈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선배의 손이 내 손목으로 뻗어왔다.
"지금 수업 있냐?"
"없... 없는데요."
있는데.... 있는데....!
"그럼 나랑 놀자."
"....."
"싫어?"
"...좋습니다."
선배는 나를 향해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고 아무런 압박을 주지 않았는데 나는 혼자서 쫄아서 내 의지와는 반대되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내 학창시절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째보는 경험을 하였고 노래방가서 망부석처럼 앉아 그 선배의 락 스피릿을 온 몸으로 겪고 터덜터덜 집에 왔다. 원래... 남자들은 다 이런거야?
헤에 제가 왔쑴미다.
제가 곧! 진짜 곧! 온다구 했쬬?
두번째 글을 처음 시작하려니 가슴이 두근세근네근 하네요.....히히
그래두 재밌게 봐주ㅜ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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